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까짓것 만들어 먹지 (1)
청유백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몸의 상태를 살폈다. 부러진 왼팔에는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큰 의미가 없다.
“이건 천추신의(天追神醫) 영감이 와도 보름은 무리겠군.”
의술이 하늘에 닿았다는 천추신의─물론 백 년 전 할아범이었으니 지금은 당연히 죽었겠지만─가 아니라, 그 먼 옛날의 화타를 불러와도 보름 만에 부러진 팔뼈를 붙이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직 어린 데다 나약한 몸이라 더욱 그러했다. 근본적으로 몸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그 기간은 줄이기 몹시 힘들 것이었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영약이나 내단 정도인가.’
영약, 영약이라.
그래, 그것이 있다면 어찌어찌 해결될지도 모른다.
영약이 품고 있는 내공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기운이다.
만들어진 것이든, 자연의 것이든 간에 그 본질은 대체로 같다.
그리고 그것을 흡수하여 회복을 돕는다면, 몇 달은 걸릴 골절상도 보름 정도면 치유해 볼 만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영약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고서야 이론상의 일일 뿐이다.
“…영약을 어디서 구하나.”
청유백은 그 말을 입에 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제 처지에 뭔 놈의 영약인가.
방에서 시체가 발견돼도 높은 어른들의 호들갑은커녕 하인들이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하고 가는 판국이다.
심지어 수련생 놈들은 대놓고 ‘쓰레기 공자’라 놀려대지 않던가.
그것이 바로 지금의 자신이었다.
이게 환생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째 회귀였다면, 당장에 튀어나가 영물의 내단을 뜯어먹든 교주가 숨겨놓은 비고를 털어먹든 했겠지만.
어느 쪽이든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흐음….”
단지 일각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청유백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계획이 세워지고 철폐되었다.
절도.
훔칠 영약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한 손이 이 모양이어서야 실패 위험이 크다. 기각.
강탈.
마찬가지로 누가 영약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사급 이상의─한 가닥 하는 놈이면 싸워서 질 수도 있다. 기각.
매수.
하인들한테도 무시당하는 처지에 돈은 무슨 돈인가. 일반인 기준에서 은자 백 냥이 나름 쏠쏠한 돈이라고는 하지만, 영약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다. 이것도 기각.
…….
………….
대략 서른일곱 가지의 계획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동안, 청유백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전부 부질없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었다.
조용한 방, 상념에 박힌 명상에서 떠오른 아주 근본적인 문제였다.
‘굳이 영약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청유백은 제 심장 언저리에서 맥동하는, 마로 물든 선천진기를 느꼈다.
‘영약의 기운을 소모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약이 품은 것은 막대한 내공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오랜 시간 벼린 생명의 기운.
그 기운과 심장에 깃든 선천진기가 비슷한 성질을 띠기 때문에 몸의 재생을 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면, 선천진기가 마기로 물든 자신의 몸을 치유하는 데에 굳이 영약을 찾아야만 할까?
‘내가 지금 선단(仙丹)을 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보통 선단이라 부르는 물건들은 신선이 만들었다 하여 그러한 이름이 붙는다. 영약 중에서도 가장 정순하고 생명력이 넘쳐나는 종류.
보통은 상처의 치유에 가장 큰 효능을 보일 터이나, 과연 지금의 자신에게는 어떨까.
‘확인해봐야 알 일이지만….’
아마도, 독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몸의 선천진기가 생기와 같은 속성을 띠어 몸이 회복되는 것일진대, 자신의 선천진기는 마기로 물들었으니 생기와 반발하여 도리어 몸을 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으니 확실치는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은 다분했다.
그리고 생기를 독으로써 받는 가설이 맞아떨어진다면, 지금 상황에서 시도해 볼 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래, 영약?”
선천지기가 마기라면, 과연 이 몸은 생기가 아닌 독기는 어찌 받아들일까.
청유백은 침상에서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웃음 지었다.
“까짓것, 만들어 먹으면 되지.”
* * *
동서고금을 통틀어, 단 한 순간도 바뀌지 않은 진리가 있다.
인간은 언제나 살리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쉽다.
칼 한 자루면 사람을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어 버릴 수 있지만, 그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사람을 구해내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
그렇기에 어느 시대고 의학은 중용되어 왔으며, 저명한 의원이 한 문파의 장로보다도 높은 취급을 받는 일 또한 적지 않았다.
그것은 마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흑천마의(黑天魔醫), 사마신의(四魔神醫) 따위의 이름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마교에도 있었고, 마교에서도 의학은 중용되는 학문이었다.
청유백 또한 모르지 않았다.
수많은 회귀에서 의원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한두 번은 시간을 들여 나도 배워 볼까, 싶은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때려쳤다.
‘누가 살해당할 것 같으면 원흉을 먼저 죽여 놓으면 되지, 무엇하러 의술을 배우나?’
일흔여섯 번에 이르는 회귀는 의술의 중요성마저 잊게 만들었다.
죽기 전에 죽인다.
그거면 된다.
청유백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 따위는 여전히 몰랐다.
