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분란(紛亂)(2)
관운경이 던져놓은 불씨는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안 그래도 불안했던 자들에게는 더욱 불안감을, 갈등하고 있던 자들에게는 더욱 갈등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화산파는 활불이 언급한 용서하지 않을 문파들 중 하나인데 항복한다 한들 살 길이 있습니까?”
“사마군과 사마령은 무림에 원한을 가진 자들인데 어찌 그들을 믿고 항복을 한단 말입니까? 그들은 무림을 유린 할 것입니다.”
제각기 목소리를 내며 관운경의 말에 궁금해 하는 자들과 흔들리는 자들을 설득하려는 이들로 인해 회의장은 소란이 일었고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강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까지 망가져 있었던가? 무림은 더 이상 희망이 없구나...’
강유는 결국 이곳에 남은 문파들조차 관운경의 말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다 같이 뜻을 모아 모두 항복을 한다면 저들과 협의를 해보겠습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림 진출과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 우리가 허용한다면 협의 할 여지가 분명 있을 겁니다.”
관운경의 말에 강유는 당장 관운경의 목을 베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고 있었다.
“저들이 피를 보지만 않는다면 우린 관 장문인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구석에 앉아있던 천웅보(天雄堡)의 보주인 마원이 일어나 말했고 그를 시작으로 우후죽순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령단(琵玲團)도...”
“우리 천상문(天翔門)도 화산과 뜻을 같이 하겠습니다.”
중소방파들이 하나 둘 관운경의 뜻에 동참하며 나서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
“더 없습니까? 혹여나 저희가 불마사와 협의에 실패할 것을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화산의 대제자인 사마천이 진천문의 혈족으로 사마군과 사마령의 사촌 형제입니다. 협의가 잘못되지 않을 것이니 뜻을 보태주십시오.”
관운경의 계속되는 설득에 계속 눈치만 보던 몇몇 문파들이 더 나서면서 화산과 뜻을 같이하기로 선언했고 그것을 지켜보는 강유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더 없습니까?”
관운경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외쳤다.
“의천문도 받아주는가?”
“물론이요. 아니...? 의천문?”
관운경이 등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놀라 뒤를 보았다. 그곳엔 관옥(冠玉)같은 미남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성이다.”
“검성이 오셨다.”
나타난 이는 검성이었고 검성을 알아본 이들이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중 가장 놀란 것은 관운경이었고 마치 못 볼 것을 본 양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의천문도 받아주냐 물었다.”
“물론... 물론입니다. 검성께서 이번처럼 싸우지 않고 평화적으로 진행하는 상황에 동참해주신다면 모두가 따를 것입니다.”
검성의 물음에 관운경은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듯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며 말했다.
‘이 능구렁이가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곳에 나타난 것인가? 분명 진천문의 일이라 나서지 않을 것이라 사마령이 말했는데... 어찌 이자가 이곳에...’
검성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의도를 몰랐기에 관운경은 마음이 복잡했고 일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돌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검성이 자신의 뜻에 동참하겠다했지만 그것이 거짓임은 관운경도 잘 알았다. 검성이 어떤 의도로 지금 이곳에 나타났는지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불마사의 활불인 사마군은 검성과 크게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검성께서도 그들을 설득하여 무림에 큰 분란이 없도록 설득해주신다면 더욱 일이 쉽게 풀릴 겁니다.”
관운경의 말에 검성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을 보자 관운경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쳐라! 이곳을 빠져나간다.”
관운경의 외침과 동시에 구관호가 검을 뽑으려했으나 어느새 자신 앞에 다가와 검을 잡은 손을 잡아챈 검성에 의해 발검조차 하지 못한 채 제압당하고 말았다.
“꽤나 발칙한 짓을 하는구나.”
콰직-
“크아악.”
손목을 잡아챈 검성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구관호는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고 그의 손목은 이미 짓눌려져 아작이나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성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이며 도망가는 관운경을 낚아채었고 그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크으... 왜 이러십...니까...?”
“네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고 이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있는 이는 무림맹주인 강유와 소림과 무당 그리고 개방의 인물들뿐이었다.
“네 놈의 화산파가 이미 불마사와 내통하여 많은 자들을 회유하고 설득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네게 죽을 이유는 충분하지 않느냐?”
“그...것은...?”
목이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관운경은 검성이 차력(借力)을 운용하여 기운을 흡결(吸訣)하고 있었기에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천개.”
“네, 검성. 소천개 여기 있습니다.”
무림의 거대문파인 개방의 수장인 소천개였으나 검성 앞에선 한참 낮은 배분의 후배였고 검성이 부르자 얼른 나서 고개를 숙였다.
