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맞는 말이야, 처맞는 말 (3)
“물론, 답례를 하러 왔다.”
인사를 받았으면, 마땅히 마주하여 예를 표하는 것이 도리.
그러나 그때 돌려주지 못했으니, 지금에 와서라도 돌려주는 것이 옳으리라.
그딴 주먹의 인사를 좋아하는 인물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적우각은, ‘그딴’ 주먹의 인사를 몹시도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하!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실망시키지 않는군, 청유백! 곧바로 할 테냐? 어디로 갈 테냐!!”
원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 들 수도 있다는 태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아니, 잠시만! 잠시 있어 봐라!!”
뭔가 떠오른 듯 눈알을 돌렸다.
모르는 놈이 보면 퍽 미친놈 같은 꼴이었다.
아니, 하는 행동을 보면 진짜배기 미친놈이 맞는가 싶기도 한데.
‘뭘 하는…?’
청유백은 매순간마다 바뀌는 적우각의 표정을 기괴하게 쳐다보았지만, 남의 반응 따위는 결코 적우각의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적우각은 몇 번인가 제 턱을 두들겼다.
그리고 잠시 후가 되어서야, 손뼉을 치며 결론을 내렸다.
“아! 그래. 조금 떨어진 곳에 직계 전용의 연무장이 있다네. 그곳이라면 이목을 피할 수 있을 테지!”
“이목을 피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굳이 그럴 이유가 있던가.
오히려 이목이 끌리는 것은 바라는 바다.
방금 전, 적철민 같은 뜨내기들이 꼬이지 않게 하는 방법 중 최고로 치는 것이 무엇이던가?
다름 아닌, 바로 실력 행사였다.
결투가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압도적이면 압도적일수록 청유백의 명성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점만 있지는 않을 테지만.
[다른 후계자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지니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건 애저녁에 포기했지.’
진문을 돌파하고 나온 시점에서 이목은 충분히 끌었다.
그 이목에 걸맞은 실력을 직접 보이지 못했을 뿐이다.
진문을 돌파하고 나왔다 한들, 그 과정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랬다더라’ 정도의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결투는 다르리라.
후계자들 중에서도 강한 축에 들 터인 적우각과의 결투라면, 충분한 증명이 될 것이다.
실력의 증명이.
하지만 적우각은 생뚱맞게 웃으며, 농담하지 말라는 듯이 청유백의 등을 탕탕 쳐댔다.
“크하하! 무슨 소리인가! 자네에게 맞춰주겠다는 것 아닌가!”
“그건 또 뭔….”
“하하, 숨기지 말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력을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 다 알고 있다네.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지!”
“그건….”
아니다, 라고 입을 떼려는 순간.
‘아니… 잠깐만.’
청유백의 뇌리에 무언가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기실,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있었던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니, 아직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정확히는 ‘하고 싶은 일’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테다.
허나 아무튼, 그것을 위해서는 일부러 조금은 파리가 꼬이게 내버려 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을 테다.
아마도 하루, 아니면 이틀.
‘실력을 숨길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청유백은 떠오르는 생각의 단편들을 정리하며, 작은 가능성들을 모아 보았다.
‘아마도, 일이 잘 풀린다면.’
적우각과는 비교도 안 될, 더 제대로 된 판을 깔 수 있을 것이었다.
적우각의 제안이 나쁘지만도 않은 것이다.
한순간에 결론을 내린 청유백은 길게 끌던 말끝을 침묵으로 마무리하고는,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아, 그래. 그렇지. 알아줘서 고맙군. 그리 하도록 하지.”
“좋다, 좋아! 곧바로 움직이도록 할까!”
적우각은 곧바로 뒤돌아 신난 발걸음으로 먼저 방을 나섰다.
문이 열렸을 때에는, 이미 적철민을 비롯한 놈팡이들은 자취를 감춘 이후였다.
하기야, 자존심이 있다면 굳이 남아 얼굴을 붉히고 싶지는 않을 테다.
…머지않아 다시 볼 날이 올 테지만 말이다.
