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60화 (160/251)

160화― 무림맹의 개편

- 정사회담 결렬 -

정사대전을 막고자 개최하려던 정사회담은 시작도 하기 전에 결렬되었고 무림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였다.

사왕련의 환노(幻老)라 불렸던 인물, 환영신마가 도후를 급습하여 부상을 입힌 사실이 알려지며 화풍곡이 직접 나섰고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흑월도존의 치료를 위해 사왕련에 방문했던 약선과 이윤후의 소식이었다.

약선과 검성의 제자 이윤후가 사왕련을 방문했을 때 환영신마와 사왕련이 그들을 구속하려했고 두 사람이 홀연히 사왕련을 빠져나오면서 정사회담은 자동적으로 결렬되었다.

문제는 이후였는데 사왕련을 빠져나오면서 약선이 환영신마를 쓰러뜨렸다는 소식에 정파 무림은 환호했고 뒤이은 소식엔 경악을 했다.

- 검성의 제자인 뇌절검룡 이윤후의 손에 사왕련의 혈령대부, 암천마군, 혈천도객이 차례로 쓰러졌고, 이윤후가 그들을 상대하는데 혈령대부에게 일장(一掌)을, 암천마군에겐 일검(一劍)을, 마지막으로 혈천도객에겐 선수(先手)를 양보하고 일검에 그를 쓰러뜨렸다. -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약선에 대한 소문은 모두 의심하지 않았지만 이윤후에 대한 소식은 무림인들에게 격론의 대상이 되었다.

소문이 부풀려진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둥 논란이 증폭되었으나 약선이 그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사왕련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정파 무림의 큰 희소식이었고, 구심점이 필요했던 무림맹에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우금이 무림맹의 맹주에서 물러난 후 임시 맹주직을 맡았던 남궁인에 대한 각 문파들의 정식맹주 추대가 빗발쳤는데 남궁인은 이를 모두 거절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사회담의 결렬로 인해 사왕련과 마주한 남궁세가의 위험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물러난 첫 번째 이유였고, 반대로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남궁인을 허울뿐인 임시 맹주직에 앉혀놓고 무림맹의 실정을 흔들던 구파일방의 인물들은 입맛을 다셔야했다.

그들이 남궁인을 임시 맹주직에서 정식 맹주로 추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검성의 의천문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검성과 그의 제자 이윤후가 검공 남궁학과의 인연으로 남궁세가를 도와주고 있음을 안 무림 문파들은 부랴부랴 남궁인을 정식 맹주로 추대했지만 우금이 물러나고도 통합은커녕 여전히 자신들의 권력을 잡기위해 다투는 구파일방의 정치놀음에 남궁인은 질려하며 자리를 내놓고 남궁세가로 떠난 것이었다.

또다시 공석이 된 무림맹주의 자리엔 무당의 속가제자 출신인 천상검공 강유가 올랐다.

애초에 우금이 물러나고 공석이 되었던 무림맹주를 무림인들은 소림과 무당이 직접 나서주길 바랬으나 그들은 나서지 않았고 그렇게 되자 많은 문파들이 욕심을 내며 눈치싸움을 하다가 비월검공의 아들이라는 명분하에 남궁인을 자리에 앉혔던 것 이었다.

남궁인이 물러나자 또다시 많은 문파들이 자리에 욕심을 내었으나 무당에서 직접 강유를 추대했고 소림이 이에 힘을 실어주자 욕심내던 이들도 물러나며 강유가 무림맹주에 올랐다.

강유는 맹주직에 오르자마자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듯이 무림맹의 체계를 개편했고 각 문파들에게 적절하게 자리를 분배하고 무림맹을 결집시켰다.

무림맹 대회의실.

강유가 무림맹주가 되고 첫 회의가 시작되었고 구파일방을 비롯하여 오대세가 그리고 회의에 초대된 문파들의 수장들이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상석에 자리한 강유는 눈을 감은 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는데 워낙 격론이 오고가며 회의가 길어지자 난감해하고 있었다.

