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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네가 천마 하든가-8화 (8/200)

제8화. 어쩜 이리 상큼한 새끼가 (3)

쐐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청유백의 머리로 검이 날아들었다.

목검도 아닌 진검, 숨길 의도 따위는 없이 죽여버리겠다는 의지가 부단히도 느껴졌다.

‘완벽하다.’

청유백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허(虛)의 묘리도, 쾌(快)의 기교도 없는 그저 애송이의 검이다.

하찮기 그지없는, 그런 검.

평소라면 받아낼 것도 없이 단칼에 목을 베었을 허접한 수였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만족스럽게 이용할만한 수였다.

“여기서 죽어라!!”

“아니지. 천마가 될 거라면 조금 더 참신한 대사를 써라. 너무 진부하지 않나.”

청유백은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마기의 양을 조절하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손가락을 뻗어 이 애송이의 검을 맨손으로 잡아채는 기교였다.

저놈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면, 그런 기교는 그저 미친 짓이다.

이 몸은 그런 기술을 받아내는 기예를 버텨낼 수 없다.

하지만.

‘그저 분노만으로 휘두르는 종베기 따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지.’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

이 수를 한 번만 보여 주기만 해도 이 애송이 놈들은 까불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요, 쓰레기 공자라느니 뭐니 하는 하찮기 그지없는 별명도 일거에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완벽하기 그지없는 계획이다.’

빈틈 따위는 없다!

허나, 안타깝게도─

조금 정정하자면.

계획, ‘이었다’.

─챙!!

‘챙?’

다음 순간, 강렬한 소리가 청유백의 귓가를 때렸다.

다만, 그것은 공허한 파열음이 아닌 금속이 맞부딪히는 충돌음.

청유백은 고개를 틀어 상황을 확인했다.

“무슨….”

어느샌가, 누군가의 검이 끼어들어 청유백의 손과 청궁우의 검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가로막은 검의 주인은 멋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궁우야. 추하다.”

“청률! 네놈이 어찌 여길!”

“네놈이라니, 형님에게 입이 험하구나.”

청률이라 불린 사내는 청궁우의 검을 튕겨내며 자연스레 검을 갈무리했다.

아무런 부담조차 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

청률은 청유백의 품새를 한번 흘낏 쳐다보더니, 이내 청궁우를 쏘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기조차 들지 않은 이를 해하려 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청가의 후계냐?”

“크윽!”

그리 꾸짖는 청률에게 청궁우는 무어라 항변하지도 못했다.

혹자가 보면 꽤나 멋지고 정의로워 보였을지도 모르는 장면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유백은 똥 씹은 듯한 얼굴로 청률의 등을 쳐다보았다.

‘이 새낀 뭐야?’

무기조차 들지 않은 이를 해하려 했다고?

아니, 거….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하지?’

뭐 정의롭다?

멋지고 좋은 말이다.

한데 이곳이 어디인가.

천하의 마교 아닌가.

신교(神敎), 천교(天敎) 따위로 자신들의 본질을 흐리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살아남아 실권을 차지하기 위해, 저 증오스럽기 짝이 없는 중원의 일당들에게 힘으로써 되갚기 위해 일어난 마교가 아니던가!

‘왜, 상대방 칼 뽑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으쌰으쌰 정정당당하게 싸울 테냐?’

이게 마교 놈이야 무림맹 놈이야?

청유백은 자신의 기회를 일거에 날려 먹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는, 마교의 후예라는 놈이 정정당당이라는 말을 들먹인 것에 대해 더 기묘한 분노가 들끓었다.

‘차라리 청궁우라는 놈이 낫군. 아주 정의의 협사 나셨어.’

청궁우를 봐라!

저렇게, 얼굴을 붉히며 저를 삿대질하고 있는 모습을 보란 말이다.

아무 말도 없이 기습을 하고서도 죄책감이 없는 모습, 그야말로 마교도의 귀감이지 않은가.

“저놈이 우리 어머니를 모욕했다!”

…저런 찌질한 점만 아니면 정말 십수만 마교도의 귀감이 될 텐데.

모욕은 더 큰 모욕으로 갚아야지, 칼부터 나가면 하수다.

‘영 마음에 드는 놈이 없구만.’

