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 최후의 대결 (2)
약선이 다가오자 검성과 도존은 수련실을 두고 조금씩 간격을 벌려 물러났고 약선은 그들의 중앙에 섰다.
“대결은 한 사람이 패배를 인정할 때와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승패가 결정 난 것으로 판단하도록 하겠어요. 두 사람 다 길게 말하는 것을 좋아 할 거 같지 않으니 바로 시작하도록 할게요.”
약선은 간단히 말하고는 바로 물러섰고 도존은 바로 도를 뽑아 들었다. 검성은 검을 뽑아들진 않은 채 도존을 주시하고 있었다.
“선수(先手)를 양보하지.”
검성의 말에 약선과 단지경 등 지켜보던 모두가 놀랐으나 검성은 늘 비무에서 삼수를 양보해왔기에 당연한 말이었다. 놀란 이들은 설마 도존을 상대로도 그럴 줄은 몰라 놀란 것이었고 당사자인 도존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츠츠츠-
도존의 전신에 자색 기운이 휘감았고 그의 절기인 월령무결을 운용할 때 생기는 자뢰강기가 발산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뢰강기는 묵도에 서리기 시작했고 그 순간 도존의 신형이 움직였다.
촤장- 촹-
도존의 신형이 쏘아져 다가오자 검성은 발검해 검과 도가 부딪치기 시작했고 묵직한 도의 움직임을 검성은 어렵지 않게 맞부딪치고 있었다.
검성이 자신의 도를 어렵지 않게 막아내자 도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더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꽤나 무게가 나갈 것으로 보이는 묵빛 대도를 아무렇지 않고 다루는 도존의 모습에 지켜보던 모두가 놀라고 있었는데 도존의 모습이 더 놀라웠던 것은 도를 양 손으로 옮겨가며 검성의 눈을 현혹하고 있었다.
손을 빠르게 옮겨가며 도를 다루는 도존의 수법이 까다로운 것은 우수와 좌수의 선 자세에 따라서 반경이 달랐기에 검성은 까다로워하고 있었다.
모든 공격을 검으로 받아내면 상관없었지만 묵직한 대도를 검으로 계속 부딪칠 수는 없었기에 흘려내는 공격이 점점 많아졌는데 손을 바꾸는 수법에 검성은 까다로워하고 있었다.
“이 공자. 두 분의 대결 어떻게 보십니까?”
단지경은 슬며시 이윤후에게 다가와 물었다. 도와 검의 공방이 이어지고 치열한 간격싸움이 벌어지자 단지경은 눈으로 쫓기도 버거워하고 있었고 제자인 이윤후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 다가온 것이었다.
“두 분 다 큰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채 조금은 탐색전을 길게 하시는 듯 하네요. 도존이 하는 손을 바꾸는 방법은 제가 저렇게 갑자기 당했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이윤후는 도존의 수법에 사실 꽤 크게 놀라고 있었다. 간격싸움이라는 것을 검성에게 제대로 배우고 실전에서 그런 싸움을 경험하고 체득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마 자신은 처음 도존과 간격을 가늠하고 그 후 그 간격에 대한 자만을 하고 손을 처음 바꾸는 순간 도에 당했을 거 같았다.
‘간격을 가늠했다고 절대 자만하지 말아야겠구나... 두 분의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것이 많아.’
단지경은 이윤후가 자신의 물음에 답하곤 검성과 도존의 대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자 더는 묻지 못했다.
츠츠츠-
도존의 도에 강기가 서리기 시작하자 검성도 내력을 끌어올려 부딪치기 시작했다. 검성의 정천검도 뇌정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제대로 상대 해주실 모양이군요.”
도존은 자신이 계속 공격을 하고 양손도법으로 현혹하며 주도권을 가지곤 있었지만 검성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도존을 파악하는 듯 계속 도존을 시험하고 있었기에 그건 상대인 도존이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공격을 양보할 만큼 했으니 이제 내가 보여주지. 막아보게.”
파박-
파바밧-
검성은 말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도존에게 달려들었고 동시에 검성의 검은 도존의 각 요혈을 노리며 찔러갔다.
촤자장-
도존은 검성의 빠른 찌르기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도를 이용해 튕겨내며 바로 휘둘러 검성이 재차 공격하는 것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검성의 신형이 사라졌고 도존은 놀라며 자신의 뒤를 향해 좌장(左掌)을 내질렀다.
파방-
쩌정-
사라진 검성이 도존의 배후에서 나타나 그의 비어있는 옆구리를 향해 일장을 내뻗었고 그것을 눈치 채며 급하게 뻗은 도존의 좌장과 맞부딪치며 수련실이 크게 울렸다.
촤장- 촤자장-
손바닥이 떼어진 두 사람은 동시에 떨어지며 다시 검과 도를 부딪치기 시작했고 바뀐 점은 검성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검성의 검은 쾌속하게 도존의 전신을 파고들어 노려갔고 도존은 노련하게 그런 검성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보는 사람들은 눈으로 쫓기 힘든 검성의 쾌검이었지만 도존은 무거운 중도를 들고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이것도 막아 보아라.”
검성의 검이 변화했다. 쾌검에서 유려하고 변화무쌍한 변검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허초 중에 실초가 있었고 빠른 쾌검을 잘 막아내었던 도존이었지만 변검에는 오히려 고전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공격 중에 허초와 실초를 구분하더라도 검성은 다시 변화를 주었고 허초였던 공격이 실초가 되고 실초였던 검이 허초가 되는 변화를 주니 도존으로서는 다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도존의 전신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지켜보던 유인경은 발을 동동 구른 채 지켜보고 있었다.
