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248화 (248/251)

248화- 물러난 군룡세가

“너희를 모두 죽여 군룡세가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너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말이지.”

검성이 자신들의 목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자 조금은 화가 치밀었으나 담수천은 속으로 꾹 눌렀다.

“그렇다면...?”

“세가로 돌아가 전하거라. 의천문은 이제 소주 일대의 모든 것을 장악할 것이다. 우리를 막아보겠다고 결정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만 다음엔 내 손에 자비는 없을 것이다.”

검성의 말은 담담했으나 듣는 담수천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려움이 엄습했다. 사실 담수천을 비롯한 군룡세가는 검성과 이윤후만 있는 의천문과의 싸움을 벌일 각오를 이미 마쳤다.

그렇기에 항주의 천무맹의 군룡세가의 수하들을 비롯해 천무맹의 전투대도 이미 소주로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담수천은 오늘 이 자리에서 검성을 보고 깨달았다.

자신들이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검성 하나를 당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담수천은 조심스레 검성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물었다.

“말하여라.”

“혹시 저희가 의천문이 소주의 이권을 장악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희와 부딪치지 않으시는 겁니까?”

담수천은 말하고는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군룡세가가 의천문과 부딪치기를 불사한 이유가 검성의 의천문이 소주의 이권 장악은 핑계일 뿐이고 본래 목적은 자신들을 멸하기 위함이라 생각했기에 군룡세가도 의천문과 부딪치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검성의 말을 듣던 담수천은 검성이 자신들과 싸움이 목적이 아닌 거 같다고 생각했고 검성의 의중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군룡세가를 우리가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담수천은 검성의 대답에 안도했다. 검성의 무위를 확인한 순간 군룡세가의 멸문하는 미래가 보였는데 검성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피할 길이 생겼다 생각했다.

자신의 잘린 손목은 뼈아팠지만 세가의 미래가 있는 만큼 아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금 말미를 주십시오. 당장 돌아가 회의를 하겠습니다.”

“그래. 난 너희와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더는 피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

“네. 저희가 검성께서 소주의 이권이 아닌 저희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 착각했기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니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바로 잡겠습니다.”

“그래. 그럼 저들은 내가 데리고 가겠다.”

“네... 저희는 조금 머물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자네도 허락해주게.”

담수천은 검성에게 말하다 검성의 뒤에 서있던 엄윤겸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 쓰러져있는 수하의 점혈을 풀어보려 했지만 담수천은 풀 수가 없었기에 검성의 말처럼 깨어나길 기다려야했다.

그렇기에 진향객잔의 주인인 엄윤겸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오늘 어차피 장사를 하지 않으니...”

자신에게 깍듯한 담수천의 모습이 적응되진 않았으나 풀이 죽은 그 모습을 보자 나름 화가 났던 마음이 풀리기도 했다.

“걱정하지마라. 혹여나 너희 중 누구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군룡세가의 혈족 누구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

검성의 담담한 말에 담수천은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았기에 등골이 오싹했고 엄윤겸과 진운형에겐 위안이 되었다.

담수천이 깨어난 수하들을 데리고 군룡세가로 돌아간 것은 한 시진 뒤였고 진운형과 엄윤겸, 한철인도 자신들의 사업장과 식솔들의 안전을 확인하러 돌아갔다.

***

검성의 의천문과 군룡세가가 소주의 이권을 놓고 다투었다는 소문이 무림에 퍼졌고 안 그래도 무림맹과 천무맹의 문파들 사이의 크고 작은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무림의 이목은 소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큰 분쟁으로 번지지 않은 채 한 가지 소식이 무림에 전해지며 모든 일은 일단락되었다.

[군룡세가(群龍勢家)의 항주 이전.]

군룡세가의 항주 이전은 표면상으로는 천무맹이 있는 항주로 군룡세가가 옮긴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검성의 의천문에 밀려 이전하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의천문에서 검성의 이권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벌어진 이전이었기에 군룡세가가 다툼을 피했다는 생각들을 했고 군룡세가는 전혀 그런 소문에 대응하지 않은 채 대규모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상은 군룡세가로 돌아간 장로인 담수천이 긴급 세가회의를 열었고 항주에서 가주인 담영진이 돌아오자 담수천은 모두를 설득했다.

검성이 군룡세가를 없애기 위해 소주의 이권을 핑계로 자신들에게 싸움을 건다 생각했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부딪치려했었던 군룡세가였지만 검성이 유혈사태를 원하지 않음을 담수천에게 들은 군룡세가의 모두는 당연히 싸움을 회피하는데 불만이 없었다.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고 검성이 무림에서 복수를 어떻게 했음을 알았기에 도망치는 것은 의미없다 여겨 부딪치려한 것이지 절대 목숨을 내던지며 검성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안 좋은 소문에 휘말리긴 하겠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중요하진 않았다. 어차피 항주에 천무맹이 있었기에 차라리 잘되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큰 분란이 될 것 같았던 소주의 분쟁이 조용히 끝이 나자 무림도 어느 정도는 분쟁이 소강기에 이르렀다. 검성이 대놓고 무림맹을 편들지는 않았지만 소주 일대의 이권을 장악하며 군룡세가를 압박한 것이 무림맹을 위한 것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에 천무맹도 더는 무림맹의 문파들에게 더는 분쟁을 만들지 않았고 분쟁이 생기지 않았다. 사파들도 사왕련의 해체 이후 큰 움직임이 없었기에 각 지역마다 사소한 다툼은 생겼지만 큰 문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다.