청유백이 청률과 청궁우를 곁눈질하며 점수를 매기는 동안, 청률은 청유백의 앞을 감싸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고? 무슨 말을 그리 하느냐. 궁우 네가 그동안 숱하게 괴롭혔음에도, 싫은 소리 한 번 없던 아이에게 어찌 그런 모함을 할 수가 있는 것이야!”

청률. 청률이라.

청유백은 소혜가 말해 주었던 가계도를 또다시 대충 훑어보았다.

청률이라면 분명, 가주의 둘째 아내인 유 부인의 아들이자 청가의 차남이다.

장남과 동시에 청가의 제일 기대주라는 이.

‘성격도 좋아 만인에게 공평하고 인망이 넓다고도 했던가.’

일단 교주 해먹을 상은 아니다.

좀 더 악독한 맛이 있어야지.

청유백은 그리 결론 내렸다.

오히려 이놈이 나서지 않았으면 주제 모르고 깝치던 놈들은 일거에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청궁우는 여전히 분노한 모습이었다.

청궁우는 청유백을 향해 삿대질하며 외쳤다.

“웃기지 마라! 저놈이!!”

청궁우가 저토록 분노한 것을 기이하게 여긴 것일까, 청률은 청유백을 한 번 돌아보며 질문했다.

“유백아. 네가 그랬느냐?”

웃기는 질문이다.

그랬으면 그랬다고 대답하겠는가?

뭐, 본디 정의의 협사라는 놈들이 다 그렇다.

다 제 눈으로, 제 귀로 보고 들은 것만 믿어 정작 중요한 진실에서는 멀어진다.

청유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코를 한 번 크게 훌쩍인 후, 울망이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 그럼 그렇지.”

청유백의 가식 어린 눈물에 청률은 괜한 의심을 했다는 듯 청유백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이 마음 여린 아이가 당최 무엇을 했겠는가.

그간 평 부인과 궁우 놈이 온갖 심한 짓을 하여도 볼멘소리 하나 안 하던 아이거늘, 갑작스레 무언가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뭔가 했다고 해도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청률은 굳건한 자세로 청궁우를 막아섰다.

막상, 청궁우는 청률이 앞에 서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분노만을 표출할 뿐이었다.

“이, 이놈! 천인공노할 놈! 방금 네놈이 지껄인 말을 다시 한번 말해 볼까!”

청률이 청궁우보다 확실하게 강하다. 그것이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 사람의 차이는 뚜렷했다.

물론 청유백 정도나 되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애초에 그런 것을 느낄 필요도 없이 청궁우가 청률 앞에서 보이는 경각심과 행동은 직관적인 상하관계를 알 수 있게 했다.

‘아무래도 좋긴 하다만….’

청유백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조금의 시간만 주어져도 이까짓 놈들은 가볍게 밟아줄 수 있다.

지금도 이 청률 이라는 녀석은 모르겠지만, 청궁우 놈 정도는 가볍게 쌈 싸 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그냥 넘어가면 아쉽지.’

청유백은 청률의 등 뒤에 숨어, 입꼬리를 스윽 끌어올리고 청궁우를 바라보았다.

눈은 게슴츠레하고 이빨이 보이게 웃는 것이, 정말 비열하기 그지없는 미소.

하지만 청률의 시야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었고, 그 미소가 뜻하는 바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꼬우면 말해 보던가.’

네 어미의 명예를 네 입으로 더럽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욕이라는 것은 홀로 듣고 홀로 삼켜야 하는 법이지, 그것을 떠벌리는 것은 그 누구라고 해도 현명한 수가 아니다.

“이이… 망할 놈이…!!”

청궁우는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려다, 주변을 의식했다.

이미 청률이 등장한 시점부터 주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하고 있었다.

교두도 눈에 불을 켜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망나니 놈이라도 여기서 더 하는 것은 개의치 않는지, 검을 집어넣으며 짜증 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네놈은 폐관수련 중이었을 텐데. 여긴 어째서 온 거지?”

“우리 아우가 오랜만에 연무장에 나왔다 하여 얼굴 보러 왔지. 어미가 다르다고 한들, 결국 우린 형제 아니더냐?”

“형제? 웃기는 소리. 어찌 저 천한 놈과 내가 같단 말이냐!”

