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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42화 (242/251)

242화- 정리(整理)

‘어차피 활불이 죽은 마당에 불마사는 사패(四覇)라 불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쇄약해질 터... 검성의 말을 거스를 필요는 없겠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가진 채 검성의 말에 웃고 있던 천통자는 검성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자 정색하며 잠행하고 있던 은위단을 불러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

천통자는 다른 한명에겐 비천에 전할 사실들을 또 다른 한명에겐 종남파로 가 현우자에게 전할 내용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은위단이 움직이자 천통자는 검성에게 다가갔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는데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제 모두 끝인가?”

자신의 물음에 다시 물음으로 답하는 검성의 모습에 천통자는 살짝 부아가 치밀었지만 참고 자신이 답했다.

“활불이 죽은 마당에 불마사는 이제 물러나겠지요. 무림은 큰 피해를 보았지만 그래도 모든 위기가 마무리되었으니 끝이 아니겠습니까?”

“적지 않은 피를 보았는데 복구가 가능하겠느냐?”

“불마사에 의해 무너진 문파들은 복구하는데 수십 아니 백여 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겠죠. 곤륜파는 그나마 본산을 버리고 빠져나온 덕에 중요한 비급과 사람들이 살았으니 무림맹에서 금전적인 지원만 받아 본산만 복구하면 금세 이전의 위세를 찾겠지만 공동과 아미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곳들은 기약이 없겠죠. 구파일방이라는 지위도 지키지 못할 테고 말입니다.”

“그렇군.”

검성은 자신이 물었지만 천통자의 대답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큰 피해를 입던 복구를 하던 검성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통자에게는 제법 큰 문제였다. 아마 비천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사항이었지만 정파의 큰 축인 문파들이 이번 일에 약화된 만큼 그에 대한 대안과 향후 세력구도도 중요한 사항이었다.

“무림맹에 피해 문파들을 지원할 자금력이 있나?”

검성은 무림맹이 우금에 의해 사유화되다시피 한 후 새롭게 변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무림맹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피해를 보지 않은 문파들에게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지고 각출을 해야겠죠. 무림맹이 재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사정 자체가 좋지 않으니까요. 이번 일에 불마사에 발을 걸친 문파들은 특히 많은 지원금을 내도록 종용해야겠죠.”

천통자는 말을 하며 불마사에 발을 걸친 문파라는 부분에서 특히 힘주어 말했고 그의 분노가 어느 정도 느껴지기까지 했다.

천통자의 말처럼 화산파와 몇 개의 문파는 검성이 나타나면서 이곳에서 덜미를 잡히면서 희생되거나 포박되었지만 불마사와의 일전 이전에 철수해버린 문파들과 아예 참여조차 안하면서 방관한 문파들도 적지 않았기에 그들은 이제 무림맹의 징계와 처벌을 받아야하는 입장이었다.

아마 오늘의 일이 알려진다면 그들이 알아서 자세를 낮추며 지원금을 내는 정도로 처벌이 끝난다면 반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 일로 끝이 아니라 내전이 더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흠... 아마도 그렇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가진 않아야겠죠.”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검성의 말처럼 불마사에 항복을 하거나 무림맹의 일에 방관한 문파들의 수가 적지 않아 그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경우 그들의 반발로 인해 정파 간에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었다.

대부분의 정예가 이곳에서 희생되거나 사로잡혔다고 하나 화산파의 본산에 적지 않은 수가 남아있었고 군룡세가 등 덩치가 큰 중소방파들도 있었기에 그들이 뭉쳐서 이번 일에 행동한다면 큰 피해를 보고 약화되어 있는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

‘사실상 오늘 일도 검성이 없었다면 무림맹은 패했을 테고 검성이 차후 일까지 봐줄 리가 없었기에 무림맹의 힘은 약하디 약했다. 소림과 무당이 오늘 싸움으로 큰 피해를 보았고 무당은 특히 현월자가 희생된 만큼...내전에까지 그들이 참여하지 않을 터... 절대 내전으로 가서는 안 된다.’

천통자는 슬쩍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흠... 검성이 무림맹에 조금만 힘을 실어준다면 차후 배신한 문파들의 정리와 보상 문제도 손쉽게 처리 될 것인데... 검성은 이제 나서주지 않겠지?’

천통자는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고 그런 천통자를 보며 검성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인다.”

“네? 제가 무슨 생각을요?”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화들짝 놀라는 듯 과장된 행동을 보이며 능글스럽게 웃었다. 검성이 말을 먼저 꺼내준 덕에 기회라 생각하고 말해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손을 들어 천통자가 말하는 것을 막았다.

“난 이제 더 이상 무림의 일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약선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검성님... 무림의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습...”

“이만하면 내가 해줄 만큼 해준 것이 아니냐?”

“네... 그렇죠.”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말문이 막혔다. 검성이 무림맹을 도와준 이유는 이윤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었다곤 하나 결국 검성이 하나부터 열까지 개입하지 않았다면 현재 무림은 불마사와 만독곡의 발아래 무릎 꿇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천통자라도 검성에게 더 요구하는 것은 염치가 없었다.

“사왕련이 무너지고 사패의 두 곳이 무너졌으니 무림의 질서는 새롭게 개편되겠지. 거기까지 내가 개입할 생각은 없다. 그저 흐름을 지켜 볼 것이다.”

검성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고 천통자는 그 말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지켜본다는 것은 다행인 건가... 관심 없이 은거할 거라 생각했는데... 뭐 소문주 때문이라도 아예 관심을 끊을 순 없을 테지...’

