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꼬우면 네가 천마 하든가-25화 (25/200)

제25화. 누가 결정했느냐 물었다 (5)

청유백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백발이 성성한 중년의 사내가 청유백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귀하는?”

“인사가 늦었소. 녹가의 말석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녹운표라 하오.”

과연. 평 총관이 발 빠르게 준비한 사람인가.

독에 관한 증언을 하기 위해 불렀을 테지만, 그것이 꼬투리를 잡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녹가의 사람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만.”

“평 총관님의 요청으로 왔소. 독이 관련되었다면, 단연 저희 녹가가 움직여야 하는 일 아니겠소?”

“…….”

마교 육대가는 서로 다른 세력으로서 서로를 견제하고 힘의 균형을 맞추었지만, 결국은 마교라는 큰 틀을 위하여 움직인다.

힘의 분권이 확실하게 이루어져 있는 만큼, 유사시에 서로를 돕는 것 또한 당연한 일.

청가의 사람이 녹가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 그리 수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 당사자는,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제정신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뭐, 무슨 일이신지 건강이 별로 좋지 않으신 것 같지만 말이오.”

“자문으로서 이곳에 왔다면 질문에만 대답하면 될 일. 끼어드는 것은 과한 개입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아니오. 무얼. 그저 서로 언성만 높이고 계시기에 설명을 조금 해 드리려 했을 뿐이오. 가주께서 허락해 주신다면야, 제가 입을 조금 더 놀릴 수 있을 것 같소만.”

녹운표와 청유백이 동시에 청걸명을 돌아보았다.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는지, 청걸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뜻대로 하게나.”

“데려오라.”

녹운표가 곁을 지키는 무사에게 지시하자, 그는 바깥으로 나가더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어린 여자아이 하나를 끌고 들어왔다.

온몸이 붉고 푸른 멍과 타박상으로, 걷는 것조차 성치 않아 보였다.

눈가는 방금까지로 흐느끼고 있었는지 붉게 충혈되어 안쓰러움마저 느껴졌다.

끌려온 아이, 소혜는 불안한 듯 주변을 돌아보더니 청유백과 눈이 마주쳤다.

“……!”

“……!!”

“…….”

하지만 입을 뻐금거리며 무어라 공허한 탄식을 내뱉을 뿐, 의미 있는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청유백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혈(阿穴)을 점했는가.’

아예 처음부터 무어라 항변할 가능성 자체를 없앤 것이다.

소혜는 지금도 공허한 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유의미하게 무언가 전달이 되는 것은 없었다.

영리한 방법이지만, 글쎄.

‘짜증 나는군….’

청유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이 고통 때문이었는지, 혹은 제 사람에 대한 취급 때문이었는지는 모를 일인 채로 녹운표의 말을 이어 들어야만 했다.

“이년이 범인이었소. 감히 금 대인이 보내신 선물에 과감히도 독을 타고, 평 부인을 독살하려 한 범인 말이오.”

‘금 대인?’

청유백은 모르는 인물이었다.

소혜에게 들었던 것은 청가의 가계에 대한 것뿐이지, 그 외의 사람들은 만나보지 않은 이상에야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대충 장로들의 눈치를 보아하니 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장로 하나가 마치 처음 듣는다는 듯이 기함했다. 평 부인의 옆에 앉은 장로였다.

“허어! 금 대인의 선물에 말입니까! 어찌 그런!”

“금 대인께서 평 부인께 보내신 차가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 그 명성이 자자하던데. 가문의 시비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순간도 알 수 있을 터요.”

“확실히, 그렇다면 미리 독을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요.”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딱딱 짜여진 대화였다.

저 장로 놈과 평 부인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아서는, 과연 이것 또한 미리 준비된 상황인 듯 보였다.

“더 이상의 정황이나 증거가 필요하시오? 원하신다면, 이년이 평 부인의 방에 출입한 것을 본 하인들까지 불러올 수 있소만.”

필요 없다.

녹운표도, 저 장로도, 불러서 올 하인이란 놈도 전부 평 부인의 편일 테다.

청유백은 소혜를 지목하며 물었다.

“…허면, 저 아이가 그 선물을 전달하는 동안 독을 탄 것이다?”

“그리되겠지요. 금 대인께서 평 부인께 독을 보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어찌 생각하십니까, 부인?”

“당연한 일이죠. 그분과의 친분이 얼마나 오래되었는데요.”

“헌데 이 아이가 자의로 그것을 했을 리는 없고… 누군가 시킨 것일 텐데. 공자께서는 이 일과 관련이 없으시다 하셨습니까?”

평 부인과 녹운표는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저를 몰아갔고, 장내의 분위기는 자연히 평 부인 측의 주장에 말려들어 갔다.

그들의 주장이 억지인지 진실인지는 모를 일이나, 최소한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

그래. 대충은 알겠다.

아주 정성스럽게 저를 엿 먹이려 이만한

청유백, 저 자신이 ‘나는 모르는 일이요’라며 일관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하고 짠 판이다.

