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급변하는 상황
갑자기 송우기 앞에 나타난 인영이 일장을 내질렀고 송우기는 자신의 뒤에 유인경이 있었기에 습격자의 내지른 일장을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술로 가볍게 받아내어 힘을 이용해 반격해 상대를 밀어 내었다.
퍼벙-
송우기의 방어에 습격한 사내는 자신의 공력을 자신이 받아내며 밀려났다.
“장명 아저씨?”
습격자를 알아 본 것은 유인경이었고 송우기도 그를 알아보고는 황당한 표정을 보였다.
장명은 유인경을 추적해왔던 련주 직할의 잠룡대주였고 그의 감춰진 신분을 아는 자는 련주 하나였다. 유인경은 자신이 암살의 대상이었기에 그의 정체를 알았으나 송우기에게 장명은 사왕련의 대소사를 처리하던 집사같은 사람이었다.
“장명 아저씨가 잠룡대의 대주에요. 저를 죽이기 위해 잠룡대를 끌고 왔었기에 숨겨진 정체를 알고 있어요.”
“사실입니까?”
유인경의 말에 송우기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밀려난 장명을 노려보았다. 그의 신분도 놀라긴 했지만 송우기가 화가 난 것은 장명이 유인경을 죽이려했다는 사실이었고 자신이 다른 곳에 있는 동안 유인경이 위험에 빠져있었단 사실에 화가 나 있었다.
“감히 아가씨의 목숨을 노렸다니 살려 둘 수가 없군요.”
송우기의 전신에서 기운이 발산되어 장명을 옭죄었고 잠룡대의 대주를 맡을 만큼 실력이 있는 장명이었으나 송우기 앞에서는 호랑이 앞의 여우일 뿐이었다.
애초에 흑월도존이 잠룡대주를 처음 편성할 때 자신이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준 자리라 장명의 무공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
촤악-
“크헉...”
독고진이 장명의 앞에 서자 장명을 압박하던 기운에서 해방되었고 장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을 골랐다.
“물러나세요. 그대의 상대가 아닙니다.”
독고진의 말에 장명은 고개를 숙인 채 물러났다. 송우기가 독고진에게 무례를 굴자 기습을 감행했던 그였다. 그는 송우진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채 물러나야 함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송우기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송우기는 사파에서 흑월도존 다음이라 평가받던 절대자 중 한명이었다. 독고진과 윤엽이 사마련을 장악할 당시 누구보다 먼저 포섭해야 될 인물이었지만 그는 흑월도존에 절대 충성을 하는 자라 회유하기 쉽지 않았고 멀리 보내는 방법을 택해야했다.
“내가 진즉에 너의 마음속의 증오를 깨닫고 주군에게 너를 내칠 것을 청해왔었는데 역시 내 눈이 맞았다.”
송우기는 독고진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음성은 모두에게 또렷이 들렸다.
“그랬죠. 당신은 스승님이 저를 처음 거두셨을 때부터 저를 싫어하셨던 거 기억합니다.”
“너의 내면에 가득했던 증오를 나는 알았기 때문이지. 주군께서도 아셨지만 네가 그것을 극복하길 바라셨다. 하지만 넌 그런 주군의 뜻을 저버리는구나.”
송우기는 검을 뽑아들었다.
“폐관수련을 통해 월령무결에 대한 성취가 꽤 있었던 것 같구나. 얼마나 성취를 이루었기에 네가 그렇게 자신 만만한지 보겠다.”
송우기는 독고진의 기도가 이전에 비해 전혀 다름을 알고 있었고 내면으로 잘 갈무리된 기운은 자신의 상상이상일수도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흑월도존과 유인경을 지켜야했고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미련하군요. 이미 이곳은 포위당했고 남궁세가도 이제 곧 무너질 것입니다. 항복하시지요. 그렇게 한다면 경이와 멀리 떠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독고진의 말에 송우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사왕련의 정예들로 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고 활을 든 궁수들도 이미 활시위를 당긴 채 겨누고 있었다.
