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241화 (241/251)

241화- 활불의 최후

“어떻게 된 것이지? 활불께서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나?”

“활불께서 분명 공격을 주도하고 계셨는데 어떻게 지친 것은 활불이시지...?”

지쳐버린 활불의 모습에 불마사의 승려들은 혼란에 빠져 소란이 일었다. 그들이 지켜보기에도 활불의 모습이 변하고 활불이 유리해보였기에 이 대결은 끝난다고 생각한 이도 많았다.

“검성께서 유리하신 건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어.”

어리둥절한 쪽은 무림맹도 마찬가지였다. 활불의 지탄 연사 이후 검성이 시종일관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망을 가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동요를 보인이도 많았고 이미 도주를 한 자도 적지 않았다.

“모용가주께서는 상황을 아시겠습니까?”

지켜보던 개방의 방주 소천개는 자신의 옆에 있던 모용석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방주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검성께서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성께서 지척의 거리에 들어온 활불의 공격을 잘 피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저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군요. 문제는 당한 활불조차 검성이 자신을 농락하고 있음을 몰랐던 거 같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소천개는 대노한 채 숨을 헐떡이는 활불을 보며 말했다. 활불의 모습은 정말 보기에 비참할 만큼 초췌해져 있었다. 계속된 공격으로 내공소모가 극심했고 자신이 농락당했음을 알자 정신적인 피로도도 몰려온 듯 보였다.

“범인(凡人)들의 눈으로 평가하면 안 되는 존재였나 봅니다. 검성님은... 조금이나마 걱정한 제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한쪽에 부축을 받고 쉬고 있던 현우자가 끼어들어 말을 보태었고 소천개와 모용석도 현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동의 뜻을 보였다.

한편 활불의 상태는 보는 사람들의 평가보다 심각했다.

붉게 물들었던 피부와 근육은 불에 덴 듯 뭉개져있었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활불의 입에선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밀교의 금술(禁術)을 쓴 반동이 온 모양이군?”

검성은 활불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는 무심한 듯 말했다. 검성은 오랜 기간 수행을 위해 무림행을 다녔고 다녔던 곳 중엔 밀교의 본산도 있었다. 그렇기에 활불이 밀교의 술법을 썼음을 바로 알아보았다.

“밀교의 술법은 인체의 극한을 시험하는 술법들이 많기에 대부분의 밀교의 술법들은 금술로 취급 받아왔지. 술법 자체의 위험 문제도 있지만 사용 후 반동이 극심한 술법이 많기 때문이지. 지금 너처럼 말이야.”

검성은 피부가 녹아내리는 활불을 바라보며 검을 겨누었다.

“네가 금술의 반동을 알고도 그렇게 막 사용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혼대법을 또 다시 사용 할 생각이었겠지?”

“......”

검성의 말에 활불은 답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한 검성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검성의 말처럼 활불이 밀교의 술법에 개의치 않고 쓸 수 있었던 것은 사마군의 몸도 언제든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새로운 몸에 적응하고 혈천마공을 위해 몸을 맞추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전혼대법이 이미 성공한 이상 활불은 불사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성만 여기서 제거한다면 무림에 자신을 막을 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밀교의 술법을 써서 혈천마공을 극성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리해서 몸을 맞췄던 것이었다.

“보여줄 것이 더 남지 않았다면 너의 명은 여기까지 겠구나.”

검성은 겨누었던 검을 들어 상단의 자세를 잡았고 바로 내려쳐 활불을 베어버릴 듯 한 기세였다.

그때

쐐액-

파바바바박-

검성과 활불의 머리 위에 여러 개의 구슬이 동시에 날아들었고 구슬이 동시에 터지며 무수한 암기가 쏟아져 내렸다.

촤자자장-

검성은 검을 움직여 날아든 검기를 모두 쳐내었고 다시 전방을 보았을 때 두 명의 승려가 활불을 들쳐 업고는 도주하고 있었다.

“모두 활불을 지켜라! 검성을 막아라!”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원융종의 수장인 니구마가 불마사의 승려들에게 명령했고 그의 명령에 승려들은 일제히 붉은 승복을 펄럭이며 검성에게 달려들었다.

날아든 암기도 그가 날린 것이었고 활불이 패하자 활불을 빼돌리기 위함이었다. 활불이 되기 전 원융종파였던 활불이었기에 현재 원융종의 수장인 니구마 역시 활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자 중 하나였다.

‘활불의 전혼대법이 있는 한 불마사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활불이 여기서 검성의 손에 당한다면 전혼대법은 물론 활불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무공이 사라져 불마사는 이후 힘을 잃게 된다. 반드시 지켜야한다.’

니구마는 불마사의 모두를 희생시켜서라도 활불을 지켜내야 했다. 이미 불마사는 이번 정벌을 통해 종파의 수장들을 잃었기에 활불마저 잃는다면 불마사는 향후 수백 년은 다시 잃어 설 수 없을지 몰랐다.

“어리석군.”

스걱-

검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십의 불마사 승려를 향해 가볍게 검을 베고는 검을 갈무리해 검집에 꽂았다.

“크헉...”

“크하악...”

쿠구구궁- 쿵-

달려든 수십의 승려들은 그대로 모두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검성은 바로 활불을 안고 도망치는 승려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안 돼... 막아라!”

자신의 머리위로 날아가는 검성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린 니구마는 주위를 둘러보고 절망했다. 이미 검성은 자신에게 달려든 불마사의 승려들 외에도 니구마를 호위하던 원융종파의 승려들도 검성의 일검에 모두 쓰러진 것을 이제야 확인한 것이었다.

