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86화 (186/251)

186화- 불마사의 동태

소주(蘇州).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抗).

하늘에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라는 말이 민요에 나올 정도로 소주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런 소주가 최근엔 새로 자리 잡은 한 문파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의천문(義天門).

사라졌던 검성이 다시 무림에 나타나 만든 이 세력은 단숨에 무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파가 되었고 단순 규모는 무림의 작은 장원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문파의 움직임에 현재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주시하고 있었다.

검성과 그의 제자 이윤후가 의천문에 돌아오면서 의천문의 정문에는 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정파 사파 할 것 없이 의천문과 안면이라도 트기 위해 매일같이 선물을 들고 방문하고 있었지만 의천문의 대문을 들어가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

의천문으로 돌아온 검성과 이윤후는 그간 바쁘게 지내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윤후는 수련에 매진하려했지만 검성은 쉬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간 실전 경험을 쌓은 것을 머릿속으로 복기하고 최대한 몸을 쉬어주라고 지시했다.

“이 소협... 아니 소문주는 검성께서 쉬라고 한 지시에 좀이 쑤셔 매일 앓는 소리를 한다고 하던데요.”

검성의 서재에 들어온 천통자는 차를 내려놓고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천회에서 천통자에게 의천문의 총관으로 지낼 것을 허락했고 검성과 같이 소주로 내려온 천통자였다.

하지만 그는 그간 부단히도 검성과 이윤후에게 무림의 일에 도움을 요청하며 설득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살짝 두 사람에게 토라진 상태였다.

“윤후가 무공을 배운 이후 몸을 쉬어 본 적이 없으니 더욱 그렇겠지. 그래도 최근 연이은 대결로 인해 쉬어줄 필요가 있어.”

“설마 남궁세가에서 돌아온 이후 전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소문주의 몸 상태를 걱정한 것입니까?”

천통자는 설마하며 물었지만 입을 닫는 검성을 보니 틀린 생각은 아닌 듯 했다.

‘제자 사랑이 극진한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검성에겐 지금 무림의 안위보다 자신의 제자의 몸 상태가 먼저라니...’

천통자는 그간 검성이 얼마나 이윤후를 살뜰히 챙기는지 보아왔기에 이번 일도 뭐 그럴 수 있다 여겼다. 검성이 무림의 일에 관여 안한다고 늘 말하지만 이제껏 계속 손을 빌려줘 왔기에 결국엔 검성이 나설 것도 알았지만 지금 무림의 상황은 너무 급박했다.

‘일전에 생각했던 검성이 지금 무림의 상황을 제자에게 실전 경험을 시키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다른 게 아닐 거야...’

천통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검성이 무림의 현재 상황을 이용해 이윤후를 단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림의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무림맹에 이름을 빌려주고 이렇게 문파를 만들고 누가 봐도 현재 무림은 검성이 주도하고 있는 흐름대로 가고 있다고 봐야했다.

“내가 알아보라고 한 것은 알아보았느냐?”

검성은 천통자가 혼자 다른 생각에 빠진 듯 하자 그를 향해 물어왔다.

“아... 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찾은 것인데 깜박했습니다. 불마사는 현재 세력을 나누어 무림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고 일전에 이야기 드렸었죠.”

“그래. 불마사가 이미 사천성 융주를 장악했었다지. 그 덕에 무림맹이 곤혹을 치렀다고 들었다.”

“네. 불마사의 본거지인 창도와 불마사의 다른 종파들의 움직임만 주시했던 무림맹이 자신들의 지척에 불마사가 미리 인원을 나누어 놓은 것을 눈치 채지 못해 아미파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불마사의 선발대로 출발한 이백이 넘는 파원종의 무승들이 곤륜파에 큰 피해를 입히고 산 아래를 장악했었다 합니다.”

“고작 이백의 수에 곤륜파가 패퇴했다는 것이냐?”

“고작 이백이긴 하나 그들이 파원종파의 무승들이라는게 문제였죠.”

“말해 보아라.”

검성은 천통자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이야기해줄 때마다 우쭐한 표정을 짓는 것이 조금은 짜증났으나 천통자도 그러면서 자신에게 쌓인 것을 푸는 것을 알았기에 모른 척 넘어가주었다.

“불마사는 여러 종파(宗派)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데 그중 가장 소수지만 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곳이 파원종파입니다. 사실 종파라고 할 것도 없이 불마사의 각 종파에서 어린 나이의 동자승들을 파견하여 동시에 수련시켜 살아남는 이들이 파원종파가 되는 것인데 거의 대부분의 종파들이 파원종에 어린 동자승을 보낼 때 자신들이 아끼는 제자들을 보내지 않고 납치한 아이들을 보내는 탓에 파원종의 승려들은 특히나 불마사의 다른 종파들에 적개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정도면 어떤 수련을 하는지 알만하군.”

“네. 워낙 혹독한 수련을 견뎌내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에 파원종의 무승이 된 이들은 비유하자면 현재 구파일방의 일대제자 그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고 볼 수가 있죠.”

“흐음... 그런 수가 이백이고 개중에 더 강한 이들도 있을 테니 곤륜파가 막아내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검성은 천통자의 설명을 듣고서 납득했다. 각 문파의 일대 제자라면 그 수가 열이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각 문파의 절기를 전수하다보니 그 수를 추리고 추려 뛰어난 인재들이 일대제자가 되는 만큼 수는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천통자의 말처럼 그런 이가 이백이 넘는 다는 것은 엄청난 세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네가 아까 장악했었다 하지 않았느냐?”

“역시 제 말을 바로 알아채셨군요.”