* * *
연무장은 멀지 않았다.
조금 산길로 벗어나, 외딴 곳에 마련되어 있는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정자 한 채였다.
연무장이라기보단, 작은 집에 가까운 형태.
하지만, 그 넓이는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적우각은 어깨를 으쓱였다.
“주로 폐관수련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곳이었지. 지금은 뭐, 보다시피 거미줄이나 쳐진 신세지만 말일세!”
“상관없다.”
“하하, 그리 나와야지! 우정을 나누는 데 야산이면 어떻고, 들판이면 또 어떻던가. 지금, 바로 이 순간! 주먹에 담을 열정만이 중요할 뿐 아니겠는가!!”
“…….”
…그런 건 관심 없지만서도.
적가의 위세가 그리 드높음에도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적이 드물다는 소리다.
확실히, 그의 말마따나 이목을 피하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는 듯 보였다.
적우각은 자신이 데려온 아이들을 구석으로 보내 앉히고는, 청유백과 세 아이들을 돌아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자네 제자들은 그게 전부인가? 모든 조는 열 명이었을 텐데.”
기실, 의문은 처음부터 있었다.
죽거나 크게 다친 일이 아니고서야 굳이 세 명만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귀아대의 아이들이 어지간한 훈련에 낙오될 일은 없을 터인데?’
그 아이들은 이미 검증이 끝난 아이들이었다.
수천에 이르는 귀아대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백오십 명만을 뽑은 것이니 말이다.
‘이 나이대로 자랄 때까지, 몇 년 동안이나 사선을 넘는 훈련을 견뎌 온 아이들인데.’
이제 와 조금 심하게 굴린다고 해도 불평불만 없이 따를 테고, 적우각도 그것을 알기에 적가의 훈련생들과 다를 바 없이 훈련시켰다.
‘헌데, 저놈 곁에는 왜 셋뿐이지?’
눈가를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기른 소년과, 아까부터 계속 저를 째려보는 인상이 나쁜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을 안절부절못하며 말리려 드는 소녀.
귀아대의 아이들치고는 상당히 생기가 넘치는 아이들이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렇다 할 만한 특별한 ‘재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능성이 보이는 세 놈만 가르친다’ 따위의, 멋들어지는 영웅소설 같은 경우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 리는 없지.’
너무 허황된 소리다.
기본적으로 열 개조의 실력은 대체로 비슷할 테다.
세 달 만에 유의미한 증진을 보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 시험의 보상인 영약을 아이들에게 먹이는 방법이 제일 확실했고, 실제로 몇 명은 그리 했다는 것을 적우각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그만큼 강력한 마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시험이 시작하고 고작 한 달 지난 지금의 시점이라면, 곧바로 영약을 취했다 하더라도 아직 다 흡수하지 못해 그 잔기가 남아 있어야 했다.
어찌 생각해도, 청유백이 세 명만 데리고 다닐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건 간단하지.”
하지만 그리 대단한 질문이 아니라는 듯, 청유백은 태연히 대꾸했다.
“얘들이면 충분하니까.”
“충분? 하하! 그것 참, 구미 당기는 말이군!”
뭘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 실력을 숨겨온 사내다.
저 실력이 설마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닐 테니, 분명 이번에도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터.
‘확인해보고 싶군!’
적우각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어차피 저 아이들에게 진짜 싸움을 보여주기 위해 온 것이겠지? 허면 어떤가! 우리 이후에, 아이들끼리 모의 대련이라도 시켜보지 않겠나?”
굳이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온 시점에서 의도는 명명백백하다.
나쁠 것 하나 없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실전 경험.
매일 아이들끼리만 대련시켜 봤자 손속에 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는 제대로 된 경험이라 부를 수 없다.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적우각은 그리 확신했지만, 청유백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아니, 그건 됐다. 필요 없어.”
“어, 어째서? 좋은 경험일 것인데. 눈으로 보는 것보다도 몸으로 겪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그건 동의한다만….”
