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만독곡주 공마위(2)
혈마독령지체(血魔毒靈之體).
만독곡은 대대로 하독술과 독으로 신체를 강화하고 내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전해져왔는데 혈마독령지체는 신체강화술의 마지막 오의였다.
독과 정혈. 특히 순수하고 맑은 피가 필요했기에 동남동녀의 정혈이 효과가 좋았다. 두 가지를 섞어 백일에 걸쳐 몸을 담근 채 독과 정혈을 체내에 흡수하여 받아들이면 만독불침 도검불침의 강인한 신체에 몸 전체가 독인 살아있는 독강시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방법 자체가 잔혹하고 조건도 까다로워 만독곡의 곡주들은 모두 한 번씩은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실패했고 공마위는 독강시의 시독에 동남동녀의 정혈로 만족스러운 성취를 얻었다.
“검성이 변했다는 소문이 무림에 파다하더니 여전히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은 여전한 듯 하군.”
공마위는 무림의 소식을 계속 들어왔기에 검성이 반로환동하여 다시 나타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검성이 이전과 달리 무림의 일에 적극적이지 않고 정파를 위해서 무조건적인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혈마독령지체를 시험하기엔 좋은 상대인 듯 한데 천하의 검성을 내가 여기서 이겨낸다면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공마위는 자신의 성취감에 취한 듯 검성을 앞에 두고 연이어 도발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검성은 그런 공마위의 행동에 딱히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정천검을 만지작거리며 뽑아들 기회를 노리는 듯 해보였다.
“말이 많은 녀석이군. 네가 이룬 그 성취가 아주 커 보이는 모양이구나?”
“크크... 당신이라면 느끼고 있을 텐데. 그래서 나의 강함을 알고 당신의 제자를 물러나게 한 것이 아닌가?”
사실 공마위가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고 있는 이유는 검성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나서였다. 힘을 얻은 공마위는 자신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힘에 놀랐고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어 내부로 갈무리 하고 있긴 했지만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성이 자신의 힘을 느끼고 경계하였고 소식을 통해 검성이 제자를 엄청 아낀다는 것을 들은 공마위는 검성이 제자를 물러서게 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자신의 힘이 이윤후를 넘어섰고 검성이 경계할 만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공마위는 확신을 가지고 검성을 도발하며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다. 하독술이나 쓰던 자신이 검성이 경계할 정도의 실력을 단숨에 지니게 되었으니 공마위가 오만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무림에서 하독술은 인정받지 못하는 천한 술법이었고 독을 쓴다고 하면 무시를 당하고 혐오스런 시선을 보내왔다.
공마위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키가 크고 덩치도 제법 있었지만 선천적으로 내공이 쉽게 쌓이지 않는 체질이었고 그래서 그가 시선을 돌린 것이 하독술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만독곡의 장로의 눈에 들어 발을 들이고 만독곡주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만독곡은 무림에서 혐오하고 증오하는 곳이었고 공마위는 그런 무림을 짓밟기 위해 계획을 세워왔다.
검성에 의해 독강시들 모두 사라지고 수하들조차 사라졌지만 공마위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몸이었던 자신이 천하제일인이라 평가받는 검성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에 취해있었다.
촤작- 촤자작-
까가가강-
순간 검광이 번쩍이며 검성의 검이 출수되었다.
검성의 검이 공마위의 가슴과 목 그리고 어깨 등 여러 곳을 베었지만 검이 튕겨져 나오며 강철끼리 부딪치는 금속성이 들렸다.
“도검불침(刀劍不侵)이라? 독강시의 신체보단 단단해 보이는구나.”
검성은 가벼운 마음에 확인하고자 출수한 검이 쉽게 막히자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번엔 독강시를 베었던 강기를 사용해보지.”
츠츠츠-
검성의 정천검에 뇌정이 서렸고 강기를 두른 검은 이번엔 공마위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쩌정-
이번엔 공마위가 몸으로 받아주지 않은 채 팔을 들어 막아내었고 무기도 없이 양팔만으로 검성의 강기를 두른 검을 막았다는 것에 지켜보던 이윤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성은 동요하지 않은 채 재차 공격을 이어나갔다.
샤삭-
검성은 거리를 벌린 채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내 검성의 주위에 뇌정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것도 막아보아라.”
촤자자자작-
콰과과광-
검성이 검을 내리치자 뇌정의 기운이 폭사되며 공마위에게 날아들었고 마치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검성이 비뢰검결 제 일초인 비뢰낙일을 가볍게 펼쳤으나 그 위력은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마위는 멀쩡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고 그의 주변으로 구덩이가 깊게 파이며 비뢰낙일의 초식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검성의 비뢰검결을 내가 막아내었다. 크하하하!”
공마위는 자신의 몸이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 파안대소하며 산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검성의 검격에 공마위는 내력을 끌어올려 호신강기로 방어했고 완벽하게 막아내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신의 강함을 다시 확인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성은 그의 강함을 증명하기에 최고의 상대였고 지금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린 녀석이군.”
검성은 그런 공마위를 보고는 혀를 찼고 웃던 공마위가 웃음을 멈추고 검성을 보았다.
“천하의 검성이 자신의 공격을 실패하고도 여전히 괜찮은 척 여유를 부리는 것인가? 나는 아직 제대로 공격도 하지 않았음을 잊은 건 아니겠지?”
“공격? 해보겠느냐?”
검성의 여유 있는 태도와 말에 공마위는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너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같으냐? 아님 너의 말처럼 내가 정말 내 제자가 널 상대하기 버거워 물러나게 했다고 생각하느냐?”