여기를 치면 목이 꺾이고, 저기를 치면 입을 다물고, 어디를 막으면 숨을 못 쉬는 것 따위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신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은, 그의 장기가 아니었다.
정히 의술이 필요하다면, 마교의 실력 좋은 의원을 부르면 될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독은 다르다.
독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이기 위한 것.
‘독은 나약한 놈들이나 쓰는 것이라 생각하여 손을 대지 않은 적도 있었지.’
하지만 일흔여섯 번이나 생을 반복하면서 그 단순한 수 한번 써보지 않았겠는가.
무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한 번쯤은 다 해 보았다.
독공 또한 무공의 강화와 일맥상통했으니, 청유백도 독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주 잠깐은.
‘언제부터인가 만독불침(萬毒不侵)을 당연하다는 듯이 익히고 오니, 안 써 본지도 꽤 되기는 했다.’
독, 까짓것 이기기 위해선 못할 게 없으니 써 봤다.
당연히 해보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막혔다.
무신이 괜히 무신이던가.
절벽에서 밀어 떨구면 당연하다는 양 기연을 얻어 돌아오는 놈이다.
그 이후로 독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만큼은 남아 있다.’
청유백의 머릿속에는 마교의 영약 제조법은 없어도 수백 가지의 극독 제조법은 있었다.
가벼운 복통을 유발하는 단순한 연하제부터, 한 방울만 마셔도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 죽어가는 오색산 따위의 것들까지.
개중 어떠한 것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간단한 것이라면 이곳 의약전에 있는 재료로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과연 달란다고 내어 줄지는 또 다른 문제였지만 말이다.
청유백은 잠시 고민했다.
부탁하면 내어줄까, 혹은, 훔칠 수는 있을까 따위의 고민이었다.
‘…청가에서는 가망이 없겠군.’
청유백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아까의 부목을 대어준 의원 노인은 제게 큰 적대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대놓고 독초인 풀들을 대거 내놓으라 하면 군소리 없이 내놓을 위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그걸로 뭘 할 생각이냐’라며 소란이라도 피우면 대처가 귀찮아질 것 또한 뻔한 일.
최소한 청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당연히 훔치는 것 또한 무리였다.
의약전에 통행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개중 약의 재료들을 보관해 놓는 약재실은 언제나 한 명 이상의 의원이 상주하기 때문이었다.
‘팔모가지 부숴 먹고, 고작 일 각조차 제대로 달릴 수 없는 이 몸뚱이로는 무력 사용은 피하는 게 우선이다.’
청률 놈과의 싸움에서 알았다.
실력이고 기교고 검술이고, 몸이 제 상상 이상으로 쓰레기다.
평범하게 마교의 마졸급 무사 정도만 되어도, 지구전으로 끌고 가면 이길 가망이 없을 터.
그러니, 약재실에 숨어들어 의원을 제압하고 재료를 훔친다는 발상은 애초에 논외인 셈이다.
하지만.
‘약재실을 못 들어갈 뿐이지, 이 의약전 담장을 넘는 것 정도라면.’
고작 그 정도라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부러진 팔목 뼈가 조금 뒤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야 다시 맞추면 될 일.
딱 죽을 만큼만 아프고 만다.
청유백은 신속하게 걸음을 옮겼다.
* * *
‘언제 사람이 돌아올지 모르니,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야겠어.’
청유백이 의약전을 탈출하여 향한 곳은 녹가(綠家)의 녹운각(綠雲閣)이었다.
육대가 중 하나인 녹가.
그들이 담당하는 것은 마교의 전반적인 약학과 독의학이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영약의 제조 또한 녹가가 맡고 있었다.
각 가문마다 어느 정도의 약재는 각각 상비하고 있지만, 의학을 담당하는 만큼 마교에서 가장 많은 약초와 독초가 모이는 곳은 단연 녹가였다.
그만큼 규모도 거대했으니 그 전각 또한 청가의 의약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만큼 오가는 사람도 많아 입구에서는 웬만하면 누군가를 제지하지도 않지. 청가와는 다르게 말이야.’
하급 무사나 그에 못 미치는 잡부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심부름을 받아 왔을 수도 있었기에 중요한 장소가 아니라면 검문도 없다.
무언가를 받으려 한다면 그때에 가서 신원을 검사하는 정도였다.
대놓고 수상하거나 마교의 표식이 없는 자라면 입구에서부터 검문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청유백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청유백을 힐끗 쳐다보는 이들도 몇 있었지만, 그의 옷에 새겨진 푸른 늑대 모양 자수를 보고는 곧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봐, 저 녀석….”
“그래, 그런 것 같은데.”
“그 쓰레기 공자가 여긴 왜?”
물론 막지 않을 뿐, 그 문양을 보고 저가 누군지를 유추하여 수군대는 사람들마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청가의? 허,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재밌는 얘기들 하는군.’
청가 바깥에서는 좀 조용할 줄 알았더니만, 이 청유백의 ‘쓰레기 공자’라는 호칭은 생각보다도 유명한 듯했다.
물론 녹가는 모든 가문의 사람들이 빈번히 오가는 이 녹운각의 존재 탓에 소문의 교류가 빠른 편에 속하기는 했다.