몇 명이 덤비나 송우기는 이곳을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지만 방 안에 누워있는 흑월도존과 자신의 등 뒤에 숨어있는 유인경을 데리고는 무리였다.
그가 고민하는 사이 일이 벌어졌다.
“검을 내려놓고 투항하는 것이 어떠냐?”
송우기와 유인경은 자신의 등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놀라 돌아보았고 그곳엔 흑월도존의 방 앞에 서있는 한 노인이 보였다.
바로 환영신마였고 송우기가 방으로 접근하는 모두를 쳐내고 있었는데도 환영신마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에게 접근을 허락한 것이었다.
독고진이 송우기의 이목을 끈 탓도 있었지만 송우기로서는 큰 패착이었다.
“움직이지 말거라. 네가 움직이는 순간 도존이 있는 이방을 통째로 날려버릴 것이다. 네가 날 막아낸다고 해도 네 옆의 그 아이가 사로잡힐 텐데 결국 제자리이지 않겠느냐?”
환영신마의 말에 송우기는 유인경을 보았고 이내 끌어올리던 내력을 가라앉혔다.
투둑-
송우기의 검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모습에 환영신마는 미소를 지었다.
스슥-
순간 환영신마의 신형이 사라졌고 어느새 송우기의 코앞에 다가와 그의 가슴팍에 일장을 날렸다.
하지만 송우기는 바로 팔을 휘둘러 환영신마의 장법을 파훼시켰고 곧이어 환영신마의 목을 노리며 손을 내뻗었다.
“네가 반격을 한다면 두 사람의 목이 위험할 텐데?”
퍼벙-
“크학...”
송우기의 수도(手刀)가 환영신마의 목을 내려칠 찰나 환영신마의 말에 그의 손이 멈추었고 되려 환영신마의 다시 뻗은 일장에 송우기는 가슴을 적중당해 뒤로 밀려났다.
송우기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고 호신강기로 보호를 했음에도 제대로 격중당한 장법에 내부가 진탕되어 있었다.
“사숙(師叔).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유인경의 말에 송우기는 그녀를 보았는데 송우기가 잠깐 환영신마와 어울리는 사이 사왕련의 무인들이 유인경을 제압하려했었던 것으로 보였다.
유인경의 주위에 세 명의 사내가 쓰러져있었고 남은 다섯도 그녀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인경은 자신을 제압하러 오는 사왕련의 무인들을 파악하고 먼저 움직여 도를 뽑아들었고 장가철장에서 받은 적풍도로 삽시간에 셋을 쓰러뜨리고 나머지를 물러서게 한 것이었다.
그 모습에 가장 놀란 것은 독고진과 윤엽이었고 쉽게 제압하리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사왕련의 정예들이 쓰러지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유인경은 이윤후의 치료로 인해 오행상생의 술을 경험하고 기혈이 트인 상태였고 빙궁에 있는 동안 그간 등한시했던 무공수련에 집중했었다.
그녀가 무공수련에 집중하면서 빙궁주는 자신의 딸인 단채영까지 그녀와 어울려 수련하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단기간에 높은 성취를 그녀는 얻을 수 있었다.
“모두 포위하고 제압하라. 나머지는 도존을 확보하라!”
윤엽은 예상치 못한 유인경의 실력에 시간을 끌어 좋은 것이 없다 여겼고 바로 지시를 내려 무인들을 움직였다.
다수가 도존이 있는 방으로 가려하자 송우기와 유인경도 움직이려했으나 각각 환영신마와 수많은 무인들에게 막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윤엽은 도존을 확보해야 저 둘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 판단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으니...
“크학...”
“커헉...”
도존을 확보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던 무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왕련의 무인들이 겁먹은 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윤엽은 그 상황에 놀라 소리쳤고 겁에 질린 무인들은 대답도 잊은 채 물러서고 있을 뿐이었다.
도존의 방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강맹한 기운에 독고진의 눈빛이 달라졌고 송우기와 환영신마도 그 기운을 눈치 채고는 모두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이거... 설마 도존이 깨어난 것은?”
