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진실을 묻다
[화산파가 불마사와 작당하고 무림을 배신했다.]
[화산의 대제자인 사마천이 진천문의 후인이었다.]
[화산이 종남파에서 많은 중소문파를 회유하여 불마사에 항복을 권유했고 이전에 돌아선 문파들도 화산이 주도적으로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성이 나타나 모든 것을 정리하였고 북해빙궁이 검성을 돕기 위해 설응 무리를 내어주었다.]
밤사이 종남파에서 벌어진 소식들이 무림에 퍼지기 시작했고 개방과 비천에서 의도적으로 더 빠르게 소식이 퍼지도록 하고 있었기에 전 무림에 소식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간 좋은 소식이 없었던 무림맹이었기에 검성의 합류와 첩자들을 제거했다는 소식에 무림의 사기는 올랐고 이전에 봉문을 자처하며 복귀했던 문파들은 소식에 벌벌 떨어야했다.
그들은 검성이 이번 일에 참여하지 않으리라 판단했고 불마사와의 일전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돌아선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무림맹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차후에 무림에서 입지가 좁아짐은 물론 무림에서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군룡세가 등 먼저 돌아가 봉문한 문파들은 전전긍긍하며 소식을 받아 들어야했다. 뒤늦게 다시 합류하겠다고 의사를 타진했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림맹의 거절이었다.
***
빼액-
빼액-
종남산 아래 불마사의 진영에 날이 밝자 하늘을 가득 메운 북해설응의 무리 때문에 불마사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채 위협하는 모양새도 위협적이었지만 설응들이 수시로 울어대는 울음소리에 내력이 약한 이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벌써 한시진 가까이 저희의 머리 위를 선회하고 있습니다. 달리 대응방법도 없고 다들 엄청나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사마령은 자신의 머리위로 날고 있는 설응 무리를 보며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면사로 얼굴을 가린 중년의 그녀였지만 면사 사이로 비치는 미모는 모두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화살은 전혀 통하지 않던가?”
“화살이 닿지도 않을 거리이기도하고 궁이 주력무기인 자들을 시켜 격중 시켜도 설응의 단단한 외피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응이 하늘에 있는 한 대응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보고를 하는 인물은 난감한 듯 말했다. 사마령이 직접 보기에도 현재 상황은 난감했다. 화산파의 인물들이 설응에 의해 전멸했다는 것은 이미 보고를 받은 후였고 설응이 위협적이라는 것도 잘 알았지만 대응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큰 문제였다.
그나마 설응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설응이 하강하여 공격했을 때 말곤 공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고 설응이 그냥 저렇게 하늘을 선회하는 것만으로도 불마사 진영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피해라!”
콰자작-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고 떨어진 무언가는 불마사의 군영 하나를 무너뜨렸다.
“뭐가 떨어진 것이지?”
“그게... 설응의 배설물입니다.”
사마령의 물음에 보고자는 난감한 듯 말했고 사마령은 눈빛이 흔들렸다. 무언가 큰일이 벌어졌나하여 물었는데 설응의 배설물이라는 말에 헛웃음까지 나왔다.
“워낙 설응의 덩치가 크다보니 저렇게 날다가 쏴대는 배설물의 양도 엄청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 보니 군영들과 숙소에 떨어지면 계속 무너지고 있습니다.”
웃긴 상황이었지만 마땅히 대응책이 없다는 게 참 난감했다.
“천존은 어디 있지?”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안 그래도 천존께도 보고하려했는데 자리에 안 계셔서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때 어디를 간 것이지? 돌아오는 대로 나에게 보고해. 상의할 것이 있다고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사마령은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고 설응의 무리들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이미 사마천이 붙잡힌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증나는 상황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설응의 무리까지 나타나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많은 수의 정파들이 이미 이탈한 상황이라는 것은 나름 성공적인 이간책을 행한 것이나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
종남산 한 구석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한명의 인영이 나타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타난 이는 바로 불마사의 천존 환영신마였고 뒤이어 나타난 자는 바로 검성이었다.
“흥! 네놈이 감히 내게 밀지를 보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지?”
환영신마는 나타난 검성을 보고는 매몰차게 말했다. 이미 남궁세가에서 한차례 겨루고 패한 이후 검성에 대한 원한이 깊어진 환영신마였다.
그냥 싸우다 패한 것이라면 환영신마도 인정하고 날을 세우지 않았겠지만 검성은 그를 철저히 농락하였기에 아직도 검성을 보면 그때 쌓인 화가 풀리지 않았다.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온 것을 보아하니 나를 보고 싶어 한 것이 아니요?”
“나를 화나게 하려는 것이면 성공적이었으니 네 볼일이나 말해보아라. 밀지를 보내 나를 불러낼 정도면 나와 싸우자는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사마령 그년은 네가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당당히 큰 소리쳤는데 네가 나타났으니 그년이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하여 얼른 보러 가야하니까 말이야.”
