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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57화 (157/251)

157화― 탈출(脫出)(1)

파팟-

약선이 갑자기 물러서며 이윤후와 천통자를 자신의 뒤에 오게 했다.

천통자는 갑작스런 약선의 행동에 화들짝 놀랐으나 이윤후는 어느새 자신의 검 상월에 손을 가져간 상태였다.

“이제 되었다. 어쭙잖은 시간끌기는 그만하자.”

어느 샌가 약선과 윤엽 사이에 나타난 한 노인이 양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환영신마군요?”

“오호, 서문세가의 기재가 나를 알아봐 주시는 건가?”

약선의 말에 노인은 크게 웃으며 답했다. 그는 바로 환영신마였다.

“어찌 지금 나타나는 겁니까?”

환영신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윤엽은 그의 팔을 잡아끌며 물었고 그는 팔을 잡은 윤엽의 손을 뿌리치며 그를 밀쳤다.

“물러나 있어라. 이 녀석들은 이미 내 존재를 입구에서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존을 이 녀석들이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겠고 말이야.”

“그게 무슨...?”

도존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놀란 윤엽이 약선과 이윤후 일행을 쳐다보았다.

“저들을 제압해라!”

윤엽은 석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에게 명했고 동시에 눈에 보이던 수의 몇 배의 새로운 인원들이 나타나 기하윤과 철대호 등을 포위했다.

“경거망동 하지 말아라.”

기하윤과 철대호가 포위당하자 이윤후가 그들의 곁으로 가려하자 약선이 팔을 뻗어 이윤후를 막았다.

“네 눈앞에 있는 마두는 네 사부와 도후가 합공을 하고도 제압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진정하여라.”

“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할 뻔 했습니다.”

이윤후는 약선의 말에 정신을 차린 채 정면을 보았다.

“검성의 제자라 다를 줄 알았더니 애송이였군. 네가 말리지 않았다면 저 녀석이 움직이는 순간 목을 꿰뚫어줬을 텐데 아쉽군.”

환영신마는 진정으로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실제로 그는 이윤후가 움직이려하자 바로 암기를 손에 품고 있었고 그가 기하윤과 철대호 쪽으로 갔다면 목을 관통 시키려했다.

그만큼 방금 이윤후의 행동에는 빈틈이 많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전을 준비하여라.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니...”

“네.”

“저는 어떻게 할까요...?”

약선의 뒤에 숨어있던 천통자가 자신의 존재가 잊힌 듯 하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물었다. 혹여나 약선과 이윤후가 싸움에 휘말렸을 때 자신의 안위가 잊힐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기에 더욱 자신이 있음을 알려야 했다.

자신을 지켜줄 은위대가 떨어져있었기에 더욱 불안한 천통자였다.

“뒤로 물러나 도존의 곁에 있거라.”

“네.”

천통자는 대답과 함께 뒤로 물러나 도존의 곁으로 갔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약선과 이 소협이 환영신마를 당해낼 수 있을까? 사왕련이 이렇게 나올 줄이야... 좀 더 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 했음이야.’

천통자는 이번 일에 사왕련이 무슨 일을 꾸밀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일을 실행 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었다.

사왕련이 분명 정사회담을 반기지 않고 있다곤 하나 도존이 걸려있는 만큼 일을 꾸미기 어렵다고 비천과 천통자는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사왕련이 아무리 정사대전을 원한다 한들 검성과 약선이 관련되어 있는데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석연치 않군. 이번 일도 신마의 농간일 가능성이 높아.’

천통자가 생각에 빠진 사이 두 곳에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철대호와 은위대가 있는 곳에서 먼저 전투가 시작되었는데 전황은 철대호와 은위대가 유리해보였다. 만상오행공 상생의 술로 큰 성취를 얻은 철대호가 싸움을 압도하고 있었고 비천의 은위대 역시 절정의 고수들이었기에 윤엽이 데려온 수하들로는 그들을 제압하기 힘들었다.

문제는 자신의 눈앞에 대치중인 환영신마와 약선의 대결이었다.

‘저 노마두는 약선을 얕보고 있음이 확실한데 약선이 그 방심을 바탕으로 치명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천통자는 환영신마가 자신의 상대인 약선을 크게 얕보고 있음을 대화를 통해 느끼고 있었다. 세인들의 평가 역시 오절 중 약선을 가장 아래로 두었고 그저 오절간의 인연과 서문세가 출신이라는 것이 그녈 오절에 있게 했다고 평가절하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천통자는 약선의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태어나면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서문세가의 혈족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재원이 약선이었고 그런 그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투자한 서문세가였다.

