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88화 (188/251)

188화-독강시(毒殭屍)(2)

검성이 독강시를 상대했던 것은 삼십 후반의 나이였을 때였다. 당시 만독곡이 처음으로 독강시를 무림에 사용했을 때였는데 처음 그것을 마주한 자들의 증언은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검과 창이 통하지 않고 오히려 찌르거나 베어낼 때 튀는 피로 인해 아군들이 죽어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내쉬는 숨은 우리가 쉬는 숨결이 아니라 독무 그 자체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주친다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살아남은 자들이 제정신을 차려 겨우 증언해준 것을 듣고 검성은 독강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에 의해 운남성 곤명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독강시는 모두의 증언대로 2구였다.

모두의 충고를 듣고 오지 않았다면 검성도 위험할 수 있었으나 조심할 점을 들은 검성은 독강시를 상대하지 않았다.

독강시를 조종하고 있는 만독곡의 인물들을 베었고 통제를 잃은 독강시는 서서히 움직임을 멈춘 채 잠이 들었다. 그대로 검성은 기름을 붓고 불태웠고 아무리 도검불침의 독강시도 피부가 타고 뼈만 남게 되자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검성은 상대해본 기억이 있기에 50구가 넘는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성께서 상대한 독강시와 지금의 독강시는 아주 다르다고 합니다.”

“다르다? 뭐가 달라졌지?”

“가장 처음의 독강시는 검성께서 처리하신대로 독강시가 아닌 조종자를 죽이면 알아서 움직임이 멈추는 허점이 있었습니다. 그 후 만독곡은 그 점을 개선했습니다. 처음 독강시를 만들고 명령하면 그것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죠. 그리고 행동 또한 빨라졌습니다. 독강시로 사용된 사람의 신체수준에 따라 그 능력도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럼 독강시를 더욱 강한자로 만들었겠군.”

“네. 현재 확인한 50구의 독강시 중엔 정사파의 인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렇겠지. 각 문파에서 난리가 났겠군.”

“네. 현재 구파일방은 물론이고 사파의 구룡도문과 적하문 등 각 문파의 장로급들 이상의 인물들이 독강시가 되어 나타났으니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죠.”

“무덤을 파헤친 것인가?”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무림명숙들의 죽음은 그 문파에서 연락을 돌리기 때문에 만독곡이 무림 내에 세작을 심어놨다면 그런 정보를 얻기 쉬웠겠죠. 그리고 장례 후 화장하지 않고 무덤을 쓰는 시신들을 노려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천통자의 말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성도 천통자의 말대로 일 것이라 생각했다.

“독강시의 수준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아무리 공격해도 달라붙고 도검은 튕겨낸다 합니다. 거기에 살아생전의 무공까지 사용한다 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검성은 천통자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저도 몇 번이나 확인한 사항입니다. 모든 독강시들이 그런 것은 아니고 특별한 몇 구의 독강시가 있다고 합니다. 무공을 사용한 독강시가 해남검파(海南劍派)의 전대 문주인 엄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하였는데 해남검파의 절기를 그대로 사용했다합니다.”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도검이 불침한데 살아생전의 무공까지 쓴다 말 그대로 엄청난 것을 만들어 내었군.”

검성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검성은 도저히 만독곡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무공을 쓴다는 것은 인지능력이 있다는 건가?”

“네. 아마 독강시 모두에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한데 강령술(降靈術)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또 무엇이냐?”

“예전 밀교(密敎)의 술법인데 강령술이라하여 죽은자의 영혼을 불러들여 죽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시신에 영혼을 깃들게 하는 뭐 그런 설명하기도 망측한 술법이 있었는데 만독곡에서 강령술을 이용해 독강시의 시신에 죽은 영혼을 깃들게 한 게 아닌가...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고요.”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 알려 주도록 해. 무공을 사용하는 독강시가 몇 구인지 말이야. 그것을 알아야 모두 제거 해줄 것이 아니겠어.”

검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고 그런 검성의 모습에 천통자는 내심 안심했다. 자신이 지켜봐온 검성이라면 무공을 쓰는 독강시가 몇 구이고 간에 처리하는데 힘들지 않을 거 같았다.

“소문주와 함께 가실 예정입니까? 준비할까요?”

“준비할게 뭐 있나? 여기서 말을 타고 가면 한 세월 일 테니 위치만 알려주면 백아를 타고 우리가 가도록하지. 넌 정보를 취합해 넘겨줘. 윤후에게 제대로 준비 시킬 수 있게 말이야.”

“준비야 하겠지만... 설마 이번 일을 전부 소문주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시죠?”

천통자의 물음에 검성은 답하지 않았고 천통자는 살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또 이번 일을 제자를 수련시키는데 이용할 생각이구나... 얼마나 괴물을 만들 생각인거야...’

천통자는 검성이 이윤후에게 몸을 휴식시킨 이유가 이것 이었구나 라고 납득하고 있었다.

“네가 무림맹에 연락을 하도록 해.”

“무림맹이요?”

다른 생각에 빠져있던 천통자는 갑작스런 검성의 말에 바로 이해 못하고 되물었다.

“만독곡과 유지하고 있는 전선을 철수시키고 불마사의 싸움에 집중하라고 말이야.”

“아... 그렇죠. 제가 그건 바로 전하겠습니다. 무림맹에서도 기뻐할 테고 무림에 소식이 알려진다면 모두의 사기가 오를 것입니다.”

