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상처입은 맹수(猛獸)(2)
“활불을 도와라! 무림맹을 처단하라!”
활불이 상처입자 누군가 소리쳤고 이에 지켜보던 불마사의 승려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움직이려했다. 이에 무림맹의 무인들도 놀라 무기를 다시 잡고 대항하려했으나 이미 수적 열세에 거듭된 교전으로 지쳐있던 무림맹의 무인들은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에 검성이 나서려했으나 활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빼액-
하늘에서 사자후(獅子吼)의 울음소리가 울리자 모두 일제히 하늘을 보았고 하늘엔 백아를 비롯한 북해설응의 무리가 하늘을 선회하며 울기 시작했다.
쐐액-
촤자자작-
“크아악!”
“크헉!”
하늘을 날던 백아가 하강하며 무림맹의 무인들을 덮치려던 불마사의 승려들을 향해 거대한 날개 짓을 펄럭였고 백아의 날개 짓에 불마사의 승려들은 온몸에 백아의 깃털이 박히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백아는 이에 멈추지 않고 다시 하강하여 거대한 날개를 펼쳐 불마사의 승려들을 헤집고 다녔고 그들은 무기를 휘둘러 백아를 막아보려 했지만 단단한 백아의 깃털과 가죽을 뚫어내지 못했다.
백아 하나의 움직임에 불마사의 승려들은 뒤로 물러서야했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밀려나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빼액-
불마사의 승려들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백아는 그제서야 크게 울며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고 그 모습에 무림맹의 무인들은 크게 감탄했다.
불마사의 승려들이 다시 싸움을 시작했으면 살아남은 모두가 위험할 지경이었는데 백아와 북해설응이 나타나며 그들을 다시 억제해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마사의 승려들이 각지의 싸움에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그 수는 무림맹의 생존자들의 수배가 넘어섰기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성과 활불의 대결이었기에 다시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분노한 활불의 얼굴의 왼쪽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두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깡말랐던 몸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투둑- 투두둑-
활불의 몸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했고 깡말랐던 활불의 몸은 핏빛이 도는 근육들로 변해있었다.
활불은 전대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밀교의 축골공과 밀법들도 알고 있었는데 몸에 부담이 가는 술법들이었기에 활불은 행하지 않고 있었지만 검성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결국 무리한 술법들이라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천성적으로 사마군의 골격은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 전혼마공의 영향으로 깡마른 몸인 탓에 보통의 건장한 무림인들의 몸처럼 힘을 쓰기 적합하지 않았다.
밀교의 술법으로 몸을 키우고 골격마저 바꿔버린 지금은 그런 제약들이 모두 없어졌고 말 그대로 혈천마공을 쓰는데 적합한 몸으로 완전 개조가 된 것이었다.
물론 반작용이 올 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지금 활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혈천마공을 제대로 써서 검성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캬아악!”
활불은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렀고 그의 외침은 내력이 실려 있었다. 내력이 낮고 이미 긴 시간 교전을 하여 지쳐있던 불마사의 승려들과 무림맹의 무인들 거의 모두가 활불의 사자후에 타격을 받았다.
절반에 가까운 자들이 그대로 쓰러졌고 사자후의 충격으로 절명한 자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버틴 자들 조차 고막이 상해 양 귀에 피가 흐르는 자가 태반이었다.
그리고 하늘을 날던 북해설응의 무리들도 활불의 사자후에 충격을 받아 땅에 떨어진 설응들도 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설응들이 떨어지던 설응들을 낚아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크하하하~ 기분이 아주 좋아. 진즉에 골격과 몸을 바꿀 것을 그랬군.”
활불은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으며 검성을 보았다. 밀교의 술법의 반작용을 걱정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었는데 막상 쓰고 나니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끼곤 활불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힘이 넘치는구나!”
활불은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검성을 노려보았다.
“상처는 갚아줘야겠지?”
활불은 검성을 바라보며 자신의 왼쪽 이마부터 길게 이어진 상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검을 향해 검지를 펼쳤다.
부웅-
활불의 검지에서 혈류가 일렁이며 기운이 집중되고 있음이 보였고 검성 또한 활불의 손가락에 시선이 가 있었다.
쐐액-
활불의 검지에 모여든 기운은 한 순간 폭사되며 검성을 향해 쏘아졌다.
“헛!”
검성은 대비를 하고 있음에도 예상치 못한 속도에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몸을 뒤틀며 피하려했으나 이미 활불은 재차 다음 지탄을 쏠 준비를 하는 모습에 검성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쐐액-
활불의 지탄이 다시 쏘아졌고 마치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처음 지탄을 피하느라 공중에 몸을 날린 검성을 향해 날아갔다.
“진천일뢰(震天一雷)!”
촤자자작-
검성은 몸을 공중에 띄운 상태라 다시 날아든 지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해 검을 들었고 날아드는 지탄을 향해 검을 양단하여 지탄을 갈라버렸다.
콰과광-
갈라진 지탄은 이미 파쇄 된 기운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바닥을 움푹 패게 만들었다. 활불이 처음 쏜 지탄 역시 검성이 피해버렸지만 검성의 뒤에 있던 건물의 잔해가 날아가 버릴 정도의 위력을 보였고 그 위력에 휘말린 여럿이 다쳐 곡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자들이 있습니다!”
“부상자들을 얼른 구해라. 그리고 모두 최대한 물러서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결이 아니다.”