“그럼...? 아니 말장난으로 마음을 뒤흔드는 건인가?”
검성의 말에 공마위는 마음이 흔들렸으나 이내 털어버리고 검성을 쏘아보았다. 고작 검성의 말 몇 마디에 확신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강함에 의심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혈마혈령지체라고 했나? 그것으로 내공을 얻고 몸이 제법 단단해졌다고 치자 그걸로 네가 뭘 할 수 있기에 그리 자신만만한 것이냐?”
“그건...”
“그냥 베기는 네가 몸으로 버텼다만 당장 강기를 운용한 공격은 너도 불안하여 막지 않았느냐? 내가 진심으로 널 베고자하여 전력을 한다면 너를 여기서 쓰러뜨리지 못할까? 그리고 난 지금까지 삼할의 힘 밖에 쓰고 있지 않았다.”
“거짓말... 믿을 수가...?”
검성의 말에 공마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정했다.
“거짓이라... 그럼 제대로 보여주마. 비뢰검결의 제대로 된 위력을...”
철컥-
검성은 정천검을 갈무리하여 검집에 꽂았고 발검자세를 취했다. 이윤후는 그 모습을 보고 검성이 비뢰검결의 최종 오의인 무극섬뢰를 펼치려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부님은 다수의 적에게 무극섬뢰를 펼칠 때 마치 방어초식인 비뢰광망을 펼치는 것처럼 전방위로 검기를 날리셨다. 본래의 무극섬뢰대로 극쾌의 일점돌파 초식으로 펼친다면 어떠한 위력이 나올까?’
이윤후는 검성이 펼치는 무극섬뢰의 위력이 궁금해졌고 검성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검성의 손이 정천검에 향하자 그간 자신만만했던 공마위의 표정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검성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했던 공마위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검성이 허언을 말할 리는 없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군. 일단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독강시의 시독액과 정혈로 혈마독령지체를 제대로 완성하는 것이...’
공마위는 마음을 먹은 듯 검성이 출수를 하기 전에 행동에 들어갔다.
촤악-
공마위는 자신의 팔을 교차해 손톱으로 자신의 피부를 잡아 뜯었고 피가 흐르자 검성을 향해 그 피를 뿌렸다.
치이익-
검성은 뒤로 물러나며 뿌려진 피를 피했고 피는 바닥에 닿자 마치 산공독을 뿌린 것처럼 땅이 녹기 시작했다.
검성이 잠시 물러난 사이 공마위는 어느새 산 아래로 달아나고 있었고 벌써 꽤 먼 거리를 달아나고 있었다.
“어이없는 녀석이군.”
검성은 도망가는 공마위를 바라보곤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하곤 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파밧-
검성의 신형이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고 멀리 달아나고 있던 공마위를 가로질러 그의 앞을 막아섰다.
“어떻게...?”
공마위는 어느새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검성을 믿을 수가 없는 듯 원래 검성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경공에 자신이 있는 공마위는 아니었지만 검성과 꽤나 멀어졌던 거리를 단숨에 따라 잡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우선 두 팔을 가져가마.”
샤샥-
파악-
“커헉...”
검성의 검이 번쩍이며 두 번의 휘두름이 있었고 공마위의 양 팔에 혈선이 그어지며 피가 솟아올랐다. 안 그래도 자신이 긁어낸 두 팔의 상처에서 독혈이 흐르고 있었는데 베어진 양팔의 상처로 인해 두 팔은 피로 물들어있었다.
“베어낼 생각이었는데 확실히 제법 단단하구나?”
어깻죽지 절반이 베어진 팔은 떨어져나기지 않았지만 공마위는 양팔에 힘을 주지 못한 채 팔을 늘어뜨리고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번엔 다리.”
샤샥-
“크학...”
검성은 이번에도 두 차례 검을 휘둘렀고 이번엔 종아리 양쪽을 길게 베어 갈라버렸다.
공마위는 이번에도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그의 종아리에서 흐른 피가 땅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너의 욕심으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너를 그냥 쉽게 죽일 생각은 없으니 최대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게 해주마.”
검성의 말에 공마위는 공포를 느낀 듯 그의 두 눈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성 앞에서 당당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강함이 검성 앞에선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살려...주... 커헉...”
촤작-
검성은 공마위의 가슴에 열십자 상처를 다시 남겨주었다. 공마위의는 안 그래도 나신의 모습이었는데 온몸이 피로 물들어 마치 적의를 입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쿠궁-
공마위는 그대로 땅에 쓰러지며 혼절했고 검성은 공마위가 죽은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검을 갈무리하였다.
“강인한 몸을 얻었으나 고통은 참지 못하는군. 이만 나오너라.”
파바밧-
검성의 외침에 검은 복면인 여럿이 튀어나왔고 그들은 검성과 이윤후가 잘 아는 비천의 은위단이었다.
비천에서 미리 이곳을 조사하러 보냈던 은위단이 검성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미리 대기하고 있었고 계속 잠행한 채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성은 이를 알았기에 일처리를 위해 그들을 호출 한 것이었다.
“이 녀석을 데려가 독에 대한 정보를 캐내어라. 그리고 이곳에 남아있는 물품들도 수거하여 조사하도록 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혹시 독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면 서문세가의 약선에게 전하라고 해.”
“네. 본회에 모두 전하겠습니다.”
검성은 은위단의 대답을 듣고는 이윤후에게 다가갔고 은위단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