제97화. 신에게 율법을 걸고 (2)
식물독(植物毒)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독의 근간이자 기초가 되는 것으로, 온갖 풀에서 나는 독을 의미한다.
가령 산의 이름 모를 버섯이나 감자의 싹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소철이나 천남성, 투구꽃 등의 독들까지 말이다.
이들 중 일부분은 적절히 사용하면 약재로써 사용할 수 있다.
때로는 식재로써 가공되기도 하고, 어떠한 극독은 때로 진통제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즉, 그 근간이 생물을 죽이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나약하여 버티지 못하는 것일 뿐, 멀쩡히 그것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 동물이 얼마든지 있기 따름이니 말이다.
그리고, 동물독(動物毒)이라는 것이 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동물─ 전갈, 벌, 개구리, 뱀… 그 모든 것들의 독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것은 초독과 조금 성질이 다르다.
그 존재의 목표가 다르니까.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식물과는 달리, 동물은 명확하게 적의를 가지고 ‘무기’로써 사용한다.
적을 제압하거나, 때로는 살상하는 것.
온갖 동물들이 제 몸을 지키는 무기로 발톱과 이빨을 선택할 때, 일부의 종이 저들의 무기로 선택한 것이 그 독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생물이건 간에, 독을 가진 생물이라면 자기 보호, 혹은 생존의 일환으로서 그것을 휘두른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자연히, 동물독은 식물독보다 대체로 더 강한 독성을 띄어가는 것을 보였다.
사람들은 연구했다.
어째서 동물의 것이 더 강한가.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대체로 균등한 식물과는 달리, 어째서 동물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그 독의 강도가 균등하지 않은가.
독을 연구하는 자들은 이미 먼 옛날 그 결론을 내렸다.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적을 죽이고자 하는 목적.
제가 살아남고자 하는 목적.
상대를 미워하고, 친히 죽여 없애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악의를 담은 목적이다.
그리고, 그 단순해 빠진 발상에서 시작한 하나의 독이 있었다.
그 순수한 ‘악의’를 담아낸 독.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는 마지막 단말마를 녹여 한 방울의 극독으로 피워낸, 형태를 가진 죄악.
그 이름을 굳이 짓는다면야─
인독(人毒)이라 이를 수 있으리라.
* * *
침묵이 흘렀다.
청유백과 녹운룡은 그저 서로를 마주보며 가늠하는 듯한 눈초리를 보낼 뿐, 무어라 반응하는 일도 없었다.
표정 또한 평온했다.
당혹이나 분노라기보다는, 일종의 의문을 담은 표정이 저러할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녹운룡이었다.
“왜 아무 말도 없는가? 무어라 말이라도 해보지 그러나. 호기심에 물었을 테고, 이제 궁금증은 채워졌을 테지.”
녹운룡은 어떻게 청유백이 그에 관한 것을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세상에 완벽히 감춰지는 비밀은 없는 법이었으니.
‘내 딸이 놈에게 언질을 주었던가. 혹은 쓸 만한 정보원이 있던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어느 쪽이든, 그저 청유백이 그의 생각보다 유능했다는 증명일 뿐이리라.
청유백은 피식 웃으며 다른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글쎄요. 다른 이들은 어찌 반응했길래 그리 보채십니까?”
“보통은 혐오한다네. 두려워하기도 하고, 혹자는 곧바로 내 멱살을 쥐는 이도 있었지.”
“그런 이는 어찌하셨습니까?”
“어찌 되었을 것 같나?”
클클클.
녹운룡이 스산하게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지, 혹은 칼날 같은 독기를 견디기 버거운지, 청유백이 한순간 몸을 떠는 것이 보여왔다.
‘강인하군… 이 정도로 압박하면 보통은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거늘.’
녹운룡은 조금 독기를 거두어들였다.
이곳까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발을 디딘 것을 보았을 때에는 그저 생각 없는 머저리인가 싶었으나,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녹운룡은 자연스레 화두를 돌렸다.
“헌데 자네는 신기하군. 퍽 이성적이야.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칭찬으로 듣지요.”
사람은 질문에 목적을 담는다.
그리고 대답에는, 이유를 담는다.
그게 오가는 것이 대화라는 것이며, 동시에 문답이라는 행위다.
하지만 청유백의 질문에서는 목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목적인지.
그 어떤 것조차도 말이다.
그러한, ‘감정을 숨기는 행위’에 관해서는 녹운룡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바였으나─
‘이게 약관도 되지 않은 청년의 면면이란 말인가?’
그런 그조차도 청유백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그저 경직되어 있었다면 모종의 추측이라도 했겠지만, 청유백의 표정은 한 순간순간이 다르게 미묘하게 경련하며 바뀌었다.
마치, 순간순간이 전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사상, 감정, 생각, 태도…….
‘그 모든 것이 기묘하다.’
청유백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어떤 맹랑한 놈이 자신의 계획을 방해했는가, 하는 단순한 호기심.
