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검성의 제안(1)
전혼마공에 대한 물음에 환영신마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지며 검성의 눈을 피했다.
‘어떻게 전혼마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지? 혈교시절의 비공이라 아무도 그 존재조차 모른다고 알고 있었는데...’
환영신마는 머릿속이 복잡해져왔고 둘러대고 거짓을 말하려고 했지만 검성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이미 거짓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검성의 눈빛에 거짓을 말했다가는 자신의 목이 바닥에 뒹굴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시간을 다오.”
“그러지요.”
환영신마는 생각을 정리하려 시간을 요청했고 검성은 허락했다. 이미 환영신마의 반응만으로도 그간 의 의심이 맞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대답을 듣기위해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미 확신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한데... 거짓을 말한다 한들 믿을 거 같지도 않고 이미 상황이 글렀구나...’
환영신마는 검성을 속일 수 없음을 알고 일단 자신이 살아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이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지?”
“대충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다고만 이야기 하죠.”
환영신마는 검성이 어디까지 아는지가 중요했기에 물었으나 검성은 능구렁이처럼 대답을 회피했다.
“묻는 것에 답하마. 무엇이 궁금하지?”
환영신마는 자신이 주절주절 말하다 실수할 듯 하여 검성이 묻는 것에 대한 대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먼저 전혼마공은 존재합니까?”
“크흠...”
검성의 물음에 환영신마는 대답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이 굴욕적인 상황이 화가 치미는 듯 신음성을 삼켰다.
“전혼마공에 대해 잘 아느냐?”
“모르고 묻지는 않습니다. 괜히 시간을 끌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이번만 참도록 하죠.”
검성은 말과 함께 더욱 강함 힘으로 환영신마의 전신을 압박 해왔기에 그는 더는 대답을 회피하기 어렵다 생각하고 모든 것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나 전혼마공은 이전 혈교 시절 혈마가 천하의 무공을 집대성하여 새로 창안한 무공이다. 특별한 목적으로 만든 무공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혈마가 천하를 제패하고 영생을 꿈꾸며 만든 무공이었다는 거 말이죠.”
“잘 알고 있구나. 혈마가 천하를 제패했던 당시 나이가 팔십을 넘었고 자신이 이룬 권세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지. 그래서 그는 영생을 꿈꾸기 시작했고 진나라의 황제처럼 영생을 위한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방법에 도달했다. 천하의 모든 무공을 살펴 자신이 원하는 무공을 만들기로... 그것이 전혼마공이었다.”
“......”
“정확히 혈마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밀교의 이혼대법(移魂大法)이라는 무공의 존재를 알고부터였지. 시전자의 영혼이 다른 이에게 옮겨져 그를 직접 조종하는 사공(邪功)이었는데 혈마는 이혼대법처럼 잠깐의 조종이 아닌 영혼을 옮겨 영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전혼마공의 시작이었다.”
“계속 이야기해주시죠.”
검성은 천통자가 해주었던 이야기보다 살이 붙은 이야기를 듣자 관심이 가는 듯 환영신마를 재촉했다. 환영신마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계속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옥죄어 오는 힘을 도저히 풀길이 없어 포기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혈마는 이혼대법을 바탕으로 전혼마공을 만들어내었다.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무공이었지. 하지만 그는 전혼마공을 성공하지 못한 채 죽었다.”
“......”
환영신마는 말을 멈추고 검성을 향해 궁금하지 라는 듯 표정을 보이자 검성은 손가락을 까딱였고 자신을 짓누르는 힘이 더 커지려하자 얼른 입을 떼었다.
“혈마는 기력이 쇠하여 전혼마공을 시전 할 힘이 없었다. 전혼마공은 엄청난 심력을 소모시키고 시전자와 대상자 모두에게 극심한 고통이 뒤따르는데 혈마는 무림제패 후 무려 오년의 기간을 전혼마공의 연구에 몰두하며 기력이 쇠했던 것이지. 혈마는 전혼마공을 시전하던 도중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혼마공은 혈교가 패퇴하면서 거의 유실되다 시피 사라졌으나 활불께서 우연히 발견하여...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죽어가던 활불은 전혼마공을 사마군에게 사용한 것이겠군요. 사마군은 격체전공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허락했을 테고요.”
검성은 환영신마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생각했던 얽힌 실타래들이 풀려가는 듯 했다.
“그래. 네 짐작대로 활불은 무당산 아래 결전에서 큰 피해를 입고 패퇴했고 불마사는 갈라지고 난 활불을 구해서 숨어 지냈다. 활불은 당장이라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무려 이년의 세월을 버텨내었지. 나는 그 당시 잘 몰랐으나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활불은 전혼마공을 준비하며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무림에 환우삼성의 무공비급이 봉황금시(鳳凰金翅)에 담겨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것을 진천문이 독식했다는 소문이 퍼졌지.”
“활불이 사마군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혈마는 노령으로 몸이 쇠약해졌지만 활불은 부상으로 몸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나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진 않았지만 이년의 기간을 참고 견뎠던 이유는 그릇이 될 인물을 아무나 택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상대가 거부하면 아마도 대법 자체가 성립 안 된다거나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확한 것은 아니다.”
