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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네가 천마 하든가-9화 (9/200)

제9화. 어쩜 이리 상큼한 새끼가 (4)

─따악! 타악!

연무장에는 공허한 타격 소리만이 몇 번이고 연속해서 울렸다.

본래였다면 수십, 수백 번의 소리가 연달아 울렸어야 했으나, 중앙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비무에 주변의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다.

교두, 수련생 할 것 없이 모두가.

“벌써 일각이나 지났어!”

“청유백, 저 사람이 그 쓰레기 공자 아니야? 저만큼 강했단 말야?”

“뭘 모르는군. 청률 공자님이 그만큼 정확하게 손대중해 주고 있다는 거 아냐. 죽이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지.”

“역시 청률 공자님…!”

수련생들은 그리 쑥덕였다.

보기에는 언뜻 호각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그럴 리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청률이 누구인가, 아직 폐관 중인 첫째 공자를 제외하면, 청가 제일의 기제가 아니던가.

지금껏 수련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던 ‘쓰레기 공자’와 동수라는 것은 청률이 그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교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이었다.

“오오, 어린 나이에 벌써 마사(魔士)의 수준이라더니. 그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군.”

“그러게 말일세! 역시나 청률. 저리 봐 주는 것은 아마 아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는 생각이 아니겠소? 과연 대단해!”

마사(魔士).

마교의 대략적인 다섯 계급의 배분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계급이었다.

가장 아래의 마졸(魔卒).

한 사람 몫을 하는 마사(魔士).

한 부대를 이끄는 마두(魔頭).

한 조직을 대표하는 마군(魔軍).

그리고 마교를 이끄는 마주(魔主).

그리고 청률은 청가에서도 둘째가는 기재로서, 고작 열아홉의 나이에 한 사람의 마사로서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아래에서 두 번째.

몹시 낮아 보이는 계급에 별로 하잘것없어 보이기는 한다.

아니, 실제로 하잘것없다.

마교에 존재하는 마두가 천 명이 채 되지 않는 것에 반해, 마사는 수만 명이 존재하니까.

때문에, 어느 정도 그 명성의 빛이 바래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두와 마사의 격이 너무나도 차이 나는 것 때문이지, 청률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마교의 일반 무인들 중 하급부터 중급까지를 전부 마졸로 퉁치고, 작은 부대를 이끄는 상급 무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마사가 될까 말까 하는 것이 사실.

그리고 그 마사들을 통솔하여 검대 하나를 이끌 수 있는 대주급의 실력자가 마두와 마군이다.

청가의 교두들조차 악웅을 제외하면 전부 마두조차 아닌 마사에 머물러 있었다.

최소한,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청률에게 재능이 없다 말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했다.

그러나,

‘이게 대체 무슨…!’

청률은 적잖이 당황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닿지 않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인가?’

처음에는 봐 줄 생각이었다.

두 손으로 검을 쥐기는 했지만 손목에는 힘을 뺐다.

검이 부딪히더라도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게 손속에 여유를 두었다.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나 수련에 합류한 아우의 기를 꺾을 생각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네가 넘어야 할 벽이 얼마나 높은지 깨달아 봐라, 정도의 무력감을 느끼게 해 줄 정도면 되었다.

‘헌데! 그래야만 했을 터인데…!’

그러나 닿지 않았다.

‘어째서!’

기이한 일이었다.

머리를 노리고 휘두른 검은 비껴나가 땅을 치고 있었고, 팔을 노리고 휘두른 검은 어느덧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수, 한 수를 던질 때마다 날카롭게 찔러오는 사각의 공격이 섬뜩하게도 다가왔다.

속도는 느렸지만, 그 모든 수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전력을 다해 저 어린아이를 상대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찔러 들어오는 검에 울컥하여 내공을 끌어올리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신 차려라, 청률. 저 아이는 네가 꺾어야 하는 적이 아니지 않으냐.’

지금 이 상황이 관중들에게는 어찌 보일까.

일단은 청률 자신이 우세해 보일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공격을 몰아치는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 공격의 대부분이 허공으로 흘려진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일단 아마도 보이기에는 자신이 우세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필경 당연한 일이었다.

