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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55화 (155/251)

155화― 사왕련(邪王聯)(1)

“이 소협은 현재 무림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사왕련으로 향하며 앞장서던 천통자가 어느새 길잡이는 은위대의 한명에게 맡기고는 이윤후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림의 상황이라뇨?”

이윤후는 천통자가 어떤 의도로 묻는지 몰랐기에 되물었다. 하지만 약선은 천통자의 속셈을 알았기에 이윤후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궁금하여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현재 무림은 사왕련이 무림일통의 야욕을 드러내고 정파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어 검성과 약선께서 마련해준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사왕련은 정파가 무엇을 내놓든 싸움을 하려들 것이 뻔한 상황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사부님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 이야기하셨어요.”

이윤후의 대답에 천통자의 표정이 구겨졌고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지켜보던 약선과 기하윤이 작게 웃음 터뜨렸다.

“음... 검성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천통자는 검성이 이윤후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정말로 정사대전이 막아줄 마음이 없다고 봐야했다. 그렇기에 천통자의 마음이 급해졌다.

“네. 사부님은 처음부터 이 싸움은 정파가 자초한 일이라 하시더군요.”

“그거야 그렇지만 정사가 결국 충돌할 상황이 온다면 수많은 이가 희생되고 무엇보다 사패에서 특히 새로운 활불이 나타난 불마사가 반드시 움직일 텐데 그것은 막아야하지 않습니까?”

“사부님도 사패에 대한 걱정은 하셨는데 사왕련에 대한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사부님의 뜻과 동일하고 나서는 것은 남궁세가를 지키는 정도가 마지막이고 저한테도 남궁세가의 위험 외엔 최대한 나서지 말라 하셨어요.”

천통자는 이윤후를 그래도 자신의 말 빨로 설득해보려 했는데 의외로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이거 검성을 설득하는 것보다 더 어렵겠는데... 그저 순진하고 착해 보이는 청년이라 생각했더니...’

천통자는 속으로 난감한 듯 급속히 말수가 줄었고 약선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약선도 혹여나 천통자의 말에 이윤후가 설득당해 정사의 일에 나서겠다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게 지켜봤는데 이윤후의 단호함에 약선도 조금은 놀랐다.

‘그 사람은 윤후를 정말로 싸움에 휘말리게 하기 싫은 모양이야.’

약선은 검성이 남궁세가와의 인연으로 인해 그들을 지켜주려 함을 알았지만 정사대전에 크게 개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윤후 때문이라 생각했다.

검성은 젊었을 때부터 정파의 상징으로 세력을 갖지도 어디에 속하지도 않았지만 늘 싸움의 한가운데 있어야 했다.

무림맹은 늘 검성을 싸움에 한가운데로 몰았고 의자제세(義者濟世)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그는 자신의 희생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싸울수록 이득을 보는 곳은 다른 이들이었고 검성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무림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약혼녀인 임소려를 잃고 자신의 신념만을 믿고 살아왔지만 그가 관철하고자 하는 신념은 지켜지지 않았다. 세력을 가지지 않은 강자인 검성은 그저 권력자들이 이용하기 좋은 장기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검성은 이윤후를 위해 의천문을 만들어 세력을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윤후의 뒷배가 되어 아무도 이윤후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흔들지도 못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정말 이일이 끝이 난다면 나도 제자를 찾아야겠어.’

약선은 자신도 이윤후 같은 제자를 구해서 모든 것을 전수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먹었다.

“사왕련이 보입니다.”

앞 서 길잡이를 하던 은위대의 대원이 소리쳤다.

거대한 성과 함께 사왕련의 건물들이 보였고 거대한 대문은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했다.

“문지기들도 보통은 아닌 듯싶습니다.”

조용히 따라오던 철대호의 입이 트일 정도로 문지기로 보이는 두 명은 보통의 무인은 아닌 듯싶었다.

칠 척에 가까운 키에 덩치가 컸고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키보다 훌쩍 더 큰 거대한 창을 들고 있었다.

“사왕련에서 마중을 나온 듯 하구나.”

약선은 일행이 다들 문지기들에 정신 팔려있을 때 그들의 한쪽 옆에서 지켜보던 한 무리를 발견했다.

사왕련의 총관인 윤엽과 그의 수하들이었다.

윤엽과 수하들은 막 사왕련의 입구에 당도한 약선과 이윤후 일행을 발견하고 마중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왕련의 총관 윤엽인 듯합니다. 사왕련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인 사마련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자입니다.”

천통자는 윤엽을 보고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윤후에게 해주었다.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가 되자 윤엽이 앞으로 나와 예를 취했다.

“사왕련의 총관인 윤엽이라고 합니다. 오절의 한분인 약선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윤엽이 깍듯이 예의를 차리자 덩달아 뒤따르던 그의 수하들도 고개를 숙였다.

“사파인들에게까지 이렇게 대접을 받을지 몰랐구나. 우리가 너무 이른 방문을 한건 아닌지 모르겠군.”

“미리 연락 받아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선님의 명성이야 정사를 가리지 않죠. 약선님의 도움을 받은 사파인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파인들도 약선님을 존경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윤엽의 지나치기까지 한 칭찬에 약선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련주님이 가시면서도 약선님을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 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래?”

