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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201화 (201/251)

201화- 진법 파괴

사패 두 곳의 유래 없는 동시 무림진출에 힘들어했던 무림맹은 만독곡이 검성과 의천문에 의해 격퇴당하면서 불마사와의 일전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 상대 할 만 한 모양새가 되는 듯 했다.

불마사의 선봉이었던 파원종 무승 이백 명이 곤륜에 의해 격퇴되면서 무림맹의 사기가 올랐으나 그들보다 불마사의 합류가 더 빠르게 가능했기에 곤륜은 바로 멸문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곤륜은 본산을 버리고 후퇴하는 결단을 했다.

곤륜은 불마사에 의해 본산이 유린당하고 불태워지는 치욕을 당했지만 장문인 현보진인의 결단으로 사람들은 무사히 후퇴할 수 있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정파의 인물들 대부분 곤륜이 본산을 버리고 후퇴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보진인은 그런 세인들의 평가를 일축하며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제가 지키고자 한 것은 허울뿐인 곤륜의 자리와 명예가 아니다. 곤륜의 제자들과 무공들이 살아남으면 언제든 곤륜은 다시 그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치욕은 장문인으로서 나의 선택이고 나의 치욕이지, 곤륜의 치욕이 아니다. 살아남아라. 그리고 곤륜을 다시 일으키자!”

현보진인의 말은 곤륜의 제자들을 움직였고 끝까지 남아 목숨으로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돌려놓았다.

불마사는 곤륜을 불태우고 아미파를 무너뜨린 무리와 합쳐지며 엄청난 군세를 유지했고 청성과 점창까지 쓰러지며 사천성과 청해성 일대의 모든 문파가 불마사에 의해 무너졌다.

당가조차 사천성 일대의 문파들이 무너지면서 결국은 버티는 것이 아닌 후퇴를 선택했지만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물러서는 그들은 본가에 많은 함정과 독을 풀어놓아 많은 수의 희생자를 내었고 결국 불마사가 당가를 점거하고 불태웠지만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아야했다.

무림맹은 그들의 방어선을 결국 무림맹 본진이 자리하고 있는 섬서성까지 후퇴해야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저지선으로 종남파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사실상 무림맹도 종남파가 무너지면 맹의 대부분 자위력을 잃을 만큼 위험한 지경이었다.

그렇게 무림의 명운이 걸린 종남파에 무림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

운남성 남쪽 맹해현.

검성과 이윤후는 만독곡의 근거지를 확인하기위해 백아와 함께 도착해있었고 은한이 말해주었던 산 앞에 서있었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초입부터 산 주위에만 운무(雲霧)가 가득하여 시야가 좁아졌고 그 탓에 만독곡의 입구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위적으로 운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법의 힘이 맞는 듯 하네요.”

“그래. 산의 초입부터 이러니 이 산을 신성시 하는 마을 사람들은 오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겠지. 또한 산을 오른 사람들은 모두 실종되었고 말이야.”

검성이 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미 마을에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본 상황이었고 은한의 이야기처럼 마을 사람들은 산을 신성시하여 오르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었다.

“진을 뚫어야겠군요.”

“진을 파악할 수 있겠느냐?”

“가르침을 주십시오.”

이윤후는 검성이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음을 알고 바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진법은 음양오행(陰陽五行) 그리고 팔괘(八卦) 구궁(九宮) 십익(十翼)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한다면 어떠한 진이든 파악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도 생로(生路)와 사로(死路)를 비틀어놓은 진들도 있어 자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너는 누구보다 오행과 팔괘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지? 안 그러냐?”

“네. 사부님이 창안하신 만상오행공이 오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태극의 팔괘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해를 깊이 하고 있습니다.”

이윤후는 검성의 물음에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럼 저 진법은 무엇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느냐?”

“팔괘를 기본으로 한 진법으로 보입니다. 더 정확히는 진법을 들어 가봐야 알겠지만...”

이윤후는 자신이 없는 듯 답했다.

“그럼 들어가 보아라.”

“네? 네. 알겠습니다.”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살짝 놀랐으나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발걸음을 운무가 가득한 산의 초입으로 향했다.

자욱한 운무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어떠한 진으로 되어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은 진법 안으로 들어선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면서 흥분되기도 했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이윤후였기에 진법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면서 나중에 진법공부도 제대로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츠츠츠-

운무 속으로 파고들자 갑자기 시야가 어지러워지며 마치 땅이 흔들거리며 진동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환각인가?”

이윤후는 진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여 지는 환각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환영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생로가 어디인가?”

이윤후는 환각이 보이지 않자 금세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자칫 방향을 잘못 찾아 사로로 발을 들이면 그대로 진 안에 갇힐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생로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진법의 흐름을 찬찬히 살피던 이윤후는 한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북서쪽 방향... 건방(乾方)이다.”

이윤후는 눈을 감은 채 자신 있게 걷기 시작했고 피부로 느껴지던 찬바람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자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엔 검성이 서 있었고 이윤후는 검성을 보자 긴장이 풀린 듯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사부님께서 인도해주신 것이군요.”

“네가 흐름을 잘 느끼고 파악한 것이다.”

검성은 이윤후를 격려하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검성은 처음부터 진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고 진을 파훼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이윤후에게 진법에 대한 경험을 주고 싶어 그에게 맡겼으나 이윤후는 진 안에서 환각으로 인해 고생했고 쉽게 진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검성이 나서 이윤후가 건방으로 향할 수 있도록 기의 흐름을 유도했는데 이윤후는 그것을 느끼고 건방으로 향한 것이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어찌 몽혼팔괘진(夢魂八卦陳)이 깨어진 것이냐?”

