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205화 (205/251)

205화- 또 다른 회의

모두가 돌아간 대회의실엔 다시 몇 명의 인원이 되돌아와 있었는데 무당의 현월자와 현우자 소림의 혜원 대사 그리고 개방의 방주인 소천개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상석엔 무림맹주인 천상검공 강유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월자의 말로 다들 어느 정도 납득하여 소요는 가라앉혔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일겁니다.”

“하면 또 다른 분란이 있을 거란 말입니까? 대사.”

혜원대사의 말에 강유가 물었다.

“활불의 선전포고는 무림에 큰 균열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현월자의 몇 마디 말로 수습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겠죠.”

“설마 그렇게까지...”

“사람의 본성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극한에 내몰리면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싶어 합니다. 불마사가 자신들은 용서해줄 것이란 그 말을 말이죠. 그리고 이미 몇 번의 대결에서 정파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한 이상 더욱 그러하겠죠.”

“크흠...”

혜원대사의 말에 강유는 화가 치밀어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자신도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다.

“최악의 경우 활불이 유예기간으로 준 칠일 동안 적지 않은 문파들이 불마사에 항복 선언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듣고만 있던 현우자가 한마디 거들자 그의 말에 강유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처음 한 문파가 나오는 것이 힘들지 하나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그 후 추가 이탈은 빠르게 나올 겁니다. 그러기 전에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소천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다시 모인 것이었다.

“검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안 됩니까?”

소천개는 현우자와 혜원대사를 보고 물었으나 그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검성은 이미 만독곡의 정리를 마지막으로 소주의 의천문으로 돌아간 것으로 압니다. 현재 활불이 진천문의 사마군인 이상 검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검성이 무림맹을 돕지 않는다면 무림맹은 싸우기도 전에 무너질 것입니다. 검성이 가세한다고만 알려져도 여타 문파들의 이탈을 막고 결속을 강화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소천개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였으나 이미 검성의 의중을 알고 있던 현우자와 혜원대사는 난감했다. 소천개의 말처럼 현재로서는 검성의 가세가 가장 도움이 되겠지만 검성은 무림의 일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무엇보다 현 사태를 자초한 정파에 대한 불신과 정파도 당해보아야 한다는 검성의 의중을 이미 들었던 터라 말을 꺼내더라도 거절당할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흐음... 검성의 의중은 이미 나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개방주의 말처럼 말이라도 꺼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라면 어차피 무림맹과 정파는 파멸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강유는 침묵을 지키는 현우자와 혜원대사를 향해 말했다. 강유도 이미 두 사람에게 검성의 의중을 들어왔던 터라 검성이 쉽게 자신들을 돕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말은 꺼내봐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은연중에 검성이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대사님. 맹주의 말처럼 이야기는 꺼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현우자는 조심스레 혜원대사에게 물었다.

“현우자께서도 저와 같이 검성의 의중을 직접 듣지 않았습니까. 검성께서는 무림맹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겠다고 그저 무당과의 인연으로 이름만 빌려주시겠다고요.”

혜원대사와 현우자는 의천문으로 직접 찾아가 검성을 만났던 인물들이라 검성의 말을 직접 들은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검성께서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 곤 하셨지만 지금까지 계속 저희를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남궁세가의 일이야 검성께서 남궁세가를 직접 돕기 위해 하신 일이지만 검성께서 남궁세가를 도와준 덕에 저희는 그쪽에 신경을 덜 수 있었고 만독곡의 일도 결국 도와주셔서 저희 무림맹이 이곳에 집중하도록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괜히 검성의 노여움만 사게 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현우자의 말에 혜원대사는 여전히 검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탐탁지 않았다.

“검성이 저희를 끝까지 외면하실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활불이 진천문의 후계자라는 것이 검성도 쉽게 나서지 못할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걱정이지만... 검성이 혹여나 사마군과 사마령의 이야기에 감화되어 아예 무림과 척을 두지 않을까도 걱정입니다. 검성이 세력을 꾸리지는 않으셨지만 자기가 믿고 따르는 친우들과 관련된 일에는 아주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남궁세가의 일도 그렇고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검성께서 진천문의 멸문에 대한 진상을 알고 대노하신다면... 무림은 그야말로 끝이지요.”

모인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일단 검성의 의중을 알아야하니... 일단 제가 의천문의 사람을 통해 도움을 요청은 해보겠습니다.”

“의천문의 사람 중에 의견을 타진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소천개의 제안에 혜원대사가 물었다. 의천문이 신생문파이고 사실상 현재로선 검성의 일인지문이나 다름없어서 의천문의 구성원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은 어느 문파도 쉽지 않았다.

잘 만나주지도 않을뿐더러 의천문의 총관으로 알려진 천통자는 무림에서 대접을 못 받던 자라 그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문파 자체가 없었다.

“의천문에 은한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제가 그와 친분이 있어 그를 통해 검성의 의중과 도움을 요청해보겠습니다.”

