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환영신마의 관(棺)
“도대체 어디를 갔던 것이죠?”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검성은 자신을 맞이하는 약선의 잔소리에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웃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약선은 검성의 미소를 보자 화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 말했다. 검성도 약선이 자신이 웃는 것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잔소리를 더 하기 전에 그녀를 바라보고 웃은 것이었고 그 효과는 아주 좋았다.
“먼 거리였을 텐데 일찍 왔구려, 천천히 세가의 사람들과 와도 되었을 것인데.”
“이곳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할 텐데요? 상황이 일부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제가 이곳에 빨리 오는 것이 좋다 생각해서 조금 서둘렀어요.”
약선은 무림맹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소문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 검성이 먼저 간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설응을 타고 합류한 것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약선이 왔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이미 종남파에 있는 무림인들은 사기가 오르고 있었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다고 하던데?”
검성은 정천검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은 후 물었다.
“당신이 좋아할 소식이긴 하죠. 만독곡에서 비천이 입수한 책들 중에 도존이 중독된 독의 배합이 적힌 기록을 찾았어요.”
“애령이라면 이제 해독약을 만드는 것은 금방이겠군?”
“금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일이 단축되긴 할 거에요. 이미 사혈침으로 체내의 독혈을 모두 빼낸 상태라 더 이상 악화되진 않고 있었는데 남은 여독(餘毒)을 해독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도존이 정신을 차려 경이에게 맡겨두고 왔어요.”
“그렇군. 그대가 고생했소.”
“그건 그렇고 조금 전 굉음은 어떻게 된 거죠? 당신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한데?”
약선은 검성이 자신의 노고를 이야기하자 부끄러운 듯 말을 돌렸다.
“이곳까지 들렸던가?”
“다들 얼마나 놀랐다고요. 갑작스러운 굉음에 다들 공격이 온지 알고 발칵 뒤집어졌었어요.”
“그렇군. 환영신마와 윤후가 대결을 했는데 교전이 격렬해지다보니 조금 소란스러워졌을 뿐이오.”
“네? 윤후가 신마와? 설마 당신이 그걸 부추긴 것인가요?”
검성의 말에 약선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원래 이윤후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검성이 자신을 찾는다며 급하게 사라졌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부추긴 것은 맞지만... 뭐 그렇게 되었지.”
검성은 약선이 이윤후를 자신만큼 아끼고 있음을 알았기에 자신을 도끼눈을 뜬 채 노려보는 그녀의 마음도 알았다. 그래서인지 괜히 검성은 주눅 들어 답했다.
사실 거처로 돌아온 것은 자신 혼자였고 이윤후는 부상으로 인해 종남파에 마련되어 있는 치료소로 간 상황이었다.
“검성님 계십니까?”
문 밖에서 천통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너라.”
덜컥-
검성의 허락이 떨어지자 천통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약선을 발견하고는 예를 취하고는 검성에게 다가갔다.
“지금 밖에 난리가 났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무슨 난리 말이냐?”
다짜고짜 천통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검성에게 묻자 검성은 집히는 것이 있었기에 바로 알아들었지만 명문을 모르는 약선이 되물었다.
“환영신마의 시신이 담긴 관이 종남파에 도착했습니다. 검성께서 옮겨오라고 하셨다면서 말입니다.”
천통자는 비천의 은위단을 통해 상황을 전해들은 상황이었고 정작 난리가 난 것은 종남파에 있는 무림인들이었다. 현재 대치하고 있는 불마사의 천지쌍존 중 일인인 환영신마의 시신이 갑자기 종남파에 도착하자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너도 들었을 텐데?”
“네. 제가 진짜 믿어지지가 않아서 은위단에게 몇 번을 되물었는데 그들이 그러더군요. 소문주가 직접 그를 베었다고요. 그런데 믿기지 않아서 검성에게 확인 차 온 것입니다.”
천통자는 이미 말처럼 상황을 들었으나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환영신마의 강함은 비천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가 무림에서 저지른 악행만 해도 비천에 기록된 것이 어마어마했는데 그 누구도 그의 악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당시 오절이라 불렸던 검성과 도후가 동시에 공격하고도 잡아내지 못했고 무림맹이 펼친 천라지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던 것이 환영신마였다.
그런 악명 높은 노마두가 스물 갓 지난 이윤후에게 패배했다고 하니 천통자로서는 안 믿길 수밖에 없었다.
“밖의 분위기는 어떠냐?”
“그야 말로 난리가 났죠. 다른 이도 아니고 불마사의 핵심 중에 핵심인 환영신마 아닙니까. 신마가 불마사 종파의 인물은 아니지만 무림에 가장 크게 알려진 인물이고 무림인들이라면 환영신마와 한 다리만 거쳐도 원한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소문주가 그를 베었다고 알려지면서 소문주의 이름과 의천문을 외치고 난리입니다.”
천통자의 말에 검성과 약선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윤후에 대한 이야기에 서로 좋아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모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소문주는 약방에 있다던데 신마와 싸우다 그리 된 것입니까?”
“윤후가 약방에 있다고?”
“아... 네. 저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검성과 소문주를 찾았더니 검성은 거처로 돌아갔고 소문주는 약방에 치료를 위해 갔다고 하더군요. 모르셨습니까?”