천통자는 자신의 말처럼 검성이 만독곡과의 싸움에 참여하기 위해 남으로 간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무림이 들썩일 것이라 생각했다. 남궁세가와 사왕련의 결전 이후 무림의 모든 이목은 이곳 의천문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림이 현재 위기에 빠진 지금 검성이 언제나 움직이나 주목하고 있었고 사실 무림맹 내에서도 검성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검성은 더 이상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소림과 무당을 통해 전한 상태였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다른 문파에서는 당연히 검성이 남궁세가의 일이 끝나면 언제나처럼 나서 줄 것이라 여겼던 것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남궁세가의 일이 끝나자 소주의 의천문으로 돌아가 버렸고 이에 무림맹에서는 계속해 도움 요청을 해야 한다고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었다.

“네가 정보를 빨리 취합한다면 더욱 빨리 출발 할 것이니 애써보거라.”

검성은 담담하게 말했으나 천통자에겐 재촉하는 말로 들렸다.

‘당장 본회에 연락을 하고 무림맹에도 연통을 해야겠군.’

천통자는 얼른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성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하루라도 검성을 빨리 남쪽으로 보내야 한 명의 희생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그럼 전 무림맹에 검성의 말씀을 전하고 저희 쪽에도 연락을 취해 정보를 모으겠습니다. 삼일의 여유... 아니 이틀 안에 모든 정보를 취합해 오겠습니다. 쉬십시오.”

천통자가 호기롭게 이야기하곤 급하게 방을 나섰고 그런 천통자의 모습에 검성은 미소를 지었다.

“놀리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군. 그렇지 않나?”

검성의 물음에 천통자가 나가고 검성 홀로 남아있던 방에 검은 무복을 입은 한 중년인이 나타나 무릎 꿇었다.

“주군. 시키신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왔습니다.”

나타난 이는 의검단의 단주였던 기명현이었고 의천문의 소속이 된 이후 검성은 그에게 의검단의 이름을 그대로 쓰게 하여 의천문의 정예무인들을 그가 훈련시키고 관리하도록 했다.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총관은 천통자이긴 했지만 사실상 의천문의 대소사를 관리하고 있는 것도 기명현이었다.

“수고했다. 가영을 만났느냐?”

“네. 도후께서는 저를 보고는 조금은 실망한 듯 했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녀는 내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을 게야.”

검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후를 만나는 일에 검성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그녀를 아직도 보기엔 껄끄로워서였다. 그녀의 입장을 이해는 했지만 그녀가 임소려를 죽인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홍라염도는 도후에게 다시 전했습니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를 하셨지만 문주님이 전하라는 말을 전하니 더는 거부하지 않으시고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많이 흘리셨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먼 길을 다녀와 고생하였을 텐데 돌아가 쉬도록 해라.”

“존명(尊命)!”

기명현이 물러나자 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검성은 상념에 빠졌다.

“가영은 아직도 마음속이 지옥인가보군. 그렇게 자책할 것을 왜...?”

검성은 기명현이 말한 것을 생각하며 나직하게 말했다. 검성은 도후가 유형지를 통해 보내온 홍라염도를 기명현에게 주어 도후 측에 돌려주었다. 유형지가 가져왔을 때 도후가 어떠한 마음으로 보냈을지 알았기에 그냥 받아주었지만 검성이 처리하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이었다.

임소려의 집안 누구라도 살아있었다면야 물건을 돌려주겠지만 돌려줄 곳도 없었고 임소려의 무덤에 같이 묻기엔 너무 귀한 물건이라 이후 누가 파헤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신투가 죽고 거두어들인 신월검은 기명현에게 주었고 권왕이 가지고 있던 진천궁은 비천에서 처리하도록 넘겨주었다. 이제 임소려의 집안에 있던 신장의 무기는 제각기 다른 주인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만독곡을 이전에 뿌리 뽑았어야했건만... 결국 이렇게 문제가 되는군.”

검성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조금은 아쉬운 듯 말했다. 만독곡이 운남성 일대에서 작은 마을 하나를 독을 실험하기 위해 몰살시키고 사람들을 연구의 재료로 쓴 사건은 무림에 큰 분노를 야기했었다.

이에 무림맹을 주축으로 만독곡과 전면전이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대혈전이 벌어졌었다. 독을 주무기로 하는 만독곡은 독향과 독무 각종 하독술로 무림인들을 허무하게 죽게 했고 싸우다 죽는 것이 아닌 독에 허무하게 죽는 것에 지친 무림맹은 만독곡의 소탕을 포기하고 물러나야했다.

만독곡의 근거지까지 근접했었던 무림맹이었지만 만독곡이 수원지(水源池)에 독을 풀어 자리 잡은 무림맹의 무인들은 물론 그 일대의 사람들까지 무차별 살육을 하자 무림맹에서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무림맹은 만독곡의 상대를 극도로 꺼렸다. 누구도 만독곡의 상대에 나서지 않으려했고 만독곡이 독강시를 처음 만들어 무림에 진출했을 때도 그 어느 문파도 무림맹의 인원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검성이 결국 나서주어 처리가 가능했지만 그만큼 만독곡은 무림에게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다.

“이번 일로 도존의 해독약에 대한 실마리와 윤후가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게 된다면 좋겠군.”

검성은 만독곡의 일에 나선 두 가지 이유를 중얼거렸다. 제자인 이윤후는 아직 무림 경험이 부족하기에 독을 쓰는 상대와 대응하는 법을 이번에 알려 주려했다.

“불마사의 활불이 진천문의 아이만 아니었다면 한번 실력을 봤으면 좋았으련만...”

검성은 불마사의 일을 무림맹에 맡긴 것이 내심 아쉽기도 했다. 원래 계획은 불마사를 자신이 상대하고 만독곡을 무림맹에 맡기려했는데 묵령의 이야기를 듣고 진천문의 아이들인 것을 알고는 생각을 바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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