“청궁우!”

“망할 자식들.”

청궁우는 청률과 청유백을 번갈아 쏘아보더니, 이내 말 한마디 없이 몸을 돌렸다.

“비켜라!”

청궁우는 한껏 짜증을 부리며 길을 막는 수련생들을 짜증스레 밀쳐냈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당연한 일이기라도 한 듯 연무장을 벗어났지만, 그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지간히도 평 부인의 위세가 강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리 멋대로 행동하지는 못할 테지.’

아까 모습을 보였던 대교두도, 그 옆의 다른 교두들도 그저 이쪽을 주시할 뿐 무어라 개입하는 기색은 없었다.

“도, 도련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청궁우의 뒤를 쫓아다니던 아첨쟁이 둘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청궁우를 쫓아갔다.

* * *

모두의 이목이 청궁우와 그 일당들에게 쏟아져 있었다.

이대로 두면 전체적인 사기에도, 규율에도 크게 금이 갈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곽 교두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악웅에게 물었다.

“저놈을 언제까지 저리 두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리 평 부인의 위세가 강하다고는 하나, 청궁우의 행동이 점점 도를 넘고 있지 않습니까.”

“내버려 둬라. 천마지회가 끝나면 해결될 일이다.”

“그 전까지가 문제라 그러는 것 아닙니까!”

“되었다. 곽비야,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그 전에 누군가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해결이요? 누가요? 둘째 공자님 앞에서도 저리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지 않습니까.”

“글쎄다….”

악웅은 힐끗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연무장의 수련생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곽 교두, 곽비도 악웅의 시선을 따라 수련생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럴싸한 녀석은 없었다.

청궁우가 망나니기는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나름의 실력이 있다.

둘째 공자 청률은 청궁우보다 훨씬 강하기는 할 터이나, 애초에 저들이 가르치는 훈련생들과 같은 선에 놓인 존재가 아니었고 말이다.

애초에 첫째 공자와 함께 천마지회 전까지 폐관수련에 들어갔다던 양반이 여기 있는 것부터가 의문이었다.

‘사람이 없군. 사람이.’

그러던 중, 곽비의 눈에 낯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제가 지금껏 가르치던 수련생들과는 신체부터가 달라 빈약하고, 그 눈빛에는 일말의 의지조차 깃들어 있지 않은 아이.

그렇다고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지도 않고, 재능이나 기백도 느껴지지 않는 아이, 청유백.

‘어릴 적에는 청가 제일의 기대주였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곽비는 언젠가 들었던 소문을 떠올리곤,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생각을 부정했다.

애초에 그가 교두가 되기 전의 소문이라 정확한 내막을 모를 따름이었다.

아니, 설령 그것이 진실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저런 몸으로는 있는 재능도 없어졌으리라.

‘흐음.’

어느덧 악웅의 시선을 놓친 곽비는 계속해서 청유백을 응시했다.

그의 재능이나 무력과는 다르게, 확실히 그는 가능성의 덩어리였다.

평 부인 세력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니까.

‘언제까지고 평 부인 세력이 청가를 좌지우지하게 둘 수는 없거늘.’

청궁우가 저리 날뛸 수 있는 것은 평 부인의 위세와 더불어 천마지회에 나가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마지회에 나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교두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은 자리에 앉게 될 테니 누구나 쉬쉬하는 것이다.

‘청궁우가 천마지회에 나가지 못하게만 된다면….’

상황은 단번에 바뀌리라.

미래의 청궁우의 출세를 믿고 떵떵거리던 평 부인 일파는 크게 주춤할 것이고, 청궁우도 지금처럼 저리 오만방자하게 행동하지 못할 터.

‘청유백이 청궁우를 꺾는다면, 그야말로 단번에 해결이 되겠으나….’

그리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청유백에게 천마지회에 참가권이 넘어간다.

가주께서 청유백을 아낀다는 소문이 있으니, 다른 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꿈속의 꿈과도 같은 이야기겠지.’

곽비는 옅게 한숨을 내쉬며 청유백을 바라보았다.

저 가녀린 팔뚝과 연약한 어깨를 보라. 검 하나 잡지 못할 것만 같은 백면서생과 무엇이 다른가.

