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꼬우면 네가 천마 하든가-64화 (64/200)

제64화. 머리는 뜨겁게, 가슴은 차갑게 (4)

“어, 어째서?”

묵태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투였다.

저가 이리 나와주는데, 덥썩 받아먹지는 못할망정!

그딴 생각을 하는 표정이다.

“머저리 새끼, 난 묵가의 차남이야! 이 빌어먹을 마교 전체를 뒤진다고 해도 나 이상의 검장은 많지 않다고!”

“안다.”

“그러면 어째서냐!!”

“그 수가 많지 않다 뿐, 적은 것은 아니지. 또한….”

저놈보다 실력 좋은 장인을 찾는 방법?

단순하다.

저놈이 가령 천년에 한 번 나올 천재라고 해도,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애송이.

산전수전 다 겪은 묵가의 어른들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잔인하다.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청유백에게는 다른 수단이 있는 셈이었다.

청유백은 코웃음 치며 말을 이었다.

“말마따나, 난 머저리라 잘 모르겠군. 이유가 필요한가? 내가 싫을 뿐이다.”

“…….”

제 입으로 뱉은 업보다.

묵태곤은 쉬이 반박하지 못했다.

“편협한 시선과 지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인간에게 훌륭한 실력이 있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군. 그런 모욕을 하고서,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서야….”

조금의 성의.

뭐, 점잖게 에둘러 말한다만─

뜻은 단순하다.

[돈 내놓으라는 말을 참….]

‘엄밀히 말하면 돈은 아니고, 뭐든 간에 모종의 대가가 되겠다만.’

[뭐든 간에 말이다.]

천화는 어이가 없다는 대꾸했다.

[웃기는 일이로구나. 일을 맡기는 대에 대한 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일을 맡기게 해 달라며 대가를 치르는 꼴이라니.]

‘묵가의 후계니까.’

청유백은 묵가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각 가문은 가업에 따라 서로 추구하는 것이 달랐고, 그에 따라 가장 중요히 여기는 가치 또한 다르다.

가령, 녹가의 염원은 저항이 불가능한 지고의 독을 만드는 것이다.

또, 청가의 염원은 마교의 모두가 자신을 지킬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적가의 염원은 마교의 적을 전부 척살할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전부 마교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목적이 같았지만, 그로 향하는 방법이 다른 셈이었다.

‘그리고 철장의 가문인 묵가는, 당연히 무기를 만드는 것.’

천하를 평정할,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들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저것은 이미 만들어진 검신이지 않더냐. 그런 것을 고친다 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을진대….]

‘하지만 경험은 되겠지. 그리고…결과론적으로 보자고. 알 게 뭐야? 이 검신을 누가 만들었는지.’

녹슨 검신은 방치된 세월치고는 퍽 상태가 좋은 편이었지만, 이 검을 만든 장인이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세월이 지났으므로.

게다가 검신만 남아 있으니, 손잡이와 칼등 따위를 전부 새로 만들게 될 테다.

이 말인즉─

‘일부러 알리지만 않는다면 사실이 발각될 일도 없다. 결과론적으로 말이지.’

[으음….]

물론 묵태곤이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청유백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정정당당하게 그저 이 검에 흥미가 있어 배움의 도전으로써 검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련은 청유백이 보기에도 절세의 명품이었으니, 아무리 묵가의 차남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러한 것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테다.

하지만 어느 쪽이면 어떤가?

묵태곤이 지금 이 검을 원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갑을관계는 명확하게 변했다.

‘언제나 목마른 놈이 아쉬운 법이지.’

청유백의 옅은 미소를 본 묵태곤은 씹어버리듯 내뱉었다.

“좋다. …뭘 원하지?”

“말이 통하는군.”

무공의 증진보다도 단야의 비법을 알아내는 데에 영혼을 팔 놈들.

그것이 묵가다.

