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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15화 (115/251)

115화― 지은보은(知恩報恩)(2)

“약선 어르신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안명은 어렵사리 말을 꺼내었다.

“저에게 부탁을요? 어떤 부탁을 하려고 이 먼 곳까지 온 거죠?”

약선은 궁금한 듯 물었고 안명은 다시 한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것이…… 혹시 현 무림의 상황은 알고 계시는지요?”

“정사의 문제 말인가요? 대충 상황은 들어서 알고 있어요.”

약선도 안명이 무림맹의 대표로 온 것이든 남궁세가의 대표로 온 것이든 그 일로 왔을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자신을 찾아온 건지 그것이 궁금했다.

“알고 계신다 하니 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무림은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언제 정사가 부딪쳐도 이상하지 않죠. 아시겠지만 무림맹은 이제 전대 맹주의 뒷정리를 하고 이제야 안정화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파와 부딪치는 것은 정파에게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입니다.”

안명은 검성과 약선을 번갈아 보며 열변을 토해 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저를 찾아온 것과 연관이 있나요?”

약선은 안명이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

“그것이……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일로 약선에게 부탁을 드리고자 제가 찾아왔습니다.”

“정사가 부딪치는 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전 더는 무림의 싸움에 관여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저희의 부탁은 약선이 저희와 싸워 달라는 것이 아니라…….”

약선의 말에 안명은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무림맹이나 정파는 현재 당장 사파와 싸움을 할지 말지도 의견이 모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니, 의견이 모인다고 해도 사파의 힘과 정파의 힘은 차이가 현격히 나는 상태라 싸울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파와 협상을 해 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명의 말에 검성은 이제야 그가 왜 이곳에 찾아온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약선은 아직 안명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파와 협상을 하는 데에 약선께서 조금 도움을 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안명은 말하고는 약선의 표정을 살폈고 그녀의 표정은 살짝 당황한 듯해 보였다. 약선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인지라 대답조차 못하고 있었다.

약선은 그저 자신이 봐줘야 할 환자가 있거나 사파와 대결에 필요한 의약품을 지원해 달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명의 말은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사파와의 협상에 왜 내가 필요한 것이죠?”

약선은 안명에게 물었고 그녀의 대답은 안명이 답하기 전에 검성이 답을 해 주었다.

“약선의 명성과 힘을 빌려 사파에게 이야기를 꺼내려 하는 것이겠죠.”

검성의 말에 약선과 안명이 동시에 그를 보았다.

“사파에서는 정파가 무슨 협상을 걸어오든 만나려고조차 않을 게 분명한데, 약선이 나선다면 사파들이 최소한 문전박대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겠죠. 그리고 약선이 나서 주기만 해도 정파 쪽에 약선이 있음은 사파에게 위협이 될 테고요.”

검성의 말에 약선은 살짝 표정이 굳어졌고 그런 약선의 표정을 보고는 안명이 곤란한 듯 표정을 보였다.

“그쪽은 누굽니까? 누구기에 이렇게…… 아……! 설마 화미랑(華美郞)……?”

안명은 검성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서 누군지 떠올렸다. 약선에게 목적인지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지라 이제야 알아보았다.

“어떻게 나를 알죠? 만난 적이 없던 거 같은데요?”

검성은 안명이 자신을 알아보자 조금은 의아한 듯 물었다.

“아…… 그건 화미랑의 초상화를 보아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몰라보아서 실례했군요.”

안명은 검성 본인일지는 생각 못 한 채 검성의 제자 임진후라고 알아보고는 말을 높였다. 그가 무림맹의 군사이긴 하나 오절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엄청났기에 오절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안명이 조심하고 있었다.

“초상화요?”

검성은 안명의 말에 물었고 약선은 안명의 말에 집히는 것이 있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네. 화미랑의 소문이야 무림에서 쫙 퍼져 있었고, 저도 궁금하여 수소문하던 차에 초상화를 구해서 보았었죠. 제가 봤던 초상화와 닮아 보니 바로 알겠군요.”

“아…… 천통자의 소행이군.”

안명의 말에 검성은 초상화의 출처를 그제야 생각해 내었다. 천통자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갔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는데, 그가 정말로 그것을 팔고 있을지는 생각도 못 했었다.

검성이 화미랑으로 유명해질수록 천통자가 유통한 화미랑의 초상화는 값어치가 올라갔고, 그려 간 한 장을 계속 베껴 그려서 유통하고 있었다. 현재는 천통자가 따로 고용한 화가가 그림 베끼기만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가 애초에 그려 가면서 팔아먹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약선은 미소를 지으며 검성에게 말했다. 서로 편한 듯 말을 놓고 있어 그 행동에 안명은 의아함을 느꼈다. 모옥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약선이 말을 높였다가 내리는 것을 보았기에 더욱 이상하게 생각했다.

“사파와의 일로 남궁세가가 아주 곤란하다고 들었는데, 현재 세가는 어떤 상황입니까?”

