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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24화 (224/251)

224화- 기습(奇襲)(1)

퍼드득-

사마령의 손을 떠난 전서구(傳書鳩)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군랑(君郞)이 얼른 복귀를 해야 해……. 어쩔 수 없이 내일 총공세가 시작되겠지만 결국 대치전에서 시간이 끌릴 터, 그동안 충분히 군랑이 올 수 있을 거야.”

사마령은 중얼거리며 간절히 바랬다.

이미 종파 수장회의에서 내일 총공격이 결정 되었고, 이미 각 종파마다 전면전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각에도 각 진영별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사마령은 이 사실을 사마군에게 알려 복귀를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전서구를 날린 상황이었고, 그가 빨리 복귀하길 바랐다.

“저게 뭐지?”

사마령은 달이 구름에 가려져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다수 보이는 것을 목격했다. 사마령은 그것에 시선이 집중했다.

“불?”

반짝이던 것이 점점 낙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은 한참 후였는데, 그것은 바로 불덩이였다.

“이런…… 공격이야!”

퍼버벙- 퍼벙-

하늘에서 번쩍이던 다수의 불빛이 불덩이임을 떨어지고서야 알았다. 그 불덩이들은 천막과 바닥에 떨어졌고, 곳곳에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불이야!”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진다! 크아악!”

“불을 꺼라! 물을 가져와라!”

삽시간에 불마사의 진영은 혼란에 빠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들이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떨어지자 사마령은 하늘을 주시한 채 무슨 일인지 살피기 시작했다.

“거대한 새? 보고되었던 북해설응인가? 무림맹의 짓이로군.”

사마령은 설응들이 하늘을 날며 불덩이를 곳곳에 낙하시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지존. 괜찮으십니까?”

사마령의 수하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섰고, 그녀는 한 손을 펼쳐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듯 지시했다.

“하늘에 날고 있는 것들이 보이느냐?”

“네. 보고되었던 북해설응으로 보입니다. 검성과 그의 제자가 설응의 무리를 이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저렇게 높은 위치에서 계속 떨어뜨린다면 막을 길이 없다. 각 진영에 전해 불덩이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베어 불길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해야 해.”

“네. 당장 전하겠습니다.”

사마령의 지시를 받은 그는 바로 사라졌고, 사마령은 하늘을 다시 주시 한 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이렇게 불덩이만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나 큰 피해를 주기 힘들 터…… 설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사마령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녀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종남산에서 불을 붙인 숯덩이들을 양동이에 담아 설응들이 낚아 채 들 수 있게 계속 준비 중이었고, 설응들은 백아의 지시를 받고 종남파에서 그것을 계속 받아 이곳에 떨어뜨리고, 다시 준비된 것을 들고 와 떨어뜨리고를 반복 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선을 끈 것은 불을 질러 불마사 진영에 피해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잠입을 위한 시선 끌기 용도였다.

소란이 일었을 때 이미 검성과 약선 그리고 이윤후가 불마사의 진영에 잠입, 행동하고 있음을 사마령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

“소란스럽구나.”

“무림맹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한 듯합니다. 종주(宗主)님.”

영마종파의 탁룽은 소란이 일자 밖을 향해 말했고, 수하들 중 하나가 보고를 했다.

“종주님께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하늘에서 그저 불덩이를 떨어뜨리는 정도라 소란이 일긴했지만 금세 처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커헉!”

보고를 하던 자의 단말마 비명이 울리자 탁룽은 천막 밖으로 나왔고, 그의 앞엔 백의를 입은 젊고 수려한 사내가 서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검을 들고 자신의 수하를 벤 후 자신을 노려보는 사내를 보고는 탁룽은 눈빛을 가늘게 떴다.

탁룽을 아는 자들이 보았다면 그가 눈을 떴다는 사실에 놀랐을 거다.

그는 수행을 위해 눈을 감은지가 십 수 년이 지났고, 가늘게 뜨긴 했지만 그가 눈을 떴다는 자체가 큰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탁룽은 수행을 위해 감았던 눈을 뜨게 할 만큼 눈앞의 사내에 대해 궁금했던 것이었다.

“느껴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군요. 평범한 자는 아닐 터……, 외견은 젊어 보이나 모든 기운을 갈무리한 채 제어하는 것으로 보아 절대로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고 그렇다면 반로환동을 했다는 검성이겠군요?”

탁룽의 눈앞에 선 자는 바로 검성이었고 탁룽은 그가 검성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눈을 감고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며 십 수 년을 살았던 그는 눈을 감고도 눈을 뜬 것처럼 생활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가 결국 눈을 뜨고 검성을 확인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눈을 감은 채 검성을 느꼈을 때 너무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다. 생전 처음 느끼는 기운에 압도되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뜨고 만 것이다.

하지만 눈을 뜨자 감았을 때 느꼈던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갈무리된 검성의 모습만 보일뿐이었다. 눈을 감았을 때 느꼈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착각을 한 것인가……!’

탁룽은 자신이 착각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분명 자신이 느낀 것은 거짓이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꼈던 거대한 기운을 부정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을 인정하면 자신이 검성에게 상대가 되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불마사의 종파 수장 중 한 명인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모습에 탁룽은 자신의 앞에 선 자가 검성임을 확신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 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강한 기운을 찾았으니 네가 수장 중 한 명이 맞겠지.”