‘심지어 아까 청궁우의 공격에는 반응도 하지 못했지.’

그 상황을 본 것은 청률이 청궁우의 공격을 막은 후였지만, 그때 청유백이 검을 뽑아 들 새도 없이 그저 손이나 막연히 올리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상황에 청률이 난입하지 않았다면, 청유백은 필시 팔이 양단되어 다시는 검을 잡지 못했을 터.’

곽비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꿈도 너무 크면 그냥 개꿈이다.

차라리 청궁우가 돌부리를 밟고 넘어져 뒤통수가 깨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그런 상념을 반복하는 곽비에게, 단상 아래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감히 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수련생들은 결코 하지 못하는 짓.

곽비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과연 청률이었다.

무엇을 하는가 싶더니, 청률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교두님, 제가 아우의 상대를 해도 되겠습니까?”

“청유백을? 너무 무리하지 않겠나? 자네는 애초에 이 아이들과 검을 맞댈 수준도 아닐 터인데.”

곽비는 갸우뚱 고개를 까딱였다.

청률은 올해로 열아홉이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그 재능부터가 다른 후기지수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다.

첫째와 둘째 공자가 전체 수련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개인 연공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무엇 때문이던가.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런 곽비의 의문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이 청률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더욱이 가르침을 주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의 날인데, 한 번만 선처를 베풀어주십시오.”

“흐음….”

그러나 곽비는 여전히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청률이 인성이 좋은 것은 만인이 아는 사안이었지만, 애초에 곽비는 저 청유백이 대련을 할 수 있을지부터가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청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하지요. 저는 내공을 일절 금하고, 오른팔만 쓰겠습니다. 저 아이에게는 제한을 두지 않고요. 그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설령 그리한다 해도 저 아이에게는 무리일세.”

곽비는 끝끝내 고개를 내저었다.

내공을 쓰지 않아?

한 팔로 싸우겠다?

우스운 소리다.

‘차라리 청률은 맨손으로 싸우고 청유백에게 진검을 들려준다 해도 싸움이 되지 않을 터다.’

청유백이 검을 휘두를 수도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곳에서 대놓고 망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옳으리라.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고만 있던 악웅이 앞으로 나서 청률을 거들었다.

“본인이 원한다면 상관없지 않겠는가.”

“대교두님!”

곽비는 ‘무슨 생각이십니까’라는 표정으로 악웅을 바라보았지만, 악웅은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이었다.

청률은 악웅의 말에 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교두님 말씀이 옳습니다. 유백이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청률은 금세 청유백을 자신들의 앞으로 데려왔다.

곽비가 알기로 올해 청유백의 나이가 열일곱이었으나, 청유백은 그 나이대의 아이들보다도 훨씬 수척한 면이 있었다.

무언가의 병이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장로들 정도의 배분이 아니라면 정확한 사유는 모르는 것이 태반.

곽비로서는 이 약해 빠진 아이에게 기대를 거는 어르신들도, 지금 굳이 대련을 시키려는 청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떠하냐, 유백아. 오랜만에 이 나와 뒹굴어 보겠느냐?”

모두의 이목이 청유백에게 집중되었다. 지금 여기서 대련을 거부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질책하지는 않겠지만, 이 이목만큼은 확실히 부담이 되리라.

하지만 청유백은 조금의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사내답구나! 그래야 내 동생이지!”

곽비도 그쯤 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좋다면, 그리하도록 하라.”

저가 나서서 하고 싶다는데 어찌 말리겠는가.

곽비로서는 더 이상 대련을 만류할 이유도, 방법도 없었다.

단지 청률에게 무언가 생각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준비 되었느냐?”

“시작하기 전에, 형님. 두 손을 전부 쓰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청률은 잠깐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미소 지었다. 귀여운 도발이기는 했으나, 상대는 화를 내기도 미안한 정도의 상대가 아닌가.

“왜 그러냐? 하하, 혹여 이 형을 이겨볼 심산이더냐?”

“아뇨, 아우가 형님의 경지를 눈으로나마 견식하고 싶어 그렇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좋다.”

청률은 두 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저리 말하는데 끝끝내 거부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일이었다.

“손속에 자비는 둘 터이나,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이지요.”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청유백의 입꼬리가 슬쩍 호선을 그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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