산을 감싸고 있던 진이 깨어지자 운무가 사라졌고 진이 깨어진 것을 눈치 챈 만독곡의 인물들이 진을 확인하기 위해 나타났다. 그리고 검성과 이윤후를 향해 소리치며 포위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할 자는 검성과 이윤후였고 검성의 검은 그들에게 자비가 없었다.

“크헉!”

“커헉!”

포위한 십여 명 정도의 무인들이 모두 쓰러졌고 대장으로 보였던 자는 자신의 목에 닿아있는 검성의 검에 떨며 무릎을 꿇었다.

“설마... 검성?”

그제야 검성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만독곡의 인물은 만독곡에 내려진 인명도감에 있던 검성의 초상화를 떠올리곤 놀라 물었다.

“여기가 만독곡의 본거지가 맞느냐?”

“크흑...”

검성의 물음이 있자마자 잡힌 그는 입에 피를 흘리며 눈이 뒤집혔고 그대로 쓰러졌다.

“입 안에 독단을 물었군.”

검성은 이미 사망한 그를 내려다보곤 말했다. 입에서 피와 함께 푸르스름한 독액이 흐르고 있어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가보자. 이미 진이 사라졌다는 것은 모두 눈치 챘을 터 반응들이 더 나오겠지.”

“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앞장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인적의 드문 산답게 길이 험했고 괴기스러운 해골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파삭-

검성은 해골이 놓인 자리를 부숴버리고 있었다.

“어쭙잖은 수를 쓰는군. 매개체를 이용한 환영진을 이중 삼중으로 펼쳐놓았어.”

검성이 부숴버린 해골들은 모두 일정한 위치에 규칙적으로 놓여 있었는데 검성의 말처럼 진을 펼치는 장치였다. 그것을 눈치 챈 검성이 다른 진이 펼쳐지기도 전에 해골들을 부숴버린 탓에 진이 발동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사람의 해골을 보면 무서워하기 마련이고 망자의 해골을 건드리기 꺼려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만독곡은 해골들을 환마진(幻魔陳)이라는 진의 매개채로 쓰고 있었다.

해골들을 보며 느낄 꺼림칙함과 더불어 이를 이용한 진 안에 적들이 들어오면 망자들의 환영이 펼쳐지며 지옥도가 펼쳐지는 환마진(幻魔陳)이었는데 검성은 아무렇지 않게 너무도 쉽게 이를 파괴하고 있었다.

“윤후야 저런 환영진은 정말 조심해야한다. 사람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기 때문에 더욱...”

“네.”

“예전에 모든 강호인의 존경을 받은 소림의 각오대사가 있었다. 무공이 뛰어나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했지. 무공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람을 돕고 베풀기를 좋아해 무림의 인사들은 물론 세인들도 각오대사를 존경하고 흠모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죽은 것은 아주 어설펐던 환영진에 걸려 스스로 자결했다.”

“자결이요? 그렇게 강한 분이 환영진을 견뎌내지 못했습니까?”

“그래. 방금도 말했다시피 환영진은 사람의 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무림인들은 원한과 살생에 자유롭지 못하지. 그렇게 공명정대하고 모두의 존경을 받던 각오대사도 허물은 있었고 그가 어릴 적 색마였던 염준이라는 자를 잡아 큰 공을 세운 적이 있었는데 염준을 잡는 과정에서 각오대사는 염준을 잡기위해 한 여인을 희생시켰는데 그것이 각오대사의 마음엔 큰 짐으로 남아있었다. 수준이 낮은 환영진 이였음에도 각오대사의 마음을 뒤흔들기엔 충분했지.”

“무섭군요. 그런 분조차 마음을 다스리는데 실패하다니...”

“그런 사람이라 오히려 더 약했던 것이지. 살생과 불의에 무감각했다면 잊어버리고 살았겠지. 하지만 각오대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잘못을 늘 생각하고 반성하고 했기에 더욱 힘들어 했던 거겠지.”

“무섭기도 한 이야기네요.”

“그래. 너도 혹여나 무림에 들어와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각오대사처럼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각오대사는 색마를 놓친다면 더욱 큰 화가 돌아올 것을 염려하여 염준이 인질로 잡았던 그 여인을 희생시켰지만 그는 그 선택으로 인해 평생을 죄책감에 살며 그로인해 죽기까지 했지. 윤후 너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 같으냐?”

검성의 물음에 이윤후는 한참을 생각했다. 적진 한가운데서 스승과 제자가 가르침을 나눌 그럴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겐 그런 건 염두에 없었다.

“저라면 색마를 놓치더라도 여인을 구했을 거 같습니다.”

“너 다운 대답이다만 왜 여인을 구하겠느냐? 그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색마를 놓쳐버린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더 자신 있는 건 저라면 여인을 구하면서 동시에 색마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검성은 이윤후의 대답에 조금은 놀라며 물었다.

“제가 사부님께 배운 무공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겐 제가 그를 상대했다면 인질을 잡기도 전에 사로잡았을 거 같습니다.”

“하하~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그래. 너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각오대사처럼 무언가를 결단해야 될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것에 대한 생각은 늘 유념하거라. 자신의 신념과 현실적인 문제가 부딪칠 때를 말이다.”

검성은 이윤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기에 더는 파고들어 묻지 않았다. 각오대사가 그러했고 자신 또한 그렇듯 이윤후가 신념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자체가 오지 않길 바랐지만 그때가 왔을 때 미리 고민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기에 물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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