윤엽은 자신도 느껴질 만큼 강대한 기운에 놀라 독고진을 향해 물었고 독고진은 대답 없이 방의 입구만 노려보고 있었다.
파밧-
송우기는 다들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유인경 쪽으로 뛰어 그녀의 허리를 안고는 도존이 있는 방으로 몸을 날렸다.
송우기로서는 도존의 방 안에 있는 자가 최소한 적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행한 행동이었고 방 안에서 나오는 사내를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내는 바로 검성이었고 그를 보자 유인경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르신. 언제 이곳에?”
유인경은 검성에게 다가가 물었고 검성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떼었다.
“미안하구나. 여기가 위험 할 것이란 것을 진즉에 눈치 챘어야했는데 너무 늦게 알았다.”
“아니...”
“아닙니다. 검성. 이렇게 아가씨를 보호해준 것에 이어 주군까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성의 말에 유인경이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송우기가 검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그녀의 말은 묻혀 버렸다.
“남궁세가와 우릴 어지간히도 우습게 본 듯 하구나?”
검성의 말은 나지막했지만 힘이 실려 있었고 그의 음성에 내공이 낮은 이들은 귀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검성의 음성에서 그의 분노가 느껴졌고 송우기와 유인경도 더는 말을 붙이지 않고 물러섰다.
“기습을 감행 한 것도 모자라 시선을 돌려놓고 이곳을 노리고 있었다니 오만하구나.”
검성은 독고진과 환영신마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사왕련은 애초에 남궁세가에 모인 무인들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윤엽은 기습을 통해 큰 이득을 보면서 모든 곳에서 동시에 이득을 취하려는 수를 썼다.
검성과 약선이 혹여나 두 군데 정도 막는다 해도 결국 나머지 두 군데에서 사왕을 막을 사람이 남궁세가엔 없다고 여겼고 기습에 가장 중요한 목적인 도존과 유인경의 처리는 직접 나선 것이었는데 검성이 이렇게 빨리 눈치 채고 나타난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모든 변수는 이윤후가 만들어 낸 것이었으나 윤엽은 아직 모든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성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사왕 중 누군가가 그의 손에 쓰러졌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윤엽은 독고진에게 속삭였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돕겠습니다.”
송우기가 검성에게 말하자 검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지킬 것이 있지 않느냐? 모두를 지키고 있어라. 모두 내가 처리하겠다.”
검성의 말에 송우기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 안의 도존이 무사한지 안으로 들어갔다.
“너도 너의 할아버지 곁을 지키어라. 너를 노리고 암습이 올지 모르니 저자의 곁을 떠나지 말아라.”
“네. 어르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유인경의 말에 검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도 방으로 들어가자 검성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모두를 보았다.
“너희의 계획은 이미 틀어진 듯 하구나.”
“우리의 계획은 틀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남궁세가를 무너뜨렸고 당신만... 처리한다면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윤엽은 검성의 말에 반발하며 말했고 차마 검성을 처리한다는 말은 그로서는 자신이 없던 지라 얼버무렸다.
“남궁세가를 무너뜨렸다고? 이미 너희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검성은 윤엽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검성의 그런 반응에 윤엽은 살짝 불안한 기운을 감지했고 누군가 윤엽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있었다.
“뭣이? 그게 사실이냐?”
보고를 받은 윤엽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네... 사실입니다. 수라마검이 검성에게 패하여 죽었고 마검이 이끌던 수하들은 모두 도망치거나 죽었다합니다. 그리고 미후왕도... 검성의 제자인 이윤후와 대결에서 큰 부상을 입고 물러났다 합니다. 사원당도 다친 미후왕을 데리고 후퇴했습니다. 거기다...”
“또 무엇이냐?”
“혈음귀조도 약선과 서문세가의 무인들에게 패하여 도주했습니다... 흑룡창제가 그나마 남궁세가와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곤 하지만 약선과 서문세가가 그쪽으로 합류중이라... 위험합니다.”
보고를 들은 윤엽은 자신의 귀를 의심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