하지만 이제는 다른 무언가로 변질되어 있었다.
‘적철진의 조율을 근시일에 끝맺지 못하는 건 아쉽겠다만, 아직 시험은 셋이나 남았으니 큰일은 아니야.’
마교의 그 누구도 고독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으니, 시간은 여전히 자신의 편이었다.
청유백이 조금 물을 흐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 어항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청유백과 마주하여 그를 가늠하는 바로 지금.
녹운룡은 확신했다.
청유백은, 앞으로의 모든 일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다면─
“질문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이런 시시한 문답이나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나?”
“분명 그렇지요.”
─지금 회유하여,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청 공자. 나에게 오게.”
살인멸구(殺人滅口)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어찌하더라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그것에 관련되었다고 의심이라도 받는 날에는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언제나 회유였다.
대체로의 회유에는 명예와 돈, 권력 등─
‘매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알맞을 법한 방법을 쓰지만, 청유백의 눈빛은 그런 저급한 것을 바라는 자의 눈이 아니었다.
녹운룡은 알고 있었다.
평범한 범인(凡人)이 아닌 비범(非凡)한 자들은, 사사로운 욕망보다는 각자의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법이라는 것을.
녹운룡은 말을 이었다.
“본인은 지금의 마교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네.”
“불완전?”
“천가가 몰락하고 백 년. 마교는 스스로가 필요한 형태로 변화해 왔지. 머리가 사라지고, 꼬리만 남은 용이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그 형태의 하나가 천마지회이리라.
청유백은 부정하지 않았고, 녹운룡은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권력이 여섯 가문으로 나뉘어진 지금의 형태.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았지만, 결코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
“어째서입니까?”
“결국 각자의 이윤을 좇기 마련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멍청하고 이기적인 개입이 반복되다 보면, 전체의 선택 또한 어리석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유인즉,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니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다수의 선택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지.”
청유백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조직의 머리가 여럿이라면 당연히 스스로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누군가가 막심한 손해를 떠안으면 조직 전체가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 당사자가 되는 머리는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리라.
“타인의 관점에서는 분명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뭐, 피해자가 자신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종자는 얼마든지 있을 테지요.”
“그래, 말이 잘 통하는군. 아주 좋아.”
녹운룡은 검지를 치켜세웠다.
단 하나.
여럿이 아닌, 그저 하나의 손가락이 세워졌다.
“권력의 분할은 필요 없네. 배에 사공이 여럿일 필요가 있는가? 군림하는 자는 단 한 사람이면 돼.”
힘의 균형?
독재의 방지?
다 필요 없다.
모든 힘을 전부 가진, 그 옛날의 천마와도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녹운룡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유백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혹은 능청을 떠는 듯이 대꾸했다.
“그걸 정하기 위한 게 지금의 천마지회지 않습니까. 결국 차기 교주를 뽑기 위한 회합이 아닌지?”
“큭큭, 고작 그딴 것을 통해서 정해진 교주를 모두가 진심으로 따를 것 같은가?”
“하면?”
“그리 뽑아질 천마는 결국 꼭두각시일 뿐이야. 당연히 적철진도 그리될 것이며…….”
녹운룡은 손가락을 들어 청유백을 가리켰다.
의미는 명확했다.
“설령, 자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적철진을 꺾는다 하더라도 예외가 아닐 게야.”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
청유백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이 보였다.
하긴, 듣기로 십 년 동안이나 쓰레기 소리를 들어가며 실력을 숨겼다지 않던가.
그간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부정당한다면, 적잖이 충격을 받을 만도 했다.
곧이어 침묵을 깨고, 청유백이 입을 열었다.
“해서, 당신이라면 완벽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립니까?”
저도 못 하고, 적철진도 못 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할 수 있는가.
그리 묻는 것이었다.
녹운룡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 스스로 그리 말하는 놈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만한 것 아니겠나?”
청유백은 순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이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으면서.
목표가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하지만, 청유백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실이니라.]
천화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곧 오실 그분의 길을 닦는 것에 불과하네. 그분의 아래에서, 보다 완벽한 마교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되겠지.”
“그분?”
“곧 알게 될 걸세. 자네만큼 비범한 청년이라면 그분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을 게야.”
마교의 모든 것을 이분께 맡겨도 된다는 것을 말일세.
녹운룡은 그리 말을 이었다.
“……….”
드물게도, 청유백은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무릇 공통된 욕망이 있기 마련이며, 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자의 행동 원리는 욕망이 아니다.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신앙을 넘어선 광기.
그것의 앞에서 어떤 논리가 제 힘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어찌할까.’
[잘하던 거나 하면 되지 않느냐. 그 잘난 입이나 더 털어 보거라.]
‘그건 어렵다.’
계획은 달성했다.
녹가주의 목적은 알았고, 녹지연과 만난다면 모종의 타개책도 만들 수 있을 테다.
높은 곳에 위치한 자는 자신의 자존심도 강하여, 말로써 압박한다면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 미친 신앙심의 앞에서 무슨 말이 있어야 압박할 수 있겠는가?
