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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58화 (158/251)

158화― 탈출(脫出)(2)

콰과광-

환영신마의 일장 일권이 출수될 때마다 주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약선이 환영신마의 공세를 그대로 받아내지 않고 흘려내면서 생기는 피해였지만 요란함에 비해 실속이 없자 환영신마의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황이었다.

부우웅-

‘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공세를 취하던 환영신마의 손속이 멈추자 약선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지금까지와 다른 공격이 들어올 것이란 걸 빠르게 눈치 챈 그녀였다.

“이것도 막아 보아라!”

환영신마의 신형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며 그가 쌍장을 내뻗었다.

콰과과과-

요란한 기의 폭풍이 환영신마의 두 손에서 출수되었다. 그것은 그를 무림 최고의 마두 자리에 있게 한 그의 절학 중 절초인 환영파천장(幻影破天掌)이었다.

파바밧-

강기의 폭풍이 약선의 전신을 휘감을 찰나 그녀는 양팔을 가볍게 펼쳤다가 앞으로 내뻗었다.

“벽라강막(碧羅鋼幕)!”

그녀의 외침과 함께 푸른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고 내밀었던 양 손으로 기운이 폭사되었다.

“아닛!”

약선의 행동에 대번 환영신마가 놀라며 단발마의 외침을 내질렀다.

콰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돌먼지가 크게 일었고 지하가 무너질 정도의 충격에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쿠구궁-

“조심들 하세요.”

계단을 올라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자 앞서던 이윤후가 일행들에게 위험을 주지시켰고 지하에 두고 온 약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소협. 방금 굉음으로 인해 사왕련 전체가 움직일 겁니다. 빠르게 입구 쪽을 돌파해야만 합니다.”

“그럼 좀 더 서둘러 움직이죠.”

천통자의 말에 이윤후는 대답과 동시에 바로 입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고 굉음을 듣고 몰려온 사왕련의 무사들과 마주치기 시작했다.

파바박-

“크헉!”

“컥!”

이윤후가 나설 틈도 없이 은위단의 무사들이 먼저 움직이며 그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천통자는 은위단의 정예답게 절정고수급의 실력을 가진 그들을 보며 안도하고 있었다.

입구에 도착한 이윤후와 일행은 들어왔던 거대한 문을 마주했다. 입구엔 이미 사왕련의 무사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쉽게 빠져나가긴 어려울 듯 하군요.”

이윤후와 일행이 멈춰 서자 사방에서 나타난 사왕련의 무사들이 그들을 포위하기 시작했고 그 수는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네놈들이 감히 사왕련에서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거대한 대부(大斧)를 든 덩치 큰 중년인이 앞으로 나서며 내력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노기가 느껴지는 그의 음성과 함께 퍼지는 공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무공이 약한 천통자와 기하윤이 괴로워했다.

“크... 저자는 혈령대부(血靈大斧) 하균인 듯 합니다. 수라마도의 심복인데 남아 있었군요.”

천통자는 사왕련에 있던 실력자들 모두 련주인 독고진과 함께 정사회담장을 위해 정주로 나선지 알았는데 혈령대부의 등장에 긴장하며 말했다.

‘혈령대부 뿐만 아니라 혈마도객과 암천마군... 실력자가 더 있다. 이거 이 소협 혼자서 대처가 가능한지 모르겠군.’

천통자는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며 실력자들 파악에 나섰고 눈에 들어온 실력자들의 수가 꽤 되자 더욱 긴장하기 시작했다.

은위단이 절정의 고수들이긴 하나 혈령대부나 혈마도객이나 암천마군 등 사왕련 수좌의 실력자들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들에겐 흑월도존이라는 혹(?)도 존재했다.

“데려온 호위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본회(本會)에서 최상위 실력자들이긴 하지만 사왕련의 수좌들과 맞서기엔 어렵습니다.”

이윤후의 물음에 천통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상대하기 힘든 자들이 몇 명 누구인가요?”

“아까 말했던 대부를 든 혈령대부, 하균 그자가 현재 여기서 가장 강한 인물로 사왕 다음의 강자입니다. 그리고 핏빛대도를 든 자가 혈마도객, 그 옆으로 쌍검을 든 흑의인이 암천마군이라고 살막(殺幕)의 제일살수라 불리는 강자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론 현재 저 셋이 사왕련 서열 이십위 안에 드는 강자들입니다.”

“저 셋을 제가 막는다면 여길 뚫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그거야... 저 셋만 처리할 수 있다면야...”

천통자는 이윤후의 말에 잠시 바로 답을 못할 정도로 놀랐다가 정신 차리고 답했다.

‘이 소협이 분명 미후왕을 단신으로 내쫓고 뇌절검룡의 명호를 얻었지만... 그건 부풀려진 소문이라 들었는데 저 세 명을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까?’

천통자는 이윤후에 대한 소문을 듣고 남궁세가에 도착하자마자 그 당시 이윤후와 미후왕의 대결을 지켜봤던 이들을 찾아 이야기를 직접 들었지만 알려진 소문에 비해 많이 부풀려진 소문이라 생각했다.

이윤후는 미후왕과 겨루긴 했지만 결국 미후왕이 스스로 물러난 셈이었고 워낙 정파에 영웅이 필요한 상황이라 그 소문은 크게 부풀려져 알려져 있었다.

담가의 담석영을 압도했다고 들긴 했지만 그것 또한 미후왕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기가 차는군. 애송이가 우릴 상대하겠다고? 크하하하.”

천통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길 했지만 모두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고 혈령대부가 파안대소하자 포위하고 있던 모든 사왕련의 무사들이 따라 웃기 시작했다.

확실한 비웃음.

사왕련의 수좌 셋을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청년이 상대하겠다고 하는데 웃지 않을 사왕련의 무사들은 없었다.