***

의천문 누월정.

검성은 오늘도 누월정의 정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런 검성에게 손님이 찾아와 마주하고 있었다. 손님은 바로 약선 서문애령이었다.

“애령. 오랜만이군.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어.”

검성은 찻잎을 우려내어 잔에 따른 뒤 약선에게 건네었다.

“당신에게 차를 대접 받을 줄은 몰랐군요. 이런 건 할 줄 모르지 않았나요?”

약선은 검성이 직접 차를 우리고 대접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신기한 듯 물었다.

“요즘 무료하다보니 차를 즐기고 풍경을 보는 것이 취미가 되어서 말이야.”

“그런가요?”

약선은 그런 검성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기에 미소를 짓고는 차향을 즐기고 입을 대어보았다.

“애령이 직접 온 것은 때가 되었다는 것인가?”

검성의 물음에 약선은 차를 내려놓고는 입을 떼었다.

“네. 당신이 오래 기다렸던 소식을 들고 왔어요. 도존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약선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검성에게 흑월도존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전서구로 알려도 될 일이었지만 약선은 검성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직접 자신의 설응을 타고 온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몸 안의 독기를 완전히 뽑아낸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 금세 이전의 몸 상태로 돌아간 게 신기하더군요.”

“그만큼 도존의 경지가 높았다는 거겠지. 무형지독을 체내에서 퍼지지 못하도록 스스로 억제한 덕에 몸이 크게 상하지 않았을 테고 말이야. 물론 애령의 치료도 좋았겠지.”

“확실히 당신 많이 바뀌었군요. 사람 기분 좋은 말도 할 줄 알고요.”

약선은 검성이 자신을 슬쩍 칭찬해주자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전의 무뚝뚝했던 검성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약선은 바뀐 검성의 모습이 좋았다.

“이것을 가져왔어요.”

약선은 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어 검성에게 건넸다. 길게 접혀있는 종이엔 도전장(挑戰狀)이라고 힘이 느껴지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당신이 도존과 싸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경이가 알아서 경이가 도존에게 이야기를 했었나보더라고요. 제가 따로 말 할 것도 없이 이것을 당신에게 전해 달라했어요.”

검성은 약선이 건네준 도전장을 기분 좋게 받아들었다.

[무림의 절대자(絶對者) 검성(劍聖)에게 한 사람의 도객(刀客)이 가르침을 청합니다.]

도전장 안의 내용은 짧았지만 힘이 느껴지는 필체로 적혀있었다. 자신을 낮추어 도객이라 부른 흑월도존은 검성이라는 절대자에 도전한다는 출사표와도 같았다.

“날짜는 당신이 정해달라고 했어요.”

약선은 검성이 도전장을 확인하고 미소 짓자 조금은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검성의 미소를 본 그녀는 수줍은 소녀처럼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날짜는 일주일 후가 좋겠군. 마땅한 장소가 있을까?”

“장소는 환이와 이야기를 해볼게요. 모두가 보는 자리는 불편하겠죠?”

“나는 상관없으니 도존의 뜻을 물어보고 정해. 난 그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상관이 없을 거 같군.”

“네. 그건 물어보고 정할게요. 당신 정말 기쁜가보군요?”

말을 하던 검성은 검성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자 조금은 질투하며 물었다. 검성이 저렇게 밝게 웃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놀랍기도 했다.

“내가 계속 웃고 있었나? 사실 조금 기대가 되고 흥분이 되는군.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어.”

검성은 자신의 온 몸에서 조금씩 피어오르는 감정을 자신도 주체 못할 것만 같았다. 복수를 위해 권왕과 신투와 부딪쳤지만 그들은 검성의 제대로 된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조금 기대했었던 활불조차 검성의 제대로 된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검성은 도존이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상대 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긴 당신이 기대 할 만한 상대일거에요. 도존의 기량 파악이 되지 않더군요.”

“애령이 보아도 그렇던가?”

“네. 마치 심연의 끝이 없는 바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당신이 그렇게 기다리는 도존이 어떤가 살짝 시험해보려 했는데 말이죠.”

약선은 도존이 정신을 차리고 금세 이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자 도존을 시험하고자 위압을 통해 도존을 시험했는데 오히려 약선이 압도당해 상대의 무위를 가늠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애령이 그렇게 말 할 정도면 더욱 기대가 되는군. 그대가 겨룬다면 어떨 거 같았지?”

“당신도 알겠지만 전 이제껏 제대로 실력을 다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런 말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신과 마주한 것처럼 상대의 실력이 가늠이 되지 않았어요. 물론 내가 질 거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군. 그대와 비슷한 실력 우위라면 기대 할 만하겠지.”

검성은 약선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검성과 약선은 제대로 실력을 겨룬 적이 없었다. 검성이 마지막 무림을 떠나기 전 오절의 모두와 마지막으로 겨룰 때조차 약선은 검성에게 본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검성은 약선이 얼마나 강한지 그 힘을 숨기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약선이 도존을 평가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