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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08화 (208/251)

208화- 정화(淨化)(2)

“일전에 화산에서 그 녀석을 보았는데 애령에게 가고 있던 서문세가의 여인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녀석들 서문세가의 여인들을 모두 죽이려하는 눈치였거든.”

“설마요. 아무리 화산의 영역이라지만 서문세가의 여인들을 건들이다니요. 말도 안 되는... 아니 하지만 검성께서 괜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천통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검성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생각했다.

“사마천과 일행은 서문세가의 여인들인지 모르고 희롱을 하면서 그녀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화산파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지.”

“그렇죠. 그게 사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이죠. 화산의 대제자가 설령 서문세가의 여인들임을 몰랐다고 하나 희롱이라니요. 그것도 죽이려했다는 것은...?”

천통자는 검성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검성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실일게 분명했다. 검성의 기감과 사람의 기운을 파악하는 능력은 이미 확인되었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우리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분명 살인멸구를 하려했다. 여인들이 서문세가의 여인임을 알자 눈빛이 바뀌었거든. 그냥 여인 일행인줄 알고 희롱하였는데 서문세가 그것도 약선을 만나러 가는 일행임을 알고 그냥 보내면 자신들의 행동이 드러나니 말이야.”

“그건 저도 보았어요. 제가 검성 아니... 사부님과 동행하고 있었으니까요. 당시 사마천의 행동은 분명 수상했어요.”

은정연은 그 당시 검성과 동행하고 직접 보았기에 검성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었다. 그러자 천통자의 낯빛이 달라졌다.

“검성께서 혹시 사마천이 진천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검성은 천통자의 말에 답은 하지 않았지만 천통자는 검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 당시 사마천을 보고 느꼈던 어두운 기운에 가려 눈치 채지 못했는데 그의 기운에 분명 진천무결을 익힌 뇌정의 기운이 있었다. 나의 무공인 비뢰검결과 진천무결은 궤를 같이 하는 바 오래 익힐수록 체내에 뇌정의 기운이 쌓이게 되지. 그는 분명 진천무결을 익혔다. 비뢰검결을 익힌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천통자는 검성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검성의 비뢰검결은 검성 외에 이윤후가 유일하게 익혔고 그가 비뢰검결을 익혔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진천무결을 익힌 것이 틀림없고 그렇다면 그는 진천문의 후인이라는 소리였다.

“진천문의 사람이 왜 화산에 그것도 대제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죠?”

천통자는 도저히 머리가 현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네가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 사마천이 정말 진천문의 후인이라면 불마사의 사마군과 사마령과 한패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죠...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화산 전체가 불마사에 넘어간 것인지 사마천만 그런지 그것도 네가 얼른 알아봐야지?”

“이런... 당장 본회에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화급히 검성에게 예를 올리고 방을 빠져나갔고 방 안에는 검성과 그의 제자들만 남게 되었다.

“윤후는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니 준비하고 연이는 우리가 떠난 사이 문을 부탁하마.”

“네. 사부님.”

“네. 맡겨주세요.”

두 사람은 각기 대답하고 방을 나섰고 홀로 남은 검성은 자신의 애검인 정천을 꺼내어 날을 살폈다.

“과연 내가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았을지 모르지만... 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거할 것들은 제거해주고 가야겠지.”

검성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

강유의 거처.

종남파에서 좋은 거처를 내어주었지만 강유는 거부한 채 평범한 방을 쓰고 있었다. 그런 그의 거처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있었다.

“검성에게 연락이 온 것이 사실입니까?”

묻는 이는 무당의 현월자였다. 소천개가 의천문에 연락을 취하겠다고 말한 뒤 모두 회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답변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었다.

“네. 검성의 답변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찌 전해야 할지...”

“빨리 말해보시오.”

소천개는 망설이며 모두를 보았고 그런 소천개가 답답한 듯 모두 그를 재촉했다.

“검성께서 불마사와의 일전에 힘을 보태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소식이 아닙니까? 왜 뜸을 들이신겁니까?”

소천개가 뜸을 들이기에 안 좋은 소식인가 했던 현우자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것이... 도와는 주겠지만 배신을 할 자들을 이번에 모두 걸러내자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또 무슨 소리요? 배신을 할 자라니?”

소천개의 말을 듣던 현월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하지만 현월자 말고는 모두 소천개의 말뜻을 알아듣고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게 검성의 뜻이요?”

상석에서 듣고만 있던 강유가 물었다.

“네. 검성께서는 어차피 일전을 준비할 것이라면 내부의 적을 솎아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자기가 합류한다고 하여 그들이 일시적으로 마음을 돌린다고 한들 다시 전황이 불리해지면 언제 배신할지 모를 것이라고요.”

소천개의 말에 모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성의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정말 불마사로 항복하기 시작하는 문파가 생겼을 때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인데... 이후 여파를 저희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해원대사의 말에 모두 다시 한 번 침묵을 지켰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지만 검성의 말도 옳았기에 그들도 어찌해야할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검성이 또 이런 말을 전해왔습니다. 화산을 조심하라고...”