“그럼요. 저희의 전 주군이신 도존께서 병상에 들고 도저히 차도가 없어 고생하였는데 약선님이 직접 나서 주신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기뻐했고 그 중 한명이 저희 련주님이셨습니다.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윤엽의 이야기에 약선과 천통자는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 소협. 저자 같은 자를 무림에서 가장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윤후는 갑자기 날아든 천통자의 전음에 그를 보았다.

[왜죠?]

[사왕련은 사마련의 뜻을 계승하지 않는 자들이 주축입니다. 실권을 잡은 련주 독고진과 저 총관인 윤엽 같은 자는 더더욱 흑월도존의 쾌차를 바라지 않죠.]

[압니다.]

[하지만 저자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우리 앞에서 자신이 도존의 쾌차를 바라고 독고진이 모든 것을 당부하고 갔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속내를 이미 아는 자들에게 조차 자신의 마음을 속이려는 부류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쿠구구궁-

이윤후와 천통자가 전음을 나누는 사이 사왕련의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먼저 보기로 한 도존의 상태를 보고 싶구나.”

“다과를 준비 해두었는데 좀 쉬었다가...”

“아니. 어차피 하기로 한 일이니 도존의 상태를 먼저 살펴야 이후 치료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으니 도존에게 먼저 갔으면 한다.”

약선이 재차 말하자 윤엽은 뒤에 서있던 수하 중 한명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약선에게 다가왔다.

“알겠습니다. 약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윤엽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이미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수하가 사왕련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천통자가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가시지요.”

윤엽은 자신의 수하가 사라진 것은 확인하고야 약선과 이윤후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높고 넓은 곳이 드러났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안은 여러 갈래의 통로가 있었는데 입구 광장을 통해 여러 곳으로 이어져 있는 구조로 보였다.

“구조가 신기하군요. 건물 내부가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방식입니다.”

천통자는 신기한 듯 주위를 살피며 떠들다 약선이 눈치를 주자 그제야 입을 닫고 조용히 뒤따랐다.

윤엽은 입구에서 가장 오른쪽 통로로 들어섰고 모두 따라 나서자 윤엽의 수하들이 약선과 이윤후 일행의 뒤를 따랐다. 마치 포위된 형국이라 천통자는 앞뒤로 그들을 살피며 불안한 눈빛을 보였으나 약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태연하게 행동해.]

약선의 전음에 천통자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이미 은위대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 받은 그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약선도 이미 눈치 채고 계셨군. 우리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우릴 주시하고 있음을...’

천통자는 은위대의 한사람에게 이와 같은 보고를 받았고 누군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는데 약선이 그를 제지한 것이었다.

‘이미 저 아이도 눈치를 챈 듯한데...’

천통자는 기하윤을 보았는데 기하윤 역시 진하족의 능력으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이윤후에게 달라붙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서 이렇게 모두를 속이고 인기척을 숨길만한 인물은 환영신마 하나일 텐데...’

천통자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불안해졌다. 이번 일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기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은위대까지 위장시키며 동행했는데 정말 일이 벌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했다.

약선과 검성의 제자가 방문한 것인데 사왕련이 일을 꾸민다면 그냥 전면전을 각오하고 당장이라도 결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사의 균형은 심하게 기울 것이 분명했다.

‘아니겠지... 아무리 사왕련이 이번 무림일통에 대한 야욕이 크다고 한들 약선과 검성의 제자가 왔는데 일을 꾸민다는 것은...’

천통자는 최대한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바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윤엽은 지하로 이어지는 듯한 돌계단 앞에 멈춰 섰다. 그곳은 두 명의 일급 무사가 지키고 있어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환자에게 지하는 좋지 않을 것인데 왜 지하에 두었지?”

“성수신의(聖手神醫)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현재 사왕련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다. 앞장서도록 해라.”

약선의 물음에 윤엽은 답했고 윤엽의 대답을 금세 이해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흑월도존을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에 감추려했음을...

윤엽이 다가서자 무사들이 고갤 숙이며 물러섰고 윤엽이 먼저 돌계단을 내려가자 모두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깊구나.”

“네. 이곳 지하는 도존의 수행을 위해 설계된 곳이라 도존의 의도대로 만들어 진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천장의 높이를 높게 하고 아주 넓게 만들어졌죠. 원래 이곳은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통제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윤엽은 말을 하다 말끝을 흐렸고 약선도 더는 묻지 않았다.

“정말 넓군요.”

천통자는 이미 계단을 내려오면서 지하 아래쪽이 넓다고 느끼긴 했지만 직접 내려와 보니 더 넓다고 느꼈다.

“온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니 그래도 신경을 쓰고...”

천통자는 입을 열다가 자신에게 박히는 살기를 느끼곤 황급히 입을 닫았다. 천통자는 지하에 흑월도존을 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왕련에서 도존을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려오자마자 느껴지는 온기에 흑월도존을 신경 써서 따뜻하게 공기를 데우고 있음을 알았는데 그의 말 자체가 사왕련에는 큰 실례였다.

“아무리 손님의 신분으로 온 것이나 예의는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윤엽의 차갑게 가라앉은 말투에 천통자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윤엽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약선에게 다가갔고 천통자는 자신에게 꽂히던 살기가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존께 안내하겠습니다.”

윤엽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광장으로 보이는 지하의 가장 가장자리 석실로 보이는 방 앞에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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