청유백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아주 잠깐의 공백이 지나고, 청유백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나중의 여흥을 미리 깰 필요는 없겠지. 참패하고 나서 ‘두 달 뒤에 보자!’ 같은 삼류 대사를 읊고 싶지는 않잖나?”
참패, 그리고 나중의 여흥.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굳이 지금 싸워서 처발리고 변명하지 말고, 나중에 제대로 싸우자.’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제 아이들이 질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다.
오만하고, 방자하기 그지없는 태도였으나─
좋다.
아주 좋다.
적우각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지 못하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 크하하!! 거, 옳은 말일세. 올은 말이야!! 내가 자네 같은 기인을 십 년 동안이나 제대로 모르고 살았군그래!!”
이리도 승부를 좋아하는 사내거늘, 이른 수확으로 맛을 떨어뜨리려 했다니.
분명 자신의 실책이었다.
진정한, 뒷맛 없는 깔끔한 승부를 위해서는, 고작 한 번의 경험 따위는 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청유백도 그리 생각하고 있으리라.
실제는 모르는 일이지만, 저 투지에 불타는 눈(?)이 어찌 거짓이겠는가.
적우각은 그리 확신했다.
─한편.
[너무 적당히 지껄인 것 아니더냐? 뭐, 단순한 만큼 곧이곧대로 듣는 것 같다만….]
천화는 한숨을 내쉬며 청유백을 타박했다.
어쩜,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진심 따위는 한 푼도 섞이지 않은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 꼴이라니.
그 와중에도 적우각이 잘 들어줄 말만 골라서 한 것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굳이 아이들에게 싸움의 경험을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싶지만─
청유백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굳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는 없다.’
지금의 아이들, 특히 이찬은 아까 적철민의 만행에 충분히 자극받아 있는 상태였다.
승리는 물론 자신감을 키우는 하나의 방도지만, 지금은 때가 나쁘다.
‘굳이 지금 승리를 쥐여 주는 행위는…오히려 독이 될 테지.’
나태함과 안일함을 키우는 독.
지금은 아직 조금 더 긴장하고, 조금 더 갈구해야만 했다.
그럴 필요가 있었다.
적철민 정도의 머저리에 고민하지 않고, 쉬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이들도 제 실력을 시험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만?]
‘다소의 불만 따위는 상관없다.’
청유백이 아이들을 돌아보자, 과연.
조금은 불만스레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꼴에 나름 실력에 자신이 붙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그렇겠지만.’
고작 한 달 지난 지금으로서도 명확한 진전이 있었을 테다.
힘의 증진은 기술의 숙련보다도 명확하게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저와 적우각의 싸움을 똑똑히 눈에 새기는 것.
그것으로 족했다.
청유백은 아이들의 곁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 들어라. 너희를 이 자리에 데려온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잘 봐라. 배우라는 말은 않겠다.”
“그냥… 보고만 있으면 되나요?”
“보고 기억해라. 그리고 스스로 되뇌어 보아라. 너희도 언젠가는 닿아야 하는 경지에, 어떻게 해야 다다를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는 게다.”
천재는 보지 않더라도 바람에 새겨진 흐름에서 길을 찾아낸다.
어떤 것도 필요 없다.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고,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
청유백은 말을 이었다.
“몸 안에 내공을 쌓는다. 이것은 마기를 수련하든, 선기를 수련하든 간에 상관없는 첫 번째 단계다.”
“…….”
“모두가 거치는 단계이고, 불만이 가득한 너희들의 현재 단계라고 할 수 있지. 대체로 마교의 계급 중 마졸(魔卒)들이 평생 이곳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유의미한 효력을 내려면 단전에 쌓인 내공이 충분한 양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끌어올린 내공의 용도를 명확히 할 수 있고, 효율적이지 못하더라도 그저 힘으로써 찍어 누를 수 있다.
세밀한 조절과 힘을 나누어 쓰는 단계는, 두 번째 단계였다.
“두 번째 단계는 쌓아올린 내공을 사용하는 단계다. 네놈들이 그리 바라 마지않는 ‘무공’의 단계가 바로 이것이다. 마사(魔士)의 최저조건이기도 하고.”
