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만독곡주 공마위(1)
“동굴이 보입니다.”
앞서 가던 이윤후는 산 중턱에 있는 동굴을 발견하고 검성에게 말했고 동굴의 입구엔 이미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저 곳이 저들의 본거지 인 듯 하구나.”
검성은 동굴 밖에 이미 준비하고 있는 독강시들과 만독곡의 인물들을 보고 확신했다.
“독강시의 수가 열일곱으로 보이고 그중 초월체가 셋으로 보입니다. 독강시 외에도 강해보이는 자가 둘 정도 있습니다.”
이윤후는 느껴지는 기운을 파악하고 말했고 검성 또한 느끼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거라.”
파밧-
검성은 한마디를 남기고 단숨에 뛰어올라 동굴 앞 만독곡의 인물들과 독강시들이 모여 있는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쳐랏!”
“검성이다. 죽여라!”
갑작스레 나타난 검성에 놀란 만독곡의 인물들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검성을 향해 모두 달려들며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성은 당황하지 않고 검에 손을 가져갔다.
“무극섬뢰(無極閃雷)!”
번쩍-
촤자자자작-
검성이 발검하자 동시에 빛이 번쩍였고 마치 뇌광이 일어난 듯 했다. 그와 동시에 검성의 검기가 사방으로 펼쳐졌다.
“이게... 무슨... 커헉!”
“크하악!”
츠츠츠-
검성의 한 수에 독강시들은 흙먼지가 되어 바스러졌고 만독공의 인물들은 수 갈래로 베여져 바닥을 뒹굴었다. 검성에게 달려들었던 모두가 검성의 일검에 격퇴당한 모습에 이윤후는 멀리서 보고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극섬뢰의 응용이 저렇게까지 가능하다니... 그저 찌르기 일점필살(一點必殺)의 초식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윤후는 검성이 펼친 비뢰검결의 최종오의인 무극섬뢰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자신도 실전에서 독고진과 일전에서 써본 것이 다였지만 그저 극쾌의 일점필살 초식으로 알고 익혔던 그 초식이 다수를 상대로 저렇게 펼치는 검성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윤후가 바로 검성의 곁으로 다가섰고 그가 존경의 눈빛을 보내자 검성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검성은 애초에 이윤후가 무극섬뢰를 펼치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에 그가 무공서로만 보고 자신이 그저 보여준 초식 그대로 익힌 것에 조금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무극섬뢰를 너는 일점필살의 극쾌초식으로 생각하며 익혔겠지?”
“네. 사부님이 남겨주셨던 비뢰검결의 무공서에도 그렇게 초식이 설명되어 있었기에...”
“무공 초식의 응용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가능하다. 넌 아직 그런 경험이 부족하지. 무극섬뢰는 분명 극쾌의 일점찌르기 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고 누구도 막기 힘들게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 뻔한 초식은 파훼되기 쉽지.”
“익히는데 급급하여 이런 응용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윤후의 말에 검성은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넌 만상오행공과 비뢰검결 모두를 단기간에 익혔다. 익힌 것만으로도 천재적인 재능인 것이지. 넌 오늘 이렇게 배운 것을 너의 모든 무공에 적용하며 발전할 것이고 네 것으로 체화시킬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부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
만독곡의 전장마저 이윤후를 가르치는데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천통자가 보았다면 또다시 기암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천통자는 늘 검성이 현재 무림의 혼란을 이윤후의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닌 가 의심해왔는데 정말 검성은 그렇게 활용하고 있었다.
이윤후에게 부족했던 경험을 사패와의 싸움에서 모두 채워나가며 이윤후는 자신의 나이 대에서 이룰 수 없는 엄청난 실전경험을 획득하고 있었다.
검성이 이제는 아예 이윤후를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이윤후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가 될 것이 분명했다.
“동굴 안에 기척이 느껴지는 것이 아직 남아 있는 듯 하구나. 남은 것들은 네가 처리해보아라.”
“네.”
이윤후는 자신 있게 대답하곤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독향과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어 이윤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동굴의 안쪽은 꽤나 깊었고 높이도 높았다.
‘예감이 좋지 않군.’
검성은 이윤후의 등을 보며 따라가다가 동굴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어지는 독향과 피비린내에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사부님.”
이윤후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검성을 보았다.
“그래. 안쪽에 무언가 있구나. 보통의 기운이 아니야. 독강시들보다 더 강력한...”
검성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운에 조금은 경계한 채 말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었기에 검성도 조심스러웠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기분 나쁜 무언가가 스멀스멀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그런 느낌에 검성도 놀라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경험하고 상대한 자 중 가장 강했던 환영신마에게 조차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동굴 안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굴 안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동굴 안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특히 이윤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굴 끝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 중앙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듯 한 깊은 구덩이가 있었고 그 안엔 무언가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엔 누군가 잠겨있었는데 깊게 잠들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구덩이의 주위에 수많은 시신들이 있었는데 모두 어린 아이들이었다. 나신의 어린아이들이 구덩이 주위로 둥글게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었고 아이들에게서 흐른 피가 구덩이 안으로 흘러 피 웅덩이가 되어있었다.
촤장-
마치 지옥도(地獄道)의 모습과 같이 참혹한 모습에 이윤후는 참지 못한 채 검을 뽑았고 피 웅덩이 안에 있는 사내를 베려했다.