용이 지렁이를 상대하여 이긴다고 기뻐하지 않듯, 저가 청유백을 이기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그러나 지금, 그 당연한 일이 청률에게는 너무나도 기묘하게 다가왔다.

* * *

‘실망이군.’

청유백은 청률의 검을 담담히 받아내며 그리 평가했다.

이 나약한 몸을 이끌고 이렇게 상대해 주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임을 고려해 본다면, 자신이 이 아이에게 쏟아주는 정성은 황금 천만 금으로도 사지 못할 것이었다.

‘품새는 나쁘지 않군. 기본기도 나름대로 뭐, 봐줄 만해. 앞으로 몇 년만 더 있어도 마두에 오르겠어.’

그래, 그건 좋다.

나름 명문 청가의 아이라 자부할 만큼은 된다.

이 아이 정도라면, 정파의 여느 후기지수와 비교한다 하더라도 꿇리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너무 정직하다.’

쯔쯔, 전쟁에라도 나가면 눈먼 검에 맞아 객사할 꼴이다.

청유백은 검을 비스듬히 흘려 칼등을 맞대고는, 그 자세 그대로 찔러들어 청률의 가슴팍으로 쇄도했다.

“크윽!”

이것과 비슷한 수를 몇 번 반복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청률은 발전 없이 옅은 신음을 흘리며 가까스로 그것을 막아낼 뿐이었다.

이 몸이 나약하여 속도를 내지 못해서 그렇지, 이것이 진검이고 이 몸이 저기 구경하는 수련생들 중 하나의 몸만 되더라도 청률은 벌써 스무 번은 넘게 죽었을 터다.

‘조금은 더 진짜를 보여봐라.’

이대로는 영 실망이다.

청유백은 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님, 너무 봐주실 필요 없습니다. 어찌 그리 손속에 정을 두신단 말입니까? 그만큼이나 손아귀에 힘을 빼시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눈치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하냐.”

아차, 자존심을 건드렸나.

청률이 청유백을 보는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

‘아마 보는 사람들은 청률이 압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놈은 기이함을 느끼고 있을 터.’

그것이 전투에 임하는 자와 구경꾼들의 차이다.

처음 찔러온 힘과 지금 휘두르는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청률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공을 쓰고 있지 않을 뿐이지.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결심했는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자세를 다잡았다.

“…그래, 너무 봐주는 것도 너를 모욕하는 것이겠지.”

청률의 전신에서 새하얀 기운이 끓어올랐다.

일렁이는 순백의 기운은 치솟아 검에 모여들어 응축되었고, 검에 담긴 그 정순함이 가히 자연의 기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은 더 보여주도록 하마.”

그 모습에 일대 수련생들과 교두들이 달아올랐다.

“오오! 청률 공자님의 비검이다!”

“자, 봐라. 저게 청률과 너희와의 차이니까. 청유백 녀석에게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 주려는 모양이구나.”

수련생들은 자신이 가야 하야만 경지를 보며, 교두들은 이끌어야 할 경지를 보며 눈을 빛냈다.

“흐음….”

대교두 악웅은 무언가 석연찮은 눈치였지만, 평소에도 칭찬에 인색한 악웅이었기에 곽비는 그저 머쓱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청유백은, 마교의 후손들이 이은 진전을 보며 검을 들었다.

“자, 삼 할 공력의 검기다. 이건 좀 버거울 것이야.”

“…감사드립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볼까.

저 검의 순백색은 마교 놈치고 상당히 이질적이었지만, 저게 아마 시대의 발전인가 뭔가 하는 그것이리라 믿었다.

‘아까의 하급 무사 놈의 수준도 그렇고, 처음 보는 검기도 그렇고, 마교가 많이 발전했구나!’

자신이 생전 마교에 있을 적에는 저런 순백색의 검기를 본 적이 없었다.

마공은 어찌해도 검기를 발했을 때 그 색이 검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그 질이 혼탁한 마기의 특성상 어찌할 도리가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단 말인가!

청유백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아, 후인들이 이 만큼이나 마교 부흥을 위해 힘썼구나!’

후대들이 정파 놈들을 기만할 뭔가의 술책을 개발해 내었구나!