청유백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종자들이었다만, 무릇 장인의 생리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청유백은 묵태곤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

“뭐? 그건… 아니, 하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황당해하는 묵태곤의 입을 막으며, 청유백은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쉿, 결국 만약의 일이지 않나? 어차피 네 말대로라면 이뤄질 일 없을 테고 말이야.”

계약을 할 때 ‘만약의 상황’이라며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치부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반대 입장에서는 아니다.

에이 호… 아니, 고객님.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어요?

하면서 구슬려주는 게 거래의 시작 아니겠는가.

[사기 아니고?]

‘예쁜 말 쓰자고.’

묵태곤은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가슴을 탕탕 치며 호언장담했다.

“하, 그래. 그리 해주지! 네놈이 대체 뭘 믿고 그리 말하는지는 모르나, 좋다! 이 묵태곤이, 묵가의 이름을 걸고 네 요구를 받아들이겠다!”

“훌륭하군.”

[불쌍한 아이….]

청유백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홍련검을 검집째로 묵태곤에게 건네었다.

사기당했다는 것을 알는지는 모르겠다만, 무슨 상관인가?

‘본인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왜 사기냐?’

쌍방 합의된 합리적인 거래지.

[…….]

아무튼, 묵태곤은 경탄 어린 얼굴로 홍련검을 감싸며 몸을 떨었다.

“…그럼 난 이만 가겠다! 한 달, 아니! 보름만 기다려라. 더없이 완벽한 것을 만들어 줄 테니!”

─쾅!

그리곤 제멋대로 나가 버렸다.

황돈에게 뭔가 따질 것이 있었던 것 같다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듯 보였다.

황돈은 한바탕 몰아친 폭풍에 식은땀을 닦아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 용건은 끝나신 것이오?”

“나야 뭐. 그런데, 네놈은 아이들은 어디다 두고 여기 있나?”

“내가 뭘 가르칠 수 있겠소. 그렇다고 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이번 시험은 손 놓고 있을 요량이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지난번 복마동에서 보았던 저놈의 단검술 솜씨를 보면, 황가의 창술이라고 하여 빼어나지는 않겠지.

‘뭐, 제 할 일만 잘하면 상관없지.’

상인에게 무술이란 호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황돈을 찾아온 이유는 어느덧 폭풍같이 해결되어 버렸고, 더 이상 담소를 나눌 여유도 없다.

청유백은 곧장 금성각을 떠났다.

* * *

청유백이 숙소의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미묘한 냄새가 청유백의 코끝을 찔러왔다.

천화가 먼저 기운차게 반응했다.

[맛있는 냄새로구나!]

‘그리고… 익숙한걸.’

냄새의 근원은, 보나 마나 숙소인 듯한데… 어딘가 묘하게 익숙하다.

마치 청유백이 몇 번이고 먹어온 음식인 것만 같았다.

‘고기… 그중에서도 돼지 탕추?’

청유백은 코를 킁킁이며 묘하게 익숙한 이 냄새의 원인을 짐작했다.

‘청가에서 사람이라도 보냈나?’

[글쎄다, 가능성은 있겠지. 혹시 모르기는 하나, 시험에 가문의 힘을 빌리지 말란 규칙은 없으니….]

청유백은 조금은 기대를 품으며 발걸음의 속도를 빨리했다.

가까이 갈수록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숟가락과 그릇의 마찰음임을 깨달은 것은, 그 정경을 눈에 담은 이후였다.

그곳에는─

“무서워하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그, 도련님 것도 아직 남아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녀님!”

“선녀님! 선녀님!”

뭔지도 모를 신격화를 당하며, 곤란하게 손길을 뿌리치는 소혜가 있었다.

그리고 얼씨구, 저건 또 뭐야.

‘살 만한가 보군.’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세 놈이 일어나서 걸신들린 듯 그릇을 비우고 있지 않은가.

[누가 보면 굶긴 줄 알겠구나.]

‘미음은 꼬박꼬박 먹여줬다만….’

