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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67화 (167/251)

167화― 후생가외(後生可畏)(2)

“저 곳인 듯 합니다.”

이윤후는 하늘에서 한 무리의 무사들이 쫓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을 가리켰다.

“그렇구나. 여기 말고도 더 있을 터 다른 곳을 찾아보아라.”

검성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바로 아래로 몸을 날렸고 그대로 수직강하하며 포위당한 무림맹의 무사 앞에 착지했다.

갑작스러운 검성의 등장에 천무단의 무사들을 포위하던 백마곡의 무인들이 더욱 놀랐고 경계하며 포위망을 조금 벌리고 있었다.

검성이 무사히 착지 한 것을 확인한 이윤후는 백아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검성은 시선을 하늘에서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로 향했다.

검성의 모습에 백마곡도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천무단의 무인들도 영문을 몰라 경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안심해라. 곧 남궁세가의 지원이 올 것이다.”

“남궁세가에서 오셨습니까?”

검성의 말에 천무단의 무인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반대로 포위하고 있던 백마곡의 무인들의 표정은 한껏 구겨졌다.

“현재 살아남은 이들은 이것이 전부인 것이냐?”

“아닙니다. 단주님과 십여 명 정도가 길을 터주었고 저희는 남궁세가로 전서구를 날리고 세가로 향하던 중에 추격자들에게 쫓긴 것입니다.”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답했다. 자신보다 한참 아래로 보이는 검성의 말투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하늘에서 내려선 경공의 실력이나 포위되었음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모습에 그가 검성임을 알아보진 못했지만 고수임을 알아보고 그의 물음에 성실히 답하고 있었다.

“무당의 검수인가?”

“네. 무당의 일대 제자인 진효라고 합니다.”

검성은 대답을 하던 진효에게서 무당 특유의 기의 흐름을 느끼고 물었고 검성의 짐작대로 그는 무당의 제자였다.

검성의 말을 백마곡의 무인들도 경계를 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그들도 진효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온 검성의 경공을 직접 보았기에 섣부르게 나서지 못한 채 경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당의 일대제자라면 몸을 지키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 외에도 이들은 모두 각 문파와 세가의 후기지수들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이들입니다.”

진효의 말에 검성은 미소를 지었다. 대답도 마음에 들었거니와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을 터인데도 참고 있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진효 외에 천무단 몇몇은 검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자들도 있었고 진효를 욕하는 자들도 있었다.

“남궁세가의 지원이 오고 있으니 너희는 그들과 만나 그들의 지시를 받도록 해라.”

검성은 그 말과 함께 신형을 날려 포위하고 있던 백마곡의 한가운데 들어섰다. 갑작스러운 검성의 등장에 백마곡의 무인들이 놀라 물러섰지만 이내 무기를 휘두르며 검성을 향해 덮쳐왔다.

스릉-

검성이 자신을 향해 오는 십여 명의 무사를 바라보며 정천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번쩍-

“크헉-”

“컥-”

검광이 번쩍이자 순식간에 달려들었던 모두가 바닥에 쓰러졌고 그 모습에 당한 백마곡의 무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지켜보던 천무단의 무인들까지 놀라 자신들이 본 광경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샤샤삭-

검성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이동하며 검을 움직이자 또 다시 여럿이 쓰러졌고 그게 반복되자 백마곡의 무인들은 공포에 빠진 듯 도망가는 이도 보였다.

무려 오십이 넘었던 백마곡의 추적자들이 검성의 움직임 몇 번에 수십이 쓰러졌고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한 무위를 마주하자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를 택한 것이었다.

사실 그것은 검성이 의도한 행동이었다. 일부로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들을 먼저 제거하면서 거대한 기운으로 모두를 압박하여 전의를 상실하게끔 유도했다.

검성은 하위 무사들을 상대로 피를 묻히기 싫었고 그런 약한 무사들을 죽이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있는 위치는 어디냐?”

“서쪽으로... 십여리 정도 가면 있을 겁니다. 저희도 가까스로 포위망을 탈출 한 것이라 아직까지 무사 할지는...”

검성의 물음에 진효가 놀라 답했다.

진효는 말을 하며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천무단의 단장이 자신들의 활로를 뚫어주었으나 현재 그들의 무사함을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효가 검성에게 답하고 잠깐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검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구였을까요?”

넋이 나간 진효를 향해 천무단의 한 사내가 다가와 말했고 진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모르겠군. 우리보다 어리거나 동년배로 보였는데 저런 경지의 무위라니... 난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검성이 아닐까요?”

두 사람의 대화에 한 여인이 끼어들었고 그녀는 사천당가의 당혜였다. 그녀는 천무단의 유일한 여인이었다.

“검성?”

“소문을 듣지 못했나요? 검성께서 반로환동하여 젊어진 상태라고 그리고 저렇게 아름다운 외모는 화미랑(華美郞)이라 불린 검성이 맞는 거 같아요.”

당혜는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그녀는 검성이 나타나자마자 얼굴을 보고는 검성임을 확신했고 위기가 끝이 났음을 직감했었다.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가의 어르신들이 이번에 남궁세가로 가면 검성께 꼭 인사드리라고 하며 검성이 젊어졌으니 혹여나 실수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군. 검성이라면 저런 무위가 납득이가... 실수를 하지 않아 다행이군.”

진효는 검성을 대함에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없었는지 되짚어 보았다.

***

이윤후가 도착한 곳은 검성이 내려간 전장에 비해 더 참혹했다.

이미 수십이 죽어 쓰러져 있었고 생존한 자들도 피를 뒤집어 쓴 채 멀쩡한 자가 없었다. 이윤후가 나타나자 지원이 온 줄 알고 좋아했던 천무단의 인물들은 이윤후 혼자임에 좌절했고 사기가 더욱 꺾였다.

