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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37화 (237/251)

237화- 무당의 위기

“네가 갈거파의 수장 오거 틴레가 맞는가?”

“그렇습니다. 제가 오거 틴레입니다.”

이십 초반으로 보이는 검성의 하대와 칠십이 넘은 오거 틴레의 존대는 보는 이들에게 위화감을 주었지만 검성이 반로환동 하였다는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라 검성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무엇보다 오거 틴레가 확인해주었기에 불마사의 승려들은 괜히 자신의 명을 재촉하며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사마령의 시신을 확인하고 왔다. 그 아이를 죽인 것은 누구냐?”

“그건...?”

검성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오거 틴레는 말문이 막혔다. 검성이 종남파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사마령을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마령을 만나 활불이 사마군이 아니라 전대의 활불이 사마군의 몸을 장악했음을 알리고 그녀를 회유하기로 결정해서 그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장에 없었고 검성은 불마사의 진영까지 내려가 그녀가 죽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주륵-

오거 틴레가 말을 하지 않자 검성의 검이 그녀의 주름진 목에 닿았고 그녀의 목에 상처를 남기며 피가 흘렀다.

“활불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활불의 정체를 알았기에 죽인 것인가?”

“아닙니다. 활불의 정체를 알게 되면 변수가 될 것을 염려하여 활불이 미리 손을 쓴 것입니다.”

“그렇군. 그 아이의 인생도 참 기구하군.”

검성은 진천문의 일에 조금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마령의 죽음은 아쉬움이 있었다.

스걱-

“크헉...!”

“너도 이곳에서 죽어줘야겠다.”

검성은 정천검을 그어 오거 틴레의 목덜미를 베었고 그녀는 그대로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이에 불마사의 승려들이 동시에 검성에게 달려들었으나 검성은 가볍게 검을 움직였다.

촤자자작-

“크헉...”

“커헉...”

검성의 몇 차례 검의 움직임에 불마사의 승려 모두가 쓰러졌고 검성은 검을 갈무리했다.

“가장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저곳이 활불이 있는 곳이겠군.”

검성은 활불의 기운을 느끼고는 바로 달려가려하다가 쓰러진 강유를 발견하곤 그곳을 향해 갔다.

파밧-

검성이 강유 앞에 서자 검은 인영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바로 비천의 은위단이었다.

“저희가 검공을 보호하겠습니다.”

은위단은 검성이 자신들을 찾을 것을 알고 미리 나타난 것이었고 검성이 시킬 것을 미리 나서서 하겠다 말했다.

“그래. 무림맹의 맹주이니 너희가 보호하도록 해. 이제 곧 모든 싸움이 끝이 날 것이니 너희가 수습할 준비를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은위단은 검성의 말이 천통자에게 전하는 것임을 알고는 바로 답했다. 곧 검성의 신형이 사라졌고 은위단의 모두는 긴 숨을 몰아쉬었다.

검성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심했기에 평소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는데 오늘의 검성은 은은히 투기를 발산하고 있어 더욱 압박감이 심했다.

“검성께서는 활불을 찾아가신 것이겠지요?”

“그렇겠지... 검성께서 활불을 막지 못한다면 이 무림은 끝이다.”

“검성이 지실 리가 없지 않을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활불의 무위 또한 만만치 않으니 한치 앞을 모르겠구나.”

은위단은 검성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 본채 말을 했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유를 데려가 하산하기 시작했고 남은 자들은 다시 검성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무림맹은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불마사의 기습을 잘 대비하고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차 밀리기 시작한 무림맹은 종남파까지 밀렸고 종남파에 불마사가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말 그대로 철저한 살육이 벌어졌다.

종남파의 전각 여러 곳이 불타고 있었고 종남파의 조사전이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소림과 무당이 지키는 곳은 상황이 나았으나 그 외 모든 곳은 이미 장악당했고 소림과 무당마저도 포위당해 이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무당파가 있는 곳에 활불이 나타나면서 무당의 사기마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모두 전열을 정비해라. 자신의 자리를 지켜라. 우리는 무당파의 제자들이다. 긍지를 지켜라!”

현우자(玄羽子)는 나타난 활불을 바라보며 동요하는 무당의 제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현우자의 말에 그나마 진정이 되긴 했으나 정작 현우자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사제가 부상을 당해 상황이 좋지 못한데... 활불까지 이곳에 나타나다니...’

현우자는 왼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자신의 사제인 현월자(玄月子)를 보고 생각했다. 이곳의 방어는 무당이 잘해나가고 있었으나 다른 곳들이 무너지며 이곳으로 불마사 일행들이 모이면서 무당도 버거워하기 시작했고 다수의 합공에 현월자가 무리한 탓에 왼팔을 크게 베이며 쓰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무당의 가장 고수라고 할 수 있는 현월자가 저지경인데 갑자기 나타난 활불을 상대하는 것은 더욱 무당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괜찮으냐?”

“버틸 만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여기서 빠져나가십시오.”

“빠져나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현우자가 현월자의 곁으로 다가와 상태를 살피자 현월자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자를 당해 낼 수 없을 듯 합니다. 이곳에 남는다면 모두 개죽음을 당할 뿐입니다.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 것이니 활로를 뚫어 빠져나가십시오.”

“안 된다. 너를 두고 어떻게 간단 말이냐? 빠져나가야한다면 네가 가야한다.”

