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그와 그녀 (4)
단유소와 한설연이 달빛이 비추는 밤길을 걸었다.
한설연을 현월곡의 저택까지 바래다주는 길.
손을 잡고 걷던 한설연이 갑자기 단유소에게 팔짱을 끼자, 단유소가 빙그레 웃었다.
잠시 그 상태로 걷던 한설연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 좋다!”
“술꾼, 오늘 아주 신나셨더군?”
“술꾼 소리 들어도 상관없어요.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은 원래 실컷 마시는 거라구요.”
“허이구, 그러셔.”
뭔가를 생각하며 걷던 한설연이 물었다.
“장원 이름은 결정했어요?”
“글쎄.”
“다들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이나 호칭을 조합해서 장원 이름을 추천하잖아요. 예를 들면 묵월장(墨月莊), 유설장(幽雪莊) 같은 거. 그런데 솔직히 나는 그런 식으로 짓고 싶지 않아요. 모두가 함께 머무는 장원인데.”
“동감이야.”
또다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던 한설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거창하고 그런 느낌보다는 오히려 평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기 거창한 사람들 살고 있소, 하고 드러낼 목적으로 만든 장원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본 게 있는데…….”
“뭔데요?”
“화인장(和人莊), 어때?”
“화인이라……. 화합하는 사람들, 정도의 뜻인가요?”
“비슷해. 나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지었지만.”
“조화, 화인장, 조화, 화인장…….”
한설연이 두 개의 단어를 몇 차례 되뇌더니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은데요?”
“그래?”
“네. 괜찮은 것 같아요. 의미도 좋고, 입에도 달라붙고. 모두에게 물어봐야겠지만, 다들 좋아할 것 같아요. 내일 가서 말해봐요.”
“그래.”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한설연이 말했다.
“단 공자님, 나 업어줘요.”
“뭣이라?”
“맨날 업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업어줘요. 어차피 업어줄 거잖아요.”
단유소가 피식 웃더니 결국 업는 자세를 취했다. 한설연이 업히자 단유소가 그녀를 업고 천천히 걸었다.
“둘이서 조용히, 느긋하게 지내나 했는데 여기저기 빈대 붙겠다는 인간들이 많네. 미안해.”
단유소의 말에 한설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런 걸로 미안해하지 말아요. 모두가 제게도 소중한 분들이에요. 제가 은혜를 갚아야 할 분들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잠시 말을 멈췄던 한설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단 공자님의 꿈이잖아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오순도순 즐겁게, 평범하게 사는 거.”
단유소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설연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 단 공자님한테서 그 말 들었을 때,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도 잘 알잖아요. 단 공자님이 왜 그런 삶을 꿈꿨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단유소가 빙그레 웃으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등 뒤에 업혀 있던 한설연이 고개를 내밀어 단유소의 옆 볼에 입술을 맞췄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 * *
몇 달이 흘렀다.
푸른 하늘이 점점 높아져만 가는 맑은 어느 가을날, 화인장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단유소와 한설연의 결혼식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혼인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공개 결혼식일 경우, 한설연의 명성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는 탓이었다. 그리하여 당사자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 초대되었고, 초대를 받은 사람들도 조용히 화인장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형식 같은 게 없는 결혼식이었다.
하객들은 준비된 탁자에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만찬을 즐겼고, 자유롭게 신랑 신부에게 다가와서 혼인을 축하하는 식이었다.
“세상에 이런 선남선녀가 혼인할 일이 또 있을까 싶군. 너무 멋지고, 너무 아름답네. 진심으로 축하하네.”
“흘흘! 노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너희들 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역시나 이렇게 되었구나. 내 평생 봐온 짝 중에 단연 최고다!”
청성의 장문인인 목종림과, 태상장로인 포원의 축하 인사였다. 청성은 혈천맹의 공격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것을 이겨낸 일로 인해 문파의 명성은 매우 높아졌다. 입문하려는 제자들이 너무 몰려서 곤란할 정도로.
“함께 고난을 겪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군. 진심으로 축하하네.”
최익의 인사였다. 그는 역량을 인정받아, 근래 무림맹 본맹에 입성했다.
