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245화 (245/251)

245화- 동상이몽(同床異夢)

“서운한 표정이구나? 서운하냐?”

검성은 울듯 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천통자의 모습에 조금은 웃음이 나는 듯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조금은요... 아니 많이 서운합니다.”

천통자가 대담하게 말하자 옆에서 듣던 은정연이 놀라 그를 말리려했다. 하지만 천통자는 울분이 터졌는지 은정연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그간 검성께서 신경도 안 쓰고 내팽겨 친 이 의천문을 지금까지 살림이며 모든 것을 이끈 것이 접니다. 뭐 또 검성께서 시키지 않았다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저 나름 검성을 위해 모든 것을 하면서 그저 얼굴 한번 비춰달라고 부탁드리는 건데 그걸 그렇게 싫다고 하십니까.”

천통자는 쉬지도 않고 침 튀기며 말했고 약간 울먹거리는 듯한 모습에 검성은 물론이고 은정연도 웃음을 참아야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고 있는 천통자가 한참 어린 듯 보이는 검성에게 거의 애원하다시피 투정부리는 모습은 봐도봐도 적응이 되지 않고 재밌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고생한 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서운하냐?”

“뭐... 그런 거는 아닙니다... 그저 검성께서 조금만 배려해주셨으면...”

막상 할 말다하고 나니 괜히 민망해진 천통자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검성의 눈치를 보았다. 검성이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알았기에 조금은 일이 쉽게 풀릴 거 같다고 느꼈기에 천통자의 표정이 많이 풀린 상태였다.

늘 자신을 놀리고는 늘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었던 검성이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천무맹을 무림맹에서 제어 할 수 없을 정도냐?”

“그게... 검성께서 무림에 너무 관심 없으셔서 그간 이야기를 못 드렸는데 현재 무림맹의 상태가 정상이 아닙니다.”

“정상이 아니야?”

“네. 서문 가주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있기에 소림과 무당 개방이 무림맹을 이끌고 있는데 불마사와의 일전에서 세력을 온전히 가진 문파 자체가 없어서 천무맹의 문파들을 전혀 압박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무림맹 내에서도 싸움으로 확전되는 상황을 꺼리고 있고요.”

“그렇군. 천무맹은 그래서 더욱 기세가 오른 것인가?”

“네. 처음 서문 가주가 맹주 자리에 올랐을 땐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으나 서문 가주가 딱히 움직임이 없고 검성께서도 의천문으로 오신 후 외부 활동이 없자 천무맹이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죠.”

“네 생각은 어떠냐?”

검성은 천통자의 말을 듣고는 은정연에게 물었다.

“이 일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사파와 일도 새외 세력의 일도 아닌 정파 간의 일에 말이다.”

검성의 물음에 은정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여 침을 삼켰다.

‘의천문의 은정연으로서의 의견을 듣고 싶으신 거겠지...’

은정연은 자신도 모르게 천통자와 검성의 눈치를 번갈아 보았다. 검성이 자신에게 묻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희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씨...?”

천통자는 당연히 은정연이 자신의 뜻에 동참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오자 놀라 그녀를 보았다. 그에 반해 검성은 은정연의 대답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보이며 그녀를 보았다.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

“네. 사부님의 말씀대로 새외 세력도 아니고 사파도 아닌 정파 간의 일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사부님이 생각하시는 향후의 의천문의 행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형께서 폐관수련에 들어가 있는 만큼 더욱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 생각해요.”

검성은 은정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정연도 비천의 출신이고 어머니가 아직 비천의 회주직에 있는 만큼 천통자의 의견에 동참해주고 싶었지만 검성이 자신의 의견을 물은 것은 비천출신의 은정연의 의견이 아닌 의천문의 은정연의 뜻을 물은 것이기에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날 비천과 인연을 끊기 위해 파문하신 것인데 계속 비천의 뜻과 함께 할 필요도 없어. 그리고 사부님이 나를 시험하신 기분이 들어.’

은정연은 검성의 눈치를 보았고 자신의 대답에 만족스러워하는 검성을 보고는 조금 안심하고 있었다. 검성과 이윤후가 의천문에 돌아온 후 이윤후는 상처를 치료하고 바로 폐관에 들어갔고 검성은 은정연을 가르치는 시간 외엔 누월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검성이 아무리 누월정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고 하나 의천문의 사람들도 관심이 현재 무림 정세에 있기에 누구나 모이면 이야기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무림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부님께서 약조한 것이 있으니 이번은 천통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은 합니다.”

은정연은 말을 하고 검성을 눈치를 재차 살폈다. 결국 그녀는 천통자의 의견에 힘을 보태주었고 천통자도 그제서야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말한 그녀는 검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연이의 뜻이 그러하다면 이번은 너의 말을 들어주도록 하마.”

“정말이십니까?”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놀라 벌떡 일어나 물었다. 놀란 것은 은정연도 마찬가지였는데 괜히 검성이 노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심 안심했다.

“너의 말처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의천문이 무림맹에 들어가는 것은 하지 않을 거야. 의천문은 정파가 아니니까.”

“그럼 어떻게?”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다소 실망하며 물었다. 천통자가 원했던 것은 의천문이 무림맹에 들어오면서 천무맹이 아예 무림맹에 대한 도발 자체를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고 그것을 부탁했었다.