“화산파의 장문인 관운경은 처음부터 불마사와 내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소천개의 발언에 모두 놀라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놀란 것은 검성의 손아귀에 잡혀 저항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관운경이었다. 그의 눈이 커지며 소천개쪽을 노려보았지만 소천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관운경은 화산칠수의 막내로 욕심이 많았고 그것을 안 불마사에서 오래전부터 그와 내통하며 그가 장문인이 될 수 있게 화산칠수 여섯을 모두 사고사로 위장하여 죽게 도왔으며 그것은 모두 관운경의 짓이었습니다. 그렇게 장문인의 자리에 오른 관운경은 불마사와의 협약에 의해 사마천을 대제자로 삼고 화산의 무공을 전수해주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화산칠수의 죽음에 환영신마가 개입했다는 관운경의 측근의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소천개의 말은 놀라웠고 그간 의혹으로만 거론되던 화산칠수의 죽음에 관운경이 연관되어있다는 말은 무엇보다 놀라웠다.
“네 이놈! 내가 당장 죽여 버리겠다!”
소천개의 말을 들은 태산파의 장문인 등호림이 불호령을 쏟아내며 당장이라도 달려들려 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붙잡혀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화산에 머물고 있는 화산의 제자들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부터 제압해야 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당우범이 외쳤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무림맹주 강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 가주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밖은 정리되었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그럼 맹주께서는 이미 화산이 이렇게 나올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당우범은 물론 모두가 강유의 말에 놀라 그를 보았다.
“검성께서 화산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언질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간 화산에 대한 조사를 하느라 시간을 좀 보냈던 것이고요. 개방에서 정말 고생해주셨습니다.”
강유의 말에 다들 놀라 검성과 강유를 번갈아 보았다. 참여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검성이 와준 것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화산의 내통을 알아낸 것도 검성이라니 다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퍼억-
갑작스런 소리에 모두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그소리는 검성이 목줄기를 잡아채고 있던 관운경을 내팽겨 치는 소리였다. 이미 검성에게 기가 빨려 마치 늘어진 가죽처럼 힘이 없던 그는 바닥에 내팽겨 쳐지며 마치 가죽이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검성이 그나마 손속에 정을 두었기에 목내이(木乃伊)화 되지는 않았지만 창백해진 그의 얼굴이나 피부가 기력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보였다.
“더 이상 무공을 운용하지 못하도록 손을 썼으니 가두어 모든 것을 알아 내거라. 그리고 화산에 넘어간 문파들은 모두 이 자리에서 처단 할 것이다.”
“검성! 그것은...?”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살고자...”
검성의 발언에 모두가 놀랐다. 관운경의 설득에 불마사에게로 동참한 중소방파의 문파들이긴 했지만 그 수가 적지 않았기에 모두 제거한다는 검성의 말에 속한 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고 아닌 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서 화산에 넘어간 자들은 대부분 이미 이 녀석과 말을 맞추고 여론을 호도한 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혹여나 넘어간 자들도 역시 큰 싸움을 앞두고 무림맹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검성의 말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다수의 인물들이 보였고 그들은 모두 관운경에게 가담한다했던 방파들의 수장들이었다.
“쫓아야 합니까?”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검성이 가만히 두자 남은 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물었다.
“밖에 있는 자들이 처리 할 것이다. 이곳에 남은 자들은 이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야겠지.”
검성의 기도가 바뀌자 모두 긴장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오늘 벌어진 모든 일이 검성이 의도한 일이란 것을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고 조금 전 검성의 말처럼 자신들도 시험 당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검성과 맹주께서는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안배하신 겁니까?”
곤륜의 현보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성과 강유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검성이 반로환동하여 젊은 모습이라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현보진인은 자신보다 한참 아래로 보이는 검성의 모습에 약간 혼란을 느꼈다.
“그건...”
“내가 답하지.”
강유가 무슨 말을 하려하자 검성이 그의 말을 끊고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일은 내가 안배한 것이 맞다. 불마사의 활불이라는 사마군이라는 아이의 선전포고는 무림을 갈라놓기 위한 계책이라 생각했다. 봉황금시 사건에 연루된 문파의 수는 무림의 모든 문파가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환우삼성(寰宇三聖)의 무공을 탐낸 무림인들이 많았던 거겠지. 그런데 불마사는 고작 몇 개의 문파만 언급하며 나머지 문파들에게 항복할 것을 권고했다. 무림에 대한 원한이 피에 사무친 자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너희들은 의심을 해야 했지만 불마사의 말을 믿고 싶었겠지. 지금 이곳에 남은 자들도 마음 한구석에 결국 마지막에 항복을 한다면 살려줄 것이라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자들도 있었겠지.”
검성은 말하며 모두를 쳐다보았고 몇몇은 검성의 말에 찔리는 듯 그의 눈을 피했다.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변절자들을 걸렸으니 지금 이곳에 남은 문파들은 힘을 보태어 마지막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시일 내에 서문세가와 남궁세가 그리고 팽가의 지원이 도달 할 것이다.”
“팽가는 이미 이곳에서 철수를 하지 않았습니까?”
검성의 말에 다들 화색이 돌았으나 팽가가 거론되자 궁금한 듯 물어왔다.
“팽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