대충 이전의 ‘청유백’의 성정을 주워섬긴 것을 돌이켜 보면, 무고할 것이 뻔한 저 아이를 그저 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건방지군.’

제 목숨이냐, 혹은 무고한 소녀냐의 양자택일?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불가피한 선택에 몰려 한 가지만을 골라야 하는 것은, 약자에게나 국한된 이야기다.

물론 저가 약자인 상황이라면,

제 목숨을 선택하지 않으면 죽는 상황이라면 고민 없이 소혜를 버릴 것이다.

하지만 글쎄.

그것이 최소한, 지금은 아니었다.

천마의 물건을 건드린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저들은 모른다.

청유백이 고를 것은, 당연하게도 ‘둘 다’였다. 고민이나 고난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원숭이 앞에 과일 두 개가 놓인 꼴과 같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취하는 것이다.

“좋아요. 다 좋습니다. 제가 시켰고, 저 아이가 실행했다. 인정한다고 치죠.”

“죄를 인정하는 것이냐?”

평 부인이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지만,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청유백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글쎄요…. 장로님들, 그리고 아버지. 저는 작은 의문이 드는군요.”

“무슨?”

장로들은 청유백의 말에 이목을 집중했다.

이미 외통수인 이런 상황에서 해명도, 변론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소혜의 무죄를 입증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방금에서야 이 일의 진상을 알았으니, 그에 관한 증거도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증거는 만들면 되고, 시간을 벌면 그뿐.’

청유백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대체, 대(大) 청가가 언제부터 비열한 녹가 나부랭이의 혀놀림을 이리도 쉬이 믿었는지 말입니다.”

“뭐, 뭐라!”

그 말에는 방금까지 평 부인의 편을 들던 장로도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청가의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는 과하게 큰 연무장에서 언뜻 드러나지만, 청가는 그 실속이 어떻든 자존심과 명예욕이 크나큰 족속이었다.

장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발끈했으나, 정작 청걸명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기에 나서는 이는 없었다.

청가를 대표하는 이가 가만히 있으니, 저들이 나서서 무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의를 제기한 것은 도리어 녹운표 측이었다.

“허허, 공자.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오?”

“당연하지요. 평씨 놈과 한통속일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럼 어찌해야 믿겠소? 원한다면 본인 말고, 다른 녹가의 사람을 불러다 줄 수도 있소.”

옆에서 ‘평씨 놈이라니, 무엄한!’ 따위의 말이 들려왔지만, 신경 쓸 가치도 없다.

청유백은 조용히 웃음 지었다.

‘분명 그리 말했겠다.’

다른 사람도 불러 줄 수 있다고?

“그 말, 책임질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바쁘신 분만 아니라면 말이오.”

“허면, 불러 주실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우연찮게도, 저도 알고 있는 녹가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어찌해야 믿겠냐고?

어찌해도 못 믿는다.

그저, 닥치고 제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테니까.

* * *

일각이 채 지나지 않아 청천각의 문이 다시금 열리고, 녹색 뱀이 수놓아진 옷을 입은 여인이 들어왔다.

연갈색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땋아 올리고, 어딘가 드센 기가 엿보이는 당찬 소녀.

“녹가의 여식, 녹운룡의 딸 녹지연이 청가주를 뵙습니다.”

청유백이 부른 그녀가 청걸명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굽혔던 허리를 다시 펴며 고개를 드는 순간, 청유백과 눈이 마주쳤다.

‘청유백…!’

녹지연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그렇게 제멋대로 떠나 놓고서는 제 편할 때만 이리 불러낸단 말인가.

무어라 설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으나, 청유백은 그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녹운표와 대화를 이어갔다.

“공자는 본가의 장녀와 친분이 있으시오?”

“아뇨, 실력이 출중하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개인적인 면식은 없습니다.”

‘뭐라고?’

녹지연은 청유백의 말에 잠깐 움찔했지만, 분위기를 읽는 능력은 누구보다 출중하다 자신했다.

자신이 나서서는 안 되는 자리라는 것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걸명은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는지 질문했다.

“허면, 어찌하여 그 아이의 말은 믿을 수 있다 확신하는 것이냐?”

“확신하지 않습니다.”

“확신하지 않는다고?”

“다른 가능성을 보았을 뿐입니다. 아무리 평 총관이라 하더라도, 녹가의 모든 사람과 결탁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녹운평은 불쾌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것을 의심하고 계셨소? 그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진실을 대답할 뿐이었소만.”

“저야 모르는 일이지요.”

알게 뭔가.

말로야 못 할 말이 없다. 진실이 무어 중요한가? 세 사람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말로서 표현하는 진실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청유백의 뜻이 전해졌는지, 녹운평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허허, 진실이 변하지는 않을 터인데. 좋소. 대신, 저 아이에게 물었을 때에 같은 답이 나온다면, 두말은 나오지 않으면 좋겠구려.”

“여부가 있겠습니까.”

청유백은 녹운평에게 찻잎이 들어 있는 향낭을 받아 녹지연에게 돌아섰다.