약선은 어릴 때부터 배움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그녀의 아비인 서문세가의 가주, 서문홍은 약선을 위해 최고의 영약과 스승 그리고 비급들을 구해 그녀의 갈증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결국 그녀는 십이세 이전에 서문세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배웠고 서문세가에서조차 더 이상 그녀의 배움에 대한 갈구를 채워주지 못했다.

서문홍은 자신의 딸을 마지막으로 신의(神醫)에게 보내었는데 서문애령은 의학과 약학에 심취하여 그녀의 제자가 되었다.

천통자는 과거 서문홍이 그의 친우에게 자신이 죽을 때까지 서문세가의 힘으로 딸의 그릇을 다 채워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고 말한 기록을 읽은 적이 있었다.

‘검성도 분명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곳으로 우릴 보낸 것은 약선의 실력을 믿고, 제자인 이 소협을 믿어서겠지.’

천통자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조금은 안심할 수가 있었다.

약선과 환영신마는 어우러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부딪치자 주위의 기물들이 부셔져나가기 시작했다.

환영신마의 장영(掌影)이 약선의 전신을 덮쳐왔다.

약선이 당황치 않고 곧바로 호신강기로 상쇄시키자 그 모습에 환영신마의 표정이 바뀌며 더욱 강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약선도 이후 방어태세를 공고히 하며 환영신마의 공세를 받아내었다.

두 사람의 공방에 이윤후와 천통자는 넋을 잃고 보았고 특히 이윤후는 초 절정 고수들의 대결을 처음 보는 것이라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사부님이 약선에게 많은 것을 배우라 하셨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사부님은 이미 알고 계셨던 거 같네요.”

이윤후는 약선과 환영신마의 대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홀린 듯 천통자에게 이야기했다.

그 말에 천통자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역시 그 능구렁이 이런 일을 벌어질지 예상했어.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지? 하긴 이미 무림은 정사의 대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입된 불마사와 만독곡이 더 문제이니...’

천통자는 생각을 마치고 눈앞의 대결이 길어질 듯 하자 등 뒤의 흑월도존을 보았다.

“이 소협. 흑월도존을 데리고 탈출 합시다.”

“알겠습니다.”

이윤후도 천통자의 생각을 읽은 듯 군말 않고 흑월도존의 침상으로 가 그를 조심스레 일으켰고 천통자의 도움을 받아 그를 등에 업었다.

이윤후가 이불의 천을 뜯어 천통자에게 건네주자 천통자는 흑월도존과 이윤후를 고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둘을 묶어주었다.

빠져나가는 상황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에 이윤후의 손발을 자유롭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천통자는 석실 밖의 싸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을 확인하고 이윤후와 눈을 마주쳤다.

둘은 줄곧 방어태세에 있던 약선이 공세로 돌아서며 환영신마와 자리를 맞바꾸자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석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방어일변이던 약선의 갑작스런 공세에 당황한 듯 환영신마는 자리가 뒤바뀐 틈을 이용해 자신의 등 뒤에서 튀어나간 두 사람을 보았지만 약선의 추가적인 공세에 손을 쓰지 못하고 더욱 밀리며 물러서야했다.

미리 약선과 상황을 조율했던 천통자와 이윤후는 생각보다 손쉽게 밖으로 빠져나왔고 철대호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소문주. 괜찮으십니까?”

철대호와 기하윤이 이윤후가 빠져나오자 누구보다 빠르게 다가왔고 철대호는 이윤후가 업고 있던 흑월도존을 받아들었다.

“중요한 분입니다. 지켜주세요.”

“맡겨주십시오.”

이윤후의 부탁에 철대호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답했다.

이윤후는 유인경의 할아버지인 흑월도존을 반드시 데려가 그녀와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천통자가 이야기한 흑월도존의 실력도 궁금했기에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

“시간을 끌 때가 아닙니다. 사왕련의 주축들이 정사회담을 위해 비웠다곤 하나 더 큰 소란이 일어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천통자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그를 보았다.

그러나 이윤후는 약선이 걱정이 되는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선께서는 저희가 빠져나가면 바로 따라오겠다고 하셨습니다.”

“네, 그럼 일단 제가 앞을 뚫겠습니다. 철대호와 기하윤은 중앙에서 그리고 천통자님과 일행들은 후방과 좌우를 맡아 주세요.”

이윤후는 약선이 걱정되었으나 자신들이 먼저 빠져나가야 약선도 빠져나갈 수 있다 생각하고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 번 약선을 바라보던 이윤후는 결심한 듯 곧장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약선도 이윤후와 일행을 확인하고는 공세를 늦추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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