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73화 (173/251)

173화- 기습의 진의(眞意)

“이런... 이 소협이 크게 다친 것입니까?”

뒤이어 도착한 천통자는 이윤후의 모습을 보고 놀라 달려왔고 검성은 일어서며 그를 불렀다.

“금창약을 가지고 있느냐?”

“네? 금창약 가지고 있죠. 약선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검성은 손을 내밀었고 천통자는 주섬주섬 품에서 꾸러미를 꺼내어 약선이 챙겨주었던 약통을 건네었다.

검성은 받아들고는 쓰러진 이윤후에게 갔고 그의 전신의 상흔에 꼼꼼히 발라주었다.

“제가 해도 되는데 검성이 직접 하십니까?”

천통자는 검성의 그런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조금은 비아냥거리며 말했고 검성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도착한 은위단은 한 쪽에 탈진해있는 남궁근을 보살피고 있었고 그도 큰 상처는 없어 보여 이 후 안위를 그들에게 맡겼다.

“이곳에 있었던 미후왕과 사원당의 무리는 검성께서 해치우신 겁니까?”

천통자가 주위를 둘러보니 멀쩡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원당과 미후왕이 제대로 행패를 부린 것이라 짐작했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자 검성이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나와 백아가 일부 처리하긴 했지만 미후왕인가 하는 원숭이 놈을 처리 한 것은 윤후다.”

검성은 이윤후의 몸에 약을 발라주며 천통자를 바라보지도 않고 답했고 오히려 천통자가 놀라 검성의 앞에 다가왔다.

“이 소협이 미후왕을 쓰러뜨렸다고요? 그 적혈마원이라고 불리며 금검보를 혼자서 멸문시킨 그 괴인을 말입니까?”

빠악-

“아악...”

검성의 말에 놀라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던 천통자는 여지없이 검성에게 이마를 두들겨 맞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가 네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

“그거야 그렇지만...?”

천통자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은위단이 있는 쪽을 보았고 은위단의 한 사람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은위단도 검성의 말을 듣고는 남궁근에게 물었고 그에게 상황을 듣고는 천통자에게 전해준 것이었다.

“이거 무림에 알려진다면 또 다시 이 소협의 명성이... 드높아 지겠군요.”

천통자는 쓰러져 있는 이윤후를 바라보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윤후의 명성이 드높아 질수록 의천문의 가치는 점점 오를게 분명했으나 검성은 분명 이번 남궁세가의 일만 끝나면 무림의 일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컸다.

현재 무림의 위기는 사왕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불마사와 만독곡 그리고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마교까지 대비해야 했다.

츠츠츠-

“어라?”

천통자는 검성이 이윤후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몸의 여기저기를 풀어주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검성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발산되었다가 이내 이윤후의 몸에 흡수되는 것을 보고는 작은 눈을 번쩍 떴다.

“격체전공(隔體傳功)?”

정신을 잃었던 이윤후의 안색이 검성이 손을 움직일수록 편안하게 바뀌고 있었다.

“이제 되었다. 윤후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다오.”

“격체전공으로 내공을 전하신 겁니까?”

천통자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고 검성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격체전공이 아니라 만상오행공 상생의 술로 체내의 기운을 활성화 시켜주었다.”

“아... 그렇군요.”

천통자는 이전에 이윤후가 상생의 술로 유인경과 백아를 치료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 바로 수긍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보았다면 믿지 못할 상황이 분명했다. 치열한 대결로 인해 내력과 체력 모두 탈진하여 정신을 잃은 사람이 이렇게 쉽게 회복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윤후의 안색은 벌써 돌아와 있었고 마치 잠든 것과 같은 상태로 변해있었다.

“이미 멀쩡해진 거 아닙니까?”

“몸의 상태는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며칠은 푹 쉬어야 한다. 윤후가 내력이 바닥날 때까지 싸워본 것도 처음이고 다시 몸을 추스르는데 시일이 걸릴 거야.”

“그럼 은위단을 시켜 일단 근처에 마련해둔 저희 거처로 옮겨두겠습니다. 혹시나 이곳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부탁하마.”

검성의 허락이 떨어지자 천통자는 은위단 둘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했고 한 명이 이윤후를 들쳐 업고 또 다른 한명은 먼저 밖의 동태를 살피러 나갔다.

신호가 들리자 이윤후를 업은 은위단의 무인이 검성에게 예를 취하곤 폐허가 된 동문을 빠져나갔고 한참을 검성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은위단은 비천에서도 잠행과 경공은 최고의 기재들로 뽑습니다. 저들이 도망가거나 숨고자 하면 누구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도 저들의 기습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이냐?”

검성의 갑자기 책임을 물어오자 천통자는 당황했고 괜히 주위의 은위단원들을 보았으나 누구하나 그를 대신해주지 않았다.

“그것이... 아마 사왕련에서 세작들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비밀리에 진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끄응...”

검성이 자신을 바라본 채 말이 없자 천통자는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 안절부절 못했다. 검성이 특별히 자신에게 사왕련의 동태파악을 해달라고 이야기 한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사왕련이 기습을 온 것이라 천통자는 더욱 난감했다.

비천에서도 모든 심혈을 기울여 사왕련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일이 진행된 것은 사왕련에서 자신들의 첩자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했다.

“아마도 사왕련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나선 것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유?”

천통자는 화제를 돌렸고 검성이 관심을 보이자 바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검성과 남궁가주에게 말씀드렸던 유인경을 이용하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 일에 대해서 아는 이는 너와 나 남궁인 그 아이와 안명 정도이지 않느냐?”

