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120화 (120/251)

120화― 결심(決心)

빼애액―

빼액―

갑자기 날아든 북해설응들의 울음소리로 인해 궁내 많은 사람들이 놀라 밖으로 나왔고, 북해설응들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북해빙궁 주위를 낮게 비행하거나 빙궁의 각 구조물 위에 앉아 있었다.

북해빙궁의 인물들도 이런 모습을 최근 경험해 왔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고 있었다. 설응들이 모여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의 거대한 북해설응이 북해빙궁으로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빼액―

날아든 설응의 울음소리에 주위에 모여든 설응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빙궁으로 날아든 설응은 다름 아닌 검성과 이윤후의 설응인 백아였고, 백아의 등엔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백아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이 북해빙궁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연무장 아래로 강하했다.

꾸륵―

백아는 땅에 내려서자 자신의 몸을 웅크려 두 사람이 내리기 좋도록 지면과 가깝게 대었고, 검성과 이윤후는 그런 백아를 한 차례 쓰다듬고는 빙궁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리 통보는 했으니 실례를 범한 것은 아니겠죠?”

이윤후는 예상외로 많은 빙궁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검성에게 물었다.

검성은 이윤후를 수련동에서 나오게 한 후 무림의 상황과 유인경이 맞이한 상황을 설명했고,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이윤후와 동행한 상태였다.

미리 북해빙궁의 궁주인 단지경에게 연락을 취했다. 나름 몰래 방문해서 유인경을 데려오려 했지만, 북해설응들의 우두머리인 백아의 북해 방문은 요란하기 그지없었다.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앞으로 나온 인물은 그들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설풍대의 대주인 은설풍 조준혁이었다. 단지경은 그에게 두 사람의 안내를 부탁했고, 일찌감치 조준혁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 대주님.”

이윤후가 조준혁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고, 검성은 가볍게 눈인사만 나누었다.

조준혁으로서는 검성의 정체를 알고 있어 반가웠지만, 주위 눈이 있었기에 말을 건네기가 조금 조심스러웠다.

“일단 저를 따라오시죠. 궁주님이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준혁은 살갑게 두 사람을 대했고 그런 그의 모습에 모여든 빙궁의 인물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빙궁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조준혁이었고, 차가운 인상의 외모 탓에 사람들이 말을 건네기도 힘들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조준혁이 먼저 웃으며 둘을 반기자 빙궁의 사람들로서는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어했다.

그런 주위에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준혁은 주위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을 안내하며 궁 안으로 들어갔고, 백아는 검성과 이윤후가 사라질 때까지 주위에 위험은 없는지 살피듯이 경계를 하다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백아가 하늘로 오르자 대기하고 있는 북해설응들도 일제히 날아올랐고, 지켜보던 북해빙궁의 인물들은 그 광경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 * *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조준혁의 안내를 받아 단지경의 서재로 간 검성과 이윤후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단지경의 환대를 받았고, 이미 서재의 방에는 유인경도 자리해 있었다.

“유 소저, 잘 지내셨어요?”

이윤후는 유인경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고, 유인경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미소를 지었다.

“네. 단 궁주님과 빙궁에서 워낙 잘 대해 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이 소협은 안 본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요.”

“제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 오히려 유 소저의 모습이 이전과 다르네요.”

이윤후는 유인경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유인경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은 같이 다닐 때도 알고 있었지만, 잠시 안 본 사이에 유인경은 더욱 아름다워져 있었다.

이윤후와 다닐 적에 워낙 꾸밀 수가 없는 상황이라 유인경이 화장이나 치장을 하지 못한 모습만 보았던 이윤후였고, 유인경은 이윤후가 빙궁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껏 치장을 한 모습이라 이윤후로서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할 만했다.

“일단 앉으시죠.”

단지경은 두 사람이 어색하게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직접 나섰다.

“어르신도 앉으십시오.”

단지경은 검성에게 상석을 양보하면서 자리를 권했지만, 검성은 그곳이 아닌 이윤후의 옆자리에 그냥 앉았다.

“이곳은 주인은 너니까 나에게 너무 과한 예의를 차릴 것은 없다.”

검성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단지경은 자신이 상석에 앉았고, 두 사람을 지켜보던 유인경은 조금 신기한 듯 보고 있었다.

그녀도 이미 검성에 대한 것을 단지경에게 들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검성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 유인경의 시선을 느꼈는지 검성도 그녀를 빤히 보았고, 검성은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유인경을 흥미롭다는 듯 한참 말없이 보았다.

“네가 흑월도존의 손녀구나. 안 그래도 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

“저도 이렇게 명성 높은 검성 어르신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인사가 늦었습니다.”

유인경은 그제야 자신이 검성에게 예를 취하지 않았음을 인식하고는 일어나 깍듯하게 예를 취했다. 오랜만에 보는 이윤후가 반가워 검성에게는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터라,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속으로 자책했다.

“괜찮으니 앉도록 해라. 오늘은 너에게 용건이 있어 온 것이니 말이다.”

“네…….”

유인경은 한층 풀이 죽은 채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이윤후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검성에게 잘 보여야 했는데, 처음부터 괜히 밉보인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이제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는지 이야기해 주시죠. 보통 일은 아닐 듯한데요.”

단지경은 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갑작스런 두 사람의 방문 소식에 단지경도 조금 놀랐었다.

“너는 대충 이야기를 알고 있지 않느냐?”

