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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24화 (124/251)

124화― 구출(救出)(1)

“그런데 혼자 그곳을 가려는 건 아니죠?”

이윤후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구하러 가겠다고 창연과 이것저것 이야기하자, 듣고 있던 남궁나연이 물었다.

“제가 혼자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남궁세가와 같이 움직인다면 괜히 또 충돌의 빌미가 될 수도 있을 듭합니다.”

“위험할 텐데요…….”

남궁나연은 남궁세가의 일에 괜히 이윤후가 위험해지는 거 같아 걱정스러웠다.

“미후왕은 사왕련의 사왕(四王) 중 일인이에요. 그냥 가볍게 볼 만한 인물이…….”

“일단 저도 대놓고 싸울 생각은 없고, 상황을 보고 사람들을 구해 올 생각이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사부…… 아니, 사형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요.”

검성이 자신을 이곳으로 보내면서 지시한 것이 있었는데, 절대 먼저 사왕련과 부딪치지 말고, 만약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세가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이미 정사회담이 논의 중인 상황이라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었지만, 조그만 계기로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 그 부분을 조심하라고 충고한 것이었다.

“그래도 혼자로서는 위험해요. 제가 같이…….”

“안 됩니다.”

남궁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연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워낙 큰 소리였기에 남궁나연은 물론 이윤후까지 놀라 그를 보았다.

자신도 큰 목소리를 낸 것에 놀란 창연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멋쩍은 표정을 보였다.

“아가씨가 직접 나서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가 봐야 이 소협에게 방해만 될 것입니다.”

“일단 제가 먼저 가서 상황만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혼자 안 될 거 같다면 그때 도와주십시오.”

“그래도…….”

남궁나연은 이윤후가 남궁세가의 일에 괜히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이전의 철부지 같던 그녀라면 무조건 도움을 받으려 했겠지만, 근래의 일은 그녀를 한층 어른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남궁나연이 이윤후를 계속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창연이 이윤후를 알게 모르게 노려보고 있었고, 그제야 이윤후는 창연이 자신을 처음부터 못마땅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사람은 남궁 소저에게 마음이 있나 보군.’

연애 감정에 둔감한 이윤후였지만 창연이 대놓고 드러내는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남궁 가주의 시종이라고 들었는데 남궁가의 아가씨를 좋아하다니…… 어려운 길을 가는군.’

창연의 마음을 안 이윤후는 내심 그의 마음이 안쓰러웠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 * *

파밧―

이윤후는 빠르게 지면을 박차며 경공을 펼쳐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에 뜨고, 점심 식사를 마친 이윤후는 창연이 일러 준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잡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 빨리 움직이고 싶었으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붙인 남궁세가의 무사들의 귀환이 늦어져 점심 식사까지 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몸이 가벼워.”

경공을 펼치던 이윤후는 이전에 비해 한결 몸이 가벼운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약선이 특별히 만들어 준 환단과 상월검의 내공 증진과 안정의 효과 덕에 상승무공을 펼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저기인가 보군.”

이윤후는 시야에 들어온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신형이 쏘아지듯이 나아갔다.

마을이 가까워지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자 이윤후는 살짝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몸을 나무 위로 올라가 숨겼다.

“마을에 인기척이 너무 없는데…….”

사왕련의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그것보단 마을 안에서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였다.

만상오행공의 수행이 깊어지자 이윤후는 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었고, 주위의 사람은 물론 생물의 기운까지 자연스럽게 느끼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이윤후는 모르고 있었지만, 황산 아래 작은 이 마을은 약초꾼들과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살던 작은 마을이었고, 사왕련과 남궁세가가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삶에 위협을 느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버리고 큰 아랫마을로 넘어가 마을 자체가 비어 있었다.

열 가구도 안 되는 작은 산 아랫마을이었기에 이곳에 촌락이 이루어져 있는 거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여 사왕련이 거점으로 삼기에는 좋았다.