“그럼 저자를 누가 붙잡을 수 있단 말입니까?”

“네가 빠져나가거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든 너 하나 빠져나갈 틈은 만들 것이니... 이전의 무당이 왜 위기가 왔는지 잊지 말거라.”

현우자의 말에 현월자는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전의 불마사의 혈겁 때 무당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모두 동귀여진의 수로 죽으면서 무당은 많은 무공이 소실되었고 명성을 잃어야했다.

현우자는 무당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인 현월자가 이곳에서 죽으면 또 다시 그때처럼 무당에 큰 손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현월자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

“너희들 이야기가 우스워 듣고만 있었지만 어차피 너희 모두가 여기서 죽을 것이다. 무당의 제자들은 누구도 내가 살려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

츠츠츠-

활불이 손을 들자 무형의 기운이 발산되었고 무당의 제자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섭물? 어찌 이리 강력한 기운을...?”

현우자는 무당의 제자들이 반항도 하지 못하고 공중에 떠오르자 놀라며 말했다. 수십의 제자들 모두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고 낮은 항렬의 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허공섭물의 기운에 대항하고 버티고 있는 자들도 엄청난 내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제법 버티는구나? 무당이 허울뿐인 이름만은 아니었어?”

활불은 모두를 한꺼번에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나름 대항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금은 마음이 상한 듯 손바닥을 펼쳤다.

화르륵-

이전의 방법처럼 떠오른 무당의 제자들에게 삼매진화로 불길을 일으켰다.

“크아악!”

“크하악... 살려주...”

어린 무당의 제자들이 불길에 휩싸이자 그 광경에 모두 경악했고 타오른 불길은 순식간에 그들을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걸 지켜보던 살아남은 무당의 제자들의 눈에선 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앞에서 자신보다 어린 사제들이 불타 죽는 것을 보았으니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느껴졌다.

콰드득-

“크아악!”

순간 활불의 허공섭물을 견디고 떠오르지 않았던 무당의 제자들의 몸이 뒤틀리더니 관절들이 꺾이기 시작했고 목이 부러지고 팔과 다리가 뒤틀리는 자들이 발생하며 모두 고통 속에 주저앉았다.

“귀찮긴 하지만 살려둔다면 방해가 될 테니 처리를 해주마.”

현우자와 현월자는 모든 것이 활불의 짓임을 알고 뛰어들려했지만 이미 활불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무당의 제자들은 모두 관절이 뒤틀리며 절명했다.

“네 이놈! 용서하지 않겠다.”

파밧-

참지 못한 현월자가 몸을 날려 활불에게 검을 휘둘렀고 그의 검은 활불의 손가락 사이에 잡히고 말았다.

쩌엉-

퍼벙-

“크하악!”

손가락 사이에 잡힌 검을 부러뜨린 활불은 그대로 균형이 무너진 현월자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고 현월자의 가슴팍이 푹 꺼지며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사제... 괜찮은가?”

바닥을 세차게 구르며 떨어진 현월자를 향해 현우자가 몸을 날려 그를 받아들었으나 현월자의 모습은 처참했다. 활불의 장법에 격중당한 가슴팍이 주저앉아 뼈가 모두 부서졌음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사형... 도망... 제발...살아서...”

현월자는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현우자를 바라보며 그대로 명이 다했고 그 모습에 현우자는 절망했다.

“어찌 하늘은 무당에게 이리 가혹하다는 말인가... 왜 내가 아닌 너를 먼저 데려가는 것인가?”

현우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분 섞인 뇌까림을 하고는 현월자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활불을 보았다.

“활불이시오?”

현우자의 음성은 차분했고 조금 전까지 흥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렇다.”

“들은 대로 전대 활불이 전혼을 한 것이 맞는 듯 하군요? 우리 무당에 원한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하니...?”

현우자의 말에 활불의 눈빛이 바뀌었고 그것을 본 현우자는 자신의 말에 대한 확신을 했다. 이미 천통자를 통해 모든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무림맹의 사람들의 동요를 염려하여 맹주인 강유와 자신 그리고 소림의 혜원 외에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알았지? 환영신마의 입에서 나온 것인가?”

활불 역시 이미 무림맹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생각은 하고 있었다. 환영신마가 자신을 위해 많은 일을 해주었으나 끝까지 의리를 지킬 인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중요합니까?”

“중요하지 않다. 너희는 여기서 다 죽을 것이니 말이야.”

죽음을 초월한 듯 보이는 현우자의 모습에 활불은 조금은 우스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미 죽음의 고비를 넘어섰던 활불로서는 죽음을 각오한 듯 보이는 현우자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도망을 가지 않을 것이냐? 네가 원한다면 너 하나 정도는 살려 보내주마. 무당의 놈들에게 내가 간다는 이야기를 전해줄 사자 정도로 살려주마.”

“무당을 얕보다 이미 낭패를 보았던 자가 또 다시 무당을 얕보고 욕보이려 하는구나?”

“제법 기개가 있는 놈이로구나? 역시나 무당의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현우자가 호통을 치며 활불을 꾸짖자 활불은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며 몸서리를 쳤다.

“너를 살려 보내주려 했으나 안 되겠구나? 무당엔 너희 모두의 목을 베어 보내도록 하겠다.”

활불은 말을 하고는 성큼성큼 현우자를 향해 다가왔고 그 모습을 본 현우자는 손 안에 쥔 것을 만지작거리며 활불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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