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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33화 (233/251)

233화- 새로운 검을 익히다.

‘무언가 바뀌었나?’

타에 도르제는 자신의 앞에 검을 겨누고 있는 이윤후를 바라보며 찬찬히 그를 살폈다. 일전의 결전에서 서로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가 자신의 상대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다.

검성과 만나 겨루고 싶었으나 이윤후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검성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콰광-

타에 도르제가 묵봉을 바닥에 내려치자 종남파로 올라가는 길목에 깔려있던 돌계단들이 부셔져 내렸고 그 모습에 불마사의 무승들이 타에 도르제의 뒤편으로 일제히 물러섰다.

“애송이를 상대하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나와 차이를 느꼈을 터인데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용기는 가상하다만 내가 보고 싶은 상대는 네가 아니구나?”

웅웅웅-

타에 도르제가 바닥에 내리쳤던 묵봉을 들어 휘돌리기 시작하자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엄청난 기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를 단숨에 제압하고 산을 오를 생각이었다.

“회천격(回天擊)!”

웅웅웅-

타에 도르제의 외침과 함께 내질러진 공격에 회오리 같은 기의 폭풍이 생기며 이윤후를 찢어발길 듯 삼키어져갔고 모두 그 광경에 놀라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폭풍이 자신을 삼키어오는 상황에서도 이윤후는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검 끝에 모든 기를 집중시키는 듯 투명한 상월의 검신에서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번쩍-

이윤후가 검을 휘두르자 푸른 검광이 번뜩이며 주위를 휘감았다. 그리고,

촤자작-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윤후의 전심을 휘감아오던 타에 도르제의 기의 폭풍이 이윤후가 발출한 검기에 깨끗하게 베어지며 사라져버렸다.

촤잣- 파앗-

그와 동시에 이윤후가 베어낸 것은 타에 도르제의 기의 폭풍만이 아니었다. 기의 폭풍을 베어낸 그의 검기는 그대로 타에 도르제를 덮쳤고 그의 붉은 승복을 가르고 가슴에 한 일(一)자를 아로 새기며 피분수를 뿜어내게 하였다.

“흐읍!”

상처에서 피가 흘러 승복이 흠뻑 젖을 정도가 되자 타에 도르제는 기합과 함께 온 몸에 기를 집중시켰고 상처가 달라붙으며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내 회룡격을 이렇게 쉽게 막아낸 이는 네가 처음이구나.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꽤나 큰 상처였음에도 내색치 않고 말하는 타에 도르제가 신기한 듯 이윤후가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이 궁금한지 계속 주시하고 있기에 이윤후도 결국 답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빈틈이 많은 공격이었기에 한 점을 베었을뿐입니다.”

“빈틈이 많아?”

“넓은 범위에 기운을 퍼뜨려놓았기에 한 점으로 베려고 한다면 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할까요? 저도 그렇게 쉽게 베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윤후는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타에 도르제의 기운을 느끼고 검성의 허락을 받아 이리로 달려오긴 했지만 막상 마주한 타에 도르제는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물러난다면 후퇴하는 무림맹의 많은 무인들이 위험했기에 막아섰고 타에 도르제가 바로 큰 공격을 해오자 놀랐으나 그의 말처럼 넓은 범위의 기의 돌풍이긴 했지만 베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날 보았던 파황격이라는 공격은 비뢰낙일의 초식으로 부딪쳐 대패했으나 회천격은 보기에만 요란할 뿐 빈틈이 분명 보이는 공격이었다.

“어허... 회천격이 빈틈이 많아보였다고?”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의 말에 조금은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파황격이 극강의 기술이라면 회천격은 상대를 가늠하고 다수의 적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를 제거함과 동시에 이윤후의 뒤에 있던 모두를 쓸어버리고자 했건만 이윤후가 그냥 단칼에 베어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빈틈이 많았다는 말과 함께.

‘빈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하룻밤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가?’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가 이전의 새벽에 보았을 때와 기도가 다르다는 것은 느꼈지만 이렇게까지 실력이 달라졌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파황격이 더 강하고 패도적인 초식인 것은 맞으나 회천격도 약한 기술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윤후가 회천격이 빈틈이 많은 기술이라고 하는 말에 타에 도르제는 선뜻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것은 타에 도르제만이 아니었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함께 보았기에 불마사의 무승들은 경악을, 무림맹의 무인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윤후의 전신을 덮쳐가던 돌풍은 그를 찢어발길 것만 같았고 무림맹의 무인들조차 포기한 채 도망을 가려했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말이 많구나? 너의 말이 정말인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구나.”

웅웅- 파밧-

타에 도르제는 다시 묵봉을 들어 크게 휘두르곤 이윤후를 향해 겨누었고 이윤후는 그 모습에 미소를 보였다.

“저를 제대로 상대해주시는군요.”

자신을 한참 깔보며 내려다보던 타에 도르제가 자신을 향해 자세를 잡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이윤후는 자신이 인정받은 것만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적이지만 자신이 인정하는 상대였고 그런 상대에게 인정받는 것은 이윤후에겐 큰 보람이 있었다.