환영신마는 이른 아침 일어났을 때 자신의 숙소에서 밀지 한 장을 받고 이곳으로 찾아왔다. 다른 밀지였으면 그냥 무시하였겠지만 검성이 직접 보낸 것이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사마령은 검성이 진천문과의 인연으로 이곳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환영신마도 검성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타난 연유도 궁금했기에 그가 직접 이렇게 이곳에 나선 것이었다.
“그대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네가 물으면 난 무조건 답해야 하는가?”
검성의 말에 환영신마는 코웃음을 치며 크게 웃었다.
“당신이 이미 이곳에 나타난 이상 내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겁니다.”
“내가 너에게 한 번 당했다고 나를 어지간히도 우습게 보는 모양이구나? 내가 누군지 잊은 것은 아니겠지?”
검성의 말에 크게 노한 환영신마의 전신에서 투기가 발산되었고 그가 발산하는 기운들로 인해 공기가 떨려오고 있었다.
“기운을 가라앉히세요. 아직 상대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못하시는 거 보니 더 오래 살긴 힘들어 보이는군요.”
“뭣이?”
츠츠츠-
검성의 도발과 함께 화가 난 환영신마가 움직이려했으나 자신을 옥죄어오는 기운에 꼼짝도 못한 채 얼어 있었고 검성을 비웃던 그의 표정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어떻게...? 설마 네놈... 남궁세가에서도 모든 힘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더냐?”
마치 거미줄에 옳아 매어진 작은 사냥감이 되어버린 듯한 자신의 모습에 놀란 환영신마는 검성을 향해 소리쳤고 검성은 말없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시죠. 전 아직 당신을 죽이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니.”
미소를 띤 채 말하는 검성에게 환영신마는 섬뜩함을 느꼈고 자신의 등줄기가 어느새 땀에 젖은 것을 느끼고 흠칫했다.
‘내가 저 녀석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말인가...’
환영신마는 자신과 검성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간격은 이미 크게 벌어져 자신이 메울 수 없을 만큼 되어 있음을 인정해야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것은 크나큰 실수임을 자각하고 말았다.
“네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
환영신마의 태도는 달라졌고 그런 그의 모습에 검성은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제 궁금증만 풀어주신다면 이곳에서 멀쩡히 걸어가실 겁니다.”
“약속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당신도 이미 느끼셨겠지만 당신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놓아주고 내 앞을 다시 가로 막을 때 처리해도 되는 일이니까요.”
다소 광오하기까지 한 검성의 말에 환영신마는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미 검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지하였기에 더는 대응하지 않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검성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도망가고자 마음먹으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에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는데 그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었다.
“네가 궁금한 것이 무엇이지? 이미 불마사에 관해 모든 것이 들어난 상황인데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나?”
환영신마는 검성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묻고자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미 활불의 정체도 드러난 상황이고 진천문의 일과 첩자들까지 모두 드러난 상황에 검성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전대 활불에 관해서입니다.”
“전대 활불? 그게 왜 궁금하지?”
검성의 물음에 환영신마는 조금은 허탈한 듯 되물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물어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작 전대 활불에 대해 묻자 어이없으면서도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전대 활불은 무림제패를 목전에 두고 무당파의 저항에 큰 상처를 입고 도주하셨다. 이전에 구명지은을 입은 나는 그를 구해 후퇴하였지. 그리고 그의 부탁을 받아 진천문의 사마군과 사마령을 구해 그에게 데려다 준 것도 나였다.”
“제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궁금하지?”
검성이 활불에 대해 묻자 당연히 활불과 사마군 사마령의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라 여긴 환영신마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했는데 검성이 끊자 조금은 짜증이 났다.
“전대 활불 죽었습니까?”
검성의 물음에 환영신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검성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죽고 그의 유지를 받드는 자가 바로 사마군. 후대 활불이 아니냐? 그는 복수를 위해 전대 활불의 유지를 받아들였고 전대 활불은 그에게 힘을 주었다. 무엇이 궁금한 것이냐?”
“제가 물은 것은 전대 활불이 확실히 죽은 것인가 물었습니다.”
“......”
검성의 재차 물음에 환영신마는 입을 닫았다.
‘저 녀석이 도대체 어디까지 눈치를 챈 것이지? 어떻게 눈치 챈 것인가?’
환영신마는 고민을 하며 검성에게 답할 말을 찾았으나 딱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묻는 듯한 검성을 속일만한 말재간이 그에겐 없었다.
“대답하기 어려운가요? 그럼 다른 걸 묻죠?”
“......”
“이번에도 침묵을 지킨다면 당신의 목은 바닥을 뒹굴고 있을 것입니다.”
스르릉-
검성은 자신의 애검인 정천에 손을 가져다대며 살짝 검을 뽑았다 다시 내려놓았고 그것은 환영신마에게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이미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붙잡혀 있는 환영신마에게 또 다시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다.
“물어보아라. 답할 테니...”
검성의 위압적인 태도에 다소 굴욕적인 답을 한 환영신마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전혼마공에 대해 아십니까?”
검성의 물음에 깜짝 놀란 환영신마의 두 눈이 뜨였고 검성과 눈을 마주치자 환영신마는 그의 눈을 피하며 대답을 회피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