검성은 유인경을 바라보며 물었고,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인경이 빙궁에 머물기로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천에서 비밀리에 접촉해 왔다. 비천은 빙궁에도 세작들이 존재했기에 그녀에게 비천이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천은 유인경에게 어떠한 제안을 해 왔다. 그 제안은 다름 아닌 유인경의 세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로서는 솔깃할 만한 제안이었고,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비천회라고 드러냈을 때 그녀는 더욱 욕심이 났다.

하지만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정도로 유인경은 미련하지 않았다.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했고, 결국 대답은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와 있었다.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렸어요. 그들의 제안은 분명 욕심이 났으나, 그것에 뒤따라올 재앙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요…….”

유인경은 살짝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단지경과 조준혁은 살짝 어리둥절해했다.

반대로 검성과 이윤후는 그녀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이 바른 아이구나. 어찌 보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텐데 말이다.”

검성은 진심으로 유인경을 기특하게 쳐다보았다. 유인경 자신이 그들에 의해 죽음을 당할 뻔했고, 할아버지인 흑월도존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비천의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선택 이후의 일을 걱정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검성은 더욱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저도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그들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제안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제 자신의 처지만 놓고 고민했으나, 오래 생각을 하니까 그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더욱 답을 내놓지 못하고 고민했고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어요.”

“네 마음을 다 이해한다. 너를 돕기 위해 윤후와 내가 온 것이니, 이제 혼자 걱정하지 말아도 된단다.”

“정말인가요? 저를 도와주실 건가요?”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 너를 만나러 온 것이니 말이야.”

검성의 대답에 유인경은 이윤후를 쳐다보았고, 이윤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모습에 유인경의 큰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그 모습에 모두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로서는 제안을 받고 혼자 마음고생이 심했기에 검성과 이윤후가 자신을 도와준다는 말에 안심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비천에서 자신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무림의 역사 속에 비천은 늘 정파를 위한 비밀 결사 조직 같은 단체였고, 사파에게는 늘 가혹했던 기록이 있었기에 자신을 돕는다는 비천의 말에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우리와 같이 가겠다면 너를 도우려 하는데, 그렇게 하겠느냐?”

검성은 유인경이 마음을 추스르자 말을 건네었다.

“비천이 너를 이용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분명 너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나, 그 힘은 너를 옥죄일 것이다. 사왕련에서 너를 없애고자 할 수도 있고 어떠한 위협이 있을지 모르니 우리와 가는 것이 너에게는 안전할 것이다.”

검성의 말에 단지경과 조준혁이 동시에 놀라 서로 쳐다보았다. 사실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듣고만 있었는데, 비천의 이름이 나오자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검성의 말에 유인경은 단지경을 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보는 이유를 알았기에 단지경은 말을 건네었다.

“유 소저가 편한 대로 하십시오.”

빙궁의 신세를 지고 있었던 유인경은 이곳을 떠나는 일에 선뜻 답하지 못한 채 단지경을 보았고, 그 마음을 아는 단지경이 먼저 말한 것이었다.

“사부님과 제가 유 소저를 도울 것입니다. 더는 마음고생 안 하셔도 됩니다.”

듣고만 있던 이윤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고, 유인경을 울음을 멈추고 배시시 웃음을 보였다. 그저 서생만 같았던 이윤후가 잠시 못 본 사이에 듬직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돌아와 자신을 지켜 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더욱 감동하고 있었다.

“검성 어르신과 이 소협을 따라서 무림으로 나가겠어요.”

유인경은 말을 하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사실 유인경은 빙궁에 머무르는 것을 결심한 이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다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자신을 몰아낸 독고진이 자신을 해하려 들지는 않을지 말이다. 영원히 빙궁 밖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던 유인경이었기에, 이렇게 다시 무림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그녀로서는 힘든 결정이었다.

처음 그녀는 빙궁에 머물며 자신의 할아버지인 흑월도존을 따르던 인물들과 접촉해 보려 했으나, 누가 자신의 편인지 판단할 길이 없었다.

자신이 가장 믿던 경혼이 자신을 죽이려 했고, 흑월도존의 명령만 받던 잠룡대가 그녀를 죽이기 위해 찾아왔었다.

그녀는 믿을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용히 빙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어야 했고, 남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에 힘들어하던 터에 비천이 제안을 해 왔다.

그런데 검성과 이윤후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거, 일단 이곳에 찾아온 가장 중요한 일은 처리된 듯하니 남은 일도 처리해야지?”

검성은 이윤후를 바라보며 말했고, 검성의 말에 다들 이윤후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 소협과 준혁의 대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단지경은 눈치 빠르게 검성이 말한 ‘남은 일’에 대해 눈치채었고, 검성은 미소를 보였다.

“길지는 않았으나 윤후는 많은 성취를 이루었네. 그 결과를 시험하기 가장 좋은 상대가 빙궁에 있는 듯한데, 실례가 되는가?”

“이건 제가 대답할 것은 아닐 듯하군요.”

단지경은 검성의 질문에 조준혁을 보았고, 눈치 없는 조준혁은 그제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채었다.

“전 괜찮습니다. 저 역시 검성과 겨룬 이후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검성의 제자와 겨룰 기회는 제가 부탁하고 싶군요.”

조준혁은 검성과 이윤후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그는 검성과 다시 한번 겨룰 기회가 있었으면 했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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