“간다!!”

청유백이 기쁨에 찬 사이, 청률의 검이 청유백에게 쇄도했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취 아닌가!

‘훌륭하다, 훌륭해.’

청유백은 일부러 검을 맞대어 응하며 웃었다.

검기의 강도나, 끌어올린 내공의 양을 보면 보잘것없었지만, 저 나이에 검기를 성취한 것이라면 충분히 칭찬할 만했다.

마교는 망하지 않았구나!

그래, 이 할애비는 믿었단다.

‘너희가 능히 내가 없어도 마교를 부흥시킬 줄….’

…줄.

……줄?

청유백의 감격 어린 뭉클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차마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청률과 청유백의 검이 격돌했다.

‘이건….’

본래라면, 청유백은 여기서 나가떨어져 줄 생각이었다.

마무리로는 청률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했으므로, 애초에 굳이 검기에 맞서서 검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청유백은 연무장에 모여든 아이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표정과 속삭임을 계속해서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계속해서 힐끗 돌아보는 교두들의 시선도 반복해서 포착했다.

청유백이 보기에, 지금 청가 전체에서 자신에 대한 시선은 다음과 같았다.

‘평 부인네 일당이 내게 심한 악감정을 지니긴 했지만, 청가 전체가 나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률이었다.

이 녀석은 자신에게 악의는커녕 웃기지도 않는 협의를 보이지 않았던가.

마교의 대선배로서는 이 재능 있는 녀석이 좀 더 악랄한 마음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굳이 이 녀석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굳이 없는 적을 늘릴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주변으로부터 얻는 것은 ‘의외네?’ 정도의 시선이면 되었다.

딱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시선.

그것이면 앞으로의 일에 충분한 밑거름이 될 것이었다.

분명, 그것이면 되었다.

애당초 처음부터 그리 생각하고 있었고, 불과 찰나의 전만큼만 해도 어떻게 해야 잘 졌다고 소문이 날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이건… 이건…!!’

청률의 검기와 맞부딪히는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자신이 아주 잘 아는 무공이었다.

수십 번, 수백 번 베어 보았고, 그 기둥뿌리를 자신이 직접 뽑아버린 적조차 있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잊을 수가 없는 증오스러운 순백색의 검기, 선기마저 느껴지는 정순한 내공.

이 망할, 이 망할 놈들이…!!

‘자랑스러운 본교의 마공은 내다 버리고 어디 곤륜 버러지 놈들의 무공을 익혀!!!’

그것은 곤륜파(崑崙派) 태청심법(太淸心法)의 기운이었다.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청유백은 한순간 단전을 열어 마기를 끌어올렸다.

주변의 교두들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량의 마기.

한순간 통제를 실패하여 솟아오른 마기는, 검이 부딪히는 순간 흉폭하게 날뛰었다.

“?!”

청률은 한순간 화들짝 놀란 것이 얼굴에 드러났다. 분류를 따지자면 공포, 혹은 당혹이라고 부를 법한 표정.

청유백은 그것을 보고는 냉정을 되찾았다.

‘젠장, 이런 실수를 하다니.’

진정하자. 청유백.

‘감정에 지배당하면 안 된다.’

일단 지금 이놈을 아작을 내 놓는 것보다는, 적당히 체면치레를 해주는 것이 옳았다.

만약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 청률이 아니라 청궁우였다면 인정사정없이 삼도천 급행마차 표를 끊어줬을 테지만, 이놈은 안 된다.

‘지금 한순간 반격하면 잠깐의 쾌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다다.’

수련생이나 교두들은 저놈이 봐 주었다고 생각할 테니 그다지 명성도 얻을 수 없을 테고, 고작 그딴 것을 대가로 굳이 집안에 적을 하나 더 만드는 꼴이었다.

‘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에게 계도를 내려 주는 것은 몇 달 후여도 늦지 않는 일이다.’

청유백은 급격히 마기를 다스리며 검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

찰나에 검에 맺혔던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청률의 검은 막힐 것 없이 자연스레 청유백의 왼팔을 강타했다.

“크윽!!”

“뭣?!”

