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귀무곡의 검묘 (1)
청유백은 음산한 골짜기의 바닥을 터벅터벅 걸었다.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 메아리치는 소리가 다시금 고막을 때려왔고, 당장에 그림자 너머에서 무언가가 습격해 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다른 놈들은 보이지 않는군.’
귀무곡에 들어가는 순서는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이각에 한 명씩이었다.
청유백은 만면귀를 상대하느라 쓴 체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고자 백소하에게 순서를 양보했고, 마지막으로 이 귀무곡에 발을 들였다.
이 귀무곡이 아무리 넓다 한들 가장 먼저 들어간 놈을 보자면 거진 반나절 전.
하기사,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이미 무기를 고르고 빠져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다.
함정이나 매복을 걱정하는 청유백과는 다르게, 천화는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으음, 그 골짜기가 이 정도로 변모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네가 언제 사람인지도 기억 안 나신다면서, 풍경은 기억이 나냐?’
[애매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본녀도 드문드문, 아는 것 모르는 것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단 말이다.]
천화는 짜증스레 말을 이었다.
[네놈의 구마지체 탓에 본녀가 기억을 잃었으니 피해자는 분명 본녀일진대, 왜 네놈이 성을 내느냐?]
거참, 편리하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청유백은 쓸데없는 말싸움의 시작을 무시하며 검묘를 향해 걸었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구나. 사기(邪氣)도… 점점 강해진다.]
‘확실히. 하지만 불편하진 않아.’
귀무곡 안쪽, 들어가기만 해도 사람이 미쳐서 나온다는 장소.
갈수록 안개가 심해져 발끝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답답함은 없었다.
마공의 수련이 심후해질수록 사기에 익숙해져 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청유백은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그 여느 때보다도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이들에게는 한 순간 한 순간이 고통이고, 숨을 쉴 때마다 소름 끼치는 감각이 피부를 내달리는 사기의 감각.
청유백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따뜻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기묘하군. 편리하다고 해야 할지.’
선천진기를 마기로 물들인 성과가 이러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독기든, 사기든 간에 마기는 그것을 포용할 수 있다.
본디 선기(仙氣)인 선천진기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렇게 일각쯤 걷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때로 벽에는 금줄과 부적이 둘러쳐져 무언가 범상치 않은 장소임을 표표히 드러내고 있는 장소.
아무런 장식 없이 투박한, 거진 3장 높이 정도는 되어 보이는 석총(石塚)의 입구가 눈에 띄었다.
“이곳이 검묘다.”
주변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없었다.
이미 전부 빠져나갔거나, 아직 도달하지 못했거나.
아마, 전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터벅, 터벅.
공허한 발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렸다. 안개로 가득 찬 바깥의 습기와는 다르게, 안쪽으로 갈수록 건조해지고 서늘한 기운이 강해졌다.
[과연, 귀한 보배들을 멍청하게 방치할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다는 겐가?]
‘이곳을 관리하는 것은 묵가다. 저 땅에 박혀 있는 것도 다 연출일걸.’
묵가는 육대가 중에서도 병기의 관리와 시설 전반의 유지보수를 맡는다.
이 검묘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곳에 대한 관리와 경비는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헌데 검(劍)묘라면서? 저기 창도 있고 도도 있는데, 왜 검묘더냐? 얼씨구, 저건 뭐야. 도끼?]
‘몰라. 네 후손부터 내 조상까지 연무장으로 집합시켜서 물어보든가.’
천화의 대에는 검묘가 없었던 것인지 흥미로운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은, 그에 관한 기억도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의문이 떠오른 청유백은 대뜸 물어보았다.
‘넌 뭘 썼는데?’
[본녀는 철선(鐵煽)을 썼었지. 철부채 말이다. 본녀의 것도 있으려나?]
‘글쎄다….’
철선?
아무리 생각해도 미궁이다.
청유백은 천화라는 이름의 선대 교주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도 없었다.
