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검성의 제안(2)
“제 제자와 한 번 겨루어 이기신다면 풀어드리죠.”
“뭐라고?”
환영신마는 검성이 어떤 대단한 내기거리를 내놓을까 걱정했는데 말을 듣고는 헛웃음부터 터져 나왔다.
“진심이냐?”
“제가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을 할 것 같습니까?”
검성의 눈빛이 진지하자 환영신마는 오히려 허탈해져왔다. 아무리 자신이 이렇게 검성에게 잡혀 손 하나 까딱 못하는 신세이긴 하지만 이제 약관이 지났을 아이와 싸우라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분 나쁜 것은 검성이 꽤나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좋다. 어차피 나에게 거부권은 없는 듯하고 네 말대로 하지.”
환영신마의 대답과 함께 그를 옥죄던 기망이 사라졌고 몸의 억제가 풀리자 환영신마는 몸을 움직이며 자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검성은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소리를 내듯 불었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데리고 다니던 설응을 부르는 방법인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설응에게만 들리는 소리를 낸 것이겠군.’
환영신마는 검성의 행동이 아마 설응을 부르는 소리일 것이라 생각했다.
“네 제자가 독고진과의 승부에서 이겼다곤 들었는데 설마 그 정도로 나에게도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환영신마는 오랜 시간 제압된 자신의 전신을 풀어주며 이제 안정감을 찾은 듯 검성을 향해 말했다.
“그저 윤후에게 당신과 같은 근접전의 강자와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당신과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면 좋았겠지만 윤후는 그것을 보지 못했거든요.”
“날 네 제자의 실력을 향상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말이군. 내가 그 아이를 죽여도 그리 웃을 수 있을까?”
“그 정도로 죽는 다면 윤후는 딱 그 정도일 뿐이겠죠.”
검성의 무심한 말에 오히려 환영신마가 조금은 놀란 듯 표정을 보였다.
‘죽이지 않도록 협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군. 세상 무심한 듯 표정을 보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제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듯 하기도하고...’
환영신마는 검성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이윤후를 맞이해서 어떻게 해야될 지 조금은 고민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던 이윤후를 죽인다면 자신의 목숨은 장담 할 수 없었다.
적절하게 제압하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가장 최선이라 생각했다.
‘오는군.’
검성이 신호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한 마리 설응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고 환영신마도 확인하고 바로 이윤후가 왔음을 알았다.
백아는 땅으로 하강하지 않고 낮게 날기 시작했고 백아의 등에서 이윤후가 뛰어내려 착지했다. 환영신마는 자신의 상대가 될 이윤후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간 딱히 그의 시선을 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사실 얼굴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저 녀석이 독고진을 이겼단 말이지?’
환영신마는 독고진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이긴 이윤후도 가볍게 볼 실력은 아니란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영신마는 독고진이 그의 사부인 흑월도존의 무공을 대성한 것이 아니었고 독고진의 실력이 자신에게 못 미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윤후도 그 정도 수준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일찍 어딜 가셨나했는데 신마를 만나러 가신 거였습니까?”
이윤후는 검성에게 다가가 한쪽에서 자신을 살피는 환영신마를 힐끗 보고는 검성에게 물었다.
“확인할 것이 있어 그를 만났는데 이미 다 확인하였다.”
“돌아가시죠. 약선 어르신이 도착하셔서 사부님을 찾으셨습니다.”
“애령이 일찍 왔구나.”
“네. 혹여나 불마사에서 바로 싸움을 걸어올까 싶어 일찍 출발하셨다고 하더군요. 서문세가의 지원은 아마 시일이 걸릴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겠지. 팽가는 돌아가다 말고 오는 것이니 가장 빨리 오겠지만 서문세가나 남궁세가의 지원은 도착하기도 전에 이 싸움이 끝이 나지 않을까 싶구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문세가와 남궁세가의 지원이 도착하려면 빨라야 보름 그 이상이 걸릴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불마사가 싸움을 걸어올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서문세가나 남궁세가 둘 다 정예들을 먼저 최대한 빨리 도착시키겠다고 했으니 일부는 빨리 도착할 듯 합니다.”
“그건 일단 제쳐두고 너를 부른 이유가 있다.”
“말씀 해주십시오.”
이윤후는 검성이 백아를 시켜 자신을 부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은 한 구석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살피는 환영신마에게 있다 생각했다.
“신마와 겨루어 보아라.”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환영신마와 눈이 마주쳤고 환영신마는 이윤후를 바라보고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치 포식자가 자신의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환영신마는 비록 검성에게 싸워보지도 못할 만큼 큰 격차를 보이며 전의를 상실했지만 그 상대가 그의 제자로 바뀐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자신이 당한 굴욕도 갚아줄 수 있었다.
무림에서 명성을 얻어가고 무림의 신성(新星)으로 추앙받는 이윤후였지만 환영신마가 보기엔 아직 한참 애송이일 뿐이었다.
“사부님께서 그를 남궁세가에서 상대한 것을 듣고 직접 실력을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검성은 미소를 보였고 환영신마는 표정이 굳어졌다.