촤라라락-
검성의 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도존은 받아내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를 양손으로 잡고 하늘로 쳐들었다. 그리고 내려쳤다.
“월령참마도(月靈斬魔刀)!”
콰자자자작-
내려쳐진 도존의 도에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치며 검성을 덮쳐갔다. 이에 검성은 제자리에 멈추더니 도존이 보여줬던 자세와 똑같이 검을 상단에 쳐들었다.
그리고 내리쳤다.
촤자자작-
검성의 검이 내리쳐졌고 놀랍게도 휘몰아치던 도존의 도강이 베어지며 기운이 소멸해버렸다. 요란한 기의 폭발도 일지 않았고 마치 기운이 검성의 검에 흡수당한 듯 해보였다.
그 모습에 가장 놀란 것은 도존이었고 지켜보던 모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두 사람의 기운의 부딪침에 폭발을 예상했기에 이 상황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이윤후만이 검성의 어떤 방법으로 도존의 기운을 파훼시켰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되는지 아는 눈치군?”
이윤후의 표정을 보고 짐작한 단지경이 물었고 마찬가지로 궁금했던 약선과 조준혁도 이윤후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사부님께서 내려친 검은 뇌정이 서린 비뢰낙일(飛雷落日)이었으나 기운을 상쇄시킨 것은 만상오행공의 차력(借力)이었습니다. 저렇게까지 실전에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상대의 기운을 흡수해 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윤후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단지경은 말했다. 사실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상대가 발산한 기운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흡수해서 아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저는 저렇게 못합니다... 아니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부님만 가능하신 겁니다.”
이윤후의 눈빛이 말을 하며 달라졌고 그의 눈은 검성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검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윤후의 말을 듣고 있던 것은 검성과 도존도 마찬가지였다. 검성은 이윤후가 방금의 상황을 이해했는지 궁금했고 도존은 자신의 공격이 어떻게 사리진 것인지 궁금했기에 공격을 멈추고 이윤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윤후의 말에 검성은 미소 지었고 늘어뜨리고 있던 검을 들었다.
“자네의 최후의 수를 보여주게. 이 싸움은 더는 의미가 없을 거 같아.”
검성의 말에 도존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온화했던 도존의 표정이 마치 아수라의 귀면처럼 바뀌었다.
“제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제가 얼마나 자만하고 살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대로 보여드리죠. 극성(極成)의 월령무결을...”
츠츠츠츠-
도존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내력을 끌어올리는 그의 전신에서 강맹한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검성은 애초에 나와의 대결이 주목적이 아니었어... 제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니... 검성을 놀라게는 해야겠지.’
검성은 애초에 도존이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검성이 도달해버린 무의 극한은 인외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도존과의 대결을 통해 이윤후에게 마지막 수업을 하려했고 그것을 눈치 챈 도존이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마지막 일격으로 검성에게 인정받고자 했다.
검성은 검을 갈무리해 검집에 넣고는 이윤후에게 던졌다. 이에 모두가 놀랐다.
“기대하지 너의 공격을.”
검성은 기운을 끌어올리는 도존을 향해 오라는 듯 손짓했고 안 그래도 귀면이 되어버린 도존의 얼굴이 더욱 험해졌다. 자신을 도발해 극한의 공격을 하려 만들려는 검성의 속셈이란 것을 알았지만 도존은 이미 평정심을 찾기 힘들었다.
콰과과과-
도존의 전신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수련실에 있는 모두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고 피부가 따끔따끔해질 정도로 강맹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에 이윤후는 유인경에게 다가가 그녀를 보호했고 도존도 그 모습을 보고는 조금 안심했다. 자신이 흥분한 탓에 발산한 기운에 유인경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으나 이윤후가 그녀를 보호하자 안심했다.
처적-
도존의 도가 다시 하늘을 향해 쳐들어졌고 도에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보통의 상황이었으면 도존도 절대 상대에게 빈틈을 보일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만 검성은 이미 자신의 공격을 기다려주겠다 했기에 모든 것을 이번 공격에 담아내고 있었다.
모두 도존의 마지막 한수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이 감돌았고 도존의 눈빛이 달라지며 도를 잡은 양손에 힘을 주었다.
“무월참(無月斬)!”
도존의 묵도가 외침과 내려쳐졌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에 모였던 강맹한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저 내려치기로 보였던 도존의 무월참은 소리 없이 검성에게 다다르고 있었다.
파바바바밧-
파지지직-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기운이 검성의 펼친 양 손 앞에 나타났고 검성은 강맹한 기운을 저지하듯 양 손으로 기운을 막아내고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기운에 모두 놀랐는데 월령무결을 대성하면 무월참의 도강이 무형지기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은 채 날아가 격중한 순간 상대를 갈가리 찢어발기는 무서운 도법이었다.
검성이 눈치 채지 못했다면 무형지기가 된 무월참의 도강이 검성에게 닿는 순간 검성은 도강의 회오리에 온 몸이 찢겨버렸을 것이었다.
콰과과과-
검성이 뻗은 양팔 양손에 멈추어진 도존의 무월참의 기운은 여전히 매섭게 몰아치며 검성을 삼켜버릴 듯 몰아치고 있었고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