촤자자작-
이윤후가 펼친 비뢰섬(飛雷閃)의 검기가 피 웅덩이 안의 사내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고 목이 내쳐질 찰나 눈을 감고 있던 사내가 눈을 떴다.
파밧-
“어찌... 비뢰섬이 저리 쉽게...?”
사내가 눈을 뜨자 이윤후가 펼친 비뢰섬의 검기가 사라졌다. 그 모습에 검성은 충격 받은 이윤후를 자신의 쪽으로 이끌었다.
“정신 차려라. 언제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흥분하여 내력을 흩트리는 것은 좋지 않다.”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자신이 본 것에 흥분하여 자신도 모르게 화가나 출수한 것을 반성했다. 갑작스러운 출수이긴 했으나 자신의 공격이 쉽게 막힌 것에 대한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크크... 찾아 올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너무 이르군. 네가 검성인가?”
피 웅덩이 안의 사내가 검성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의 뜬 눈은 독강시들처럼 녹안이었고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였다. 대충보아도 사십대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너는 누구냐? 만독곡의 인물인가? 아니면 독강시?”
이윤후의 물음에 사내는 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고 이내 그가 담겨있던 피 웅덩이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듯 출렁거렸고 마치 사내의 몸에 흡수되는 것처럼 수증기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체내에 흡수하여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군.”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에 사내는 나체로 서있었는데 키는 육척에 달할 정도로 컸고 덩치도 컸다. 피 웅덩이를 흡수해서인지 피부는 붉게 빛나고 있었고 피부는 마치 서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혈마독령지체(血魔毒靈之體)의 완성이 코앞이었건만 이렇게 방해를 하다니 너희를 곱게 죽이진 않을 것이다.”
쿠쿠쿠쿠-
사내가 감정을 드러내자 동굴 안이 마치 지진이 난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검성은 이윤후에게 신호를 준 뒤 동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온 검성과 이윤후가 동굴 안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가 천천히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크크크... 천하의 검성이 꽁지 빠지게 도망치다니 너무 즐거워 쫓을 생각도 하지 못했어.”
사내는 검성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고 그런 그의 모습에 이윤후가 반박하려하자 검성이 이윤후를 막았다.
“네 놈은 누구지? 만독곡의 인물인가?”
“아... 내가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난 공마위라 한다. 만독곡의 곡주이지.”
자신을 공마위라 소개한 그는 그제야 주위를 확인한 듯 둘러보곤 인상을 구겼다.
“너희가 동굴 안까지 왔을 때 이미 어느 정도는 눈칠 챘지만 수하들을 모두 죽였군. 설마 무림에 나가있는 독강시들도 네가 죽인 것인가 검성?”
가라앉은 공마위의 음성 한마디 한마디는 내력이 실려 있어 주위를 진동시킬 정도였다. 그것은 검성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이윤후는 속이 진탕되는 듯 인상을 쓰며 참아내고 있었다.
“내력을 끌어올려 대항하여라. 보통의 사자후와 달리 내부의 장기에 직접 타격을 주는 듯 하구나.”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내력을 끌어올려 대항하자 조금은 편안해졌다.
“물러서라. 이놈은 내가 상대 할 테니.”
“네...”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분한 듯 표정을 보이며 물러섰다. 이윤후도 검성이 지금까지 모든 싸움에서 자신을 단련시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성이 지금같이 물러서라고 하는 것은 눈앞의 상대가 자신이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걸 알았기에 이윤후는 분했고 아직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는 것을 통감하고 있었다.
‘혈마독령지체라고 했나? 도대체 무엇이기에 저렇게 음산하고 사악한 기운을 전신에서 뿜어낸단 말인가?’
이윤후는 공마위를 쳐다보며 느껴지는 음산하고 사늘한 기운에 소름이 돋았다. 검성을 믿고 있었지만 이윤후가 지금까지 만나본 상대 중 가장 강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독곡은 이제 너만 죽인다면 그 명맥이 끊어지는 것이겠지?”
“역시 오만하구나. 검성 이곳에 단 둘이 찾아온 것도 그렇지만 나를 앞에 두고도 여유를 부리다니 말이야.”
공마위의 말과 함께 그가 발산하는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검성에게는 아무런 압박이 없는 듯 표정변화가 없자 오히려 공마위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나만 묻지.”
“무엇을 말이냐?”
검성의 뜬금없는 물음에 공마위는 답했다.
“그간 운남성 일대에 아이들이 납치되었던 것이 네가 말했던 그 혈마독령지체 때문인가? 그것 때문에 그간 아이들이 모두 죽어간 것이냐?”
“그거야 네 눈으로 직접보지 않았나? 혈마독령지체는 동남동녀의 정혈(精血)을 필요로 하고 그것에 몸을 담군 채 천천히 그 정혈을 백일에 걸쳐 흡수해야 하니 많은 수의 아이들을 필요로 했지.”
공마위는 검성이 아이들의 죽음을 신경 쓰고 있음을 알고 최대한 검성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그의 의도대로 무표정했던 검성의 인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열흘만 더 있었다면 완벽한 혈마독령지체를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성취도 만족스럽군. 너희가 아니었다면 열흘분의 피가 필요했으니 아이들이 더 필요했을 거야.”
공마위는 말을 하며 웃었고 그의 그런 모습에 이윤후는 화를 참아내느라 고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