검성은 환영신마의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 생각했다. 활불이 서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년을 병상에 있었는데 전혼마공을 그렇게 오래 참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테고 환영신마의 말이 맞을 수 있다 생각했다.
“고르고 고른 것이 사마군이라는 이야기군요. 무림에 원한이 있는 아이라 힘을 준다는 소리에 거부할 이유도 없을 테고 말입니다.”
환영신마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자세한 사항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었다. 그저 사마군과 사마령을 데려오면 자신이 살 수 있다는 말을 하는 활불을 위해 그들을 데려왔고 그 후 격체전공을 위장한 전혼마공의 대법이 끝이 난 후 은밀하게 활불에게 모든 것을 들었다.
전혼마공을 통해 사마군의 몸을 장악했고 혈천마공의 수련을 위장하여 긴 폐관수련에 들어갈 동안 후일을 도모해달라고 부탁받았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사마군의 껍데기 안은 정말로 활불이었고 환영신마는 그의 명을 따라 그들을 데리고 서장에 돌아와 불마사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사마군이 격체전공으로 힘을 얻고 혈천마공의 수련을 위해 폐관에 들어간다는 말을 믿은 사마령은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불마사의 재건에 누구보다 힘을 보태며 노력했고 그녀의 지모는 단시일 안에 성과를 보이며 불마사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마령은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불마사를 위해 일했고 그 결과 현재에 이른 것이었다.
“사마령이라는 아이는 전혀 이 사실을 모르겠군요?”
“그렇다. 그년은 지금도 활불이 자신의 오라비인줄 알고 있겠지.”
환영신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검성이 이 사실을 사마령에게 말한다 한들 이제 상관도 없었다. 이미 대업은 완성되었고 사마령은 이미 사용가치가 떨어진 장기 말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발악한다 한들 이제 큰 상관도 없고 그녀가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그 아이에겐 잔인한 현실이 되겠군요. 되도록 말하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그게 무슨?”
“그 아이가 모든 사실을 안다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아니 당신에게 부탁 할 필요가 없군요.”
스르릉-
검성은 정천검에 손을 가져가며 검을 뽑아들었고 환영신마의 눈이 커졌다.
“네놈... 약속을 지키지 않을 셈이냐?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살려 주겠다하지 않았는가?”
“그런 약속을 하긴 했지만 어차피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거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검성의 무심한 말투에 환영신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검성의 말처럼 환영신마 자신도 검성이 곱게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검성이었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고 있었을 뿐이었다.
“싸우다 죽게 해다오.”
환영신마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어렵게 한마디를 꺼내었다. 무림의 악명 높은 노마두로서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싸운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당신은 제 기망(氣網)조차 벗어나지 못하는걸요?”
검성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까딱였고 그러자 환영신마를 억누르던 힘이 강해졌다 느슨해졌다 반복되었다. 검성이 기망으로 부르는 이 기술은 발산한 기를 촘촘하게 그물처럼 펼쳐 환영신마의 전심을 휘감고 있었고 그렇기에 환영신마는 거미줄에 붙잡힌 먹이처럼 꼼짝도 못한 채 검성의 손가락 움직임에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마치 장난치듯 자신을 다루는 검성의 모습에 환영신마는 화가 치밀었지만 아무리 벗어나려 힘을 써도 더욱 자신을 옥죄어오는 힘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네 녀석 이렇게 고약한 성격이었나?”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죠. 새로 태어나다보니 이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이전의 저는 모두가 이용하기 좋은 미련한 인물이었으니까요.”
검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꼭 남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긴 네가 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이곳에 오지 않았겠지. 이전의 너였다면 진천문의 멸화가 내 탓이라 생각하고 사마령 그년의 예상처럼 죄책감에 오지도 못하고 정파를 그냥 놔두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했겠지.”
“아마도 제가 생각해도 그랬을 거 같군요. 진천문의 멸화는 제 책임이 크죠. 그렇기에 조금은 사마군 사마령 그 두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도 들지만 그뿐입니다.”
“......”
환영신마는 검성의 무심한 표정과 말투에서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달관(達觀)한 도사나 노승과 같은 느낌이군... 무언가 많이 변한 것은 알겠으나 사람을 대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
환영신마는 누군가를 보고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기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투둑-
“크윽...”
혼란스러워하던 환영신마는 갑작스레 자신을 옭아매던 기운이 사라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되 버렸고 이내 털고 일어섰지만 꼴사나운 자신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그냥 당신을 놓아주는 것은 내키지 않으니 한 가지 내기를 하시죠?”
“무엇이냐?”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검성의 모습에 환영신마는 욕지거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참고 물었다. 이미 자신에게 거부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마치 제안하는 듯 말하는 검성의 모습은 그로서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제안한 내기에서 이기신다면 정말로 당신을 여기서 곱게 풀어드리죠.”
“네 말을 어떻게 믿지? 이미 넌 나를 한 번 속이지 않았나?”
“못 믿겠다면 어쩔 수가 없군요.”
환영신마의 말에 검성은 또 다시 손가락을 까닥거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환영신마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가로저었다.
“아니다 너의 말을 믿지. 내기를 말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