하지만 저런 경비들까지도 공공연히 자신을 멸시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마교의 모든 인원이 자신에 대해 안다고 생각해도 되리라.
‘조만간 어떻게든 해야겠군.’
이런 풍문을 잠재우는 방법은 언제나 간단하다.
좀 세 보이는 놈 하나 잡아서, 공공연한 자리에서 죽도록 패 주면 된다.
부작용으로는 ‘그놈 따위는 우리들 중 최약체였지’라며 되려 더 깝치는 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소한 그 패준 놈보다 약한 놈들은 일제히 입을 다무는, 유서 깊은 방법이다.
‘일단 이 빌어먹을 팔부터 고쳐야겠지만 말이야.’
청유백은 녹운각의 5층에서 멈춰 섰다.
이 위로는 희소한 약재나 독초, 혹은 녹가 일원들의 연구실이 있는 곳이다.
즉. 녹가의 심처.
통행이 널널한 녹운각이지만, 이곳부터는 통로를 지키는 경비들이 통행을 막고 있었다.
경비 하나가 청유백의 가슴팍에 수놓아진 청색 늑대의 문양을 보더니, 제 옆의 경비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귓속말로 하고 있다곤 하지만, 저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도 아까의 놈들이 지껄이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무어라 결론이 났는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비는 청유백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황 의원의 요청으로 약재를 가지러 왔네. 청가의 것이 다 떨어져서 말이야.”
“죄송하지만, 증패를 보여주시오.”
증패?
청유백의 표정이 한순간 크게 일그러졌다.
증패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마교에서 신분별로 지급하는 물건이었으며, 서로 간 직무 확인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의 늑대 문양보다 확실한 증패가 있겠는가.
청가의 직계 자손임을 상징하는 이 늑대 문양 말이다.
청유백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네놈 눈에는 내가 그런 것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나?”
“…요즘 녹운각에 드는 도둑들이 많아 이곳에도 약재가 그리 넉넉지 못하니, 양해하시오.”
“호오.”
경비의 말뜻은 명확했다.
말은 공손했지만, 그 뜻은 ‘너 같은 놈을 어떻게 믿고 들여 보내주냐’의 완곡한 표현.
혹은, ‘네가 도둑과 다를 게 뭐냐’라는 뜻과도 같다.
달리 말하면, ‘쓰레기 공자’ 따위와는 상종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청유백 따위는 무시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건가?’
의원의 요청으로 약재를 가지러 왔다는 것은 당연히 핑계다.
그것은 저도 알고, 저 경비들도 당연히 안다.
한 가문의 의약전의 책임자라 하더라도 감히 그 가문의 후계자에게 심부름을 시킬 권한은 없으니 말이다.
그냥 적당한 핑곗거리를 둘러대어 날 통과시켜라 하는 허례허식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그것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일개 경비 따위가, 한 가문의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청가에게 버림받은 쓰레기 공자 따위는 무시해도 저에게 피해가 없다.’
그리 생각하는 것일 테다.
‘이곳에 서 있는 것이 청률이나 청궁우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
말만 다르다 뿐인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허리가 직각으로 꺾여 내려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들이 아니었다. 더 짜증나는 것은, 실제로 저리 나오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감당할 수 있겠나?”
“그것은 내가 고려할 문제가 아닐 것 같소. 천마지회가 끝나면 어디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르는 공자 앞가림이나 감당하는 게 어떻소?”
“큭큭.”
딴엔 재밌는지 서로 낄낄대는 꼴이다.
‘마교의 질서가 땅에 떨어졌는가?’
동시에, 청가보다도 청가의 밖에서 이 ‘쓰레기 공자’의 위명이 대단히 멸시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놈 중 한 놈을 쥐어 패?’
아무리 약골에, 한쪽 팔은 부러졌다 해도 경비 서는 마졸 따위를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두 놈 다 패서 기절시키면 그건 무단 침입이 되니, 한 놈 정도만 교육시켜 주는 건 어떠할까.
가문 간의 문제로 번질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어차피 재료는 다 챙겨서 돌아간 이후일 테니 괜찮을지도 모른다.
되도록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려 했으나, 이리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일 할 정도만.’
청유백은 천천히 마기를 끌어올렸다.
고작 일 년 공력의 마기.
양은 지극히 미력했지만, 그 혼탁함의 정도는 지난 회귀에서의 절정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밤의 칠흑과도 같은 내공이 한순간 청유백의 손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잠깐만.”
그때, 뒤쪽에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보내 주세요.”
“아가씨!”
‘아가씨?’
청유백은 주먹을 움켜쥐어 급격히 마기를 다스리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또래의 여인이었다. 옅은 갈색의 머리칼과, 아주 인상적인 짙은 색의 녹안.
가슴팍에 수놓아진 녹색 뱀의 문양은 그녀가 녹가의 후계임을 잘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청유백의 의아한 표정에 답하듯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와 사전에 이야기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지요.”
“아, 알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경비들은 양옆으로 갈라서며 길을 텄다.
여인은 마치 진짜로 약속이 있었지 않았냐는 양 청유백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