여인인 천마가 있었다는 것부터가 금시초문인데, 흔치도 않은 철선의 고수라.
[네가 그리 고민해봐야 무어 나오겠느냐? 장본인인 본녀도 기억나지 않는 것을.]
청유백은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짓눌렀다.
철선이라는 무기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아예 없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저 머나먼 북해빙궁의 비전절기가 철선으로 행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있고 말이다.
‘…쯧.’
청유백은 일단 이 고민은 넣어 두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에 무언가 도움도 되지 않을 일이다.
미심쩍은 부분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당장 그것을 모른다고 하여 큰 피해가 생기지도 않을 것이었다.
청유백은 계속해서 공동을 거닐며 무기들을 지나쳐갔다.
중앙에는 보검과 보도들이,
벽에는 암기나 장갑, 갑주 따위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이한 무기들─철로 만든 붓이라든가 만년한철로 만든 벼루라든가 하는 물건들─도 빠지지 않고 관리되어 있는 모습.
급기야는 ‘누구누구가 썼던 돌멩이’라면서 신줏단지 모신 듯한 돌멩이가 제단 위에 올려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유백은 그 모든 것들에 눈길도 주지 않으며 계속 지나쳤다.
천화가 물었다.
[헌데, 그러는 너는 무엇을 쓰길래 저것들을 다 무시하고 가느냐? 너는 검을 쓰지 않았더냐?]
‘검 맞다. 눈에 차는 것이 없었을 뿐.’
[흐음, 가끔은 천마신공의 유연성이 원망스럽단 말이지. 본녀가 네게 가르칠 것이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을. 네가 검을 썼어도 너한테 가르침받는 미래는 없었을 테니 걱정 마라.’
천마신공(天魔神功)은 마교 교주, 즉 천마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대외비의 무공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무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의 기묘함이 있다.
외공, 기공, 보법.
보통의 무공이라고 함은 이 세 가지를 묶어 이르는 것일 테지만, 천마신공은 그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마신공은 일종의 요령이었다.
기를 다루고, 그것으로 줄을 꼬아, 사람이 하늘에 이르게 만들기까지의 요령.
어떠한 방법으로 성장해야 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인외(人外)의 경지에 오르는지의 과정.
그것이 바로 천마신공이었다.
그렇기에 천마들이 쓰는 무기도 제각기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천화는 부루퉁한 채 대답했다.
[…본녀도 육도홍련신공(六道紅蓮神功)에 대해서는 다소의 소양이 있다. 그것은 오래된 무공이니 말이다. 본녀의 대에도 있었지.]
‘이미 극성까지 달성했던 무공이다. 왈가왈부 들을 여지도 없어. 애초에 그것에 소양이 있다면 내가 왜 지나치는지도 알 수 있지 않나?’
육도홍련신공.
그것이 바로 과거 패도천마 천류하가 익혔던 본래의 무공이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여섯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 들어 사용한다는 것.
천화는 그제야 깨달았는지 손뼉 치며 목청을 높였다.
[아하, 알겠다. 네놈 지금 어떻게 해야 여섯 자루를 가지고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구나.]
이곳에 있는 무기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보검들이다.
살아 있는 최고의 대장장이에게 최고의 재료를 쥐여 주고, 최고의 환경을 마련해준다 하더라도 이곳에 있는 것들 중 하급 수준의 물건이 나오는 것이 전부이리라.
그렇기에 당연히 이곳에서 육도홍련공에 사용할 검을 전부 가져가면 좋겠지만….
[하지만 힘들 텐데. 알고 있지 않으냐? 여섯 자루는 무리라고.]
‘…그렇겠지.’
들고 나가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만면귀는 ‘하나만 가져오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했다.
[‘귀무곡을 나갈 때에는 무기의 주인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라니, 척 봐도 무언가 준비해 놓았겠지. 그렇지 않으냐?]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여러 개 가져와도 좋지만─ 뒷감당은 너희가 알아서 해라.