“감회가 남다른 건 나도 마찬가질세. 그때 우리 소공녀님을 지켜달라는 약속을 자네는 지켰지. 자네라면 내가 아끼고 아끼는 우리 소공녀님을 데려갈 자격이 충분하지. 암!”
구홍립의 인사였다. 그는 현월곡에서 월혼대를 새로이 정비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들어보니 형부가 보통 대단한 분이 아니라면서요? 쳇! 그때 다리를 다쳤어도 그냥 주선연에 나갈걸 그랬어. 후훗. 농담이고, 우리 설연 언니 잘 부탁해요, 형부. 간혹 철이 없긴 한데, 그래도 언니는 제게도 가장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언니는 꼭 나한테도 좋은 남자 소개시켜줘야 해?”
양금영의 축하 인사였다. 그녀는 며칠 전부터 와서 화인장에 머물며, 결혼식을 준비를 성심껏 도왔다.
“아니, 단 형. 너무한 거 아니에요? 단 형이 그 유명한 무무무, 묵룡이었다는 걸 어떻게 결혼식 당일에,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통해 듣게 하냐고요, 세상에.”
오필은 축하 대신 항변부터 먼저 했다.
“그래도 단 형이니까. 그리고 한 소저니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존경하는 두 분이니까. 영원히 행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부문상 전용 마차를 몰게 된 오필은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하루빨리 분가하여 폐를 덜 끼치고 싶어서란다.
“두 분 덕분에 저는 이렇듯 병이 나아가고 있고, 점점 건강해지고 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고,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축하드려요.”
소녀의 이름은 오민(吳玟). 오필의 여동생이었다. 한동안 현월곡에서 치료를 받았고, 특히 그 과정에서 백리극의 의술이 큰 몫을 했다.
오민은 완전히 건강해지면 화인장에서 허드렛일이라도 돕겠다며 한사코 고집을 부렸다. 생명의 은인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니 보수도 필요 없다고 했다. 물론 단유소와 한설연은 보수를 책정해줄 계획이었지만.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현재, 사랑채에 오필과 함께 머물며, 한설연에게서 글을 배우는 중이었다.
“정말 축하드리우. 공자님과 소저와 함께한 시간들은 이 늙은이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우. 두 분이라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 게요. 그리고 우리 궁주님도 잘 부탁드리우.”
황 노파의 축하 인사였다. 그녀는 예교령과 함께 다음 대 소수궁의 제자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새앵! 정말 축하해! 나보다 예쁜 여자랑 결혼했다고 해서 이 누님한테 소홀하면 안 돼? 알았지? 그리고 젊었을 때의 나보다 더 예쁜 것 빼고는 다 마음에 드는 우리 올케, 행복하게 잘 살아! 그리고 간혹 찾아와서 시누이처럼 굴어도 나 미워하면 안 돼?”
참으로 예교령다운 축하였다. 그녀는 딱 봐도 진귀해 보이는 장신구를 한설연에게 선물해줬다.
“짜증 나는군. 나보다 강한 자가 내 마누라보다 훨씬 예쁜 마누라까지 얻다니. 아, 참고로 본 교에 불만이 있다거나 하면 일단 말로 해주게. 자네가 살아 있는 동안은 꼭 그리해주게. 그게 바로 내가 자네에게 쏟아부은 영약값을 갚는 길일세. 알겠는가? 그러면 송 대주의 혼인식 때 보세나.”
천마 혁련강의 축하였다.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초대장을 보내자마자 단숨에 승낙 전서가 날아왔다는 게 송주의 전언이었다.
“도련님, 감축 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도련님의 어머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리고 소저께서는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두 분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백리세가에도 자주 놀러 오십시오.”
표익의 축하였다. 맹주 백리우의 개인 수호위였던 그는 최근에 보직이 바뀌었다. 백리세가의 비밀 최정예 조직인 백혼대의 대주가 된 것이다.
[자네라면 내 존재를 알아챘겠지. 두 사람, 정말 보기 좋군. 축하하네. 그리고 미안했네. 한설연 소저에게도 정말 미안했다고 전해주게. 평생 반성하며 살겠네.]