“네 제자놈 아니랄까봐 버릇없기는 닮았구나? 감히 나와 싸우게 된 것을 기뻐하는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윤후의 말에 진심으로 화가 난 환영신마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이윤후를 바라보았다.
“죽여도 됩니까?”
“뭣이?”
이윤후는 자신을 노려보는 환영신마와 눈을 마주치곤 검성을 향해 물었고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환영신마였다.
“크하하~ 내가 진짜 오늘 못 볼꼴을 많이 보는구나.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냐? 고작 스물이 갓 지난 애송이가? 자신의 사부의 권세를 등에 업고 못하는 소리가 없군.”
환영신마는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이윤후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보았지만 이윤후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기다리며 검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이긴다면 죽여도 좋다. 어차피 죽이는 것이 더 좋고 말이야.”
“네. 그간 무림의 모든 일의 원흉이 저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무림을 배반하고 저자로 인해 농락된 무림을 위해서라도 제가 신마를 처단하겠습니다.”
이윤후의 단호함에 검성은 미소를 보였고 환영신마는 붉어진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윤후는 검성에게 떨어져 자신을 노려보는 환영신마와 마주섰다.
“네놈의 약속 유효한 것이겠지?”
“아까 말했던 약속이라면 반드시 지키도록 하죠. 당신이 이긴다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당신 손에 윤후가 죽더라도 마찬가지로 지키도록 하죠.”
환영신마는 재차 아까 한 약속을 확언받자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풀렸지만 마음 한 구석 불길한 마음도 피어올랐다.
‘저 녀석이 저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 것은 저 애송이의 실력을 그만큼 믿는다는 것인가?’
환영신마는 이윤후를 상대로 얕보지 않고 빠르게 끝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선수(先手)를 양보하마. 한참 어린 애송이 상대로 내가 먼저 출수 할 수는 없으니... 헛!”
촤작-
투둑-
환영신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윤후는 상월검에 손을 가져가며 발검 했고 그의 검은 환영신마의 내민 소맷자락을 가르며 잘린 소매가 바닥에 떨어졌다.
“선수를 양보해주신 것은 감사하나 제게 선수를 양보할 만큼 실력자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빠드득-
이윤후의 말에 환영신마는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크게 이빨을 갈며 분해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윤후의 검이 자신의 목을 노렸다면 위험 했을 정도로 날카로웠고 환영신마가 대응하지 못할 만큼 빨랐다.
자신의 소매를 자른 것은 실력을 처음부터 보이라는 이윤후의 경고나 다름없었다.
“네 사부가 나를 화나게 하더니 제자놈도 마찬가지구나. 네 뜻이 그러하다면 손속에 정을 두지 않겠다.”
환영신마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앞의 이윤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합에 느꼈고 최선을 다해 쓰러뜨리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환영신마는 내력을 끌어올리며 바닥을 발로 쓸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마치 여러 명으로 늘어난 듯한 착각마저 보일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이윤후를 포위해왔다.
파바박-
퍼벅-
‘빠르군. 윤후가 속도를 못 쫓아가는가?’
검성은 이윤후가 공격을 허용하자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윤후의 발검에 치욕을 당한 환영신마는 본신의 힘을 다하는 듯 바로 자신이 자랑하는 환영신보(幻影神步)를 사용하여 시선을 끌고 근접하여 순식간에 이윤후의 가슴과 배를 수차례 공격하고 다시 거리를 벌리고 다시 공격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윤후도 처음 환영신마의 환영체에 속아 처음 몇 차례 공격을 허용하긴 했으나 이내 적응하며 조금씩 환영신마의 속도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촤락-
이윤후는 어느 정도 환영신마의 공격에 적응해 나가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공세를 잡지 못한 채 수세에 몰리자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검을 내질렀다.
촤자작-
이윤후의 검이 춤추기 시작했고 환영신마의 잔영을 베어내며 환영신마를 물러나게 하는데 성공하자 이윤후는 검의 간격을 지켜내며 환영신마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해나가기 시작했다.
‘되었다. 드디어 노괴를 물러서게 했어. 이제 검의 거리를 지켜내며 압박을... 어라?’
이윤후는 자신의 생각대로 환영신마를 자신의 검의 거리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했으나 환영신마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이자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리고 그 불안한 기분은 금세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다.
“역시 어리구나?”
환영신마는 이윤후를 바라보고 미소를 짓더니 움직였고 그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이윤후는 그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어디?”
퍼벙-
“크헉...!”
이윤후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리에 반응하여 몸을 뒤틀었으나 환영신마의 일장이 그의 오른 어깨와 등에 적중하였고 충격에 이윤후는 물러나며 검을 휘둘러 환영신마를 물러나게 하였다.
하지만 그건 잠깐 일뿐 어느새 물러났던 환영신마가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고 이윤후는 그를 찾느라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윤후는 바로 검을 하늘로 내질렀다.
“비뢰광망(飛雷光網)!”
촤자자자작-
무수한 검기가 이윤후의 사방을 휘감기 시작했고 이윤후는 환영신마를 눈으로 쫓지 못하자 결국 방어를 위해 비뢰광망을 펼쳐 방어하고자 생각한 것이었다.
그물같이 펼쳐진 검기에 환영신마는 거리를 벌려 물러났고 그것을 보자 검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