천통자의 대답에 약선은 검성을 노려보았고 그런 약선의 눈빛을 검성은 피했다. 사실 돌아오면서 약선에게 상처를 보여라고 했지만 이윤후가 괜히 자신 때문에 검성과 약선이 중요한 이야기를 미루게 할 수 없다며 자신은 약방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차피 만상오행공의 영향으로 큰 내상이 아니고서야 자연치유가 빠른 몸이라 검성은 크게 걱정안하고 그리하라 말했지만 약선의 마음은 달랐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정말 애령에게 보여야 할 상처라면 내가 나서서 윤후를 끌고 오지 않았겠소.”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전 윤후에게 가봐야겠어요.”
검성의 만류에도 약선은 바로 문을 나섰고 검성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
“약선이 모르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두 사람이 괜히 자신의 말 때문에 다툼을 벌인 것이 아닌가 싶어 천통자는 괜히 주눅 들어 말했다.
“괜찮다. 이미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뭐 다했으니... 애령에게 먼저 말하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천통자는 검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가자 조금은 안심했고 품 안의 서찰을 꺼내어 검성 앞에 내려다 놓았다.
“무엇이냐?”
“빙궁에서 온 서찰입니다. 단 궁주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천통자의 말에 검성은 더는 묻지 않고 서찰을 펴보았고 읽은 후 서찰을 내려놓고 천통자를 바라보았다.
“내용이 궁금하느냐?”
“네? 조금은... 궁금합니다.”
천통자는 검성이 서찰을 읽는 동안 궁금한지 계속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는데 검성은 그것을 알아채고는 물은 것이었다.
“단 궁주에게 이번 설응을 쓰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했었는데 그것 외에도 직접 우리를 도우려한 모양이다.”
“빙궁이 직접 무림의 일을 돕는다고 나섰다는 말입니까? 유례가 없는 일인데...”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놀라며 말했다. 빙궁이 긴 역사 속에 무림과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긴 했지만 보통은 서로 상호간에 영역을 인정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교류해왔다.
빙궁과 무림은 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 속에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 보통이었다.
“현재 단 궁주가 사려 깊은 사람이기도 하고 약선과 나에게 신세를 졌다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을 갚을 생각으로 나섰던 모양이다.”
“그래도 빙궁이 움직이기 싶지 않을 텐데요. 돕는다면 반길 일이지만 뇌정궁의 최근 동태도 심상치 않고 빙궁은 지금 내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 너도 아는구나. 단 궁주도 결국 내부의 문제로 인해 우리를 직접적으로 돕는 것은 힘들겠다고 사과를 하는 서찰을 보내왔구나.”
화륵-
검성은 놓아둔 서찰을 다시 들어 올리며 말하고는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켜 서찰을 태워버렸다.
“아쉽군요. 얼음의 대지의 전사들의 무용을 볼 기회가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천통자는 진심으로 아쉬운 듯 말했다. 사패 중 한 곳인 북해빙궁이 나서주었다면 이 싸움에서 무림은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오지 않아도 이제는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
“음... 결국 활불의 무위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갈릴 문제라고 보입니다.”
“불마사에 환영신마 이상 가는 실력자가 있느냐?”
“환영신마가 겉으로 들어나는 천지쌍존의 천존의 자리에 있긴 했으나 불마사의 강자들은 각 종파의 수장들입니다. 활불도 원래 불마사라는 종파의 수장이었으니까 말이죠. 서장의 각 종파들의 수장은 활불만큼 종파 내에서 추앙받고 강자라는 소리죠.”
“몇 개의 종파가 있느냐?”
“열둘의 종파가 있고 그 중 하나가 불마사 그리고 곤륜에서 멸절한 파원종이 사라졌으니 열 한 개가 남았습니다. 파악하기로는 각수장들의 실력은 환영신마에게 뒤지지 않을 겁니다.”
“환영신마와 같은 자가 열은 있다는 것이군.”
“네... 파원종은 애초에 열 한 개의 종파가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기에 제외하고 말이죠.”
천통자의 말에 검성은 조금은 고민이 되는 듯 상념에 빠졌고 천통자는 검성의 생각이 끝이 나길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네가 말해준 것을 신마에게 확인하였다.”
갑자기 뜬금없는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으나 금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곤 물었다.
“그럼 지금의 활불 사마군이 전대 활불이 전혼마공을 사용한 것이 맞습니까?”
“그래. 신마가 그렇다고 말하더군. 사마군과 사마령에겐 자신의 유지를 지켜달라고 말하고는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고 말한 모양이야. 그들은 활불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고 사마군은 자신이 먹힐 것이라는 건 더더욱 몰랐었겠지.”
“놀랍군요. 저도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는 설마 가능한 술법인가 했는데...”
“이 사실을 저쪽에 알린다고 한들 동요가 없겠지?”
“종파의 수장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겠죠. 그들에겐 힘을 가진 자가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니 그게 누구든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마령은 다르겠죠.”
“사마령의 불마사 내에 세력은?”
“그것이 세력이라고 해야 하나 애매한데 그녀가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세력을 통솔하는 것은 확실할 듯 합니다. 그것 외엔 몇몇의 호위들과 그녀의 지시를 받는 자들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겠군. 오히려 알게 되면 위험한 지경에 빠지겠군.”
“그래도 불마사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여인이니 알리고 빼올 수 있으면 빼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천통자는 불마사 내에서 사마령의 존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데려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