단유소에게 전음으로 축하 인사를 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청룡이었다. 청룡이 이곳의 어딘가에 있는 이유는, 그가 바로 맹주 백리우의 새로운 개인 수호위이기 때문이었다.
“어이쿠, 내 새끼. 오늘 정말 예쁘구나. 잘 커줘서 고맙다. 축하한다. 그리고 단 서방,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현월곡주 단목수헌은 한설연을 안아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끼던 딸을 시집보내는 아비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설연은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축하한다. 그리고 새 식구가 된 걸 환영한다. 이전까지 그러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는 더 즐겁게 지내보자꾸나.”
“허허헛! 이쁜 내 새끼들, 앞으로도 잘 살거라. 그리고 서둘러라. 나 늙어 죽기 전에 이쪽에서도 귀여운 증손자, 증손녀들 재롱떠는 모습 좀 봐야겠으니.”
백리인과 백리극의 축하 인사였다. 특히 백리극은 한설연과 단유소를 차례로 안아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단유소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설연아, 너무 예쁘다. 축하해! 정말 축하해!”
송채령이 한설연을 얼싸안았다. 송채령도 울었고 한설연은 또 울었다.
두 여인이 그러고 있을 때, 단유소는 다른 인물의 축하를 받는 중이었다.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있는 그는 바로 진소학이었다.
그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수많은 인력들이 투입되어 현월곡에서 그를 치료한 덕분이었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는 단계지만, 완전히 건강이 회복된 후에는 무공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단유소는 쓰러져 있던 진소학을 본 적이 있었지만, 진소학의 입장에서는 단유소를 보는 게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마저도 한설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진소학 본인이 피나게 노력한 결과였다.
“드디어 단 공자를 만나게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설연이에 대한 것과, 혈천맹에 대한 것들 모두.”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혼자 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고맙습니다.”
진소학이 그렇게 대꾸하더니 서로 얼싸안고 있는 송채령과 한설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좋아하는 예쁜 꼬마였는데, 어느덧 이렇게 시집을 가는군요. 예쁘고 똑똑하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은 아이였습니다. 한데 지금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많은 분들의 인정을 받고 있더군요. 그간의 일들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 저 아이를 변화시킨 분이 단 공자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단유소가 빙그레 웃어 보이기만 하자 진소학이 말했다.
“행복해 보입니다, 저 아이. 그리고 단 공자시기에, 저 아이의 저러한 행복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저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진소학이 단유소를 향해 공손히 포권해 보였다. 그러자 단유소가 진소학에게 말했다.
“현월곡은 제 처가입니다. 그리고 진 공자님께서는 제게 형님이십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렇듯 과하게 예를 보이지 마십시오.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처가도 자주 놀러 가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진소학이 빙그레 웃었다.
“예, 알겠습니다.”
많은 이들의 축하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다가온 이들은 두 명이었다. 백리우와 제갈윤이었다.
백리우가 다가오자마자 단유소를 포옹했다.
“축하한다, 유소야.”
그러더니 백리우가 곧바로 한설연을 끌어안았다.
“오늘 너무 예쁘군, 한 소저.”
앞서 단유소를 포옹했던 시간보다 한설연을 포옹하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제갈윤이 눈매를 찡그리며 낮게 말했다.
“형님, 제발 좀……!”
그러자 백리우가 살짝 포옹을 풀더니 대꾸했다.
“봐줘라, 좀. 오늘이 천하제일미로서의 한설연 소저와 포옹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말이다. 이제부턴 제수씨란 말이야.”
한설연이 말했다.
“어? 그러네요? 세상의 모든 미인을 사랑하시는 강호 최고의 꽃중년이시자, 소녀가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맹주님과 포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네요? 이제부턴 아주버님이시니까요.”
한설연이 그렇게 대꾸하더니 이번에는 본인이 먼저 백리우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백리우가 한설연과 포옹한 상태에서도 제갈윤을 바라보며 헤벌쭉 웃었다.
“에휴.”
제갈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한설연이 다가오더니 제갈윤을 끌어안았다.
“문상 어르으은.”
제갈윤이 당황했다.
