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93화 (193/251)

193화- 만독곡의 만행

“검성을 뵙습니다.”

은위단은 일제히 부복하며 검성에게 예를 취했다.

“은위단이 맞느냐?”

“네. 맞습니다.”

“이 아이들이 정신을 다 차리면 모두 집으로 돌려 보내줄 수 있겠느냐?”

“네. 저희가 아이들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은위단의 임무는 은한을 호위하는 것이었으나 이미 이윤후와 떠날 때 일부가 따라나섰고 검성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남은 자들이라 검성의 명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괜히 검성을 살핀 것을 검성이 분노할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문제를 집지 않자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다.

“그럼 믿고 맡기마.”

검성은 마지막 아이까지 살핀 후 자리에서 일어섰고 말을 마치곤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

형산파의 입구엔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는데 검성과 이윤후가 초검보로 출발하고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형산파와 무림맹의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이 이제껏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던 독강시들을 검성과 제자인 이윤후 둘 만 가겠다고 한 것에 내심 안심하면서도 두 사람으론 절대 무리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검성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주지 않을까 희망을 거는 자들도 있었다.

검성과 이윤후가 떠나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자기들이 독강시를 상대하긴 싫었고 만독곡의 독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누군가 옵니다.”

멀리서 형산파로 다가오는 신형을 보고 누군가 외쳤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검성의 제자입니다.”

“뇌절검룡이다.”

이윤후를 알아본 사람들이 제각기 소리쳤고 너무 빨리 돌아온 것에 다들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검성과 이윤후가 실패했다고 생각했고 검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검성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말하는 이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윤후가 가까워질수록 모두 그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다. 이윤후는 몸에 상처하나 없었고 자신들이 상대했었던 만독곡의 대장으로 보였던 곱추를 들쳐 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군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고 이윤후와 은한을 크게 환대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검성은요?”

형산파의 장문 선학검(仙鶴劍) 천사위가 도착한 이윤후에게 다가와 물었다.

털썩-

이윤후는 자신이 들쳐 업고 있던 혈수독마를 땅에 내팽겨 치고는 천사위를 보았다.

“사부님을 뒤따라오실 겁니다. 일이 있어 저희 먼저 돌아온 것이고 이자는 만독곡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로 이전 무림에서 혈수독마라 불리는 자라 합니다.”

이윤후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검성과 이윤후가 일을 성공했음을 짐작했지만 이윤후의 말로 확인이 되자 더욱 기뻐했다.

“이자를 포박하고 무공을 금제하라.”

천사위는 이윤후의 말에 놀라며 바로 형산파의 제자들에게 지시했다.

“이 공자. 지쳐있을 테지만 혹시 독강시들과 만독곡의 인물들은 모두 처리가 된 것입니까?”

무림맹의 지원 병력의 인솔자로 와있던 무당의 현월자(玄月子)가 이윤후에게 물어왔다. 무당의 최고 기재이자 최고수인 그는 검성이 초검보로 가는 것을 알고 자신도 따르겠다고 건의했지만 검성이 거부해 따라가지 못한 인물이었다.

“네. 초검보에 있던 독강시 사십 여구 모두 검성과 이 공자님에게 모두 쓰러뜨렸고 초월체 세 구도 검성이 예수오와 문신호를 이 공자가 엄상을 흙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현월자의 물음은 은한이 답하였고 그 말에 모두가 놀라 웅성거렸고 환호를 지르는 자들도 많았다. 은한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만독곡의 직접적인 위협이 사라진 것이라 기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믿기지 않겠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이자를 통해 파악한 것은 남은 독강시와 초월체는 만독곡에 있으니 더는 걱정 안하셔도 될 듯 합니다. 금족령(禁足令)을 풀고 형산파에서 초월보로 인원을 보내 확인하고 정리도 좀 부탁드려요.”

재차 은한이 말했고 그녀는 그러는 와중에 군중 중에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하북 팽가 분들은 혹시 이곳에 안계신가요?”

은한의 외침에 누군가 앞에 나섰다.

“팽가의 팽염이라 하오만 팽가는 왜 찾는 것입니까?”

앞으로 나선 삼십대의 거한은 팽염이었고 팽가에서 팽우산의 독강시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파견한 팽가의 삼십인 중 대장 격의 인물이었다.

팽염은 은한이 의천문의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나이는 한참 어렸지만 최대한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팽가에 급하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있나요?”

“본가(本家)와 연락을 취하는 전서구가 있소만 본가에 전할 말이 있는 것이오?”

팽염은 은한의 뜬금없는 질문에 조금은 당황하며 답했다.

“당장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독강시가 되었던 팽우산이 전선을 이탈해 팽가로 간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팽우산이 팽가로 갔다니요?”

팽염은 은한의 말에 크게 놀라 물었고 자신의 뒤에 있던 팽가로 보이는 인물들과 눈을 마주쳤다.

“팽우산은 독강시가 되어 가장 먼저 강령술로 정신이 온전해진 독강시라 해요. 그래서 만독곡도 정신적 금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는 만독곡의 지배를 벗어나 이탈했다고 하는데 팽가로 간 게 아닌 가 의심스러워요. 팽가에 얼른 연락을 하세요.”

은한은 팽우산이 팽가로 간 것을 확신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자신의 입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의심스럽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팽가와 팽우산의 비사를 알고 있는 은한이야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독강시가 된 팽우산이 팽가로 가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본가에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팽염은 은한이 모든 것을 알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바로 답하곤 등 뒤에 수하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이는 바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리곤 팽염은 형산파의 천사위에게 가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팽가의 무인들로 보이는 자들은 어디론가로 이동했다.

