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87화 (187/251)

187화- 독강시(毒殭屍)(1)

“진천문을 아십니까?”

“일전에도 넌 나에게 진천문에 대해 물었었지. 이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셈이냐?”

검성은 천통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미 묵령에게 들었기에 살짝 노기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헛... 벌써 아신 겁니까? 어떻게요?”

천통자는 검성의 반응에 당황하며 물었다.

“혹여나 오해가 있으실까봐 말씀드리지만 제가 전에 물었을 때는 그저 본회에서 물어보라기에 물은 것이고 저도 자세한 내용은 몰랐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 듣고 재확인하고 더 정보를 모아 지금에야 말씀드리는 겁니다.”

천통자는 검성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하자 변명 아닌 변명을 쏟아내었고 그런 천통자의 모습에 검성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렇다 치자 비천에서 아는 것은 어디까지냐?”

“검성께서는 어떻게 어디까지 알고 계신 겁니까...?”

천통자는 검성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독고진을 죽이려 잠입했었던 묵령이라는 녀석이 진천문의 사람이라 하더군. 죽을 것 같으니 진천문의 이야기를 꺼내며 살려 달라 했었다.”

“그렇군요...”

천통자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검성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진천문은 비뢰검제의 아우의 문파인데 어찌 보면 검성이 인연을 느낄 만 한 곳인데 그가 모든 것을 밝혔는데도... 검성이 그를 죽였다는 것은... 아찔하군.’

천통자는 진천문과 검성의 인연을 들어 알고 있었고 검성도 그에 대한 인연을 느껴 진천문의 무공을 손봐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그것이 화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검성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던 천통자였다.

하지만 검성의 말은 모든 사실을 알고도 진천문의 사람이었던 묵령을 죽였다는 것은 검성에게 사람의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이전의 검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신선의 경지에 오른 자들은 내세의 감정이 무뎌지는 것인가?’

천통자는 이전의 검성이라면 묵령이 진천문의 사람임을 알았다면 절대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천통자와 비천에서 이일을 최대한 검성에게 알리기를 늦췄던 이유가 검성이 진천문의 멸문 내막을 안다면 그에 관련된 문파들을 처단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걱정했던 터였다.

‘이게 다행이라고 좋아해야 하는 일인가?’

천통자는 머리가 복잡했다. 검성이 소식을 전해 듣고 대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모든 사실을 알고도 묵령을 처단한 것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검성은 점점 자신들이 다루기 힘든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미 다 진천문의 내용은 아시는 것 같으니 넘어가고 현재 지존인 사마령과 차기 활불이라고 의심되는 자는 사마령과 도망친 것으로 추측되는 사마군이라는 자입니다.”

“거기까지도 알고 있다.”

“끄응... 네. 현재 활불인 사마군은 전대 활불의 모든 것을 이은 것으로 보이고 아마도 추측하기에 활불의 유지를 그들이 이어주는 대신 복수할 힘을 얻은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활불이 굳이 진천문의 아이들을 환영신마에게 데려오라고 명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죽어가던 활불이 진천문의 내막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그들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진천문의 일에 연관된 자들은 겉으로는 사파들이지만 정파들도 적지 않게 개입했으니까요. 뭐 사실 진천문이 강성해지면서 자신들의 세력이 위축되었던 주변 정파들이 꾸민 일이었기에... 무림인들 그 자체에 원한이 있을 사마군과 사마령은 그들에게 적임자였겠죠.”

“그렇군. 자신이 전해주는 힘을 받고 정작 무림에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원한이 있는 자를 고른 셈이군.”

“그렇죠. 사마령과 접촉을 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했는데 번번이 저희 인원들이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사마령은 무림의 인사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듯 합니다.”

검성은 천통자의 이야기에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눈을 뜨고는 천통자를 보았다.

“너희 비천이 보기에 정파들이 지켜줄 가치가 있나?”

“그건...?”

검성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천통자는 말문이 막혀 바로 답하지 못했다. 검성의 질문의 이유를 알았기에 더욱 그랬는데 현재 무림의 크고 작은 혼란을 야기한 것은 정파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야기 나눈 진천문의 일도 진천문의 강세에 위기를 느끼고 질투한 정파들이 꾸민 일이었고 그 일로 인해 불마사가 또 다시 무림에 진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파일통을 이뤄낸 흑월도존의 등장도 오절의 시대에 정파의 강세에 취한 정파들이 사파들을 억압하면서 사파가 뭉쳐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는데 일조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난 젊었을 적 협의(俠義)라는 것을 추구해왔다. 그저 내가 처음 운이 좋게 얻은 무공이 우내삼존의 무공이었고 당연히 그의 길을 이어가야한다 생각했지. 하지만 정파인들은 지독하게도 나를 이용하고 회유하려 했다. 정파가 옳고 사파는 그르다고 판단하고 내가 사파와 마도인들을 혼내주는 것이 협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살았지.”

“......”

“하지만 정파들은 오히려 사파보다 더 편협했다. 사파들이 소란을 일으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에 가서 그 사파를 처단했더니 그 주위 정파들이 그 사파의 이권들을 나눠먹더구나. 처음부터 사파가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정파들이 사파들이 가진 이권을 탐을 내고 나를 이용한 것이지. 그것이 수차례였다. 모든 것을 알았을 때 난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더군. 내가 그들을 지금 도울 필요가 있을까?”

