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룡무-171화 (171/200)

171화. 산동에서의 전투 (1)

송주가 그렇게 묻자 단유소가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에이, 이거 왜 이러시나? 딱 봐도 둘이서 티격태격하는 눈치던데. 아, 물론 그들이 대놓고 그러지는 않았어. 그래도 나한텐 다 보였지만.”

결국 단유소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자네 말이 맞아. 둘이 좀 티격태격하는 사이지. 사실 둘이 그러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닌데, 합동 임무인 데다가 내가 책임자를 맡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한 거고.”

“누가 더 문제야?”

송주가 흥미롭다는 듯 묻자 단유소가 대꾸했다.

“귀책사유야 둘 다 비슷하지. 석강무 쪽은 뭐랄까, 텃세가 좀 심한 편이고, 화란 쪽은 아직 많이 어설프고. 다만 더 억울한 쪽은 화란이겠지.”

“정파는 그런 게 참 재미있단 말이야. 우리 쪽은 상급자나 선배가 한마디 하면 대부분 그 시점에 끝인데.”

“아주 가끔은 그런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다 장단이 있는 거겠지.”

“그래. 그래서 우리 쪽은 좀 재미가 없는 편이거든.”

그 말에 단유소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 둘, 그쪽에서도 계속 그러던가?”

“응. 그래도 자네의 작전은 나쁘지 않은 것 같더군. 싸우다 보면 정들고, 정들면 연분도 나고. 뭐 그런 거 아니겠어?”

그 말에 단유소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지금보단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산동 가서도 그 둘만 보내. 이번엔 전투가 없어서 별일 없었지만, 동떨어진 곳에서 함께 싸우다 보면 전우애라도 생기겠지. 알잖아? 전우애만큼 끈끈한 정도 없다는 거.”

“아까 돌아와서 둘 다 그러더군. 다시 그쪽으로 갈 의향은 있으니, 제발 함께 보내지는 말아달라고.”

“흑풍대주가 그러더라고 전해줘.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 아무래도 편할 것 같다고.”

“그거 나쁘지 않군.”

단유소가 대꾸했고, 두 사람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 송주가 물었다.

“옆에서 보니 홍련은 어때 보여?”

“미인이더군.”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나.”

그 말에 단유소가 미소를 보이더니 대꾸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너무 울타리를 많이 두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너무 절제를 많이 해서 그게 오히려 본인의 세계를 한정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쪽 조직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하고는 좀 달라.”

“음…….”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송주가 침음성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단유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잖나. 그래서는 상승으로 가기 힘들다는 거. 상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그 울타리들을 부숴야 한다는 거.”

인정한다는 듯 송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유소가 물었다.

“하나 묻고 싶은데, 홍련 맞나? 혈련 아니고? 그쪽에서는 그렇게 예쁘장한 이름 지어주고 그러지 않잖아?”

붉은 연꽃이 아니라, 피의 연꽃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말에 송주가 살짝 움찔했다. 그러더니 대꾸했다.

“하여간 귀신같다니까.”

두 사람이 웃었다.

송주가 가죽 주머니를 꺼내더니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단유소에게 건넸다. 단유소가 물을 마시고 나자 송주가 말했다.

“다음에도 홍련을 보낼 생각인데, 잘 좀 부탁해. 원래 내성적인 친구라서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좀 있을 거야.”

“그래서 활발한 우리 조원들 붙여줬는데, 워낙 말수가 적더라고. 표정도 거의 없고.”

서백풍과 곽승추에게 홍련을 신경 써달라고 했다.

비록 바람둥이긴 하지만 서백풍은 여인을 잘 배려할 줄 알고, 곽승추는 눈치껏 알아서 맞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 둘이 하는 꼴만 봐도 재미는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고수의 실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발전이 가능한 수준은 되니, 그쪽으로도 잘 부탁하고.”

“그거야 그녀가 알아서 잘 터득하겠지.”

“나도 화 소저와 석 공자 쪽, 잘 풀리게 도울 테니까.”

“그 둘 얘기를 들으니 왠지 부탁은 내가 해야 할 것 같군.”

“그것도 그러네. 난 왜 이렇게 항상 자네에게 저자세가 되는지 모르겠다니까.”

단유소가 대꾸하는 대신 피식 웃어 보였다.

송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번 산동 쪽 일 끝나면 꼭 우리의 첫 술자리 한번 갖자고.”

“그래.”

* * *

나흘 후. 산동 북쪽의 해안.

평소라면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지금과 같은 한밤중에는 조용해야 마땅할 테지만, 지금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들이 난무했다.

바다에 인접한 바위 절벽 지대 아래의 모래사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바로 흑풍대였다.

이 해안을 타고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하북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에 수색의 범위가 제법 넓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신룡대와 흑풍대로 나누어 적의 거점을 조사하던 중,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바위 절벽 지대의 아래쪽에 교묘하게 가려진 동굴이 있었는데,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그 앞이었다.

흑풍대원들이 무난하게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가운데, 송주와 선화란, 그리고 적룡은 조용히 전투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물론 이미 신룡대 쪽으로 전서를 날린 후였다.

선화란이 보니 흑풍대원들의 기세는 사나웠고, 그들이 싸우는 모습은 매우 조직적이었다.

