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룡무-152화 (152/200)

152화. 송주와의 조우 (3)

잠시 후에 단유소가 물었다.

[그래서, 그쪽에서도 이번에 움직이기로 했나? 아직 함께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양측의 상부에서는 아직 함께 움직이기에는 서로에 대한 반감이 높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게다가 우리 입장에서는 무림맹이 깔아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꼴이어서 모양새도 좀 그렇고.]

[그래서?]

[무림맹에서 거점 타격을 시작하면 우리는 넓게 포위망을 구축하고 대기할 거야. 일단은 적의 퇴로를 확실하게 차단하는 역할이지. 그러다가 만에 하나 무림맹 측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개입하는 거고.]

단유소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물었다.

[전력은 어느 정도지?]

[수라단 전력의 반 정도가 움직였지.]

어차피 지금은 상호 동맹 관계.

송주는 감출 이유가 없다는 투였다. 즉, 무림맹의 수뇌부에서는 이미 천마신교 측의 전력 규모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직은 직접 함께 싸우지만 않는다 뿐이지, 이미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작전 공조는 시작된 것이다.

천마신교의 규모는 각지에 퍼져 있는 인원들까지 합하면 수만 명을 헤아린다. 물론 무림맹에 소속된 백도 세력의 규모를 모두 합하면 절대적인 인원수 자체는 천마신교보다 많긴 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천마신교가 단일 세력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일관된 지휘 체계하에 움직이기에 훨씬 더 일사불란하고 단결력도 높다.

모두가 알고 있듯 천마신교의 정예 무력 조직은 천마단, 수라단, 마룡단의 세 개 조직이다. 그 세 조직의 전력만 합해도 수천 명을 헤아린다.

이번에 투입된 수라단은 정예 무력 조직 중에 두 번째로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수라단의 규모는 최소 천 명은 될 것이라 추산되고 있다. 그 중에서 반이 움직였다면 오백 명 가량의 정예가 투입된 것이다.

천마신교에서도 이번 사안을 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송주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흑풍대의 몇 개 조도 수라단과 함께 투입된 거야. 어쨌거나 이번 작전 성공하라고. 괜히 우리까지 힘 뺄 일 없게.]

송주의 말에 단유소가 희미하게 미소만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이 전음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을 즈음 객잔 안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매우 왁자지껄했다.

특히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자리는 단유소 일행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멀지 않았다.

삼사십 대로 보이는 사내 세 명이 식사와 함께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는데, 반주라고 하기에는 이미 탁자 위에 쌓인 술병의 양이 적지 않았다.

단유소가 객잔으로 들어오면서 살펴본 바, 세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사냥꾼, 나머지 두 사람은 약초꾼인 듯했다. 그렇기에 단유소가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자네들, 그 소식 들었는가? 백도의 여러 문파들이 혈천맹인지 뭔지 하는 흉악한 자들에게 줄줄이 도륙이 나고 있다 하네.”

약초꾼으로 보이는 염소수염의 사내의 말이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작고 통통한 체구의 사내가 말했다. 통통한 사내도 역시 약초꾼의 행색이었다.

“나도 들었네. 요즘도 하룻밤 새에 몇 군데씩의 문파들이 화를 입고 있다고 하더군. 심지어는 공동파와 청성파 같은 유명한 문파들도 당했으니……. 그래서 무림맹에서 각파의 정예들을 차출하여 그 흉악한 자들에게 대응하려 한다는 게 아니겠나.”

무림맹에 속한 수많은 문파에서 정예들을 차출했으니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외부에 새어 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미 일반인들 중에도 그러한 사실을 들은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염소수염의 사내가 대꾸했다.

“그래. 그 얘기는 나도 들었지.”

“그런 것 보면, 그래도 역시 무림맹은 무림맹이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혈천맹의 무리들이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흉악하게 이용한다는데, 실상 나라님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나마 무림맹에서라도 저렇게 나서주지 않았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쩔 뻔했느냔 말일세.”

통통한 사내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염소수염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유소가 분위기를 살펴보니,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혈천맹에 관련된 일은 요즘 어디에서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염소수염의 사내가 술을 한 잔 들이켜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한데 정예들을 차출했다고 해도 무림맹이 그들을 막아낼 수 있겠나? 무림맹과 혈천맹이 온 힘을 모아서 한 방에 결판을 낸다면 또 모를까, 지금의 상황은 결국 혈천맹의 은밀한 공격에 무림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혈천맹에서 어딜 찌르고 들어올지 알 수 없으니 무림맹으로서도 난감하긴 하겠지. 그래도 당연히 막아내지 않겠나? 무림맹주가 바로 천하제일고수가 아닌가. 게다가 무림맹이 여전히 중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고. 정예들도 끌어모았다고 하고.”

통통한 사내가 대꾸하자 염소수염의 사내가 말했다.

“허허, 이 사람아. 아무리 무리맹주가 천하제일고수여도 몸은 하나가 아닌가. 게다가 무림맹이 중원을 장악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처럼 외곽부터 차례차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중원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염소수염의 사내가 바로 말을 보탰다.

“또, 정예들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많은 곳을 대비하기 위해서 분산시키면 각개격파당할 위험성이 있고, 모아두면 기동성이 딸리니 그것 또한 문제라 할 수 있네. 혈천맹의 본거지를 알아내지 못하는 이상, 지금과 같은 추세는 계속되겠지. 나는 지금 막연한 바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을 말하고 있는 걸세.”

들어보니 염소수염의 사내는 제법 아는 게 많고 예리해 보였다.

“쩝. 그거야 뭐…….”

제대로 대꾸하지 못한 통통한 사내가 술을 들이켰다.