청유백은 손바닥을 펴 한 점에 마기를 집중시켰다.
좁쌀만 한 마기가 손 위에서 응축되어 존재감을 뽐내다가, 이내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
“이런 것 말이지.”
아이들은 언제 불만이 있었냐는 양 선망 어린 눈길로 청유백을 바라보았고, 청유백의 설명은 잠시간 계속되었다.
적우각 또한 적우각대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었으니, 누구에게도 불만은 없었다.
“어떤 무공을 익혔느냐, 내공을 얼마나 쌓았느냐, 그 질은 어떻느냐, 그런 것들에 따라 효용이 많이 뒤바뀌기는 한다만, 보통 내공을 사용하는 방식은 두 종류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내공의 사용은 수백 갈래로 나뉠 수도 있다.
그저, 그것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으니─ 가장 명확한 분류 두 가지를 꼽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면 충분하리라.
“하나는 방금의 이것. 내가기공(內家氣功)이다.”
몸을 매개로서 내공을 끌어올려, 그것을 각종 작용으로써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내공이 칼날이라면, 몸은 손잡이.
사실상─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대부분의 ‘무공’이라는 것들은 전부 내가기공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검극에 실린 검기의 묘리도, 보법에 아우러진 경신법의 발걸음도 전부 내가기공의 일종.
그러나, 그 내가기공에서 벗어난 다른 길 또한 분명 존재했다.
청유백은 저만치 한구석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웃통을 벗어 던지고 있는 적우각을 가리켰다.
‘고오오오’ 따위의 소리가 어울릴 법한 기괴한 자세를 잡으며, 흉측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만.
아무튼.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저것. 외문기공(外門氣功)이지.”
내가기공의 고수는 내공을 단전에 축척한다.
그리하여 필요할 때마다 그것을 일으키고,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임기응변에 능하다.
그러나 외문기공은 다르다.
외문기공의 고수는 몸 전체에 내공을 녹여내어, 근육 한 올 한 올에 그 힘을 깃들게 한다.
그리 만들어진 몸은 한순간에 일으키는 기의 사용은 힘들게 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육체와 힘을 지니게 된다.
긴 설명 따위도 필요 없이, 외문기공의 극한에서 달성하는 경지만 보아도 그것의 특색은 잘 알 수 있다.
도검불침(刀劍不侵), 한서불침(寒暑不侵)을 넘어─
금강불괴(金剛不壞)에 이르는, 외문기공을 말이다.
청유백은 자세를 다섯 번 쯤 바꾸며 근육을 꿈틀거리는 적우각을 다시금 가리켰다.
“네놈들이 익힐 무공은 저거다. 아니, 익힌다고 하기엔 뭣하군. 그냥 보고 기억해라. 그게 전부다.”
“…저거요?”
불신이 가득 담긴 목소리다.
음, 그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닌데.
확실히 하고 있는 꼴─흉측하게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만 봐서는 표본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실속은 나쁘지 않다.
“자! 봐라! 이렇게! 이렇게 불태우는 것이다!! 똑똑히 눈에 새겨라!!”
“…….”
음, 아마도…그럴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외문기공을 가르치는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내가기공을 익힐 시간이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시간이 없으니까.
세 달 만에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할 수는 없다.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은 실수를 만들지. 하지만….”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기술은, 언젠가 반드시 실수로 이어진다.
그러나.
“힘은, 완벽하지 않아도 행운을 만든다.”
청유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섰다. 적우각이 먼저 근육을 꿈틀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 끝났나?”
“네놈도, 광대 짓은 이제 끝난 모양이지?”
“하하! 말해 무엇 하겠는가!”
─콰앙!
적우각은 호쾌하게 웃으며 진각을 밟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자, 시작해 볼까!!”
기운이 부딪쳤다.
전신에서 끓어오르는 투지와 격렬한 마기가 한 군데 엉켜 흘렀다.
그것은 찰나, 눈빛이 허공에서 만나 서로를 가늠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흘렀고.
다음 순간.
주먹과 주먹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