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41화 (141/251)

141화― 태산북두(泰山北斗)

정사회담의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무림의 모든 관심이 점점 회담의 장소인 정주 화경부에 집중 되고 있었고 정주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소식이 무림에 알려지면서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검성이 문파를 만들었다.]

[소주에 의천문(義天門)의 현판이 올라갔다. 검성의 문파가 드디어 생겨났다.]

이 소식은 단숨에 모든 무림에 전해졌다.

검성의 생존 소식은 무림에 큰 울림이 되어 퍼져나갔고 정파는 검성이 살아온 것도 모자라 문파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오절의 시대는 많은 이들이 검성과 세력을 이루길 원했다.

검성 자신도 뜻이 있었다면 최고의 세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독야청청(獨也靑靑) 홀로 무림을 주유했었다.

그런 그이기에 의천문의 현판이 올라간 것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반기면서도 왜 이제 와서라고 궁금해 하는 이도 많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무림의 문파들이 소주로 몰려들었고 검성과 만나기 위해 의천문을 찾기 시작했다.

***

“문파를 만드시는 거라면 저희가 도울 수 있었을 텐데요.”

천통자는 방을 들어서자마자 아쉬운 듯 이야기를 꺼냈고 그의 이야기 상대는 바로 검성이었다.

의천문이 만들어진 다는 것은 천통자도 검성에게 언질을 들었던 터라 비천에 알리고 자신들이 검성을 도와 빚을 만들려했었다.

그러나 검성은 서문세가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장원을 알아보고 순식간에 현판을 올리고 무림에 의천문의 탄생을 알렸다.

소문이 빨리 퍼질 일이기도 했지만 더욱 빨리 퍼지게 된 데에는 천통자와 비천이 힘을 쓴 탓이기도 했다. 움츠려있는 정파에 좋은 소식이었기에 더욱 빨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내가 너희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 이야기했겠지.”

“벽령의 일을 저희가 받아서 하고 있는 덕에 큰 이문이 남기고 있는데 갚을 기회는 주셔야죠. 회(會)에 알렸더니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라고 명을 받았는데 이건 뭐 제가 뭘 하기도 전에 이 큰 장원을 구하시고 사람들까지... 저는 조금 서운합니다.”

안 그래도 눈치빠른 천통자가 삐진 척 표정을 보이며 검성을 바라보자 검성은 이내 손 사레를 쳤다.

“벽령의 수습을 하고 남은 이익은 너희가 마땅히 챙겨야지. 벽령의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군.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지?”

“벽풍 그자는 아직 협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보이기엔 자신의 주군이었던 신투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으로는 보이나 어떤 생각을 가진지는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인재이니 비천에서 거둘 수 있다면 너희에겐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떠나려고 한다면 보내주도록 해.”

검성은 신투를 마지막까지도 지키려했던 벽풍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투기로 인해 사지를 겁박 당했음에도 신투를 지키려 애쓰던 벽풍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냥 보내준다면 검성에게 복수를 하려들지 모르는데요?”

“그것도 그 아이의 선택인 것이지. 구명(救命)한 목숨을 그렇게 쓰는 게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

검성의 담담한 음성에 천통자는 등골이 오싹했다.

‘마음에 들어 살린 줄 알았더니 죽이든 살리든 상관 안하겠다는 건가?’

천통자는 이내 생각을 털어버리곤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장원 밖이 북새통이던데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 겁니까?”

천통자는 이곳을 찾아오며 의천문의 입구에 엄청난 수의 무림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의천문은 검성이 부재중이라고 하며 누구도 들여 보내주지 않고 있었다.

“소림과 무당에서 온 자들은 만나 보았지. 나머지는 굳이 만날 이유도 없고 현재 필요성도 못 느끼기에 만나지 않았다.”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천통자는 새삼 자신 앞에 있는 인물의 대단함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밖에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무림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문파들의 인물과 사파의 인물들은 물론 새외세력들까지도 찾아와 있었다.

그런 검성이 매번 자신을 찾고 자신과의 만남은 응해준다는 사실에 살짝 자랑하고픈 마음도 생긴 천통자였다.

“그런데 소림과 무당의 인물은 왜 따로 만나신 겁니까? 무당이야 검성과 인연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소림은...?”

천통자는 검성이 무당에서 수련을 오래하면서 무당의 인물들과 교류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소림과 무당은 딱히 기억나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물었다.

“아... 혹시 현재 소림과 무당이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을 물으신 겁니까?”

“그게 궁금하기도 했고 소림과 무당의 현 상황도 궁금하여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들도 질문이 많기도 했고.”

검성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현재 자신의 부재중을 알리고 아무도 세가 안으로 들이지 않았으나 예외로 소림에서 온 혜원선사와 무당의 현우자만 따로 불러 직접 만나보았다.

“듣고자 하는 답은 들으신 겁니까?”

천통자의 물음에 검성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고 그의 침묵에 천통자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미 비천도 어느 정도는 소림과 무당이 현 시점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한 파악은 마친 상황이었으나 정확한 대답을 들을 기회였기에 더욱 그랬다.

“너희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바가 아니냐?”

“그럼 불마사의 소문이 사실이라는...”

천통자는 이미 짐작하는 내용이었지만 확실해지자 조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소림과 무당이 현재 정사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갔다.

불마사의 혈겁때 특히 큰 피해를 입었던 소림과 무당이었기에 이후 불마사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고 가장 먼저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마사의 활불이 부활했다는 소문이 무림에 알려진다면 큰 혼란이 올 것입니다. 현재 앞두고 있는 정사의 부딪침과는 다른 문제인데...”