“검성이라면 정파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습니다. 저희의 의견을 물으시는 거라면 이미 말했다시피 비천회의 사명 자체가 무림의 균형과 존립을 지켜오는 것입니다. 뭐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까요... 저희도 사파에 흑월도존같은 자가 수좌였다면 그에게 협력했을 것입니다. 아니 그에게 협력을 했었고요.”

천통자의 말처럼 비천이 처음으로 사파에게 정보를 내어주고 협력한 것은 흑월도존이 사파의 지존이 되고였다. 사파는 이전엔 구심점 자체가 없었고 사실 개인의 이익과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기에 비천이 협력하기 어려웠다.

흑월도존은 사파인이긴 하나 무림의 중대사에 누구보다 관심이 있었고 해결할 능력도 있었다. 그렇기에 비천은 흑월도존이 무림의 일인자로 있을 때는 그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검성께서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이유도 알겠고 어떠한 마음인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무림은 검성께서 외면하시면 불마사와 만독곡의 행보에 유린당할 것입니다. 그걸 지켜보실 생각이십니까?”

천통자는 검성의 차가운 태도에 울분을 토하듯 이야기했지만 검성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천통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넌 아직도 착각하고 있구나? 아니 비천도 설마 내가 끝까지 지켜보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정말 지켜보기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남궁세가의 일은 남궁학과 인연으로 막아 줬을 뿐이다. 그리고 수련이 끝난 윤후가 실전을 쌓기 위해 활용했을 뿐이지. 하지만 불마사와 만독곡의 일에 내가 나서줄 이유는 없다. 소림과 무당에게 내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 걸로 내 할 일은 다했다고 본다.”

무심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하는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더는 설득의 여지가 없다고 여겼다. 그간 그래도 계속 설득하고 이윤후때문이라도 결국엔 나설 거라 생각했던 천통자로서는 난감했다.

“그래도 만독곡의 일 정도는 도와주마.”

“네? 갑자기... 무림의 일을 방관하시겠다고 방금...?”

천통자는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검성의 모습에 조금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도존이 중독된 것을 만든 녀석들이 만독곡이라면 해독약도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 그들이 해독약을 만들지는 않았을 듯 하나 정확히 독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약선의 치료에 도움은 되겠죠.”

검성이 갑자기 나서는 이유를 안 천통자는 내심 다행이라 여겼다.

“도존이 검성의 상대가 될까요?”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들이라면 도존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거 아니냐? 넌 나의 싸움을 가장 지척에서 지켜본 사람이니 말이다.”

검성의 물음에 천통자는 어려운 듯 장고(長考)에 빠졌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자 검성은 실소를 터뜨렸다.

“됐다. 그리 생각을 할 정도란 말이지?”

검성은 천통자가 자신의 질문에 고민하는 자체로 도존을 깨우는 보람이 있을 것이라 다시 한 번 확신했다. 깨어나고 반로환동하여 신투를 상대할 때와 수라마검을 상대 할 때 그리고 환영신마를 상대한 것까지 모두 지켜본 것이 천통자였는데 그런 그가 자신의 질문에 고민할 정도란 것은 흑월도존이 그만큼 강자라는 이야기였다.

“너의 말에 그냥 조금 장난친 것이긴 하지만 불마사의 일에 나서지 않을 거란 건 사실이다. 진천문의 일 때문이라도 그렇고 말이야. 애초에 일을 만든 너희가 정리할 문제가 아니겠냐? 그 대신 불마사는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어떠냐?”

“어떻겠냐뇨? 무조건 환영이죠.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천통자는 검성이 자신의 반응을 보며 즐겼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화났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검성이 만독곡 쪽에 나서주겠다 한 만큼 무림맹은 불마사 쪽에 집중 할 수 있을 것이고 무림에 희망이 보이는 일이었다.

“우선 만독곡의 행보와 상황을 알려줘야지.”

“음... 그것이... 사실 만독곡을 상대하고 있는 쪽이 불마사보다 더 심각합니다.”

“심각해? 만독곡이 그렇게 강한가?”

“그게 만독곡에서 이번에 독강시들을 대량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상대하는 쪽에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대량으로? 만독곡이 독강시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어서 대량으로 만들긴 힘들 텐데? 그 수가 얼마나 되기에?”

검성은 무림의 그간 역사 동안 만독곡이 무림에 진출했을 때는 늘 독강시를 이용해왔기에 놀라진 않았다. 만독곡은 독공을 주로 사용하기에 신체적으로 뛰어난 집단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독강시였고 최초로 만독곡이 그것을 만들어내었을 때는 무림에 큰 혼돈이 왔었다. 자아가 없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도검불침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만독곡은 독강시들을 대량으로 만들 수가 없었고 애초에 강한 독강시를 만들기 위해선 강한 무인을 재료로 써야했기에 만드는데도 제약이 있고 무조건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소모 값이 너무 컸다.

그런데 만독곡이 대량의 독강시를 끌고 나왔다는 것은 검성으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강시가 몇 구 이길래?”

“현재 파악한 수가 오십이 넘었고 아마 저희가 본 것 이외도 더 있을 거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수라면 큰일이군.”

검성은 조금은 난감한 듯 말했다. 검성이 만난 독강시는 가장 처음 만독곡이 사패로 취급 받게 된 처음의 독강시였다. 느렸지만 단단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문제였던 것은 벨수록 독혈이 튀고 그들이 내쉬는 호흡에서 독기가 퍼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밀폐된 공간에서 독강시와 마주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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