분명히 그러한 뜻을 내포하고 있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마교, 그리고 가주들이라는 작자들은 아무 의미 없이 선의를 퍼다 줄 사람 좋은 인물들이 아니니 말이다.
청유백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육도홍련신공은 내공의 소모가 크지. 네 내공으로는 글쎄, 아마… 지금도 겨우 두 개인가?]
‘두 개로도 고작 반각 정도겠지.’
청유백의 내공, 마기 사십 년 치.
그것으로도 고작 검 두 개를 반각 운용하는 게 한계였다.
괜히 청궁우를 팰 때 검을 안 쓴 것이 아니다.
육도홍련신공은 연비가 결코 좋다 말할 수 없는 무공이었다.
‘검의 주인임을 입증하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결코 모르지만, 여섯 자루를 다루는 것은 지금의 청유백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많아 봐야 둘, 아니면 하나.
‘이렇게 되면, 이왕 찾는 거 최고의 하나를 찾아야겠지.’
[본녀가 보기엔 최고는 이미 지나친 것 같다만.]
무기에 관한 견식은 천화와 청유백의 수준이 크게 상이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보는 눈은 자연히 높아지게 되므로.
기실, 지나친 검 중에 나쁘지 않은 것이 있기는 했다.
한눈에 ‘이것보다 나은 게 없겠다’ 싶은 물건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아까 지나친, 강대한 마기를 머금은 푸른 검.
‘이름이… 주천(周天)이었던가.’
천(天)자를 사용한 것을 보니 그 또한 어느 교주의 검이었을 테다.
그것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하고 휘두를 수 있는 정도의 명검이리라.
[그래, 어차피 그 이상도 없다. 저기 동굴 끝도 보이니, 이만 돌아가자꾸나.]
‘그래, 그 정도면 뭐….’
하지만 그 순간, 청유백의 시야에 하나의 검이 비쳐 들어왔다.
‘…저건?’
공동의 끝에 방치되듯 비스듬히 꽂혀 있는 백색의 검.
청유백은 홀린 듯이 그 검에 다가가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다른 것들은 매일매일 관리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오랜 세월 방치된 듯 먼지가 가득히 쌓여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환경이 좋아 그리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듯 보였지만, 청유백이 이 검에 눈길이 끌린 것은 다분히 더럽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청유백은 이 검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리 없다고 해야 더 정확할 정도로 잘 안다.
‘무신, 진서령.’
일흔여섯 번이나 저 검의 꼴을 보아야만 했으니 어쩌면 자신의 검 다음으로 익숙한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청유백은 홀린 듯 검신에 새겨진 두 개의 글자를 읽어 내렸다.
“백월(白月)….”
청유백은 비스듬히 꽂힌 이 검의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깊은 검흔이 남아 있는 것이, 이 검과 교차하여 꽂혀 있었던 검이 하나 더 있던 모양이었다.
흔적이 무너지지 않은 것을 보니, 최근에 빼 간 것이고.
‘진천(震天). 내 검을 가져간 건가.’
무신과의 전투에서 여섯의 검 중 다섯 개는 부러져 없어졌고, 남은 것은 단 하나.
그것이 바로 진천검이었다.
청유백은 짐작했다.
이 백월과 함께 꽂혀 있을 만한 것, 그리고 이미 먼저 온 놈들 중 누군가가 뽑아갈 만한 것이라면 자신의 검인 진천검밖에 없었으리라.
그것이 남아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골랐겠으나, 아니라면.
“이것도 나쁘지 않지.”
청유백은 힘을 주어 백월검을 뽑아 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기분 좋은 금속음과 함께 손쉽게 뽑혀 나왔다.
하지만, 천화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그건 아니지. 미쳤느냐? 차라리 목검을 들고 휘두르는 게 열 배는 강할 게다.]
그녀가 그것을 보았음에도 굳이 백월이 아닌 주천을 택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상성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무릇 무기에는 사용인의 혼이 깃들고, 기운이 깃들지. 그 검은 대놓고 선기로 가득하지 않으냐. 네놈이 그걸 들면 고작 일 촌의 검기도 뽑아내지 못할 게 분명하다.]