검성의 뒤에 있던 자들은 무림맹의 무인들이 대다수였고 활불의 지탄으로 건물 잔해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혈천여래탄지(血天如來彈指)를 제대로 피해낸 것도 파훼한 것도 네가 처음이다. 이것마저 막아 낼 줄이야. 점점 탐이 나는구나.”
활불은 검성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의 말처럼 전대의 무림행 당시 그의 삼초지적 조차 제대로 없는 상태였고 활불이 늘 무림인들을 평가할 때 사용했던 것이 혈천여래탄지였다.
그 누구도 활불의 지탄을 막아내는 자가 없었고 무당의 장문인이었던 현암진인 만이 가까스로 피해내어 활불이 인정하며 직접 손을 썼었다. 현암진인도 혈천여래탄지를 제대로 피해내지 못해 왼손의 손가락을 두 개나 잃으며 겨우 피해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활불의 인정을 받은 것이었다.
“무공의 이름이 너무 거창하군. 지공치고 빠르고 파괴적인 것은 맞지만 말이야.”
검성은 뽑아든 검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크하하하~ 입은 여전히 살아있구나? 너는 분명 달라진 내 힘을 느끼고 있을 것인데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 내가 이 모습이 되고 지공만 달라졌을 것 같으냐?”
활불의 광오 하기까지 한 말에 검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검성도 이미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활불의 체격과 골격이 달라지면서 이전과 다른 기질이 몸에서 느껴지고 있었고 활불이 자신감을 보일 정도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삭-
활불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졌고 검성은 당황하지 않고 발검하여 바로 돌아서며 검을 찔러갔다.
파밧-
하지만 검성의 검이 배후로 진입한 활불을 찔렀다고 할 순간 다시 활불의 신형이 흩어졌고 이어 검성은 검을 베어갔다.
촤라라락-
검성의 검은 다시 수십갈래로 갈라진 듯 마치 화려하게 검화(劍花)가 핀 듯 착각마저 일으켰다. 검성은 활불이 잔상을 남기고 이동하며 계속 눈을 현혹하자 그냥 모든 것을 베어버리기로 작정을 한 듯 해보였다.
촤자자자작-
피어난 검화가 낙화하듯 검성의 검기가 모든 방향을 찔러갔고 잔상을 남기며 여유롭게 이동하던 활불도 모든 곳으로 검기가 찔러오자 피하지 않고 두 다리를 지면에 마치 박는 듯 행동을 보였다.
파바바박-
다리를 지면에 고정시킨 활불은 양 손을 펼쳐 원을 그리듯 휘저었고 빠르게 팔을 휘젓자 마치 손이 여러 개로 늘어난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천수여래혈풍세(千手如來血風勢)!”
번쩍-
콰과과광-
활불의 전신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며 전신에서 풍압이 일었고 활불이 쌍장을 내지르자 굉음이 일었다.
퍼버버벙-
검성이 일으킨 검화와 혈풍이 부딪쳤고 두 기운의 부딪침에 천지가 진동하듯 울림이 일었다. 땅의 진동과 두 기운의 충돌로 인한 공기의 파동은 모두를 긴장시켰지만 정작 두 사람은 어느 샌가 다시 어우러져 부딪치고 있었다.
바뀐 것이 있다면 이전엔 미세하게나마 검성이 공격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활불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활불이 공격하고 검성이 받아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봐야했다.
활불의 몸이 변하면서 속도와 위력이 달라져있었고 미세하게 더 빨랐던 검성의 속도를 활불이 따라 잡으면서 속도의 우위를 활불이 쥔 모양새였다.
활불은 자신의 거리를 유지한 채 검성이 떨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고 검성은 활불이 근거리에 달라붙어서 공격하고 있음에도 모든 공격을 피하며 반격하고 있었다.
파방- 파바바방-
활불은 자신의 거리에서 검성을 떼어놓지 않고 있음에도 검성이 공격을 계속 피해내자 짜증이 나는 듯 연격(連擊)을 이어나갔다.
주먹과 장법 그리고 각법 그리고 금나수 모든 수를 동원했지만 검성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었다.
까드득-
“네놈... 나를 얕보고 있었구나?”
파바바방-
활불은 이를 갈며 불같이 화를 내며 또 다시 연환격을 이어갔지만 그의 공격은 여전히 허공을 때릴 뿐이었다.
검성의 속도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활불은 자신이 이 대결을 주도하면서 검성을 무릎 꿇려 수하로 삼을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만큼 사마군의 깡마른 몸을 변화시켜 얻은 힘은 활불의 상상이상이었고 전대의 힘 그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검성을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을 떼어내려 발악하는 검성을 보았을 때 어떻게 가지고 놀까 고민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은 검성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보기에 자신을 떼어놓지 못하는 듯 보였던 검성은 그저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너는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가?]
말하는 것만 같았다. 활불은 이성을 잃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검성은 활불의 모든 것을 피해내고 있었다.
“허억... 헉...”
폭풍 같은 연격을 멈춘 활불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그의 전신에 비오듯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지켜보던 모든 이들도 진실을 알게 되었다.
활불이 공세를 주도하며 몰아붙이는 듯 보였지만 정작 우위를 점한 이는 검성이었다는 것을.
그 증거로 검성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모습으로 활불이 공격을 멈추자 뒤로 물러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활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