천통자는 검성을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주로 돌아가실 겁니까?”

“그래야지. 남아서 더 할 일이 있느냐?”

“저는 소천개와 현우자와 향후의 일에 대한 논의를 조금 더 하고 복귀해도 되겠습니까?”

천통자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던 검성이 시선을 거두고 천통자를 보았다.

“돌아올 생각이냐?”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화들짝 뛰었다.

“저한테 의천문의 총관자리 주신 거 아닙니까? 복귀해야죠.”

천통자의 반응에 검성은 미소를 지었다. 검성은 천통자에게 총관을 맡기긴 했지만 천통자가 비천의 활동이나 검성의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적절한 자리를 준 것이었는데 스스로 총관이라며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래. 그럼 마무리하고 복귀하도록 해라. 난 윤후를 만나러 가봐야겠구나.”

“네. 저도 마무리하고 곧 따르겠습니다.”

검성은 바로 신형을 날려 종남파로 향했다.

***

무림맹의 승리(勝利).

무림맹은 활불이 죽었음을 선언했고 사로잡은 불마사의 잔존 세력들과 협상을 통해 정전(停戰)을 이끌어내었다. 사실상 활불이 죽음으로써 무림맹의 승리나 다름없었지만 불마사의 잔존 세력들이 저항을 할 경우 무림맹은 억제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허울뿐인 정전협정을 벌인 것이었다. 무림맹은 사로잡은 무림맹의 포로들을 모두 놓아줬고 불마사는 향후 백년을 무림에 발들이지 않는다는 약조를 해야만 했다.

그런 약속이 효력자체는 없겠지만 활불이 죽고 활불이 가진 모든 것이 소실되어 불마사 자체의 힘이 약화된 마당에 약조가 없더라도 불마사는 무림에 다시 발 들일 힘이 없다고 봐야했다.

협정이 마무리되고 포로교환과 불마사가 문파들을 무너뜨리며 빼앗은 곤륜과 아미 그리고 공동파 등의 문파들의 비급서와 보물들을 돌려주고 서장으로 떠났다.

종남파 대회의실.

불마사가 떠나고 종남파에 남아있던 무림맹의 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의 상석은 비워져있었는데 무림맹주인 천상검공 강유가 활불에게 큰 부상을 당하면서 운신이 불가능했기에 그의 자리가 비워져있었다.

“다들 경황이 없으실 텐데 이렇게 소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천개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바라보고 포권(包拳)하여 예를 취했다. 소천개의 진심이 그의 행동과 말에서 느껴졌기에 회의장 안의 모두의 마음은 숙연해져있었다.

현재 종남파에 남아 불마사와 일전을 치룬 문파들은 다 큰 피해를 보았고 많은 수의 제자들과 장로 그리고 문파의 수장까지 희생된 곳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천개가 무림맹을 대표해 모두를 향해 말하는 예의가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맹주께서 큰 부상을 당하셔서 부득이하게 제가 오늘 회의를 주관하게 되었으니 모두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소천개는 그렇게 말하고 상석의 자리로 갔고 하지만 자리에 앉지는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불마사와 협약이 정리되고 이행이 되면서 모든 것은 마무리 되었지만 각 문파의 피해는 크고 무림맹 또한 이번 일로 존폐를 논할 정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을 다들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모두를 소집하였으니 의견을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소천개는 말을 마치고 자신의 등 뒤에 매달려있는 아이와 눈을 맞추었는데 그 아이는 홍아였다. 수장급 회의에 어린 아이가 참석하는 것에 대해 말이 나올만 했지만 개방의 소천개가 홍아를 늘 자신의 등에 메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누구도 말을 꺼내는 자가 없었다.

소천개는 홍아가 이번 일로 인해 위험에 빠질 것을 염려하여 떼어놓았으나 홍아는 기어이 개방의 장로들과 찾아왔고 소천개는 더는 홍아를 떼어놓지 않았다. 위험이 끝이 나기도 했고 홍아가 이번 회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윽-

누군가 손을 든 자가 있었고 그 인물을 보고 소천개는 반가운 표정을 보였다.

“남궁 가주님 말씀 하십시오.”

손을 든 이는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인이었고 불마사와의 일전에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뒤늦게나마 도착하여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무림맹의 일을 돕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남궁인입니다. 모두가 고생하셨는데 저희가 너무 늦어 힘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남궁 가주. 남궁세가와 팽가 그리고 서문세가가 오지 않았다면 불마사의 잔존세력과 협상을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궁인의 말이 그저 예의 차린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소천개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의 말처럼 종남파에 남아있는 무림맹은 거의 궤멸 직전까지 가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의 수가 수십 명 정도가 되지 않았다.

팽가가 가장 먼저 도착하고 그 후 서문세가 남궁세가가 이어 도착하면서 그들의 도움으로 종남파의 피해를 정리하고 수습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입니다. 무림맹에서 이번 불마사와의 일전에 참여한 문파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신다고 들었는데 저희 남궁세가가 거기 이름이 오른 것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한 것이 없으니 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남궁인은 담담하게 모두를 바라보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고 이어 서문세가의 가주인 서문환도 그 의견에 거들었다.

“서문세가도 이번 일에 한 것이 없으니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남궁 가주의 의견대로 저희에게 돌아올 것이 있다면 피해를 당한 다른 문파들에게 돌아갔으면 합니다.”

서문환의 말에 소천개를 비롯 현우자와 소림의 혜원 대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안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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