‘알아.’
[안다고? 알면서 그걸 고르느냐? 검의 주인임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백월검은 신검이라 부르기에 모자람 없는 완성도를 지녔지만, 그 안에 가득 찬 것은 무신의 선기다.
마공을 사용하는 자가 쥐고 휘두르면 결코 그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검에 깃든 선기는 마기에 반발하여 저항할 테고, 그리되면 이 검은 그저 날카로울 뿐인 쇠몽둥이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검과 검수의 상성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유백의 생각은 달랐다.
‘기운은 고치면 그만이다.’
기운이야 어떻게든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어떻게든 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저 ‘검’으로서의 완성도만 본다면 이 백월을 넘어서는 검은 중원 천하를 통틀어도 좀처럼 없겠지.’
무어라 지껄여도 결국 무신의 검 아닌가.
[그게 쉽게… 어휴, 네놈 맘대로 하거라. 본녀는 끌어들이지 말고.]
‘무슨 소리냐. 네가 있어야 되는 건데.’
[네 멋대로 골라놓고 도움을 바라느냐! 배은망덕한 놈아!]
‘받은 은덕이 있어야 배은도 하지. 은덕 비슷한 것도 받은 적 없으니까, 이번 기회에 은덕 좀 쌓아라.’
[아, 아, 혈압이, 아….]
검에 깃든 기운을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전성기의 패도천마였더라도 혼자라면 애 좀 먹을 일일 터.
하지만, 그 수준의 사람이 두 명이 있다면 안 될 것이 또 무엇이랴.
생각해 보면 한쪽은 사람이 아니라 혼령이긴 한데, 뭐 어쨌든.
청유백은 곧장 검묘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다.
‘적당히… 이거면 되겠군.’
검묘 안에 따로 무기들을 보관할 만한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가지고 나올 때를 위한 배려일까. 바깥에는 적당한 모포나 끈, 거죽 따위가 쌓여 있었다.
‘상당히 낡기는 했다만.’
입구에 쌓여 있는 모포 중 하나로 검신을 감싸 묶었다.
다 고만고만하기도 하고, 검집이야 새로 만들면 그만이니 굳이 좋은 것을 찾을 이유가 없다.
청유백은 대충 둘러 보관한 검을 등에 짊어지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지금 바로 갈 게냐?]
‘딱히 할 일도 없지 않나.’
청유백이 품에서 꺼낸 것은 붉은색의 화약포였다.
땅에 묻고 쓰는 종류의 신호탄.
검묘에서 무기를 고르고 적당한 위치에서 터뜨리면, 준비된 인원이 너희를 데리고 갈 것이라며 만면귀가 쥐여 준 것이었다.
청유백은 지체 없이 화약포를 묻고는 불을 댕겼다.
그러자 화약포에서 옅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것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작은 폭발을 만들어냈다.
[사람이 오는군. 둘인가?]
천화의 말대로 안개 너머에서 옅은 인영이 다가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저들이 안내자라는 것은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이건.’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묘한 공기가 청유백의 코로 흡입되는 것이 먼저였다.
그것을 흡입하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명료해짐과 동시에 온몸의 피로감이 한순간에 없어졌다.
천화는 한순간에 그것의 종류를 간파해 내었다.
[…수면향이다. 아주 짙은 독안개야. 운무를 뿌리는 수법도 훌륭하군. 고작 아이들의 경험으로는 막지 못하겠지.]
청유백이 아니었더라면 한 호흡 들이키는 것만으로 열 발자국을 떼지 못하고 잠들 정도로 강력한 약.
[침입자일도 모른다. 조심해라.]
청유백도 처음에는 그 가능성을 상정했다.
이 검묘, 하물며 천마지회가 시행 중인 이 장소에 침입할 간덩이 큰 놈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같은 육대가의 사주라면 못할 것도 없는 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도 잠시.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이럴 줄 알았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