사왕련의 무사들이야 말로 이윤후가 상대하겠다고 말한 세 명의 강함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이윤후의 말이 더욱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네가 미후왕과 겨루어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우리 전부를 우습게 보는구나.”

웃음을 멈춘 혈령대부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큰 노기가 느껴졌고 내력이 실린 그의 말에 천통자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며 버티고 있었다.

“저에게 맡겨 주시지오.”

혈천도객이 자신의 핏빛대도를 늘어뜨리며 앞장서며 말했다.

“자네가?”

“네, 맡겨 주십시오. 혈루(血淚)에게 최근 정파놈들의 피 맛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검성의 제자의 피를 맛보게 해주고 싶습니다.”

혈천도객의 애도는 혈루라고 불리는 핏빛대도였다. 원래는 묵빛이었으나 혈천도객의 손아래 워낙 많은 이들이 죽으면서 핏빛으로 변했다고 알려질 만큼 정파인들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대도였다.

혈령대부가 서열상 우위라고 하나 혈천도객이나 암천마군과의 실력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했다. 다만 혈령대부가 사왕련의 이인자인 수라마도의 최측근이라 그가 현재 상위권자였다.

혈천도객이 스스로 나서겠다고 한 이상 혈령대부가 대결을 막아서긴 힘들었다.

“소문이긴 하나 검성의 제자가 미후왕과 겨루고 살아남은 것은 사실이니 얕보지 말아야 한다.”

“물론입니다.”

혈천도객은 허락이 떨어지자 늘어뜨렸던 자신의 애도, 혈루를 들어 앞으로 나섰고 그와 동시에 포위하고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거리를 벌렸다.

입구 중앙 원형의 모양이 마치 비무대의 중앙홀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고 천통자는 돌아가는 상황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수의 싸움이라면 분명 이 소협이 어려울 수 있었는데 다행이야. 시간을 보내다보면 약선도 올 테고...’

천통자는 이윤후보다 돌아올 약선을 더 믿고 있었다. 약선이 숨겨진 실력자임을 알고 있었던 그는 환영신마와의 대결에서 약선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 판단했고 오히려 싸움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석실을 빠져나온 이상 약선이 환영신마를 제압하고 빠져나올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에 반해 혈령대부는 돌아가는 상황이 못마땅한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혈천도객을 통해 검성의 제자인 이윤후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음은 나쁘지 않지만... 흠,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군...’

혈령대부는 이윤후의 실력과 소문을 믿지 않았기에 이윤후가 혈천도객을 이길 거라곤 전혀 마음에도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윤후를 본인이 직접 꺾고 싶었기에 먼저 나서려했지만 혈천도객이 먼저 나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다들 모였을 때 입지를 더욱 다져놓아야 하는데... 에잉... 화가 치밀어 오르는군!’

혈령대부가 입맛을 다시고 있는 동안 이윤후와 혈천도객은 검과 도를 부딪쳐가고 있었다.

촤앙-

검과 도의 부딪침에 금속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간결하고 빠른 이윤후의 검이 혈천도객의 급소를 노렸고 혈천도객은 이윤후의 공격을 막아내며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합이 이십여초가 흘렀고 수준 높은 공방에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대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쉽게 이기리라 생각했던 사왕련의 무인들은 이윤후의 실력에 놀라고 있었고 이윤후가 버텨주길 기대했던 천통자는 희망을 보고 있었다.

누구도 대결중인 혈천도객의 안색이 점점 굳어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몰아치던 혈천도객의 공세가 멈추었고 그의 표정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이윤후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이 사왕련의 수좌의 실력자라면 실망스럽군요.”

상대가 공세를 멈추자 이윤후도 검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고 그와 동시에 혈천도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사왕련의 무사 모두가 놀라며 혈천도객을 보았지만 그는 이윤후의 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문주가 유리하신 겁니까?”

철대호도 가슴을 졸이며 이윤후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둘의 대결을 보고 있었기에 이윤후의 말에 놀라며 천통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천통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신 자신보다 무공이 높은 은위단의 무인들에게 묻듯이 쳐다보았지만 그들도 천통자나 철대호와 마찬가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 소협의 무위가 놀라운 듯 합니다... 혈천도객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 소협은 본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던 거 같네요.”

천통자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이윤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혈천도객의 모습과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혈천도객이 모든 힘을 다해 부딪쳤으나 이윤후는 실력을 다보여주지 않고 그를 상대했음을.

사왕련의 무인들도 상황을 눈치 채고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모두 정숙하라.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소란이 이어지자 혈령대부가 일갈(一喝)했고 그의 내력이 실린 말에 그제야 조용해졌다.

‘혈천도객의 실력은 나보다 절대 아래가 아니다. 그런데 저 어린놈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혈령대부는 주위의 소란을 가라앉혔지만 그 역시 동요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두 사람의 대결은 호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혈천도객이 이윤후의 말에 대꾸도 하지 못한 채 화를 삭이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의 공방은 이윤후의 뜻대로 혈천도객이 아무것도 못한 채 힘을 소비한 게 분명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고민하던 혈령대부에게 암천마군의 전음이 들려왔다.

혈령대부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고 허락이 떨어지자 암천마군은 중앙의 싸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혈령대부는 안도감을 느꼈다.

‘암천마군의 암습을 견뎌내지 못하겠지. 알려진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모두를 죽여 입을 막는다면 소문이 나지 않을 것이다.’

사파인들이긴 하나 대결 중 암살 시도를 하는 것은 그들 역시도 금기시 했다. 하지만 혈령대부나 암천마군에게는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혈천도객의 패배는 두 사람 역시 이윤후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현재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공세를 멈춘 후 한동안 말이 없던 혈천도객이 자신의 애도인 혈루를 다시 들어보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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