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룡무-191화 (191/200)

191화. 결전 (2)

천마신교 최정예 무력 조직, 천마단.

무림맹 최정예 무력 조직, 천무단.

천마신교주 직속 기밀 임무 수행 조직, 흑풍대.

무림맹주 직속 기밀 임무 수행 조직, 신룡대.

전직 흑풍대원들과 전직 신룡대원들.

그리고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두 사람, 무림맹주와 천마신교주.

척가장을 급습한 정마 연합 무인들의 면면이 그러했다. 전투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따져봤을 때, 그야말로 이 강호에서 최상위에 있는 무인들이 모두 투입된 것이다.

그야말로 강호사를 통틀어봐도 전에 없었던, 그리고 어쩌면 이후에도 결성되기 힘든 최강의 전력이었다.

그러한 전력이 장원 전체를 포위한 채로 공격해오자 척가장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급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정마 연합의 사전 준비가 그만큼 치밀했던 탓이다.

건물의 뒤쪽에서 모종의 기척을 느낀 순간, 곽승추의 신형이 그쪽으로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스윽―

어둠 속에서 상대를 향해 검을 찔러가던 곽승추가 동작을 멈추었다. 작은 인영. 아이였다.

사내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곽승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 귀, 귀신……!”

그러자 곽승추가 검을 거두며 피식 웃었다.

“귀신 아냐, 인마.”

사내아이는 여전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곽승추가 사내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밖은 위험한데 왜 나와 있는 거니?”

“소피를 보러 나왔다가…….”

“그래.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다.”

머리를 쓰다듬던 곽승추의 손이 빠르게 사내아이의 수혈을 짚었다. 순식간에 잠에 빠지며 쓰러져 내리는 사내아이의 몸을 곽승추가 양팔로 가볍게 안아 들었다. 건물 안에 들여놓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슈슈슉―

세 줄기의 기운이 빠르게 곽승추를 향해 쏘아졌다.

범상치 않은 검기였다. 적측 고수 세 명이 삼면을 포위하는 형태로 곽승추를 공격해온 것이다.

곽승추가 차갑게 웃었다.

자신이 안고 있는 아이의 안전을 도외시한, 잔인한 공격이었던 탓이다. 본인들이 장원에서 돌보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간이 되자 가차 없이 살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곽승추의 신형이 흔들렸다.

샤샥―

세 줄기의 검기가 모두 곽승추의 옆을 스쳐 지나간 순간, 이번에는 여섯 줄기의 검기가 곽승추의 요혈을 노리고 쏘아졌다. 역시나 품에 안은 아이의 안전을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그 순간, 곽승추의 신형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퍼어억!

곽승추의 발이 적들 중 한 명의 복부에 작렬했다. 갑작스럽게 강력한 충격을 받은 적은 거의 허리가 접히다시피 하여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순간, 나머지 두 명의 적이 곽승추의 뒤를 찔러왔다. 한데 곽승추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적들의 검극이 곽승추의 등에 닿을 무렵, 곽승추의 신형이 흐릿한 잔영을 남겼다. 잔영은 허리를 굽히며 낮은 자세를 취하여 공격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적들의 검극이 경로를 바꾸어 아래로 향할 때쯤, 곽승추의 신형은 이미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곽승추의 양발이 거의 동시에 적들의 뒷목을 강하게 밟았다.

콰곽!

적들의 신형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착!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곽승추가 고개를 돌려 구석진 어둠 속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거참, 너무들 하시는 거 아닙니까, 선배님들?”

그러자 그쪽 어둠 속에서 세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 그놈 참 잘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적어도 제가 현역일 때보다는 확실히 나은데요?”

“아, 저놈은 묵룡조로구나. 요새는 묵룡조 애들이 유독 강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네. 우리 때는 묵룡조가 시원치 않았는데 말이야.”

“그랬죠. 그래서 늘 우리가 귀찮게 지원을 가야 했잖아요.”

“그땐 우리 백룡조가 최고였지.”

세 명의 중년인이 그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곽승추에게 다가왔다. 곽승추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벌써 세 번쨉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지켜보기만 하실 작정이세요?”