무당의 추대로 어쩔 수 없이 맹주의 자리에 앉긴 했지만 이런 자리는 늘 불편하였다. 권력과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 강유이기에 급작스런 맹주 자리는 그의 주름을 더욱 늘게 하였다.

오십이 넘은 나이지만 나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고 자신했던 그는 맹주가 된 후 주름이 부쩍 늘고 있었다.

“도대체 만독곡과 불마사의 준동은 또 무엇입니까? 사왕련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소림과 무당은 어찌하여 이일을 자신들만 알고 숨겨온 것입니까?”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석은 한 번도 생각도 하지 않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자 화가 난 듯 소림의 혜원과 무당의 현우자를 향해 물었다.

사왕련과 정사회담이 결렬되자 그에 대한 논의를 위한 자리인 줄 알고 왔던 여타 참석인들에게 소림과 무당의 대표들이 알린 만독곡과 불마사의 무림 준동 소식은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다.

“무당과 소림은 불마사의 혈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침묵을 지키던 현우자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특히 우리 무당은 그 일로 인해 장문인을 잃었고 무당을 지탱하던 장로님들이 희생되고서야 불마사의 활불을 막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현우자의 말에 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도 있었다.

불마사의 혈겁.

무림에서 가장 치욕적이기도 했던 혈사(血史)였다. 불마사의 기습적인 무림 진출에 무림은 속절없이 쓰러졌고 당시 무당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동귀어진(同歸於盡)하고서야 불마사를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

당대 무당의 최고 실력자들이 그렇게 희생되자 무당은 뿌리부터 흔들렸고 그간 무당이 무림의 대소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활불을 물리쳤으나 우린 이후로도 불마사를 계속 주목해왔습니다. 활불이 죽고 수 갈래로 갈라졌던 불마사의 종파들에 안심했으나 최근 다시 종파들이 합쳐지기 시작하여 경계를 해왔습니다. 모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혹시라도 있을 잘못된 정보나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뭉치고 있는지 사실 확인 없이 알려서 더 큰 걱정을 하게끔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우자의 말에 언성을 높였던 모용석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와 함께 소림과 무당에 큰소리를 높였던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들도 소림과 무당에 무슨 책임을 묻는 다기 보단 사파와의 일전을 눈앞에 둔 것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불마사와 만독곡의 움직임까지 듣자 화가나 언성을 높인 것이었다.

무당이 과거 그렇게 큰 피해를 입고 그저 침묵만 지키고 있다 생각하였는데 불마사의 동태를 지금까지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는 현우자의 말에 그들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무당과 소림에 따지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모용석이 자리에 일어나 현우자와 혜원대사를 향해 사과를 했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얼마나 민감해 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이니만큼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보단 서로의 힘을 모으고 생각을 모을 때입니다.”

현우자가 말로는 괜찮다했지만 그의 말은 모두에게 때리는 매와 같았다.

지금껏 사왕련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겠다고 무림맹을 향해 선포한 후 안휘성 일대를 압박할 때도 무림맹에 모인 정파인들은 모두 자신의 일이 아닌 양 안휘성 일대의 문파를 희생시켜서 그들의 힘을 가늠해보겠다는 듯 방관했었다.

지금 현우자의 말은 그런 그들을 꾸짖는 말이나 다름없었기에 모두 부끄러움을 느꼈다.

“소림과 무당이 다시 중심을 잡아주고 모두를 이끌어주는 것은 무림맹에도 좋은 일이지요.”

침묵에 잠겨있던 회의장에 한사람이 일어나 말했고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바로 개방의 장문인 소천개였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사실 이번 사왕련과의 정사회담을 통해 우리가 분쟁을 회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소천개의 말에 다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수긍하고 있었다.

지금 독고진을 필두로 한 사파의 힘은 정파를 압도할 만큼 강력했다.