천통자는 능글스런 표정을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곤륜파가 파원종의 무승들에게 대패를 하고 곤륜산에서 무림맹의 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였는데 천뢰탄을 사용해 파원종의 승려들을 모두 패퇴시켰다합니다.”

“천뢰탄? 화약인가?”

“네. 천기자가 만들고 위력이 너무 뛰어나 무림에 큰 재앙이 될 물건이라 판단하여 스스로 봉인했었는데 그것이 곤륜에 일부 있었다고 합니다. 천뢰탄으로 인해 그 일대 지형이 바뀔 정도였다고 하니 아무리 파원종의 무승들이라도 당해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벽력마로 인해 무림이 어지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폭탄이 무림에 나타나 좋을 것이 없을 터인데 천기자도 그런 걱정을 했었나보군.”

검성은 천기자의 성품을 잘 알았기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엄청난 것을 만들고는 스스로 봉인했었다고 생각했다.

천기자의 지나친 호기심은 때론 혼란을 야기할 물건을 만들어 내었고 그것으로 인해 서문세가가 무마하느라 고생했던 일도 있었다.

“그렇죠. 천기자도 처음엔 벽력마의 금서를 구하고 벽력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천기자가 만들어낸 것은 벽력탄의 위력과는 비교도 안 될 물건을 만들어버렸고 벽력탄 자체가 무림에 금지된 물건이기 때문에 천기자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폐기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곤륜이 가지고 있었던 거지?”

“그게 당시 불마사의 혈사와 마교의 준동 등 혼란한 시기가 지날 때라 마교와 불마사 그리고 만독곡과 근접한 문파들에 천기자가 자신이 만들었던 천뢰탄을 최후의 순간에 사용하라고 주었다합니다. 곤륜은 최후의 순간이라 생각하고 사용한 듯 하고요.”

“그렇군. 그래도 무림에 존재하지 말아야 될 물건이군. 그렇게 강하다는 무승들을 일거에 날릴 정도라니...”

검성은 이미 파원종의 무승들을 직접 마주하지 못했지만 무공을 배운 사람으로서 무공 대결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해 죽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무림에서도 벽력탄이 금기시 되는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지만 곤륜도 그만큼 사정이 급했습니다. 무림맹에서 지원은 늦고 오히려 불마사의 지원이 더 빨리 올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 같습니다. 아마 무림에서도 이번 일로 곤륜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고운 시선을 받지는 못할 거 같고요.”

천통자는 곤륜이 천뢰탄 사용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검성조차 저런 반응인데 다른 무림인들은 어떨지 뻔했다. 아마 지금이야 곤륜이 위기를 잘 넘겼다 할지 몰라도 아마 두고두고 천뢰탄을 사용한 것은 곤륜파에 흠이 될 것이 분명했다.

“곤륜도 아마 사용하기 전에 알았겠지 그들이 짊어질 부분이고 아마 감수할 각오도 했을 것이다. 불마사는 그래도 기세가 한풀 꺾이긴 하겠구나 그래도 결국 점차 밀리겠지?”

“네. 곤륜도 사실상 막아내긴 했으나 다음 불마사의 전진이 시작된다면 힘들 걸로 보입니다. 무림맹의 지원이 가고 있지만 아마도 불마사의 추가 부대가 더 빠르겠죠. 곤륜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지만 저 같으면 후퇴를 하겠지만...”

“아마도 본산을 버리고 떠나는 결정까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지. 정파는 목숨보다 중요하다 여기는 것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곤륜은 멸파하겠죠. 무림맹의 지원이 빨라야 할 텐데 말입니다.”

천통자도 검성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곤륜파는 이제 세상에 지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파원종의 무승들이야 진법에 대해 잘 몰라 곤륜산에 오르지 못했으나 추가로 파견되고 있는 불마사는 정예들로 짜인 본진이었기에 더욱 곤륜에겐 희망이 없었다.

“무림맹은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냐?”

검성의 물음에 한참을 뜸들이던 천통자가 이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는요.”

“생각보다?”

천통자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검성은 살짝 화가 난 듯 되물었고 그런 검성의 낌새를 눈치 챈 천통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현재 무림맹이 조금은 급조된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들어간 불마사와 만독곡의 행동에 못 따라갈 것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할까요? 사실 그렇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어떻게든 늦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천통자는 말을 하곤 검성의 눈치를 보았고 검성이 따로 말이 없자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전의 불마사의 혈겁 때 불마사의 본대가 무당산 아래까지 도착하는 데 한 달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불마사가 세력을 나눠 움직이고 있다곤 하지만 시간을 잘 끌고 있죠. 아미파가 무너진 것은 큰 손실이나 이후 종남파에서 일단 한차례 막아내며 무림맹과 대치중에 있습니다.”

“소림과 무당이 꽤나 잘하고 있나 보군.”

“그렇죠. 허수아비...아니 남궁인이 대리 맹주로 있을 때야 다들 무림맹의 지시에 소극적이었으나 지금은 무당과 소림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니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강유 대협이 맹주가 되면서 무림맹의 요직들을 이번 일에 따라 분배를 하고 있으니 다들 알아서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죠.”

천통자는 처음 강유가 맹주에 추대되었을 때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걱정했지만 현재까지 무림맹의 상황을 보면 그런 성격이 일에는 반영되지 않는 듯 해보였다.

‘아마도 강유는 실권자가 아니고 소림과 무당이 움직이고 있다 봐야겠지만...’

천통자는 모든 일은 소림과 무당이 주도하고 있다 보고 있었다. 무림맹 내 비천의 인물들도 그런 소식을 전해오고 있었다.

“불마사의 활불에 대한 소식은 없나?”

“아... 제가 그 이야기를 깜박했군요. 안 그래도 검성께서 알아야 될 사실이 있습니다.”

천통자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보이며 입을 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