“이이이, 이게 무슨……!”
“헤헤헤. 감사해요, 언제나.”
한설연이 포옹한 상태에서 그렇게 말하자 당황했던 제갈윤도 양팔로 한설연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
그 후, 포옹을 풀더니 제갈윤이 말했다.
“단연코, 여태껏 내가 봐온 수많은 신부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군.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이히히.”
“뭐, 휴가를 더 길게 타내려는 작전인 게 빤히 보이지만…….”
“헛!”
한설연이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을 짓자 제갈윤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요새는 문상부가 크게 바쁘지도 않으니, 이 주를 더 주지.”
“우와아!”
기뻐하던 한설연이 표정을 가다듬더니 나란히 서 있는 백리우와 제갈윤을 향해 공손히 예를 취하며 말했다.
“두 분은 제게 수없이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고, 가슴 벅찰 정도로 저를 아껴주셨어요. 평생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백리우가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일 때 제갈윤이 말했다.
“내게 있어 자네는 누구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부하일세. 그렇기에 자네가 앞으로 만들어갈 강호는, 내가 만들어왔던 강호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매력적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자네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네.”
“과찬의 말씀을…….”
“특히 자네의 옆에는 이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있지 않은가. 내 버팀목보다 훨씬 든든한 버팀목 말일세.”
“야, 야, 윤아. 옆에서 듣고 있는 네 버팀목 기분도 좀 생각해줘.”
백리우의 반응에 나머지 세 사람이 웃었다.
제갈윤이 들고 와서 옆에 세워 두었던 무언가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길고 납작한 물건이 딱 봐도 고급스러운 천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선물일세.”
“와아! 감사합니다!”
“풀어보게.”
그 말에 단유소가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풀었다. 드러난 건 현판이었다. ‘화인장’이라는 세 글자가 멋들어진 필체로 적혀 있었다.
“우와……!”
감탄하는 와중에도 유심히 현판을 살피던 한설연이 물었다.
“맹주님의 서체도 아니고 문상 어른의 서체도 아닌 듯한데…….”
그러자 제갈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유소와 한설연을 가까이 오게 했다. 그러더니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 저하의 서체일세. 축하한다는 말씀과 함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주라 하시더군.”
“이, 이렇게 망극할 데가…….”
단유소와 한설연이 깜짝 놀랄 때 이번에는 백리우가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이듯 말했다.
“나도 한 가지 전해줄 말이 있다. 신룡대에 관련된 사안이다. 적룡과 황룡은 유임. 공석이었던 청룡은 서백풍으로, 백룡은 연소운으로 내정되었다. 그리고 유소 너는 이제부터 묵룡이 아니야. 새로운 묵룡은 곽승추로 내정되어 있으니까.”
단유소와 한설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리우가 말을 이었다.
“유소 너는 이제 묵룡이 아니라 신룡, 즉 신룡대주를 맡게 될 것이다. 부대주는 진평이지. 신룡의 역할에 대해서는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면 알려줄 거다. 신룡대 발전 방안의 일환이니, 적극 협조하도록.”
“저, 저는 그냥 조장 역할이 더…….”
단유소가 그렇게 대꾸하자 백리우가 말했다.
“대주를 맡기 싫다면 네게는 딱 하나, 다른 선택권이 있는데.”
“무엇…… 입니까?”
“네가 맹주를 하는 방법이지.”
“컥……!”
단유소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제갈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한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좋지. 그 순간에 바로 문상도 바뀔 테니.”
“헙……!”
한설연 또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백리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뭐, 그렇게 되면 맹이 아주 젊어지겠구먼. 좋은 일이지. 젊은 피들인데도 능력이나 경험마저 출중하고. 신망도 두텁고.”
“그렇죠, 그렇죠. 우리보다 배는 잘할 겁니다.”
“그럼, 그럼.”
백리우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단유소가 얼른 대꾸했다.
“그, 그냥……, 시, 신룡대주 하겠습니다.”
백리우와 제갈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연달아 말했다.
“축하한다.”
“축하하네. 앞으로도 본 맹과, 나아가서는 이 강호를 위해 더욱 힘써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