니구마외엔 아무도 살아남은 자가 없었고 거기에 무림맹의 무인들도 기세가 올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느 샌가 그도 포위된 상태였다.

니구마는 손을 올려 투항의 뜻을 전했고 그대로 붙잡힌 몸이 되었다.

***

검성은 활불을 데리고 도망간 승려들을 어렵지 않게 따라잡을 수 있었고 이미 승려들은 검성에게 제압당해 쓰러진 상태였다.

“힘든가?”

검성은 무릎 꿇은 채 땅을 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활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크크... 내가 누구인지 잊었는가? 나는 불사의 몸이다... 크흑...”

얼굴을 들어 검성을 향해 말하는 활불은 말을 채 잇지도 못한 채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의 몰골을 확인한 검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피부가 녹아내리던 활불은 피부가 거의 다 녹아 얼굴 근육이 드러나 있었고 마치 목내이(木乃伊)같았다. 얼굴뿐 아니라 입고 있던 승복도 이미 피부와 같이 녹아 다리 쪽엔 엉겨 붙어 있었다.

"아직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나보군?"

검성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활불의 눈빛을 보고는 말했다.

'여기서 죽을 수는...없다. 대업이 코 앞에 왔는데...'

활불은 검성의 눈치를 보며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해보고 있었으나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검성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내력이 이미 고갈되었고 밀교 술법의 반동으로 몸 상태가 최악이라 이젠 자신의 힘으로 걷기도 힘들었다.

거기에 피부가 다 벗겨지면서 바람이 닿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지고 피부를 다 녹였음에도 밀교 술법의 반동은 끝나지 않은 듯 근육들마저 고통이 오고 있었다.

"살려다오..."

"추하군."

"나는 여기서 죽을 존재가 아니다... 나에겐 세상 모든 무공과 밀교와 배교의 술법까지 가지고 있다. 네가 원한다면 그것들을 모두 주겠다."

활불은 사정하듯 절실하게 말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욕심 낼만한 제안이었지만 검성에겐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도 넌 그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내가 그것들을 욕심 낼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

"그건..."

활불은 검성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따로 익히지는 못했지만 빼앗은 무공서들은 각 문파들의 절기들이었다. 누구나 욕심 낼만한 것들이었고 가치를 아는 자들은 억만금을 내고서라도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검성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거기에다 검성은 선인의 경지에 들어선 상황이라 인간의 모든 욕심들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다. 물욕 성취욕 명예욕 등 어떤 욕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검성에게 어떠한 제안도 검성의 마음에 찰리가 없었다.

"너를 살려둔다면 또 다시 전혼대법을 사용해 무림을 노릴 터 여기서 사라지거라."

"안 돼..."

검성의 말에서 자비가 없음을 느낀 활불은 바닥을 기며 검성에게 다가가려했다.

샤삭-

"커헉..."

검성은 검을 갈무리하여 검집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활불의 목에 긴 혈선이 그어졌고 이내 쓰러졌다.

"밀교와 배교의 술법까지 알고 있는 놈이니 이대로 두어도 불안하군."

검성은 쓰러진 활불의 머리와 목이 따로 놀고 있음에도 왠지 안심이 되지 않았고 품 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었다.

"애령이 준 이것을 쓸 차례로군."

검성은 병의 마개를 열어 활불의 시신에 다가섰다. 그리고 병을 기울여 액체를 쏟아내었다.

치이익-

병의 액체가 시신에 닿자 소음과 함께 불길이 일었다. 정확히는 불길이 이는 것처럼 착각을 느낄 정도로 시신을 태우듯 녹여 내었다. 근육을 녹이고 뼈까지 녹아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이었고 활불의 몸은 한줌의 액체가 되어 땅에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반적인 화골산(火骨酸)과는 다르군.”

검성은 살과 뼈가 녹아내린 흔적을 보며 조금은 놀라운 듯 보았다. 약선이 싸움이 시작되기 전 준 것은 바로 화골산이었고 활불이 전혼대법뿐만 아니라 밀교와 배교의 술법을 알고 있으니 그냥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골산을 통해 흔적도 없이 없애야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천통자 또한 약선의 의견에 뜻을 보태었기에 두 사람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긴 검성은 바로 활불의 목을 베고 화골산으로 녹여버린 것이었다.

“이제 끝인가?”

검성은 종남파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고 활불이 이렇게 죽었으니 종남파에 남은 불마사의 인원들을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검성이 많이 베기도 했고 약선이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남은 것은 산 아래 불마사의 진영에 남은 자들인데 굳이 검성은 그들까지 죽여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았다.

“활불이 죽은 마당에 그들도 이제 힘을 잃을 터 그냥 두어도 괜찮겠지?”

“그렇게 말하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미 밝아버린 하늘을 바라보며 검성은 말했고 그의 말을 받아주며 나타난 이는 바로 천통자였다. 검성이 활불을 쫓아가자 천통자는 바로 따라나섰고 처음부터 보진 못했지만 활불의 마지막은 확인한 상태였다.

천통자는 검성이 말한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답했다. 그의 대답처럼 검성이 산 아래의 불마사의 승려들까지 정리하려 들지 않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종남파에 살아남은 불마사 종파 수장 둘을 제압했다 합니다. 그들은 항복을 했고 활불이 죽은 만큼 검성의 말처럼 그냥 돌려보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천통자는 검성을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이 기회에 불마사의 전부를 뿌리 뽑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검성의 마음을 거스르며 일을 진행하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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