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전혼마공(傳魂魔功)(2)
“확신까지는 아니고 그저 내가 전대의 활불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보았을 때 느꼈을 뿐이다. 나라면 절대 굳이 번거롭게 사마군과 사마령을 데려와 그런 부탁을 하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번거로운 일을 자처했다면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겠지 하고 말이야.”
“아...!”
천통자는 검성의 이야기를 듣자 더욱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검성께서 의심하면서도 말을 하지 않으신 이유는 그런 방법이 있나 확신을 하지 못하셨던 것이겠죠?”
“그래. 그런데 네가 나와 같은 의심을 하게 된 것을 보니 그런 술법이 있긴 한가 보구나?”
“네. 제가 나름 잡학(雜學)에 관심이 많고 본회에서도 여러 술법을 알고 공부한 몸이다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두 사람의 뜬구름 잡는 듯한 선문답에 듣고 있던 이윤후는 갈피가 잡히지 않았으나 가만히 지켜보며 두 사람이 답을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전혼마공(傳魂魔功)이라고 혈교(血敎)의 술법이 있었습니다.”
“혈교라면 지금의 불마사와 서장의 뿌리가 되었던 세력이구나?”
“네. 그래서 제가 검성의 말에서 빨리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혈교가 강성할 때는 무림이 혈교에 힘으로 유린당한 역사도 있었고 말이죠.”
혈교.
현재 서장에서 존재하는 불마사를 비롯한 모든 세력의 근원이 되는 세력으로 무림을 피로 물들인 적이 있는 혈교는 무림을 제패 했었던 새외 유일의 세력이었다. 결국 무림의 힘으로 다시 서장으로 쫓겨나 이전의 불마사처럼 종파가 갈라지고 내부 분열하여 지금의 불마사와 여러 종파로 갈라져 현재는 이름조차 사라진 세력이었다.
“전혼마공이 무엇이냐?”
“혈교의 교주였던 혈마는 무림을 제패하고 무림을 피로 물들이며 자신의 권세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세수는 그때 팔십이 넘어섰죠. 이미 죽음을 코앞 에 둔 그는 영생(永生)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온갖 영약과 몸에 좋은 것들을 무작위로 취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것은 헛된 바램이었죠. 그렇기에 그는 마공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영생이라니요? 황제들조차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한 것을 감히...”
천통자의 말에 이윤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늘 자신이 가진 권력을 오래 쥐고 싶어 하죠.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무림제패를 달성했던 혈마로서는 더욱 욕심을 내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수하를 시켜 천하의 모든 무공을 빼앗아 한 곳으로 모았고 그것이 천무비고(天武祕庫), 천하의 모든 무공을 모아놓은 곳이라 불렀죠. 혈마는 천무비고에 처박혀서 몇 년을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졌고 그 후 천하의 모든 무공을 보고 한가지의 무공을 창안하였습니다.”
“그것이 전혼마공이군.”
“네. 마공과 사공등 모든 무공을 본 혈마는 전혼마공이라는 것을 창안해내었고 말 그대로 영생을 꿈꾸었던 그에게 영생을 줄 수 있을 무공을 창안하였죠.”
“......”
천통자의 말에 이윤후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영생이라는 이야기도 놀라웠는데 무공을 통한 영생이라니 거기다 무공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연상되었기에 더욱 말문이 막혀 있었다.
"처음 혈마가 바란 것은 검성과 같은 반로환동(返老還童)의 경지였지만 아무리 무공의 경지가 높다한들 모두가 반로환동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기에 그는 천무비고의 모든 무공을 집대성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고 그렇게 만들어 낸 무공이 전혼마공이었습니다. 밀교와 배교 그리고 마교의 술법들을 뒤섞은 새로운 무공이었죠. "
"대충 어떤 술법일지는 알거 같군. 현재 상황으로 보아 예상도 되고 말이야."
"검성의 통찰력은 믿을 수가 없군요. 그런 무공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예상하시다니... 검성의 예측대로 혈마가 새로 창안한 무공은 이름그대로 자신의 혼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사공이자 마공이었지요. 영생을 살수 없으니 자신의 본신이 죽어갈 때 새로운 육체로 옮겨간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실현으로 옮긴 무공이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혼을 옮기다니...?"
이윤후도 이미 천통자의 말 속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밀교와 배교의 술법 중엔 더 괴이한 술법도 존재합니다. 일전에 보셨지 않습니까? 만독곡의 곡주가 어떠한 무공을 익혔는지 그리고 제가 검성을 닫힌 의식 속에서 불러온 것도 정상적인 무공은 아니지요. "
"그거야 그렇지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군요. 그런 방식의 무공이 존재할 수 있다니..."
"사실 정확한 기록에 따르면 혈마가 스스로 생각한 것은 아니고 진나라의 시황제가 영생을 꿈꾸었고 그때 나왔던 방법 중 하나가 이런 술법이었다고 하더군요. 혈마는 자신 역시 영생을 꿈꾸었을 때 시황제의 기록을 가장 찾아보았고 시황제가 해내지 못했던 그 술법을 완성한 것이지요."
"예전에 정립된 정보가 있었다면 혈마라는 자가 새로운 무공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겠지. 계속 말해보아라."