“마을 입구에 둘…… 그리고 마을 안에 여섯…… 강한 기운은 없어 보이는데…….”

이윤후는 정신을 집중하여 기를 느끼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는데,이윤후는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기를 파악하려 하였으나, 느껴지는 기운 중에 크게 강해 보이는 기운이 없자 의아하게 여겼다. 사왕련의 사왕쯤 되는 인물이라면 조준혁 정도의 기운을 내보여야 했으나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조심은 해야지…….”

기운을 느끼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검성에게 이 감각에 대해 맹신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그 이유는 고수들이 기를 숨기듯이 절정의 고수들은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윤후는 혹시나 그런 경우일까 하여 조심스럽게 마을 안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작은 촌락이었기에 딱히 마을 입구가 아니더라도 파고들 곳은 많았다.

이윤후는 단숨에 사람들의 기운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고 가까워지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낮게 숨기고 천천히 이동을 했고, 낮이었기에 움직임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하하, 자네들 보지 않았나? 남궁세가 놈들이 우리만 보면 꽁무니 빼고 도망가는 것을~”

한 중년 사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렸고 술이 꽤 취한 듯한 음색이었다.

“당주님의 문양만 보고도 객잔에서 내빼더군요. 남궁세가 놈들뿐 아니라 이 주위에서 정파 놈들의 씨가 말랐습니다.”

“오절의 명성만 믿고 설치던 놈들이 이제 본때를 보는 것이지. 이제는 사파의 세상. 아니, 우리의 세상이 올 것이다. 모두 술잔을 들어라!”

당주라 불린 중년 사내는 맞장구쳐 주는 말에 기분 좋은지 크게 소리쳤다.

‘꽤 마음을 놓고 있군.’

이윤후는 숨어서 살짝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당주라 불렸던 중년 사내는 자색 무복에 왼쪽 가슴엔 사(邪)자가 새겨진 금색 문양의 옷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의 인물들은 그보다는 조금 젊어 보였고 모두 흑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

모두 사왕련의 사람임을 알 수가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모두 취기(醉氣)가 올라 있는 얼굴이었다.

그들의 시끄러운 대화가 이어졌고, 전혀 경계를 하고 있지 않은 덕에 이윤후는 그들의 눈을 피해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창고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약해져 가는 기운 두 개가 계속 느껴졌기에 이것이 남궁세가의 무사들일 것이라 생각했고, 창고 문은 잠기거나 막혀 있지도 않았기에 술을 마시는 사왕련의 인물들이 눈치 못 채게 조심스럽게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에는 쓰러져 있는 두 명의 사내가 널브러져 있었다. 의복은 거의 넝마처럼 뜯어져 있었고, 곳곳에 피가 묻어나 있었다.

이윤후는 자신이 들어와도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쓰러져 있는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고, 바로 두 사람의 맥을 짚어 보았다.

“살아는 있구나. 다행이야.”

이윤후는 혹시나 두 사람의 목숨이 끊어졌을까 걱정했지만 숨은 붙어 있었다. 사왕련의 무사들이 이들을 구속하지도 않고 창고 문 앞을 지키지도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사왕련의 인물들과 시비가 붙어 잡혀온 후 남궁세가에 대한 정보를 캐물었고 대답을 하지 않자 매질을 한 것이었다.

처음엔 버텼지만, 그들로서는 버틸 수가 없었고 아는 모든 것을 말했다.

그러나 사왕련의 무사들은 정파 나부랭이들이 자기 소속 문파의 비밀을 고작 매질에 이야기한다며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결국 이 꼴이 된 것이었다.

“이거 어쩐다…… 두 사람을 안고 빠져나가야 하나…….”

혼절한 두 사람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깨는 것이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한 이윤후는 혈을 짚어 깨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눈을 감고 밖의 상황을 살피던 이윤후는 여전히 술판을 벌이고 있는 사왕련의 무사들을 확인하고는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양어깨에 하나씩 둘러업었다.

‘이런…… 누군가 오고 있…….’