그러자 여태껏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연거푸 술만 들이켜던 나머지 한 명의 사내가 말했다.

“그 마교 놈들이 문제야.”

그는 텁석부리 장한이었다. 그가 바로 사냥꾼의 행색을 하고 있는 자였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인가?”

염소수염의 사내가 묻자 텁석부리 장한이 대꾸했다.

“아까 자네가 말했잖아. 무림맹 혼자서는 혈천맹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그랬지.”

“내 말은 무림맹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그 마교 놈들 때문이란 말이야. 무림맹은 지금 혈천맹을 상대해야 하는 데다가, 앙숙인 마교 놈들에 대한 방비도 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당연히 어렵지.”

“하긴, 듣고 보니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큰 문제겠네.”

통통한 사내가 끼어들어서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텁석부리 장한이 말했다.

“아무리 앙숙이라도 이런 때에는 마교 놈들이 알아서 눈치껏 협조를 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냔 말이야.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무림맹이 혈천맹과 다투다가 빈사 상태가 되면 쥐새끼들처럼 그때를 노릴 생각이나 하겠지.”

텁석부리 장한의 목소리는 괄괄하고 커서, 많은 이들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이미 알게 모르게 암중에서 혈천맹을 돕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야.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 했지. 괜히 마교겠어? 그나마 무림맹은 우리 같은 사람들 생각을 해주는 척이라도 하지, 언제 마교 놈들이 그런 적 있었나?”

텁석부리 장한이 또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그러자 염소수염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자네, 마교에 대한 표현은 좀 조심하게. 듣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러자 텁석부리 장한이 또다시 술을 들이켠 후, 술잔을 탁자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조심? 흥! 왜 그래야 하나? 내가 뭐, 못 할 말이라도 했어? 사실이 그렇잖아, 사실이! 앞으로 혈천맹과 마교가 중원을 먹으면 어차피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며 마음껏 술 마실 일도 없을 텐데, 그 전에 실컷 할 말이나 다 하면서 마시지 뭐!”

텁석부리 장한은 아무래도 술이 많이 취한 모양으로, 목소리가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흠흠. 자네, 많이 취한 것 같군. 다들 마실 만큼 마신 것 같은데 슬슬 일어나지.”

염소수염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 강호인이란 두려움의 대상인데, 마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목이 쏠린 상태에서 텁석부리 사내가 마교 욕을 했으니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다.

“가긴 어딜 가, 이 사람아! 시켜놓은 술은 다 마시고 가야지!”

텁석부리 사내가 한사코 버텼다.

“그 정도면 충분히 마신 듯하네. 이만 가자고.”

통통한 사내까지 텁석부리 사내에게 눈치를 주며 본인의 짐을 챙겼다.

결국 텁석부리 사내도 자리를 정리했다. 그 또한 이런 상황에서 혼자 남아 있기는 무서웠던 모양이다. 취했어도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는 것이다.

세 사내가 객잔을 나서고 나자 송주가 단유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좋겠어? 정의의 협객들은.]

아까 세 사내가 무림맹을 칭송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농담이었다. 단유소가 피식 웃어 보이기만 했다.

탁자에 남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자 송주가 선화란을 향해 말했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와 함께 술이라도 한잔 기울이고 싶지만, 서로가 바쁜 몸이라 그건 이후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저희들은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오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화 소저.”

그러면서 송주와 홍련이 자리에서 일어서니, 선화란도 함께 일어서며 대꾸했다.

“아, 저, 저도 반가웠습니다. 송 공자.”

“예, 그럼 기회가 되면 또 뵙지요.”

단유소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화란에게 말했다.

“잠깐 배웅 좀 하고 올 테니 여기 있어.”

선화란이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이 자리를 벗어났다.

배웅하러 걸어가는 동안 송주가 단유소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그녀도 조장이겠지?]

선화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단유소는 가타부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송주가 다시 말했다.

[지금은 약간 어설픈 느낌도 있지만, 앞으로는 크게 성장할 것 같네. 하긴 그러니 조장이겠지.]

역시 흑풍대주는 흑풍대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화란의 가능성을 금세 알아본 것이다.

이번에는 단유소가 물었다.

[벌써 후임 받나? 아니면 부대주? 아무리 봐도 조장급의 실력은 아닌 듯한데.]

홍련이라는 여인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까 그녀에 대해 칭찬조로 말했던 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직접 대면해본 여류 고수들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심소옥과 그녀의 사부인데, 저 홍련이라는 여인도 충분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실력이었다.

선화란이 송주의 경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에 반해, 홍련이라는 여인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경치를 얼추 알아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말에 송주가 미소 띤 얼굴로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어쨌거나 동종업자끼리 앞으로도 종종 마주치게 될 텐데, 그때마다 잘 부탁해, 친구.]

신룡대와 흑풍대는 임무의 특성상 가끔이라도 마주칠 경우가 많다. 앞으로 홍련이라는 여인도 간혹 마주치게 될 테니 잘 부탁한다는 뜻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부탁해야 할 처지였다.

흑풍대에서도 선화란의 정체를 눈치채버렸는데, 홍련이라는 여인에 비해 선화란의 실력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유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결국 선화란을 잘 부탁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차피 두 여인도 가끔은 서로 마주치게 될 테니까.

이윽고 객잔의 문 밖에 다다르자 송주가 말했다.

“다음에는 꼭 술 한잔하자고, 친구.”

“그러지.”

“그래. 그럼 또 봐.”

송주가 그렇게 말한 후 돌아섰다. 그러자 홍련이라는 여인도 단유소를 향해 공손히 포권하더니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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