당연 그들은 무림맹과 대화를 할 이유가 없었으나 약선이 도존을 치료해준다는 조건 때문에 사왕련의 내부 결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응한 회담이었기에 회담의 끝이 평화롭게 끝날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회담으로 번 시간 동안 임시지만 맹주로써 최대한 정파 간의 결속을 강화하려했던 남궁인 대협을 향해 오히려 자신의 세가를 지키기 위해 무림맹을 사사로이 이용하려 한다며 우금과 다를 게 없다고 비난한 문파도 적지 않았고...”

“크흠...”

소천개의 말에 찔리는 몇몇 수장들이 내심 헛기침을 했고 소천개는 혀를 찼다.

“또, 사왕련과 지척에 있는 남궁세가를 희생시켜 사왕련의 힘을 가늠해보고자 한 문파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궁세가의 지원을 반대했던 문파들이 오히려 앞 다투어 남궁세가에 지원을 보내고 있더군요.”

소천개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장들이 다수가 있었다.

“소천개는 그만하시오. 이제 와서 과거의 허물을 지적해봐야 무엇을 하겠습니까.”

혜원대사의 말에 소천개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혜원대사가 입을 열었다.

“소천개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우금으로 인해 무림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혜원대사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림맹을 중심으로 정파는 다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미 개편된 각자의 일에 충실해주시고 이전과 같이 참여를 꺼리거나 관망하는 자세로 임하는 곳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

“무림맹은 이제 불마사와 만독곡의 동태를 최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대비 할 것입니다.”

“대사. 사왕련 쪽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것입니까?”

혜원대사의 말에 누군가 물었다.

“남궁세가엔 이미 검성과 약선이 계시고 많은 지원을 각 문파에서 보낸 것으로 압니다. 검성과 이야기를 하였는데 더는 무림맹에서 지원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오! 검성과 이야기가 되신 겁니까?”

혜원대사의 말에 좌중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이미 여기 모인 거의 모든 문파들이 검성이 의천문을 만들자 축하사절을 보냈지만 검성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었는데 혜원대사가 검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말에 놀란 것이었다.

“검성께서 남궁세가를 돕겠다고 하셨고 약선도 동참하면서 서문세가가 지원을 한다 하더군요. 따로 무림맹이 더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하셨습니다. 사왕련이 있는 안휘성 일대 외에도 사파들이 움직일 수 있으니 그것에 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혜원대사의 말에 지금껏 낯빛이 어두웠던 많은 이들이 밝아졌다. 검성이 무림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걱정했었는데 혜원대사의 말에 그것이 아니란 것이 밝혀져 기뻐했다.

기뻐하며 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혜원대사는 내심 한숨을 쉬었으나 그것을 눈치 채는 이는 소천개와 현우자 뿐이었다.

세 사람은 정사회담을 위해 화경부에 방문했던 검성의 진의를 직접 들은 인물들이었다.

검성은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세 사람을 불러서 말했다.

“사왕련은 아마 불마사의 꼭두각시일 가능성이 크다. 무림맹이 대비해야 될 상대는 사왕련이 아니라 사패의 세력들을 주시하고 마교의 동태를 살펴야한다. 사왕련이 직접 행동에 나선다면 그들은 분명 이전의 역사처럼 나설 것이니. 사왕련은 나와 애령이 맡을 터이니 너희는 무림맹에 돌아가 세력을 추스르거나...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검성이 그들에게 남긴 말이었다.

무당의 현우자는 검성이 무당에 머물 당시 장문인과 대화를 통해 검성이 얼마나 정파 무림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협의라고 믿었던 행동들이 소수의 정파 위선자들에 의해 이용당했음을 알고 후회했다고 들었다.

검성은 이번 무림맹에서도 남궁세가에 대한 지원을 두고 신속하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그저 방관하려는 자들과 기회주의자들로 시간을 끌며 지지부진하자 또 다시 실망을 했다.

그래서 검성은 자신이 더 이상 무림맹의 일을 직접 돕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으나 무당과의 인연으로 자신을 이용해도 좋다는 단서를 달아주었다.

검성이란 말 한마디에 무림맹의 의견이 모아지는 것만 봐도 검성의 이름값이 얼마나 큰 것이었음은 세 사람은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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