검성은 북해설응들이 불덩이를 낙하시킬 때 설응의 등에서 내려 잠입에 성공했고, 자신이 낙하한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탁룽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미 모두 죽은 것인가?’

탁룽은 이미 주위에 모든 자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검성에 의해 처리되었음을 짐작했다. 자신의 거처는 영마종파의 영역 정중앙, 한데 이렇게 소란이 일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검성이 무림의 최고수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견문을 높일 기회가 생겨 좋군요. 무림에 나가 강자들과 겨룰 것을 꿈꿔왔는데 좋은 기회를 잡은 듯합니다.”

탁룽은 붉은 승복의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팔을 내밀어 자세를 잡았다. 보통의 상대라면 취하지 않은 준비자세지만 상대가 검성이었기에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서장의 밀교의 수법은 괴랄하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되겠구나.”

검성의 말에 탁룽은 인상이 굳어졌다. 검성의 평가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었으나, 검성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선수필승(先手必勝)이다. 고민을 해봐야 잡념만 더해질 뿐.’

탁룽이 생각을 정리하고 검성을 보았을 때 검성은 그를 향해 발걸음을 멈춘 채 손짓하고 있었다.

“삼초를 양보하지. 겁먹지 말고 덤비거라.”

검성의 말에 탁룽은 화가 치밀었지만 삼켜야했다. 검성이 삼초를 양보한다는 소린 이미 그에 대해 알아보았을 때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자신에겐 그러지 못할 거란 생각이 있었다.

검성에 대한 소문만 들었을 땐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마주한 검성은 너무 거대한 존재였다.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저 모습이 화가 났으나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지.”

긴 침묵이 이어지고 탁룽이 움직이지 않자 검성이 다가갔고, 빈틈을 찾지 못해 공격을 섣불리 하지 못했던 탁룽은 다가오는 검성에 놀라 바로 일장을 내뻗었다.

파밧-

파박-

탁룽의 일장을 검성은 가볍게 쳐내었고, 이어 탁룽은 연계를 이어나가며 검성을 압박하려했다. 막상 몸을 움직이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어서 탁룽은 안정감을 찾아가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탁룽의 일장 일권은 강력했고 검성은 이에 맞대응하지 않은 채 가볍게 흘려내면서 피해내고 있었다. 십여 합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검성이 양보하겠다던 삼초는 이미 지나간 후였다.

파바밧-

탁룽의 공세는 끊지 않으며 손과 발을 움직였다. 마치 자신이 공격을 멈추는 순간 검성이 공세로 돌변할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는 더더욱 손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런 탁룽의 모습은 상처 입은 채 쫓기는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검성은 그저 불마사의 무공에 대해 궁금했기에 탁룽의 모든 공세를 받아내고 있었고, 자신의 공격이 멈추면 검성이 공격할 것이라는 것은 그의 착각에 불과했다.

검성은 그저 찬찬히 탁룽의 모든 것을 살피고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쫓기듯 공세를 이어가던 탁룽의 손속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칠십에 가까운 탁룽은 지나치게 초반부터 몰아붙인 탓에 더욱 빨리 지치고 말았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그였지만 검성의 존재가 압박이 되어 무리하게 된 것이다.

파방-

"크윽……"

검성은 탁룽이 지친 듯 공세가 느려지자 손을 마주 대어 그를 튕겨내었고 탁룽은 삼장의 거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더는 보여줄 것이 없나보구나? 실망스럽군."

검성의 말에 탁룽의 얼굴은 심하게 굳어졌다. 자신을 이렇게 취급하는 자가 있을지 생각도 못했던 탓에 충격도 컸지만 무엇보다 저 말을 반박할 수 없음이 너무 분하였다.

검성의 무위는 점점 인간의 궤를 벗어나고 있었고 환영신마를 손 하나 대지 않고 무력하게 만들었던 그에게 탁룽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당연했다. 검성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가 눈치 채지도 못하게 제압하여 죽이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두 사람의 차이는 확연했다.

"이제 내가 공격하지."

검성은 말과 함께 탁룽을 주시했고, 이에 탁룽은 거친 숨을 고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검성이 지금까지 검을 뽑아들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파바방-

검성은 손가락을 튕겨 탄지공을 탁룽을 향해 쏘았고 검성의 손가락을 떠난 탄지공은 탁룽의 각 요혈(要血)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성이 쏜 탄지공은 빨랐지만 탁룽이 방비하기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탁룽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파바바밧-

탁룽은 양손을 펼쳐 자신의 요혈로 날아드는 탄지공을 모두 상쇄시켰고 이어 검성을 노려보았다.

"검성은 무림의 의협심이 강하고 존경받는 자라 들었는데, 상대를 이렇게 농락하고 기만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널 기만하였느냐?"

검성은 짐짓 모르겠다는 듯 딴청을 피며 물었고, 그 모습에 탁룽은 얼굴이 붉어지며 이마에 핏대까지 서 있었다.

"충분히 날 제압하고도 남을 실력을 가지고도 이렇듯 탄지공으로 날 시험하고 압박하는 것이 기만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탁룽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따지듯 이야기했고 이에 검성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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