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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31화 (231/251)

231화- 다가오는 위기

강유의 선언에 좌중은 조용해졌고 생각지 못한 그의 말에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무림 맹주의 자리는 말 그대로 현 무림의 최고 권력자를 뜻했고 불마사와의 일이 잘 마무리 된다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무림 맹주였다.

강유가 욕심이 없고 정인군자라 불릴 만큼 공명정대한 인물임은 모두 알았지만 누구나 욕심낼만한 자리에 이후 상황을 감안해볼 때 그 누구도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도 결전의 중심에 서기 위해 맹주 직함을 내려놓는다니 누구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모두 그런 강유의 말에 존경심과 함께 가슴 한구석 피어오르는 뜨거운 마음이 생기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니 될 말입니다. 맹주께서 전체적인 지휘를 해주셔야하지 않습니까? 혹여나 맹주께서 최전선에서 잘 못되기라도 하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침묵을 깨고 말을 꺼낸 이는 모용세가의 모용석이었다. 그도 강유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강유의 말이 허언이 아니고 진심임을 알았기에 진심으로 말리고 싶었다.

“그래서 맹주의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것입니다. 혹여나 제가 전선에서 죽거나 크게 다친다고 해도 모두의 동요가 없도록 말이죠. 어차피 결전의 지휘는 소림의 혜원 대사와 무당의 현우자 그리고 개방의 방주이신 소천개님이 해주실 것이고 제가 할 역할은 최전선에서 저들과 부딪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강유는 검성과 같이 등을 맞대고 검성의 검을 직접 보고 같이 싸우고 싶다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참았다. 하지만 그가 검성을 존경하고 따르는 것을 잘 아는 자들이 많았기에 강유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검성과 같이 전선에서 싸우고 싶어함을 짐작하고 있는 자들이 많았다.

“애초에 맹주의 자리를 허락한 것도 이 위기 속에 나서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위기가 끝이 난다면 모두의 추천을 받아 새로이 맹주를 선임하면 되니 제가 물러나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전 한 사람의 검객으로서 또한 무림인으로서 무림을 유린하는 자들에 맞서 싸우고 싶습니다.”

결연하기까지 한 강유의 말에 다들 더는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개중엔 강유가 알아서 물러나서 좋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강유와 같은 모두의 인망이 두터운 자가 무림맹주의 자리에 있으면 권력을 탐하는 여러 문파들이 무림맹에서 입지를 굳히기가 어려웠고 이렇게 강유가 물러나면 차후를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자들이 있었다.

“저희들의 강권을 받아주어 원하지 않던 자리에 앉아 지금까지 고생하셨을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무당은 강유님의 결단을 지지하고 무당 역시 최전선에서 싸울 것입니다.”

침묵을 깨고 현우자가 자리에 일어나 강유를 바라보고 말했고 이어 소림의 혜원 대사도 일어섰다.

“소림 역시 모든 힘을 동원하여 검공의 뒤를 따를 것입니다.”

“개방도 모든 것을 지원하여 무림의 역사적인 사건이 될 이 일에 전력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혜원대사의 말에 이어 개방의 방주 소천개도 이어 말했고 소천개의 말이 끝난 후 모두가 서로 일어나 적극참여를 선언했다.

소천개의 말이 모두에게 결정적이었는데 무림의 역사적인 사건이 될 무림과 불마사의 이번 일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차후 무림의 구도에서 배제될 것이 분명했기에 다들 지금은 흐름에 동참 할 수밖에 없었다.

소림과 무당과 개방이 나선 이상 자신들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한 몫하고 있었다.

***

검성의 거처.

검성을 비롯한 약선과 이윤후 그리고 천통자가 모여 있었다.

“이렇게 모두를 모았다는 것은 정보가 있었나보군?”

약선은 천통자를 보며 물었고 천통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물론이죠. 제가 어르신들을 어찌 감히 사소한 일에 모여 달라 하겠습니까?”

천통자의 너스레떠는 모습에 모두 미소를 보였고 천통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미 아실지 모르지만 공동파를 단신으로 무너뜨렸던 활불이 오늘 저녁 늦게 늦어도 아침이면 도착한다 합니다.”

“그건 이미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알고 있다. 모두 그에 대한 걱정이 많더군.”

이미 종남파에 있는 무림인들 모두가 알고 그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기에 약선은 물론 모두 알고 있었다.

“네. 활불은 공동파를 무너뜨리고 이곳으로 오는 길에 있던 정파를 모두 장악하고 오고 있었는데 며칠째 잠도 자지 않은 채 이동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검성과 같이 잠을 자지 않고도 활동이 가능한 수준인 듯 합니다.”

천통자의 말에 모두 검성을 보았다. 검성도 깊은 잠에서 깨어난 이후 환로반동을 경험하고 먹는 것과 자는 것 등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거르고도 생활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인간적인 감정도 메말라가고 있긴 했고 약선도 늘 그런 검성을 걱정하여 먹고 싶지 않아도 먹고 잠이 오지 않아도 자는 것을 늘 권하고 있었다. 약선은 계속 인외(人外)의 존재가 되어가는 듯한 검성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활불이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함은 그도 인외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인가?”

천통자의 말에 약선은 검성을 힐끗 보고는 말했고 천통자와 이윤후도 검성에게 눈이 잠깐 갔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전혼마공(傳魂魔功)의 영향으로 이미 사람의 범주를 뛰어넘는 존재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야겠죠. 그간 긴 시간동안 폐관하며 자신의 혈천마공과 옮겨진 내공을 온전히 갈무리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정도의 괴물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보입니다.”