그러자 중년인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내가 대꾸했다.

“이놈아, 우리도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을 시간이 필요할 게 아니냐?”

“네 움직임의 버릇 같은 것도 파악해둬야 우리도 네놈에게 더 자연스럽게 맞춰줄 수 있는 거란 말이다.”

“이놈아, 이래 봬도 우리는 다들 조장 출신들이란 말이다! 아직 부조장도 안 된 놈이 큰소리는, 쯧쯧.”

나머지 두 명의 중년인들마저 연이어서 말을 보탰다. 그러자 곽승추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훌륭하신 실력들, 얼른 좀 보여주시란 말입니다. 후배 똥개 훈련만 시키지들 마시고.”

그러자 중년인들이 대꾸했다.

“이놈이 다 설명을 해줘도 똥개 훈련이라니?”

“하여간 묵룡조 놈들이 예전부터 싸가지가 없었다니까요.”

“저놈은 필경 우리를 부려먹고 싶은 마음인 겁니다.”

중년인들의 말에 곽승추가 건성건성 대꾸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들여놓기 위해서였다.

“예, 예. 뭐,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습니까. 어마어마하신 선배님들에게 다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요.”

그러자 중년인들이 한마디씩 했다.

“저, 저, 저……! 저러언 건방진 노옴.”

“그러니까 제가 여자애들 쪽으로 붙자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리라고 뭐 그러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아냐? 여자 대원들 쪽은 그야말로 대선배님들이 다들 선점하셨단 말이다.”

사내아이를 건물 안에 눕히고 나온 곽승추가 세 명의 중년인들을 바라보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중년인들이 또다시 곽승추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 할 때였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갑자기 지축이 울리며 그런 소리들이 나니, 곽승추를 비롯한 중년인들이 빠르게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원의 모든 담장들이 쑥 솟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장원 전체를 감싸고 있는 담장들뿐만 아니라, 안채를 감싸고 있는 담장들까지 모두 솟아올랐다. 충분히 높아졌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담장은 계속 높아졌다.

중년인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이 여태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진지한 표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정도 높이면 우리들조차도 쉽사리 뛰어넘을 수 없겠는데? 게다가 두껍기까지 하고. 벽을 이루고 있는 재질 자체도 매우 단단해 보이고 말이야.”

“엄청난 규모의 기관 장치입니다. 저 정도 규모라면 이곳이 적들의 본거지인 게 확실하겠군요.”

“가두는 용도로 쓴 것이니 안쪽에서는 살상용 기관 장치가 작동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모두들 매우 위험해질 수가 있는데……, 퇴각 명령이 떨어질까요?”

“어차피 이곳이 적들의 본거지임이 더욱 확실해진 이상 퇴각 명령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다. 아이들과 민간인의 존재를 상부에서도 알고 있는데, 그들을 버리고 가지는 못해. 그렇다 해서 그들까지 데리고 저 벽을 넘어서 퇴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지. 아마 이 안에서 결판을 낼 수밖에 없을 거야.”

선배들의 말을 들으며 곽승추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있는 선배들은 모두 조장, 부조장 출신이라고 하더니, 과연 상황 판단력이나 예측력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지금의 묵룡조만큼이나 믿음직했다. 전직이라 해도 역시 신룡대원은 신룡대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여태까지의 여유 만만한 모습들과는 달리, 지금의 선배들은 매우 진지했다. 그 분위기 또한 신룡대 특유의 분위기였다.

“그러니 정신들 똑바로 차려.”

“예!”

곽승추까지도 함께 대꾸했을 때였다.

그르르르르르릉―

또다시 사방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더니 장원 안이 온통 진동했다. 그러면서 장원의 땅바닥 곳곳이 열리며 그 안으로 구멍이 생겼다. 또 다른 기관 장치가 작동한 것이다.

보아하니 기관 장치가 작동한 곳은 방금 솟아오른 외곽 담장 근처의 땅들이었다. 그러한 구멍이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열 개가량이었다. 장원 전체로 따지면 스무 개도 훌쩍 넘을 것 같았다.