“아니죠. 남궁세가주가 알았다면 분명 남궁세가의 회의에서 장로급들도 알았을 겁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니 분명히 말이죠.”

“그럴 수도 있겠군.”

검성은 천통자의 말이 그럴싸하다 생각했다.

검성과 천통자는 애초에 유인경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가까이서 보호해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왕련의 결속을 흔들 수 있는 그녀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현재 흑월도존이 남궁세가에 있기도 하고 독고진이 사마련의 권력을 잡는 와중에 유인경을 암살하려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사왕련은 그 뿌리부터 흔들릴게 분명했다. 검성과 천통자는 그 점을 노려 남궁세가와 이야기를 나눈 후 먼저 소문을 퍼뜨리려했는데 사왕련이 기습을 온 것이었다.

“사왕련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저희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사왕련에서 저희 인원들을 미리 파악하고 제압했다고 봐야합니다. 아마 사왕련도 남궁세가에 적지 않은 첩자들이 있었을 테고요. 이런...”

천통자가 말을 하며 낭패라는 듯 표정이 급변했고 검성 또한 표정이 달라졌다.

“난 경이에게 가보겠다.”

검성은 천통자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사라졌고 천통자는 검성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 상황을 수습할 몇 명만 남고 우리도 검성을 따라 도존이 있는 곳으로 간다.”

천통자는 주변을 수습하고 있던 은위단에게 소리치며 재촉했다.

천통자와 검성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무언가를 깨달았는데 흑월도존과 유인경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설이었지만 정말로 사왕련이 유인경을 통해 사왕련을 분열시키려던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기습을 감행한 것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유인경의 목숨일게 분명했다.

“사왕이 동시에 동서남북 문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목표는 유인경의 목이었나? 아니야. 사왕련의 기습은 현재로서 검성의 존재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전력이었어.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작전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취하려했던 것 일수도 있겠군.”

천통자는 도존과 유인경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몇 명의 은위단만 남기고 검성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애선당(愛先堂).

남궁세가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남궁학의 아내이자 남궁인의 어머니인 애선부인의 거처였던 곳으로 그녀가 죽은 후 남궁인이 어머니를 그리며 비워놨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흑월도존의 치료를 위해 애선당을 내어주었다.

남궁세가의 정중앙에 위치하다보니 사람들의 출입이 힘들었기에 모두의 시선을 피할 필요가 있는 흑월도존을 숨기기 가장 좋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애선당은 포위당해 있었다.

“윤엽. 당신이 할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반기를 들다니 믿을 수 없군요.”

유인경은 윤엽을 향해 원망스러운 듯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아가씨... 시대의 흐름은 변했습니다.”

윤엽은 자신을 바라보는 유인경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한 채 눈을 피하며 말했다.

“무슨 시대의 흐름 말인가요? 대사형. 아니 독고진. 네가 말 해봐. 도대체 네가 할아버지와 나를 모두 죽이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인경은 윤엽 옆에서 말이 없던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마에 열십자의 큰 상흔이 있는 사내. 흑월도존이 어릴 때 거두어 유인경이 오라버니라 부르고 커서는 대사형이라 불렀던 사내. 흑월도존의 대제자. 사왕련의 련주 독고진이었다.

그는 계속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는데 유인경의 물음에 감았던 눈을 뜨고 그녀를 보았다.

“경아. 나는 네가 그냥 숨어서 잘 살기를 바랐다. 네가 도망치고 잠룡대의 추격을 피했을 때 추가적으로 살수를 보내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였지.”

“흥! 감히 성인군자인척 하다니 사부를 배반하고 죽이려한 패륜아가 누구를 위한다는 말이냐?”

매몰찬 유인경의 말에 독고진의 미간이 좁아졌고 윤엽은 그런 독고진의 표정을 살폈다.

그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유인경에게 달려들었다.

파바밧-

쿠구쿵-

유인경에게 달려들었던 다섯의 무인들은 유인경에게 닿지도 못한 채 그대로 절명한 채 바닥에 떨어졌고 동시에 한 중년인이 유인경 앞을 막아섰다.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었고 독고진과 윤엽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월랑(月狼). 그대가 역시나 아가씨의 곁으로 갔었군.”

윤엽이 그를 보고 말했다. 그는 바로 월랑 송우기였고 유인경이 사라진 후 그녀를 찾기 위해 천하를 수소문하고 다니다가 정사회담에 유인경이 나선다는 소식에 정주로 가서 겨우 만나 동행하고 있었다.

윤엽이 거사를 치루기 전 일부로 그를 다른 일로 빼돌렸을 만큼 송우기의 실력은 뛰어났다. 그의 출현에 윤엽은 경계했고 독고진은 포위한 수하들이 움직이려하자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월랑 그대를 살려준 이유는 경이를 데리고 멀리 조용한 곳으로 떠나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내 앞에 다시 나타나다니 실망스럽군.”

독고진의 말에 송우기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네가 나를 살려주었다는 것이냐? 많이 컸구나 나의 몸에 닿지도 못할 실력을 가졌던 애송이 녀석이...”

송우기는 독고진의 기도가 이전과 다름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사마련 시절 흑월도존의 명으로 독고진의 수련을 봐주었던 것은 송우기였기에 그의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그였다.

그가 폐관수련을 들어가기 전에도 송우기의 검을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할 실력이었는데 독고진이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준 것처럼 이야기하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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