“군룡세가의 가주가 천무맹의 맹주라고 하지 않았나?”

“네. 현재 초대 맹주가 되었습니다.”

“군룡세가도 소주에 있으니 그곳을 혼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네? 정말이십니까?”

천통자는 검성의 말에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그래. 너도 계속 말해오지 않았나? 네가 계속 소주의 이권을 장악해야 된다고 내게 이야기했던 것이 군룡세가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 것이겠지?”

“네... 아셨습니까?”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조금은 주눅 든 채 말했다. 사실 군룡세가가 소주에 먼저 자리 잡고 있었고 의천문은 나중에 생기면서 소주의 이권은 모두 군룡세가가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무림의 세력이라면 이권 다툼이 일어날만한 구도였으나 검성이 그런 쪽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의천문의 자금줄은 비천과 서문세가에서 대어주고 있는데다가 검성의 이름값에 비해 의천문 자체 식솔들이나 덩치가 크지 않았기에 큰 돈 자체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천통자는 그간 계속 문파의 살림을 핑계로 소주의 이권을 장악해야 된다고 기명현과 함께 검성을 계속 설득해왔으나 검성이 관심을 두지 않아 전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부님의 생각이 좋을 듯 합니다. 천무맹의 수장인 군룡세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면서 무림맹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를 듣던 은정연은 검성의 뜻을 알아차리곤 좋은 생각이라 생각하여 찬성의 뜻을 나타냈지만 충돌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되어 말끝을 흐렸다. 의천문의 무인들은 검성과 이윤후 그리고 자신을 제외하면 기명현 아래의 수십의 무인들이 전부였다.

그 수로 충돌이 벌어진다면 조금은 걱정되었던 은정연이었다.

“아가씨께서 어떤 생각을 하신지 알고 있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겁니다. 군룡세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의천문의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지 못 할 겁니다.”

천통자는 은정연의 생각을 읽고는 답했다. 그의 말처럼 의천문이 소주에 자리 잡으면서 가장 경계하고 살폈던 것이 군룡세가였다. 혹여나 의천문에서 자신들의 영역에서 이권을 가져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계속 살폈고 지금까지도 세가 주위에 감시를 붙여놓고 있었다.

‘뭐 시비를 걸어준다면...더 좋을지도.’

천통자는 내심 군룡세가에서 시비를 걸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검성은 분명 큰 분쟁으로 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을 테지만 결국 누군가 다치면 검성도 나설 것이 분명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된다면 내가 비천의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야.’

천통자는 현재 회주인 은정연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상황이었고 무림맹의 존속과 정상화만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은 상황이었다.

현재 회주도 불마사의 일이 끝나고 물러날 생각이었지만 무림맹과 천무맹의 상황 때문에 물러나지 못하고 있었고 이에 천통자에게 해결을 명령하면서 성공 시 지원하겠다는 약조를 받은 상황이라 천통자는 더욱 이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럼 제가 일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천통자는 검성의 생각을 확실히 듣기 위해 물었다.

“그래. 우리가 자신들의 이권을 잠식해간다면 그들도 행동에 나서겠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움직이도록 하지.”

“안 그래도 소주의 상인들과 소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단들이 저희에게 보호를 요청하며 방문해왔는데 그럼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아마 군룡세가에서도 우릴 주시하고 있겠지. 행동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움직일지도 모르겠군.”

“결국 돈이 있어야 세력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는지라 반응을 보여줄 것입니다.”

천통자는 내심 군룡세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졌다. 보통 한 지역에 새로운 신흥 문파가 생겨 자신들의 이권을 장악해간다면 말 그대로 전쟁을 불사하는 힘 싸움이 시작되기 마련이지만 검성이 있는 의천문을 군룡세가에서 과연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졌다.

그냥 넋 놓고 모든 것을 내어준다면 자신들의 체면이나 세력을 유지하는데 힘들어 질 것인데 그렇다고 싸움을 걸기엔 검성은 그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나 다름없었다.

군룡세가의 알려진 힘은 현재 무림에서 구파일방에 버금갔다. 거기에 그들의 가주인 담영진이 천무맹의 맹주인 이상 천무맹의 힘까지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군룡세가는 무림 어느 곳보다 강한 힘을 가졌다 봐야했다.

‘그들이 미치지 않고선 의천문에 싸움을 걸어오진 않겠지...’

천통자는 괜히 찝찝한 기운은 떨칠 수는 없었다. 군룡세가의 돈줄을 건드는 것은 그들이 발악할 수밖에 없는지라 정말 그들이 천무맹의 힘과 자신들의 힘을 동원하여 검성에게 덤빈다면 정말 정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 천통자가 향후 비천의 권력을 잡는데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머리에 스치자 불안해져왔다.

천통자는 검성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준 것에만 너무 기뻐 검성의 의도 파악을 하고 있지 못했는데 검성은 이번 기회에 군룡세가의 반응을 보고 아예 없애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배신한 것들을 지척에 두는 것은 향후 윤후가 의천문을 이끌 때에 좋지 못할 것이니 그들의 반응을 보고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검성은 폐관에 들어가 있는 윤후가 나오기 전 모든 것을 그에게 전해주기 위한 준비를 할 셈이었고 소주 일대를 평정하는 것도 그 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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