“기대되는군.”

“음... 검성의 기대에 미치는 실력이었으면 좋겠네요.”

천통자는 현재의 활불의 무위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말한 것이었는데 검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호승심을 내비치자 조금은 허탈해하며 말했다.

‘괴물들 간의 싸움이 될 터... 눈으로 꼭 담아야겠지. 검성의 저 자신감이 허언은 아닐 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천통자는 검성의 저런 자신감이 믿음직스러우면서도 혹여나 검성이 활불에게 패할 것을 잠깐 상상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검성이 패한다면 활불의 상대는 이 무림에 없었고 무림은 새외 세력에 점령당하는 굴욕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저 천통자는 검성의 저런 자신감을 믿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보아온 검성이 괜한 자신감을 보일 인물도 아니라는 생각에 다소 안심하고 있었다.

“활불의 위치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네. 최정예의 은위단 수십이 거리를 두고 미행하고 있습니다. 잠행술에 특화되어 있는 자들이라 아무리 활불이 그들을 눈치 채긴 힘들 겁니다. 그리고 눈치를 채더라도 각자 흩어져 모두가 전멸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럴까?”

천통자는 은위단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랑하듯 말했지만 검성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신 활불이 미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검성의 반응에 약선은 물었다.

“활불이 인외의 영역에 들었다면 나와 비슷한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야지. 그렇다면 주위의 모든 기척을 느낄 정도는 될 터 아무리 기척을 죽이고 잠행한다 한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활불이 미행을 뻔히 알고 그냥 두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럴리가요? 그럴 이유가...?”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비천이 무림의 역사 속에서 은밀한 일을 해온 만큼 잠행술에 관한 무공은 철저하게 모두가 배워야했고 비천의 인물들 중 가장 뛰어난 자들이 바로 은위단이었다.

그런 은위단에 대한 믿음이 천통자에게 있었기에 더욱 검성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너희의 접근을 늘 내가 눈치채왔는데도 너희의 잠행술이 완벽한 거 같더냐?”

“그거야? 검성께서 특별하시니...”

천통자는 검성의 물음에 멋쩍게 답했다. 검성이 어떠한 무공을 익힌 지 이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만상오행공의 영향으로 검성과 이윤후의 오감이 다른 이들이 비해 특출하다는 것을 이젠 알고 있었다.

“활불이 나와 비슷한 경지에 이른 것이 맞다면 만물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터... 잠행술에서 기척을 죽인다해도 결국 모든 만물은 생동하기에 그 기운을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

천통자는 검성의 말에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말문이 막혔고 검성은 말을 이어나갔다.

“이해가 가지 않나보군. 잠행술의 기본은 자신의 기척을 지우는 것이지?”

“네. 자신의 기척을 감추고 은밀하게 상대를 따르는 것이 필수이죠.”

“그럼 기척을 지울 때 자신의 심장소리도 멈출 수 있느냐?”

“그건...? 설마 거기까지 읽으시는 겁니까?”

검성의 물음에 천통자는 놀라 되물었다. 검성이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검성이 그전에 했던 만물이 생동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기에 천통자는 놀란 눈이 되어 검성을 바라보았다.

“기척을 감춘다고하나 심장이 뛰는 것까지 감출 수는 없겠지요. 심장이 뛰지 않는 다는 것은 죽었다는 의미이니... 검성께서 은위단을 그렇게나 잘 찾으셨던 것이 그런 이유였군요. 활불도 그런 경지까지 올랐을까요?”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가 따라 붙는 것을 처리하지 않는 다는 것은 굳이 제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탓이겠지.”

“제거할 필요성이요?”

“그래. 활불을 따라붙는 것은 너희 비천 외에도 아마 무림의 정보단체는 모두 붙어 있을 것이다. 개방과 무림맹의 정보단체도 붙어 있겠지. 너희 모두를 죽여 괜한 소란을 일으키기 싫은 것이겠지 죽인다한들 또 다시 다른 이들이 따라붙을 것이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군요...”

천통자는 검성의 말이 이해가 바로 되진 않았으나 검성의 생각과 활불의 생각이 일치 할 수도 있다 생각은 했다. 강자들의 생각을 자신이 이해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무림맹엔 저녁부터 방비를 철저하게 하라고 일러두어라. 불마사 진영의 행동도 철저히 감시하고 말이야.”

“네. 검성께선 활불이 바로 공격을 감행 할 수 있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래. 나라면 바로 공격할 것이다. 활불이 잠도 자지 않고 서두르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겠느냐? 굳이 날이 밝을 때 공격하고 여유 있게 할 것이면 서두를 이유도 없겠지. 아마 새벽에 공격을 감행 해 올 것이다.”

“아... 그렇군요. 불마사의 진영을 제대로 살피라고 지시하겠습니다. 무림맹에도 이야기를 전해놓고요.”

“그래. 마지막이 될 일전이니 네가 조금 더 고생하거라.”

“고생이라뇨? 전 괜찮습니다. 그럼 전 무림맹의 현우자를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불마사의 진영에 대한 소식을 계속 보고하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천통자는 검성의 말에 조금은 멋쩍어하며 모두에게 예를 취하곤 방을 먼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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