“신룡대와는 좀 다르지요?”

송주의 물음에 선화란이 대꾸했다.

“네. 뭐랄까, 기세가 정말 대단해요. 상대하는 입장에서 위축이 많이 될 것 같고요. 조직력도 대단하고.”

신룡대의 전투도 당연히 조직적이지만, 단체로 싸울 경우에 보다 더 체계적인 쪽은 흑풍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모두가 일사불란했다.

신룡대의 단체전도 당연히 조직적이지만, 흑풍대보다는 개개인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이다.

굳이 한마디씩으로 표현하자면 흑풍대는 체계, 신룡대는 조화 정도라고 할까?

비슷하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즈음, 계속해서 전장을 주시하던 적룡이 짧은 음성을 내뱉었다.

“음, 저건…….”

송주가 대꾸했다.

“강시군요. 피부색을 보아하니 일단은 청강시급인 듯하고, 적어도 이십 구 이상은 되어 보이는 군요. 저 안에서 얼마나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고…….”

그 말에 적룡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현재 강시들이 위치한 곳은 저 멀리, 동굴 안의 어둠 속이었다. 한밤중의 동굴 안이니 더욱 어두웠다.

그렇기에 이 위치에서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건 움직임이 매우 부자연스러운, 몇 개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그래서 강시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한데 송주는 같은 거리에서도 이미 강시의 피부색까지 확인하고 대강의 숫자까지 파악한 것이다.

명백한 경지의 차이.

‘역시 흑풍대주는 흑풍대주라는 건가.’

저 정도면 묵룡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괴물이 더 뛰어나겠지만.’

그 즈음 송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애들도 청강시를 잘 상대하긴 하는데, 숫자가 많으면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두 분이 한번 실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송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룡이 말했다.

“저 정도면 제 옆에 있는 사람이 매우 잘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묵룡의 칭찬도 자자했었고.”

그 말에 선화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니, 같이 가도 되잖아. 당신까지 나서면 더 빨리 해치울 수 있을 텐데.”

“내가 꾀부리려고 이러는 건 아니잖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련히 알아서 나설까. 그러니 가서 실력 한번 제대로 발휘해봐.”

적룡이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끼었다.

선화란이 송주를 바라보며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송주가 난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두 분 다 가기 싫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두 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이 직접 나서야겠군요.”

그러자 적룡이 한쪽 팔을 풀어 송주의 앞을 막았다.

“아유. 지휘관이 그러시면 안 되지요.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적룡이 인상을 쓴 채로 선화란을 향해 턱짓하니, 선화란이 적룡을 향해 입술을 삐쭉거렸다.

[젠장, 당신 진짜 맘에 안 들어.]

선화란이 어쩔 수 없이 동굴 쪽을 향해 달려 나가며 전음을 보내자 적룡이 대꾸했다.

[정신이나 똑바로 차리고 싸워, 애송이. 당신 때문에 신룡대 전체가 창피나 안 당할까 무서운 마당이니까.]

* * *

쉬리리리리릭―

달빛에 비친 선화란의 검광이 동굴 앞쪽을 찬란하게 수놓았다.

그 한 수에 의해 최전방에 있던 청강시 두 구가 거의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선화란이 기세를 몰아 청강시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검이 방금 전보다 더 찬란한 검광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세 구의 청강시가 바닥에 쓰러졌다.

청강시를 상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 정도로 날렵하고 빨랐다.

누가 봐도 충분히 그녀의 강함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그 와중에 선화란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중이었다.

합동 임무 이후로 수많은 임무와 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전투를 펼치는 건 장원에서의 전투 이후로 처음이었다.

정혼단과 헤어지기 직전에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긴 했지만, 그때는 모든 신룡대원들과 함께였다. 적룡과 함께 대원들을 지휘하면서 간혹 지원하는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선화란이 속으로 고개를 갸웃한 건 느낌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장원에서의 전투 이후로 딱히 경지가 상승하거나 내공이 증진하지도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몸이 너무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가벼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몸만 가벼운 게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싸우는 와중에 흘러가는 장면들이 그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주변의 움직임들이 더 세세하게 시야에 잡혔고, 또 그 움직임들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졌다.

그쯤에서 선화란은 더 이상 청강시들 사이로 파고들지 않고 신형을 한 차례 뒤로 뺐다.

강시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던 탓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대로 강시들 사이로 파고들고 싶었다. 강시들의 수가 많긴 하나,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을 뒤로 뺀 것은 몸 상태가 너무 좋았던 탓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모든 게 달랐다.

이 상태로 자신이 강시들 사이로 파고들 경우,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함께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흑풍대원들도 무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자칫 진형이 붕괴되어 화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신형을 뒤로 뺐던 선화란이 흑풍대원들과의 보조를 맞추며 또다시 청강시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검광이 일대를 수놓았다.

적룡은 뒤쪽에서 송주와 함께 서서 조용히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청강시들의 수가 많았다. 처음에는 송주의 말마따나 이십여 구에 불과했는데, 동굴 안쪽에서 계속해서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니 적들이 이곳에서 아직 철수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수가 저렇게 많으면 아무래도 옮기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안이니 배를 대서 작정하고 옮기면 못 할 일도 아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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