그 구멍 안에서 강시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백리우와 혁련강은 나무 위쪽의 살랑거리는 가지 위에서 장원 안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전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공통적으로 어두웠다.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소. 물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소.”

회한이 가득 담긴 음성이었다.

백리우가 공감한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하의 말씀대로요. 다시 보고 싶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지…….”

강시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응당 무덤 속에 있어야 할 친숙한 얼굴들이 아군을 맹렬하게 공격하는 중이었다. 그런 강시들의 수가 매우 많았다. 정마의 인사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정마 연합의 고수들은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최정예들답게 별다른 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스스로를 추스르는 모습들이었다. 그렇다 해도 친숙한 얼굴의 강시들을 상대하는 그 마음들이 편치는 않겠지만.

혁련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소.”

쏟아져 나온 강시들의 수에 관한 말이었다.

혁련강의 말마따나 등장한 강시의 수가 너무 많았다.

너무 많다고 생각되는 지금도 강시들은 계속해서 추가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정마 연합의 고수들이 계속 강시들을 처치하고 있음에도 강시의 수 자체는 그다지 줄어드는 느낌이 아니었다.

백리우가 대꾸했다.

“확실히 본거지는 본거지로구려. 숫자도 그렇고, 강력함도 그렇고.”

장원에 나타난 강시들은 모두 청강시와 혈강시들뿐이었다. 수많은 청강시들의 사이, 사이에 혈강시들 소수가 끼어 있었다. 그 아랫급의 강시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청강시는 과거의 강호사에서 최강의 강시로 통했던 존재들이다. 그보다 더 강한 혈강시는 근래에 혈천맹으로 인해 등장한 것들이었다.

최정예라 불리는 신룡대와 흑풍대라 하여, 모두가 청강시의 몸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조장급이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그것들을 처치하는 게 가능하지, 일반 대원들로서는 버거운 게 현실이었다. 청강시가 그러하니 혈강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강시들과 싸우는 모습들을 보니 나쁘지 않구려.”

백리우의 말에 혁련강이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본거지에 많은 수의 강시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또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었다.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한 사람에게 시선을 둔 채로 혁련강이 말했다.

“특히 저 친구는 이제, 가도 너무 멀리 간 것 같소. 넘볼 수 없는 경지로 너무 빨리 가버려서, 이제는 샘도 안 나는구려.”

“후……. 귀하의 심정이 딱 내 심정이오. 나라고 해도 저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저것들을 처치할 수는 없을 것이오.”

지금 두 사람의 시선이 공통적으로 좇고 있는 인영은 단유소였다.

강시가 너무 많기에 단유소가 돕는 중이었는데, 강시들을 처리하는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정마의 지존이라는 백리우와 혁련강의 입장에서도 잠시만 방심하면 그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였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바로 옆에서도 그의 움직임을 좇을 수 없을 것이다. 주변의 강시가 갑자기 왜 쓰러진 건지도 모를 것이고, 쓰러뜨린 사람이 단유소인지도 모를 것이다.

“진기를 최대한 낭비하지 말라고 주문을 했는데도 저러고 있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요?”

혁련강의 물음에 백리우가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귀하께서도 잘 아시잖소?”

맹주인 자신의 지시를 어길 리 없다는 뜻.

즉, 저렇게 움직여도 진기의 낭비가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혁련강이 말했다.

“문상과 총군사의 예측대로 진행되어가고 있소. 청강시와 혈강시가 등장했으니 이제는 적측의 초강자들이 등장하겠지요. 그리고 그때 조심해야 할 건 그 틈을 타서 적측의 핵심인물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백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역시 제갈윤과 마연문이 예측한 바였다.

그때 빠져나가는 핵심인물들을 꼭 잡아야 했다. 그게 바로 백리우와 혁련강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야 그들이 어떤 정치 세력과 연관되어 있는지도 밝힐 수 있을 테니까.

백리우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럼 계속 전황을 살펴주시오. 나는 계속 안채 쪽의 기척들을 살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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