청률은 당황하여 급하게 검기를 거두어들였으나, 청유백의 가벼운 몸은 그대로 바닥을 굴러 넉 장 바깥까지 나가떨어진 후였다.

청률은 허겁지겁 청유백에게 다가가 안색을 확인했다.

“유, 유백아! 괜찮으냐!”

“끄윽!”

청유백은 팔을 움켜쥐며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할, 쓰레기 같은 몸뚱어리!’

고통에는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적당히 맞아주고 적당히 끝내려 했는데, 이 몸뚱어리에는 ‘적당히’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청률이 청유백을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할 무렵, 주변에서는 뒤늦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역시 청률 공자님이야!”

“압도적이시다!!”

“그 와중에 저리 아우를 챙겨주는 모습이라니!”

수련생들의 함성 사이로 악웅이 다가와 청률의 어깨를 토닥였다.

“멋진 한 수였다. 청률.”

“대, 대교두님. 저는….”

청률은 말을 더듬으며 무어라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악웅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네 고의가 아니었음을 노부가 안다. 서대평!”

“부르셨습니까!”

“청유백이를 의약전으로 보내라.”

“존명.”

앞으로 나온 서대평이라는 자는 악웅의 옆에 서 있던 교두들 중 한 명이었다.

서대평은 청유백을 번쩍 들어 올려 연무장을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청률은 여전히 꿇어앉은 채 벌써 저만치 사라진 서대평과 청유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한순간 피부를 덮은 섬뜩함에 저도 모르게 검기의 조절을 실패하고 말았다.

자신의 성취가 아직은 모자랐고, 목검이었던 덕에 팔이 잘려나가는 상황은 면했지만 큰일이 일어난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악웅이 그런 청률의 생각을 알 리가 없었다. 악웅은 잘 성장한 제자를 보는 것 같은 미소로 청률을 다독였다.

“상당히 수를 잘 맞춰 주더구나. 클클, 네 실력이 이렇게나 늘었을 줄은 몰랐다. 폐관이 성과가 있던 모양이지?”

“아닙니다. 저는….”

“되었다. 무엇을 그리 걱정하느냐?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한 게야. 저 아이의 과욕이었던 게지. 그래, 과욕 말이다.”

‘아니, 아니다.’

할 만큼 한 것이 아니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물론 청률 자신이 지금의 청유백에 대하여 잘 안다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이복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권을 두고 경쟁하게 되는 이상 경쟁자에 불과했으니 친하다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핑계를 댄다고 해도 저것은 분명한 이상이었다.

‘대체 그 귀신같은 움직임은 무어란 말인가?’

청률은 청가의 후기지수 중에서도 연배가 높은 편이다.

즉, 다른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 또한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가령,

청가제일기재의 자리가 청유백의 것이었다는 것, 같은 일 말이다.

‘아니야, 아니다. 그놈은 이제 없어. 분명 병에 걸려 십 년 가까이를 병상에서 살던 놈이 아니던가.’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일이다.

청유백을 의식한 평 부인이 청유백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청유백은 그것을 의식했는지 더욱더 두문불출하게 되었으니 십 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는 어른들조차 ‘그런 때가 있었더랬지’라 치부할 뿐이다.

결코, 지금의 자신에게 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그래야만 할 터다.’

청률은 자신에게 누군가 청유백이 강한가, 라고 물으면 그것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대답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내공을 십 할 운용하고, 살초를 이용하여 싸운다면 십 초식 이내로 청유백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

심지어 마지막에는 삼 할의 검기만으로도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가.

‘분명 그 정도의 실력 차가 있음이 분명할진대.’

검이 그 조그마한 아이에게 닿지조차 않았다.

청유백이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아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금의 수련이라도 했었다면, 검을 쥐어 보았다면 무릇 몸에 그 증거가 나타나기 마련.

그러나 그 아이의 몸은 방에 틀어 앉아 탁상공론하는 백면서생의 몸보다도 나약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청률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우연이었겠지. 폐관을 막 깨고 나왔으니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청률은 우선 그리 결론 내렸다.

“…흐음.”

그리고 악웅은 그러한 청률의 눈빛을 살피며,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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