청유백은 기척을 죽이고 뒤에서부터 다가갔다.

발소리 따위는 나지 않는다.

청유백을 발견한 소혜가 눈을 크게 뜨며 손을 흔들어 보이려 했지만, 소혜의 숭배에 겨운 놈들은 정작 소혜의 행동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결국 지척에 이르러서는.

─턱.

세 놈 중 두 놈의 어깨를 붙잡으며,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즐거워 보이는군.”

“히익! 컥, 콜록, 콜록, 켁!!”

세 놈 다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뭘 했다고 그리 귀신 본 듯 놀라는지.

“누가 쟤 등 좀 쳐 줘라. 죽겠구나.”

다른 아이들에게 놈들의 수습을 맡기고, 청유백은 고개를 내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숭배하던 놈들에게 해방되어 가쁜 숨을 내쉬는 소혜가 어느덧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휴….”

“소혜야, 여긴 어쩐 일이냐?”

“굶고 다니시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왔죠. 저 아니면 누가 도련님을 챙겨 드리겠어요?”

저가 그리도 안쓰럽게 보였나.

‘고맙긴 하다…만.’

솔직히, 불필요한 걱정이다.

황돈이 숙소와 함께 넘긴 식량들이 곳간에 그득한 데다가, 고기가 필요하면 산에서라도 잡아 오면 된다.

‘…쓸데없는 일이라 말할 수도 없고.’

괜한 수고라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수고가 아니던가.

청유백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의 개차반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 우리 아가!! 마음씨 예쁜 것 좀 보게나! 마교 사람들!! 얘가…!!]

‘천자마시여….’

천화가, 귓가가 울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며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몸을 날려 소혜를 쓰다듬으려 하는 움직임을 억지로 봉쇄하며, 청유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구나.”

소혜는 방긋 웃으며 청유백에게 가져온 식사를 전달하고는, 머지않아 청가로 돌아갔다.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덧붙임과 함께였다.

소혜가 청유백의 시비라고는 하지만, 결국 청가의 사용인이다.

바쁜 와중에도 제 탓에 시간을 낸 것이리라.

[우리 새끼, 어쩜 저리….]

아무튼, 주책이 끊이지를 않는 천화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청유백은 조금이나마 진정된 세 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릇을 보니, 아직 반절 이상이 남아 있었다.

하기사, 고기가 아직 따뜻한 것으로 보아 소혜가 온 것도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청유백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세 놈 중 칠 하나가 먼저 나서서는 허리를 꺾었다.

“죄, 죄송합니다. 허락받지 못한 음식을….”

“됐으니 마저 들어라.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다.”

“…….”

“먹으라고.”

“네, 넵!”

먹으라고 친히 말해줘도 머뭇거리는 놈들이었다.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는 시늉만 하다가, 청유백이 주먹을 뚜둑이고 나서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나서야─

놈들은 그제서야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청유백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어지간히도 지난 사흘이 고통스러웠던 모양인지,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반항기는 어디로 갔는지 싹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순둥순둥한 강아지 세 마리가 벌벌 떨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제부터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번견으로 키워낼 테지만 말이다.

“최후의 만찬은 즐거웠나?”

“이, 이제 죽는 겁니까?”

“너희 하는 거 봐서.”

* * *

청유백은 칠 하나, 다섯, 일곱 세 놈을 전부 마당으로 끌고 나왔다.

역시 온전히 괜찮은 것은 아닌지 움직일 때마다 곡소리를 흘렸다.

감춘다고 감춰봤자, 정말로 뼈를 아리는 고통은 참을 수 없는 법이니까.

다른 일곱은 필요 없다.

가르칠 생각도 없고, 가르치는 것이 의미도 없을 테니까.

청유백은 여기까지 와 바로 서는 것만으로도 숨을 헐떡이는 놈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난 너희 셋만 가르친다. 호칭은 ‘대협’, 복창은 ‘예’로 간결하게 한 번. 알겠나?”