형산파의 장문인 천사위는 형산파로 이루어진 조사단을 꾸려 초검보를 확인하도록 했고 그들이 복귀해서 자신들이 본 모든 것을 알렸을 때 다시 한 번 모두는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

이윤후의 거처.

“팽가로 돌아갈 모양이네요?”

거처로 돌아온 이윤후를 은한이 따라와 말했다. 사람들이 워낙 이윤후와 은한에게 많은 것을 묻고 한마디라도 이윤후와 하기 위해 달라붙었던 탓에 은한은 조금 진이 빠진 상태였다.

검성 때문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던 사람들은 검성이 없자 이윤후와 친분을 쌓기 위해 접근했고 그것 때문에 소란이 일자 천사위가 사람을 물려 이윤후와 은한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 거처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렇겠죠. 하지만 이미 독강시가 된 팽우산이 어디까지 간지 모르는 만큼 저들이 지금부터 복귀한다 한들 팽우산보다 먼저 팽가에 도착하긴 힘들 거에요.”

“아마도 독강시가 된 팽우산에겐 피로함 자체가 없을 테니 쉬지 않고 자지도 않고 팽가로 향하고 있을 테고 이곳의 팽가 정예들이 이제 와서 복귀한들 그들이 도착할 때는 이미 팽우산이 팽가를 도착하고 한참 뒤겠군요.”

“네. 그렇죠. 혈수독마에게 언제 팽우산이 사라진 것인가 물으니 초검보에 도착하고 바로 사라졌다고 했으니 이미 열흘 전에 팽우산이 출발 한 셈이니까요. 확인하니 현재 팽가엔 제대로 된 무사들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무림맹에 일백이 넘는 이가 파견되었고 이곳에 팽염을 비롯해 삼십의 무인들이 왔으니 말이에요. 실력 높은 무사는 팽가에 얼마 없을 거에요.”

“팽가가 위험하겠군요.”

이윤후는 팽기찬을 떠올리며 다소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꼈다. 남궁세가에서 팽기찬이 살갑게 대해준 것이 기억났고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다.

“팽가를 돕고 싶으냐?”

“사부님.”

“오셨어요?”

어느새 나타난 검성을 보곤 이윤후가 반가운 듯 다가갔고 은한도 돌아온 검성을 보자 내심 안심했다. 천통자가 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써서 파악하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무림의 역사 속에서도 인외의 영역인 신선과 가깝다고 말을 들은 도사들이 무림에서 갑자기 은거하거나 사라져 다시는 무림에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일이 꽤 있었기에 검성도 혹여나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비천은 걱정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윤후 때문이라도 그렇게 검성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거라 천통자는 생각했지만 그가 매번 느끼는 검성의 이질적인 느낌을 경계하고 있었기에 비천에도 자신이 없는 동안 검성을 모실 은한에게도 미리 검성의 동태를 최대한 신경 써서 살펴라 말해둔 것이었다.

“나에게 붙여두었던 은위단에게 조금 일을 맡겨두었다. 조금 나중에 복귀 할 것이다.”

검성의 말에 은한은 조금 놀라며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보였다. 자칫 검성을 감시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기에 은한은 조심스러웠다.

“긴장하지 말아라. 너희가 날 지켜보는 것은 이제는 별 신경 쓰지 않으니 은위단이 남아있던 덕에 일이 더 편했고 말이야.”

“네. 검성께서 저희의 뜻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한은 안심하며 답했다.

“그런데 팽가를 도와주실 생각이세요?”

은한은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남궁세가에서 보았던 팽가의 아이가 눈에 밟히기도 하고 남궁세가의 위기에 가장 먼저 달려와 주었다고 한 말도 생각나서 말이다.”

검성은 사왕련과의 일전에서 승리하고 난 후 남궁인이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팽기찬에게 그렇게 말하며 특별히 감사를 표했던 것이 기억나 말했다.

“윤후도 팽가의 덩치 큰 그 녀석을 걱정하고 있던 것이 아니냐?”

“네. 팽 대협이 저에게 잘 대해주어 조금은 걱정되었습니다. 남궁세가의 일을 마치고 팽가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화를 당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했습니다.”

“그래. 나도 그녀석이 조금 걱정되는구나. 팽가에 현재 마땅히 싸울 인원이 없다면 팽우산을 제대로 막지 못할 터.”

검성은 독강시와 직접 겨루어보았기에 가장 독강시에 대해 잘 알았기에 나온 감상이었다. 은한을 통해 들은 팽우산의 무위가 사실이라면 검성과 이윤후가 겨루었던 초월체 그이상의 실력일 텐데 팽가가 막기엔 무리라 생각이 들었다.

“저도 팽우산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일지 짐작이 가지 않지만 비천에 기록된 것만 보고 그가 독강시로 인해 신체적 강점까지 얻었다면 팽가에겐 팽우산의 존재는 재난 그 자체겠죠.”

“그럼 도와주러 가도록 할까? 어차피 백아를 타고 간다면 충분할 듯 하고.”

“그럼 무림맹과 형산파엔 검성과 이 공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미리 이야기 해둘게요.”

“이미 독강시를 거의 제거하고 초월체도 정리되었으니 여긴 더 이상 위기는 없을 터 걱정 없이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요?”

이윤후의 말에 검성은 미소를 보였다. 이윤후가 팽가를 돕고 싶어 함은 짐작하고 있었고 그것이 팽기찬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기에 검성이 먼저 나서주었던 것인데 제자가 좋아하자 검성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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