이윤후도 검을 고쳐 잡은 채 자세를 잡았고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흐르며 일촉즉발의 기운이 감돌았다. 두 사람 다 이 싸움을 길게 가져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출수와 함께 필살의 한수를 쓸 것이라는 것을 알고 둘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스윽- 파밧-

먼저 움직인 쪽은 이윤후였다. 축이 되는 왼발로 바닥에 끌며 동시에 땅을 박차고 거리를 좁혀 단숨에 타에 도르제의 목을 노리며 검을 찔러갔다.

하지만 타에 도르제는 묵봉을 쳐올리며 날아드는 이윤후를 다시 물러서게 했고 그와 동시에 이윤후가 착지하려는 곳을 향해 봉을 내지르며 압박해갔다.

촤장- 채쟁-

검과 봉이 어지럽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이윤후의 검은 유려하고 빠르게 타에 도르제의 빈틈을 노려갔고 타에 도르제는 그런 이윤후의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하며 이윤후를 밀어내고 있었다.

타에 도르제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빠르고 날카로운 이윤후의 공세에 점점 버거워 하고 있음이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졌다.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가?’

타에 도르제는 이윤후의 변화가 믿기지 않는 듯 방어일변도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한탄했다. 봉이 검보다 길기에 거리싸움에 유리했고 이전의 싸움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윤후를 봉의 거리 밖에서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지금의 이윤후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변검(變劍)과 쾌검(快劍)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타에 도르제의 눈을 현혹시키며 압박하고 있었고 순간순간마다 급소를 찔러오는 날카로운 공격에 타에 도르제는 극도의 정신력을 소모하며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황교종파의 수장이 되고 타에 도르제는 늘 분쟁의 한 가운데 있었다. 수장들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기에 불마사의 종파들을 모두 발 아래로 두고 자신이 다음 대 활불이 되고자 욕심을 부린 적도 있었다.

그만큼 타에 도르제는 강했고 자신보다 강한 자를 만나 겨루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현재 이윤후에게 받는 압박감은 그에게 낯설었다.

“크아아악!”

타에 도르제는 전방위로 들어오는 공격에 참지 못하고 봉을 휘두르며 모두 튕겨내었다. 거칠고 투박한 한수였지만 묵직한 힘이 실린 봉의 휘두름에 부딪쳤다간 검이 상할 수도 있었기에 이윤후는 잠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숨을 돌리려던 타에 도르제는 또 다시 이윤후의 검을 막아내야 했다.

‘통한다. 역시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어.’

이윤후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자 더욱 손속을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움직이려 애를 썼다. 새벽의 기습에서 타에 도르제의 일격에 부상을 입은 후 이윤후는 검성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이윤후의 요청에 검성은 말했다.

“발을 움직여라. 그리고 변검에 집착하지 말아라. 그렇다고 쾌검에 집중하라는 말이 아니다.”

검성은 이윤후의 대결을 계속 지켜보아왔기에 유려한 검초에 이윤후가 빠져있음을 알았고 변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변화가 많다고 느린 것은 아니다. 또한 변화가 없다 해서 빠른 것도 아니지. 네가 확립하고자 하는 너의 검을 잘 알겠다만 두 가지를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아라.”

이윤후는 그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 이윤후는 변검과 쾌검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는 것을 택했고 결과는 바로 나오고 있었다.

비뢰검결의 극쾌의 검술과 만상오행공을 응용한 이윤후만의 변검이 하나가 되어 독창적인 검법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검성도 이윤후가 이렇게 바로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이었다. 그저 유려함에 취해 검의 기본을 잊지 말라는 의미와 변검과 쾌검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조언이었지만 이윤후 독창적인 자신만의 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검성의 제자가 이기는 것이 아닌가? 저 노승 하나를 못 막아 그렇게도 우리는 물러서야했는데...”

“전대의 노마두인 환영신마를 쓰러뜨렸다는 신검이 아니신가. 하늘이 우릴 버리지 않으신 게지. 검성이 다시 나타나시고 저런 제자까지 키우셨으니 말이야.”

대결을 지켜보던 무림맹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했다. 이윤후가 나타났을 때 일말의 희망을 가지긴 했지만 타에 도르제의 압도적인 힘 앞에 계속 밀려났던 그들이었기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들 조용히 하게. 대결이 막바지로 가는 듯 해.”

지켜보던 무인의 말에 모두 일제히 대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의 말처럼 이윤후와 타에 도르제의 대결은 막바지로 가는 듯 해보였다.

타에 도르제의 승복은 이미 곳곳이 찢어져 넝마가 되어 있었고 가슴에 입었던 큰 상처에서 피가 다시 흐르고 있었다. 응급처치로 근육을 수축하여 상처를 강제로 아물게 했었지만 대결이 길어지면서 상처가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외에도 이윤후의 검을 모두 막지 못해 곳곳에 검상(劍傷)이 많았다.

이윤후 역시 멀쩡하진 못했다. 검을 쥔 오른손은 멀쩡했지만 그의 왼팔의 옷이 찢어져 있었고 왼팔에 불로 지진 듯한 상처가 있었다. 타에 도르제의 봉에 스친 상처였지만 워낙 회전이 심한 탓에 스친 것만으로도 불에 지진 듯한 상처가 남았고 이윤후도 왼팔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듯 축 늘어져있었다.

‘절대 봉에 맞아서는 안된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정신적 소모가 있는 것은 타에 도르제만이 아니었다. 이윤후 역시 봉에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그대로 끝이 난다는 것을 알았기에 긴장하며 봉의 격중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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