소천개는 은한이 의천문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형산파에 머물렀던 개방의 제자들을 통해 들었다.

소천개는 은한이 비천의 소속임을 아는 몇 안 되는 무림인이었기에 은한이 그럴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하지만 개방주께서 직접 언급할 정도라면 믿을만한 사람이겠지요.”

현우자는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긴 했지만 사실은 검성에게 말을 전할 만 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소천개가 괜히 언급하지 않았을 터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있는 인물일거라 짐작했다.

“일전에 검성께서 신분을 밝히시기 전에 개방에 직접 동행하고 저를 찾았던 인물이니 저희의 말을 전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천개는 모두의 우려를 알았기에 은한이 비천의 소속임을 밝히지 않고 그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오일 밖에 없습니다. 아니 사실상 삼일 이내에 상황을 반전 시키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이 불마사쪽에 붙을 겁니다.”

“일단 각자 문파의 대표들을 만나 설득을 해보도록 하죠. 특히 군룡세가주와 그들과 연계되어 있는 자들부터 행동을 단속합시다.”

현우자는 벌떡 일어나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말했다.

“그럼 일단 전 바로 의천문과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저도 그 후 거동이 수상한 문파들을 파악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부탁합니다. 방주.”

“별 말씀을요. 무엇보다 고생하시는 건 원치 않는 자리에 앉은 맹주님이신걸요. 제가 추천했지만 괜한 일을 한 것이 아닌 가 후회가 됩니다.”

소천개는 맹주인 강유를 향해 말했고 강유는 미소를 지었다.

“방주의 말처럼 원치 않던 자리에 억지로 앉아있긴 하지만 책임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제 소임을 다하고 전 초야로 떠나야지요. 그때는 다들 막지 마십시오.”

강유는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고 이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이 그를 무림맹주로 추대한 것에 일조한 사람들이라 그런 강유를 보며 조금은 죄책감을 느꼈다.

***

관제묘(關帝廟).

다 낡아 쓰러질 듯한 관제묘 앞에 초립을 쓰고 얼굴을 가린 여인이 나타났고 이내 검은 복면을 한 자가 나타나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존(地尊)을 뵙습니다.”

나타난 여인은 불마사의 지존 사마령이었다.

“그의 흔적은 찾았느냐?”

사마령의 다급한 물음에 복면인은 바로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네... 아무리 수소문하고 암호문을 남겨도 연락이 없어 묵령께서 마지막으로 임무를 수행하신 남궁세가 주위를 살폈는데...남궁세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은 봉분(封墳)을 발견하였고 봉분 앞에 묵령의 애도가 깊게 꽂혀 있었습니다.”

“봉분? 설마 묵령이 죽었다는 소리냐?”

“네... 어쩔 수 없이 봉분을 파헤쳐보니 묵령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그곳에 묻힌 듯 합니다.”

“그럴 리가? 묵령에게 회령단을 주었는데 어찌 그가 죽었다는 말이냐? 정말 시신을 제대로 확인한 것이 맞느냐?”

“네... 확인해보니 묵령의 회령단은 지존께서 명하신대로 천존에 의해 사용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

보고를 하던 복면인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존에게 묵령이 어떠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 역시 묵령의 수하로 십 수 년 함께했기에 사마령의 슬픔을 공감하고 있었다.

“누가 묵령을 해한 것이지?”

“묵령이 마지막 지존께 받은 명을 행하기 위해 남궁세가의 뇌옥에 잠입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남궁세가 내의 정보를 파악해보니 검성이 나타나 독고진을 구했다합니다.”

“그럼 검성이 묵령을 죽였다는 거야?”

사마령의 음성이 차가워지자 복면인은 놀라며 고개를 숙여 답했다.

“네... 아마도 그럴 것이라 파악됩니다. 묵령이 묻힌 자리와 주변을 찾아보았는데 싸운 흔적이 거의 없었고 거의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묵령을 그렇게 흔적 없이 죽일 수 있는 것은 남궁세가에서 검성과 아마도 그의 제자 뇌절검룡 외엔 없을 것으로 압니다.”

“검성이 우리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구나... 군랑이 선전포고를 하기 전이라 우리의 사연을 몰랐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성이 묵령을 죽인 것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구나.”

사마령은 묵령이 모든 사연을 검성에게 말하고도 죽었을 것이라 짐작 못하고 있었다.

“검성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만독곡의 일이 정리된 후 소주의 의천문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검성께서도 이제 진천문의 사연을 알았으니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가... 검성의 성정으로 보아 진천문의 멸화가 자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검성이 끝까지 정파가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인물은 아니지. 그에 대한 대비를 위해 검성의 감시를 철저히 해.”

“네. 의천문에 대한 감시를 늘리겠습니다.”

“우리의 복수와 전대 활불의 유지를 위해 묵령의 원한은 조금 참아두어야겠지. 검성은 나중에 처리한다.”

사마령은 묵령의 복수를 당장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큰 싸움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괜한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림을 평정한 뒤에 진행해도 충분하다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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