“화산이요? 화산은 불마사가 직접 언급한 문파들 중 하나 아닙니까? 돌아서고 싶어도 돌아서지 못할 텐데요.”

해원대사는 소천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말처럼 새로운 활불이 된 사마군이 직접 선전포고에서 언급한 문파인 화산을 조심하라는 말의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검성께서 화산의 대제자인 사마천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에게 뇌정의 흔적을 발견하셨다 합니다.”

“뇌정이라뇨? 그게 무엇입니까?”

소천개의 말에 이해하지 못한 현우자가 물어왔다.

“이미 소문을 통해 진천문이 환우삼성의 일인인 비뢰검제의 동생의 가문임은 다 아실 거고 비뢰검제의 무공인 비뢰검결과 진천문의 진천무결은 원류가 같아 비슷한 점이 많은데 두 무공 다 익힐수록 체내에 뇌정의 기운이 쌓여 그 기운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라 합니다. 검성이야 비뢰검제의 후인이니 당연히 뇌정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검성께서 만난 화산의 대제자인 사마천도 뇌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합니다.”

“그럼... 사마천이 진천문의 후인이라는 소리입니까?”

“검성께서는 그렇게 확신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화산을 조심하라고 하시는 듯 하고요.”

“검성께서는 화산 전체를 의심하고 계시는 건가 보군요.”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화산의 대제자가 진천문의 사람이고 화산에서 그의 신분을 모를 리가 없을 테고요.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말 그대로 의심만 하고 저희도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신 듯 합니다.”

“흐음... 이게 사실이라면 큰일이군요. 화산의 전력은 현재 소림과 무당 다음입니다. 그들이 정말 불마사와 한패라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현우자는 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종남파에 가장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는 것이 화산의 제자들이었고 무림은 그런 화산의 저력에 놀랐었다. 구파일방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 받던 화산이 이렇게 많은 고수를 키워낸 것에 모두 화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었다.

“일단 사마천과 화산에 대한 조사는 이미 시작했지만 빠르게 정보가 모아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움직여보겠습니다.”

홍아가 있었다면 쉽게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인데 이곳이 위험하여 홍아를 데려오지 않은 것을 소천개는 후회하고 있었다. 홍아에게 정보를 물어달라고 연통을 넣은 상황이지만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검성의 뜻대로 돌아설 자들이 모두 돌아서게 기다리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화산이 정말 불마사와 관련이 있어 돌아서는 날에는 마음이 없던 문파들까지 전부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해원대사는 반대의 뜻을 비쳤지만 다른 누구도 그의 뜻에 동조해주지 않았다.

“대사의 말도 옳지만 현재 검성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곳은 어차피 끝입니다. 검성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게 순리일 듯 합니다.”

“하지만 모두 돌아선 이후 검성이 온다면 우리끼리 불마사와 불마사의 편으로 돌아선 문파들까지 상대해야 하는데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검성은 이번 일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하셨습니다. 무림맹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관망하겠다고 말이죠. 검성은 이번 기회에 무림에 겉으로만 의와 협을 부르짖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활불의 선전포고를 그런 자들을 걸러내는데 쓰고자 하려는 듯 하고요.”

“크흠... 검성의 뜻은 알겠지만...”

“대사.”

소천개의 말에 해원대사가 다시 반박하려 했지만 강유의 부름에 흐름이 끊긴 채 그를 보았다.

“말씀하시지요. 맹주.”

“제가 허울뿐인 맹주지만 이번 일은 제가 하자는 대로 합시다.”

“허울뿐이라니요. 아닙니다.”

강유의 말에 현우자와 해원대사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강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더욱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 합시다.”

단호한 강유의 말에 현우자와 해원대사는 서로를 보았다. 지금까지 소림과 무당의 설득에 의해 억지로 앉아있던 강유는 그들의 뜻에 따라 별 말없이 움직여주었는데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자 두 사람은 당황하면서도 다행이라 여겼다.

“하명하시지요. 저희 무당은 맹주의 뜻에 무조건 따를 것입니다.”

“저희 소림도 맹주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이자 소천개도 눈치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개방도 맹주의 의견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고맙소.”

모두가 자신의 말에 따르겠다고 고개를 숙이자 강유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자신이 원해서 앉은 자리가 아니었기에 늘 한발 물러서 관망하며 지켜봤던 그였다. 이렇게 나서는 것이 맞나 스스로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은 그였다.

“검성의 뜻에 따라 움직입시다.”

강유의 말에 모두 고개를 들어 강유를 보았고 강유는 말을 이어나갔다.

“현재 무림은 전대 맹주 우금으로 인해 결속력이 한없이 약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불마사의 농간이었고요. 예전 같은 구파일방의 단단한 유대와 오대세가의 결속력을 바랄 수 없는 지금 검성의 뜻대로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강유의 말에 모두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워낙 사안 자체가 컸고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반드시 나중에 져야했다.

그렇기에 강유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한 것이고 그것을 안 모두는 더 이상 반대를 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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