녹지연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청유백이 무엇을 하나 지켜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지난번의 일로 그가 결코 보통의 인간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내게 보인 만독불침. 그게 진짜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빚을 지운다면 어떻게든 쓸모가 있겠지.’

청유백이 향낭을 펼쳐 그 찻잎의 향을 맡고, 녹지연에게 그것을 건네어 주려는 순간.

청유백은 녹지연의 손 앞에서 그것을 갑작스레 빼내었다.

녹지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쥐었다가, 당연하게도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짓이죠?”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어서.”

그리 말한 청유백은 뒤를, 청천각의 문을 향해 일갈했다.

“가져오거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청천각의 문이 열리더니, 하인 한 명이 들어와 무언가를 청유백의 손에 올려 주었다.

폭은 5촌 정도에, 넓이는 3촌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그릇.

안에는 찰랑일 정도로 물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게 무엇이오?”

“은그릇입니다. 보시다시피, 물을 담은 은그릇이지요.”

청유백의 대답에 녹운평은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건 보면 아오. 내 말은, 그것으로 뭘 할 생각이냐는 것이오.”

은으로 감별할 수 없는 독은 얼마든지 있다.

한데, 은그릇 따위를 가져와서 무엇을 할 생각이냐. 그리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청유백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독에 대해 비교적 무지한 청가의 사람들조차도 그 정도는 숙지하고 있을 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은그릇은 그저 그럴싸한 눈속임일 뿐이니까.

“보고 계시지요.”

청유백은 향낭에서 찻잎을 조금 꺼내어 물에 띄웠다.

본래 차를 우린다면 그에 걸맞은 다기와 잔이 준비되어야 할 테지만, 이것만으로도 찻잎을 대충 녹여낼 수는 있을 테다.

‘물론, 맛과 관련 없이, 독이 들어 있다면 찬물이어도 괜찮겠지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다.

이 거지같은 ‘쓰레기 공자’라는 칭호도 슬슬 떼어 버릴 때가 왔다.

청유백은 가급적이면 화려하게 일을 벌이고자 했다.

다음 순간 은그릇에 벌어진 변화에, 장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떡 벌리며 경탄했다.

“허어, 저것은!”

“마, 말도 안 돼!”

청유백이 손에 든 은그릇은 아무런 조화도 없이 스스로 끓어올라, 그 찻잎의 색을 스스로 몸에 새겼다.

모두가 그 수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곳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똑같이 펼쳐 보일 수 있었지만, 청유백이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삼매진화?! 그 청유백이?!”

“가주, 저것은…!”

“…허허.”

삼매진화는 무공의 고강함과는 관련 없이, 어느 정도의 재능과 내공만 받쳐 준다면 이류의 무사도 어렵사리 펼쳐 볼 만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청유백이 누구인가.

이류 무사?

세상에. 이류씩이나 되면 다행이지.

십 년이나 방에 틀어박혀서는, 장래 삼류 낭인조차 되지 못할 썩어버린 재목 아니던가.

옛 재능이 어떠했든, 날려 먹은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더없이 완벽한 삼매진화를 펼쳤다.

지난날 유 부인이 보여 주었던 삼매진화보다도, 훨씬 완벽에 가까운 기예였다.

장로들이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와중에, 청유백은 유유히 말을 이었다.

“자, 여기 찻잎이 있습니다.”

금 대인이 보냈다는 향낭.

진짜 금 대인이 보냈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지금 제 손에 들려 있고, 증거를 내보이는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린 차가 여기 있습니다.”

잔잔하게 이는 황금빛의 수면.

독이 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그리고 이제, 청유백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녹 대인께 묻겠습니다. 이 차에 든 독은 무엇입니까?”

“…칠공독(七公毒)이라 불리는 물건이오. 작은 병 하나 정도만 사용해도,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극악한 독이지.”

“흐음, 그렇습니까?”

청유백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무언가 불길한 것을 느꼈는지, 녹운평이 첨언했다.

“공자. 무모한 짓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칠공독은 해독을 한다 해도 후유증이 크게 남는 독이오.”

“해독하지 못한다면?”

“…반 시진 내로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겠지. 대체 왜 물어보는 거요?”

“글쎄요.”

독? 알고 있다.

저가 누구인가. 향낭을 펼쳐 향을 맡았을 때에, 저 지독한 놈들이 진짜 독을 준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재밌어졌다.

“그렇다면, 제가 이것을 마시면 그리되어 죽는 거겠지요?”

청유백과 눈이 마주친 녹운평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저 눈빛은 진짜다.

진짜배기 미친놈이다.

제 목숨을 걸고 명운의 도박을 하는 놈들을 녹운평은 알고 있었다.

“공자, 미쳤소? 진짜 독이란 말이오. 무모한 짓은 그만두시오!”

“유백아! 진정하거라. 그리 하면서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

급기야 청걸명까지 나서 청유백을 말리기 시작했다.

청유백은 대충 대꾸했다.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찻잎이 든 향낭을 그녀에게 던지며 물었다.

“그렇다면 녹지연, 당신이 말해 주십시오.”

“무엇을?”

청유백은 당연하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정녕 독입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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