양쪽 어깨에 두 사람을 둘러업은 이윤후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창고 쪽으로 접근해 오는 기척을 느꼈다.

문제는 창고 앞이 길 하나로 되어 있어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 창고 문이 열려 있는데요?”

“남궁세가 놈들이 찾아온 것인가? 경계해!”

창고로 접근해 오던 사왕련의 무사 둘은 입구를 지키는 자들과 교대를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창고가 입구로 가던 도중에 있는 위치라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는 소리친 것이었다.

그들의 외침에 술을 마시던 사왕련의 무사들까지 모여들었고, 이윤후는 창고 안에서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더 시간 끌리기 전에 빠져나가야겠군.”

콰지직―

이윤후는 사왕련의 무사들이 모여든 곳을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나무로 지어진 창고 뒤편을 뚫는 쪽을 선택했다. 자신 혼자라면 몰라도 정신을 잃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데리고는 싸우기 불편했다.

단숨에 창고 뒤를 부순 이윤후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창고 뒤를 빠져나가 산을 타기 시작했고, 사왕련의 무사들도 질세라 그런 이윤후를 뒤쫓아 갔다.

“네 이놈! 감히 우리 사원당(邪元堂)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렁찬 외침이 산을 울렸고, 듣기 거북한 음성이 귓가에 파고들자 이윤후는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내공이 실려 있었으나 이윤후에게 피해를 주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로 묵직한 음성이었기에 이윤후도 반응한 것이었다.

사자후를 날린 인물은 바로 이윤후가 조금 전 사왕련 무리의 당주라 불렸던 중년인이었다.

혈왕문(血王門)의 문주였던 미후왕이 문파를 해산하고 사마련에 합류하면서 그의 심복이던 윤영찬도 사마련에 몸을 의탁했고, 사왕련으로 바뀐 지금도 그를 따르며 사왕련에서도 당주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원칠수(邪元七秀)!”

“네!”

이윤후의 뒤를 빠르게 뒤쫓던 윤영찬이 소리치자 그를 따르던 일곱의 무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둘이나 업고 도망가는 저 녀석을 놓치면 미후왕께 큰 누가 될 수가 있다. 얼른 처리하도록!!”

“네!”

윤영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원칠수라 불린 일곱의 무사들을 각기 방향이 다르게 흩어지더니, 일제히 이윤후를 향해 가속을 하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파바밧―

촤자자작―

암기가 이윤후의 등 뒤에서 날아들기 시작했고, 둘이나 업고 있는 이윤후의 상황에서는 겨우 피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피하는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말았다.

“이런…….”

이윤후가 날아드는 암기를 피하는 사이, 사원칠수는 이윤후를 포위했고, 결국 이윤후도 더는 도망가는 것을 포기한 채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그들과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이윤후는 물러나며 나무를 등졌고, 어깨에 둘러메었던 남궁세가의 무사 둘을 나무 뒤편에 내려놓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상월검을 잡았다.

“쥐새끼가 드디어 발이 묶였구나?”

윤영찬은 사원칠수가 포위한 이윤후를 향해 나아가며 소리쳤고, 이윤후는 그의 말에 살짝 얼굴을 실룩거렸다.

대놓고 사람을 비하하고 헐뜯는 윤영찬의 말이 공부만 했었던 이윤후에게는 적응이 되지 않았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네놈, 남궁세가의 소속이 맞느냐? 처음 보는 얼굴인데……?”

윤영찬은 이윤후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남궁세가의 인물이 아닌 듯합니다. 저희가 조사했던 남궁세가의 인명록에 저자의 얼굴은 없었습니다.”

사원칠수 중 한 명이 말했고, 윤영찬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원당은 남궁세가와 계속 부딪치면서 남궁세가의 인명록을 작성했던 곳이었고, 남궁세가의 드러난 인물들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르릉―

이윤후는 윤영찬이나 사원칠수가 자신에게 묻는 것에 답해 줄 생각이 없었고, 바로 상월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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