‘저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계획을 저리 호언장담하고 있는 놈을…….’
계획?
뭐 좋다.
철권정치. 청유백도 아주 좋아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이 성립하려면, 그 고독으로 인한 통제가 성공하려면, 먼저 배제해야 하는 인물이 있었다.
정상에서 굳건히 서 있는, 그 인물을 말이다.
그 자가 있는 한, 이 모든 계획은 그저 불쏘시개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찰나.
대답을 않는 청유백이 마뜩잖았는지, 혹은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녹운룡은 기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 그렇지. 선택에 도움을 줄 만한 선물을 하나 주겠네.”
“무슨…….”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이 모든 것이 성립하는 것을 두 눈 뜨고 보지 못할 그 자. 고독을 심는 것도 불가능할 그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인 거지?”
그 사람. 그 자.
서술은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단순해 빠진 그 한마디가 의미하는 자는 단 한 명뿐이다.
청유백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녹운룡은, 그 답을 내놓았다.
“단순한 답일세. 지금의 마교에는 교주가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청유백은 허탈한 숨을 내쉬며 멍청한 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동시에 천화의 반응을 살폈다.
교주가 없다고?
천마의 자리가 공석이야?
웃기지도 않는 농담 아닌가!
하지만, 놀랍게도.
천화는 그것의 진위를 부정하지 않았다.
청유백의 놀라는 표정이 만족스러운지, 녹운룡은 살갑게 웃었다.
“이상하지 않던가? 그러잖아도 여유가 없을 본교의 형편에, 이다지도 거대하게 축제를 여는 꼴이라니.”
“…확실히 그렇지요.”
그것은 분명히 이상했다.
마교의 보물고가 그 정도로 가난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되었는데, 선전 이외에는 쓸모도 없을 천마지회를 이리도 크게 열다니.
지금껏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기이한 일이었다.
“킥, 전부 허세일세. 아는 이는 몇 없지. 육대가의 가주를 제외하면…황가의 눈치 좋은 몇몇 정도일까.”
즉, 천마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속임수.
그것이 천마지회의 의의라고, 녹운룡은 그리 이르고 있었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것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인가.”
“바로 그렇지.”
녹운룡은 자신을 향해오는, 꿰뚫는 듯한 청유백의 눈빛을 느꼈다.
눈 너머로 자신을 꿰뚫는 듯한 감각에 다시금 오한을 느꼈지만, 녹운룡은 웃음으로 넘기며 이죽거렸다.
“거짓 같은가? 무얼, 믿는 것은 자네 몫이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주게나.”
믿고 있었다.
믿기 싫지만, 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본인은 유능한 인간을 좋아한다네. 나와 함께 그분을 보필할 수 있을 만한, 비범한 인간 말이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교에는 등신 머저리들뿐이라 곤란하던 차야…….”
“그 머저리에는 녹지연도 포함되는 겁니까?”
“명을 따르지 않는 말은 무엇에도 쓸 도리가 없는 법이지.”
녹운룡의 입꼬리가 감출 기색도 없이 기울었다.
이것을, 놀랍다고 해야 할까.
이 모든 문답 동안, 그가 단 하나의 거짓도 입에 담지 않은 것을, 놀랍다고 해야만 할까.
혹은, 이 모든 것을 의심 없이 내뱉은 것에 대해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청유백은 조금 고민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이 판을 끝낼지 결정했다.
“허면, 하나만 대답해 주시지요.”
“뭔가?”
“지금, 만족하고 계십니까?”
“흐음…….”
만족?
만족이라.
녹운룡으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분명 고독에 대해 알고 지금까지의 대처를 한 것일 텐데….’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지금 자신의 부름에 응했던 것일 테다.
자신이 비밀을 취급하는 방식은 완벽했으니, 타개책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 모든 것이 궁금하지 않단 말인가?’
녹지연과의 인연도 있을 터다.
헌데, 지금 벌어지고 있을 다른 일들에 관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 모든 걸 제쳐두고, 대체 왜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나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알아 뭣 하냐고 반문하고 싶다만, 대답을 해주겠다고 맹세한 것은 그 자신이었다.
“아주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글쎄.
자신의 대답이 스스로도 우스웠는지, 녹운룡은 피식 웃었다.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면 아직은 아니지. 그래.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그래. 당연한 것 아닌가? 그분께서 오신다면, 나는 그때야말로 진실로 만족할 수 있게 되겠지…….”
녹운룡은 그리 말하면서 청유백의 표정을 살폈다.
‘만족’을 묻는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을 묻는 것.
그러한 수를 써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현재가 만족스럽냐는 질문 아니던가.
그렇다면 혹여라도, 청유백이 같잖은 정의감으로 분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청유백의 표정은 여전했다.
무엇을 묻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그럼 저도 대답하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전해달라는군요.”
“전해줘? 뭘?”
“좆까. 개만도 못한 새끼야.”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