“활불의 부활과 불마사의 세력 통합,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정사가 예전 마교 때와 같이 협력할거라 보느냐?”

“그건...”

검성의 물음에 천통자는 말문이 막혔다. 불마사의 세력 구축과 활불의 부활은 전 무림의 위기였다. 하지만 사파가 또 협력을 해줄 것인가 라는 문제는 천통자가 짐작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사파는 협력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당시 흑월도존의 선택을 반대했던 인물들이 현 사왕련의 주축이기 때문에...”

천통자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듯 인상이 한껏 구겨졌다.

“그렇겠지. 그 당시 협력으로 득을 본 것은 순전히 정파들뿐이었다고 들었다. 사실 마교를 끌어들인 것도 이전 무림맹의 맹주였다지? 거기까지 사파들이 모른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사파가 협력을 쉽게 할리는 만무하지.”

“그렇지만 정사의 충돌은 결국 불마사나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만독곡 등 사패가 좋아할...? 설마... 모든 일이?”

천통자는 말하다가 짚이는 게 있는 듯 검성을 바라보았다.

“죽은 줄 알았던 환영신마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이유와 그가 무림맹의 맹주였던 우금이라는 녀석을 데려간 이유 모두 네가 하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겠느냐?”

“그렇군요. 우금이 만독곡의 절독으로 흑월도존을 중독 시킨 것도 환영신마가 우금을 데려간 것도... 현재 사왕련의 첩자에 의하면 환영신마는 환노라는 이름으로 사왕련주 호법으로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야 알겠군요.”

천통자는 모든 것이 새외세력의 음모라는 걸 이제야 확신할 수가 있었다. 비천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그 짐작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중이었는데 검성과 대화를 하면서 천통자는 모든 진실을 확신했다.

“그래. 이미 소림과 무당은 모든 것을 알고 있더구나. 무당은 불마사를, 소림은 만독곡을 계속해서 주시해왔고 그들과 무림맹주 우금과의 관계 또한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었더군.”

“무당과 소림이 모든 것을 알았다면 왜 진즉에 우금을 쳐내려 하지 않았답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소림과 무당은 의심만 하고 있었다고 애초에 소림과 무당은 불마사와 만독곡을 주시했던 거지 무림맹까지 바꿔볼만한 여력은 없었다고 하더군. 나도 그 말이 조금 이상하여 물었는데 소림과 무당이 불마사의 혈겁때 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지?”

“그렇죠. 사실상 그 혈겁을 막아낸 것도 소림과 무당이고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현재 무림은 존재하지도 않을 겁니다. 현재 소림과 무당이 본산에서 큰 활동 없이 있는 것도 그때의 피해 이후 외부 활동을 전혀 안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아... 저희는 그런 것도 모르고 소림과 무당이 너무 현재 방관한다고 생각했는데...”

천통자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비천은 계속하여 현재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소림과 무당에 의견을 타진해왔었고 돌아온 대답은 때가 아니라는 답만 계속 들어왔었다.

그렇기에 비천 내에서도 소림과 무당에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소림과 무당의 상황이나 그들이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비천도 짐작했지만 그들의 소극적인 움직임은 이전의 소림과 무당과 달랐기에 비천에서도 불만을 계속 내비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림과 무당은 명성답게 밖에서 나온 이야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고 무림의 더 큰 위기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히 소림과 무당을 무림의 태산북두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군요.”

천통자는 애꿎은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손을 털어버리고는 계면쩍은 듯 웃어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어떻게 하겠다고 했습니까? 그들이 찾아온 이유는 문파 축하가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도와달라더군.”

“그렇겠죠. 저도 계속 이야기 드리잖습니까. 검성께서 전면에 나서면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라고.”

천통자는 말을 하면서도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껏 봐온 검성은 전혀 무림의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설득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문파를 만들고 무림의 중심에 나선 지금은 검성의 생각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고 정확한 검성의 의도도 궁금했었다.

“소림과 무당은 예전 활불을 막는데 모든 것을 잃어야했다고 자신들의 생각보다 그들의 행동이 너무 빠르다고 하더군.”

“그렇죠. 활불은 분명 그때 무당과 소림이 막아내었고 활불의 죽음도 확인했습니다. 그렇기에 불마사의 세력들도 활불이 죽자 세력이 갈라진 것이고요. 사실 저희도 불마사의 다음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비천에서는 사실상 활불이 죽고 불마사는 끝이라고 판단했었다. 활불에 의해 뭉쳤던 불마사의 세력들은 수십 갈래로 세력이 갈라졌고 그들이 다시 뭉치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판단했었다.

“무당과 소림도 그때 본 피해를 복구하기도 버거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다시 그들을 막을 여력은 없겠죠. 그래서 검성이 무림에 나타나자 바로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군요.”

천통자는 다시 말을 꺼내며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무림에 내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이번 회담뿐이다.”

검성의 말은 천통자의 기대와 달리 냉정했고 담담했다.

“하지만 불마사와 만독곡입니다. 당장 사파와의 일도 있고요. 결국 그들은 검성을 이곳을 그리고 이 소협을 위험에 빠뜨릴 겁니다...”

검성은 천통자의 말에 생각이 빠진 듯 잠시 동안 말이 없었고 천통자는 검성이 결국 이윤후때문이라도 끝까지 방관하지 않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오절 시절에도 만들지 않았던 세력을 제자를 위해 만든 검성이다. 검성이 설득을 하지 못한다면 이 소협 쪽을 설득 해봐야지.’

천통자는 전혀 설득이 안 되는 검성을 포기하고 이윤후를 공략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였기에 검성의 저런 태도는 이제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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