“예!!”

“좋아.”

질문은 없다.

그저 명령하고, 복종한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것을 딱 세 달만 반복하면, 청유백은 이놈들을 최소한 마사급에 발을 걸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고통을 이겨낸 인간은 강해지기 마련이지.’

[공포로 인해 발원된 것이어도?]

‘그게 뭐 어때서?’

결과는 무엇보다도 훌륭하게 나타나는데 말이다.

청유백은 코웃음 치며 천화의 말을 넘겨 버리고는 세 놈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부르기 번거롭군. 이름을 다시 지을 필요가 있겠어.”

매번 칠 하나, 칠 다섯! 이딴 식으로 부르기는 힘든 노릇이다.

‘좀… 간단한 걸로.’

아무리 그래도 일호 이호 삼호는 좀 너무한 감이 있는 것 같고.

음, 좋다.

대략 눈 두 번 깜빡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청유백은 적절한 것을 떠올리고는 먼저 칠 하나를 가리켰다.

척.

“너는 일귀.”

그리고는 다섯.

척.

“너는 이찬.”

그리고 또 일곱.

척.

“너는 삼아다.”

청유백은 대충 부르기 편한 이름을 적당히 붙여주고는, 확인이라도 하듯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앞머리를 콧등까지 길러 앞은 보이는지 의심되는 일귀.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사나운 인상의 눈동자 속에 적개심을 불태우는 이찬.

그리고 홍일점인, 여전히 두려움에 떠는 것이 눈에 보임에도 극복하고 서 있는 삼아.

이제부터 그것이 새로운 이름이 될 것이다.

뭐가 되었든, 칠 하나 따위의 이름보다는 나으리라.

게다가, 뭐.

설마 하늘 같은 스승이 지어 준 이름에 불만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표정을 슥 둘러보곤 전부 괜찮은 것을 확인한 청유백은 속으로 뿌듯하게 웃었다.

‘불만은 없는 모양이군. 역시 완벽한 작명이야. 내 재능이 두려워.’

[그러게 말이다. 두렵도다….]

천화는 또 뭐가 문제인지 비꼬듯 말했지만, 청유백은 썩 만족스러웠다.

일귀, 이찬, 삼아.

‘괜찮구만 뭘.’

자신의 ‘천재적인’(몹시 주관적인 평가지만) 작명 감각에 경탄하며, 청유백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마지막 규칙을 말하지 않을 뻔했군.”

무릇, 공포는 중요하다.

하지만, 계속 그것에만 눌려 있다 보면 멀쩡한 것도 이상이 생기는 법이다.

언제나,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든 희망은 있어야 하기 마련이고─

빠져날 구멍 또한, 존재해야 할 터.

청유백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날 죽이고 싶다면 언제든 도전해도 좋다. 미리 말해두지만, 뒤끝은 없으니 안심하도록.”

“……?”

누구도 입을 열어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나는 생각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이번에는 의도한 것이었으니, 청유백은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시간, 방법, 인원, 뭐든 불문하겠다. 잘 때 기습해도 좋고, 독을 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협공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다.”

물론, 통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날 죽이기는커녕, 한 대라도 유효한 공격을 성공시킨다면 전부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지.”

실제로 죽여봤자, 그 약속이 이행될지 되지 않을지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부분적인 성공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할 테다.

“그뿐이랴? 묵가 놈에게 말해 현철을 섞어 만든 최고의 무기를 하나씩 들려주겠다.”

“…….”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텐데도,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기는커녕, 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는 표정이다.

‘급할 건 없지.’

뭐, 기회는 열려 있다.

잡지 못한 놈이 잘못이지.

청유백은 백월검을 끌러 아이들의 앞에 던져 보였다.

턱, 둔탁한 충격음이 조용히 울렸다.

대놓고 이제는 무기도 없으니 도전해 보라는 신호.

청유백은 씨익,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뚜둑였다.

“자, 누구부터 죽여 볼래?”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