검성은 천통자에게 재촉했고 그는 한차례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워낙 괴이한 것을 좋아하는 지라 비천의 이런 쪽의 기록들은 모두 독파(讀破)하였기에 알고 있는 사항이지 그런 무공이 존재하는지 아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혈마가 이 무공을 제대로 완성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기록으로도 혈마가 무공을 연구하고 완성했다고 적혀 있을 뿐 혈마가 결국 전혼대법을 통해 다른 이의 몸에 옮겨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 정도 정보면 충분하다. 혈교의 혈마가 그 술법을 성공했던 아니던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애초에 혈교는 불마사의 전신이기도하고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에 대한 정보가 불마사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니 활불이 그것을 사용했을 수 있겠지. 내가 의심스러웠던 것은 대충 해소 된 셈이니까 말이야."
검성은 처음 활불이 사마군에게 모든 것을 전하고 죽었다고 했을 때부터 의심을 하고 있었다. 광오하고 편협한 자가 굳이 번거롭게 진천문의 후예들을 일부로 구해 모든 것을 전하고 죽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사마군과 사마령이 무림에 원한이 있어 그들을 택했다고 다들 생각했지만 검성의 생각은 달랐다. 정말 격체전공으로 모든 것을 전하고 자신의 유지를 넘기고 죽을 작정이었다면 자신들의 후인들에게 전해도 충분했다. 그게 더 안전한 방법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활불이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사마군과 사마령을 구해서 전했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했다.
"지금 이야기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사마령이 현재 활불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사마군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네 말처럼 전혼마공으로 내력과 자신의 혼까지 사마군에게 이어졌다면 어떤 방식으로 몸을 장악하였는지 기억은 어떻게 되는지 우린 알지 못하니 말이다. 현재 활불이 공동파에 간 후 복귀하지 않았다면 현재 불마사의 본진엔 사마령이 있는 것인가?"
"네. 사마령과 환영신마가 주축인 듯 하고 각 종파들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사마령과 은밀하게 만날 방법을 마련해봐."
"직접 만나보시려고요?"
검성의 말에 깜짝 놀란 천통자가 되물었다.
"우리의 생각이 맞는지 알아봐야지. 사마령에게 떠볼 필요도 있을 듯 하고 말이야. 그 아이가 정말 사마군이라 생각하고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도 따르는 것인지? 아님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말이야. 모든 것을 알려면 직접 만나보면 더 명확해지겠지."
검성은 자신의 추론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처럼 활불이 전혼대법을 통해 사마군의 몸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정말 사마군이 모든 것을 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성은 직접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사마령이 모든 것을 모르고 있고 저희 생각대로 전대 활불이 전혼마공으로 사마군의 몸을 장악한 것이 맞는다면 둘 사이를 갈라놓은 수도 있겠군요."
"정말 지금의 활불이 사마군이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천통자는 오히려 상황이 좋아 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천을 통해 전혼마공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해봐."
"네. 저도 이전에 봤던 내용이라 제대로 관련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시간을 좀 끌 필요가 있겠는데요. 저쪽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건 저랑 백아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성과 천통자의 이야기를 듣던 이윤후가 나섰고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저들의 움직임을 잠시 봉쇄해주어라. 너의 말처럼 설응을 이용하여 위협한다면 저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겠지."
검성은 이윤후가 생각한 방법이 제법 일리가 있다 여겼기에 바로 허락해주었다. 불마사가 활불이 합류하기 전에 움직일 가능성은 적었지만 그래도 경계는 할 필요가 있었고 오히려 이윤후의 말처럼 설응을 이용해 압박을 가한다면 저들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불마사 역시 설응과의 전투에 익숙하지 않을 테고 하늘에서 날아드는 설응에 대한 대응조차 힘들게 분명했다.
"네. 날이 밝는 대로 제가 백아와 저들의 발을 묶겠습니다."
“무리하지는 말거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니 굳이 큰 싸움으로 번지도록 할 필요는 없다.”
“네. 적당히 위협만 하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아마 애령도 올 것이니 애령이 오면 그녀와 같이 움직이도록 해라.”
“네. 그런데 사부님은 따로 무언가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검성의 말에 의아함을 느낀 이윤후는 물었다.
“난 무림 맹주와 소림과 무당 등과 방금의 이야기를 해주고 그들의 의견을 좀 물어야겠지. 전혼마공인가? 그것에 대해 저들이 알 수도 있고 말이야. 특히 개방의 정보도 좀 필요하니.”
“좋은 생각이십니다. 개방이라면 저희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 혈마의 기록도 비천보다 이전의 역사이기도 하고요.”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찬성하고 나섰다. 그의 말처럼 혈마의 역사는 비천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역사라 비천이 가지고 있는 기록보다는 개방에 기록이 있다면 그쪽이 더 많이 그리고 정확할 수가 있었다.
“개방에서 좀 더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군. 확실히 결론을 낼 수 있게 말이야.”
“뭐 정확히 판단하고 싶으시다면 직접 만나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활불과 말입니다.”
“그렇군. 직접 만나 살펴본 다면 더욱 쉽게 파악 할 수 있겠어.”
“농담이었는데 진짜 찾아가실 건 아니시죠?”
천통자는 그냥 농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검성이 바로 답하자 오히려 천통자가 당황하며 물었다. 검성이 활불과 직접 만나는 것은 아직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러면 안 되느냐?”
“아직 어떠한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는데 조금은 참으시죠...”
“네가 그러라면 그래야겠지.”
천통자의 말에 바로 검성이 답하자 천통자는 검성이 자신을 놀렸다는 것을 알고 속에서 화가 치밀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화를 참는 것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