“모용세가의 모용연이라고 합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혼자 이렇게 사지에 오시다니...”

이윤후의 등장에 지원이 온 줄 알고 기뻐했던 것은 모용연도 마찬가지였지만 내색치 않으며 말했다.

“저는...”

“네 놈은 검성의 제자가 아니냐?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것이지?”

이윤후가 자신의 소개를 하려던 찰나 반대쪽에서 내력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포를 입은 검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 사왕련의 수좌 중 일인인 흑천마군이었다. 그의 내력이 실린 목소리에 부상을 입고 있던 몇 명은 견디질 못하고 몸을 떨었지만 멀쩡하던 이들은 이윤후의 정체를 듣고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흑천마군은 사왕련에서 이윤후를 그린 그림을 보았기에 보자마자 이윤후를 알아보았다.

이윤후의 존재로 백마곡의 사파 무인들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고 살아남은 천무단의 무인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상반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사왕련에서 활약한 이윤후의 명성은 사파인들에게도 높아져 있었다.

“그대가 흑천마군. 그리고 당신이 혈수괴의인가 보군요.”

이윤후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흑천마군과 그의 옆에서 자신을 노려보던 창백한 인상의 노인을 향해 말했다. 혈수괴의라는 명호를 가진 노인의 얼굴은 실제로도 창백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그의 오른손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애송이가 이름을 꽤나 알렸다고 거만하구나. 네가 쓰러뜨린 녀석들과 지금 우리가 같다고 여기지 말거라. 엄연히 격(格)이 다르니 말이다.”

자신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이윤후의 태도에 흑천마군은 발끈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흑천마군과 혈수괴의는 사왕련에서 사왕 다음의 실력자들이었고 흑천마군의 경우에는 사왕의 말석이라고 할 수 있던 혈음귀조(血陰鬼爪)와 비교가 될 정도의 강자였다.

빼액-

하늘에서 선회하던 백아가 갑자기 울었고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으나 이윤후는 담담하게 주위를 살폈다.

백아가 운 이유는 검성이 오고 있다고 알려주는 외침이자 검성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무림맹의 무사들을 처리해. 난 저 녀석을 상대하겠다.”

흑천마군의 명령에 혈수괴의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곤 무림맹 무사들을 포위하고 있던 백마곡의 무인들 곁으로 이동했다.

이윤후는 그의 진로를 방해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흑천마군의 기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기에 그를 내버려두고 혈수괴의를 쫓아가는 것은 어려웠다.

“사부님이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다들 조금만 버티어 살아남으십시오.”

이윤후의 외침에 천무단의 사기가 다시 한 번 더 올랐다. 이미 이윤후의 등장으로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 그들이었기에 한 방울의 남은 체력도 끌어내기 시작했다.

오히려 급해진 것은 백마곡의 무인들이었다. 이윤후의 외침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으나 이미 이윤후가 나타난 이상 검성이 나타난다 한들 이상하지 않았다.

“동요하지 말아라. 검성이 정말로 온다고 한들 그가 마주할 것은 무림맹 무사의 시신일 뿐이다.”

흑천마군의 사자후에 이번엔 백마곡의 사파 무인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고 천무단과 백마곡의 무인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지럽게 부딪쳐가는 싸움에 이윤후는 천무단의 무인들이 최대한 버텨주길 바랬다.

“너와 나도 시작을 해야겠지?”

흑천마군은 말을 하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이윤후의 바로 앞까지 다가서며 소매를 펄럭이며 일장을 앞으로 내질렀다.

하지만 그의 장법은 이윤후에게 명중하지 못했고 이윤후는 곧바로 반응하며 그의 손을 아래로 쳐내며 검을 뽑아 그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파밧-

이윤후의 검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낸 흑천마군은 다시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이윤후 역시 이전과의 싸움과 다르게 초반부터 검을 부딪치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은 수십여 합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공방을 거듭하는 동안 이윤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가 약선의 수련동에서 나온 이후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상대가 없었는데 흑천마군은 이전의 상대와 달리 이윤후의 검에 어울려주는 상대였다.

그렇기에 이윤후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본신의 실력을 끌어내고 있었다.

오십여 합이 지나자 조금씩 흑천마군이 이윤후의 검을 막아내는 것을 버거워하며 밀리기 시작했고 흑천마군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린놈의 무공이 어찌 이렇게...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인가?’

흑천마군은 어느새 공세를 취하지 못한 채 방어일변도의 모습이었다. 공격을 하고 싶어도 이윤후의 검이 점차 매서워지며 그의 허점들을 노려왔고 방어에 치중하지 않고는 이윤후의 검을 막아낼 수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었다.

‘기회다!’

흑천마군은 도저히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없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왼팔을 공격하도록 유도했는데 여지없이 이윤후가 노려오자 팔 한쪽을 내주고 이윤후에게 회심의 일격을 먹이려 했다.

촤악-

이윤후의 검이 흑천마군의 왼팔을 갈랐고 그 순간을 노리던 흑천마군은 노출된 이윤후의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남은 우장(右掌)을 내뻗었다.

“흑천무월장(黑天無月掌)!”

방어 일변도 속에 아끼고 아끼던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 내뻗은 그의 일장이 이윤후에게 격살되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흑천마군은 미소를 지었다.

투둑-

그러나 흑천마군의 우장은 이윤후의 옆구리에 닿기 전 바로 앞에서 그대로 멈추었다.

이윤후의 일검이 흑천마군의 좌수(左手)를 베어내는 것에 멈추지 않고 바로 횡으로 변화하며 흑천마군의 목을 향해 베어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격중될 것으로 생각하며 웃고 있던 흑천마군의 얼굴은 웃음을 지은 채 그대로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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