“그게…….”

안명은 약선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검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약선을 한번 바라보고는 입을 떼었다.

“사왕련에서 안휘성 일대를 자신의 영역이라고 선언을 한 상황이라 남궁세가의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사왕련에서 그런 선언을 했습니까?”

“네. 일방적인 선언으로 안휘성 일대의 정파들이 곤란한 모양새에 있습니다.”

“그래도 정파로서는 할 말이 없겠군요.”

“네? 그게 무슨……?”

안명은 검성의 말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고 되물었다.

“정파도 예전에 똑같은 행동을 했었으니까요. 정파가 강성할 때 힘을 등에 업고 사파들을 비슷한 방법으로 압박했었죠.”

“그거야…… 그렇지만.”

안명은 검성의 답에 조금은 당황하였다. 안명도 듣기만 했었던 내용이었는데, 검성이 마치 본 것같이 그 점을 짚어 주자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다.

“아마 사파도 예전의 일을 갚아 주고자 그런 일을 벌이는 거 같군요. 지금 당장은 안휘성만 그렇겠지만, 아마 사파의 모든 문파가 그렇게 나오겠지요. 그러면서 정사가 부딪치게 될 테고요.”

“저도 일단 그렇게 예상합니다.”

검성이 날카롭게 핵심을 이야기하자 안명은 조금 놀라며 답했다. 안명도 사파가 안휘성을 시작으로 다른 모든 곳에서 같은 식으로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림맹에 모여 회의를 하는 수장들은 그것도 예상하지 못한 채 자신들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방관하려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정파는 전혀 사파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지경입니까?”

“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사대전이 정말로 시작된다면 정파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갈 것입니다. 소림은 이미 봉문을 하는 상황과 다름없고, 무당 역시 이번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모양새입니다.”

“무당이 왜 관여를 하지 않습니까? 무당도 꽤 큰 피해를 당할 것인데?”

안명의 말에 검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현재 황제가 무당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무당에 큰 공사 중이기도 하고요. 사파라도 현재 무당을 건드리지는 못할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무당도 크게 이번 일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있는 듯하고요.”

안명의 말에 검성은 약선을 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성은 아직 무림의 상황에 어두워 잘 몰랐지만 약선도 그 내용은 잘 알고 있었다.

“소림과 무당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면 정파가 사파에 밀리는 것은 당연하군요.”

“소림과 무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사파의 힘을 막기 힘듭니다. 소림과 무당도 그것을 알기에 더 소극적으로 자세를 취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파가 오절의 시대에 정파에게 유린당했지만, 소림과 무당은 그 일에 관여조차 하지 않았기에 아마 사파도 소림과 무당에 크게 원한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소림과 무당이 많이 변하기도 했군요. 아무리 그래도 정파의 위기에 그런 식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검성은 안명의 이야기를 듣고 소림과 무당의 상황도 이해가 갔지만, 정파의 태산 북두라 불리는 두 문파가 이해손실을 따지고 행동한다는 자체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소림과 무당 두 곳 다 무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지 꽤 되었습니다.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긴 하더군요.”

안명도 소림과 무당의 태도에 조금은 서운하긴 했지만, 그들이 갑자기 무림의 일에 나서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에 누구도 소림과 무당에 욕하지는 않았다.

“사파와 협상을 하는 것은 이미 논의된 부분입니까?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미 서안에서 꽤 오랜 시간 결론이 나지 않아 긴 회의를 하고 있다 들었는데요.”

검성의 물음에 살짝 안명은 당황하였지만 이내 추스르고 입을 떼었다.

“회의 때 개방의 방주이신 소천개께서 협상자로 약선 어르신을 추천하였습니다. 물론 모두들 서문세가의 눈치도 보이고…… 협상 자체에 반대인 곳도 있어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파가 결국 사파와 싸우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 사파와 대화를 해 보아야 하고, 그 적임자가 약선 어르신이라고 생각해 제 독단으로 찾아왔습니다.”

안명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는 약선을 바라보았고, 약선은 살짝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검성 쪽을 보았다.

“약선 어르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약선이 자신을 보자 검성이 물었다.

“생각이라고 할 것도 없네. 내가 사파와 무슨 협상이 가능하다고…… 흑월도존이라면 예전에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지금의 사왕련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없어요.”

약선은 애초에 무림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도 딱히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서문세가가 참여한다면 모를까, 서문세가도 오절의 시대에 딱히 그 힘을 과시하지도 않았기에 사파를 조심할 이유도 없었다.

안명도 이미 약선이 거부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막상 대답을 듣고 나니 조금은 난감해졌다. 안명은 자신도 모르게 검성 쪽을 보았고 눈을 마주친 검성은 입을 떼었다.

“사파와의 협상자가 꼭 약선 어르신일 필요는 없겠죠?”

“그렇긴 하지만……?”

“제가 사부님의 이름을 빌려서 나서도 괜찮을까요?”

“정말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안명은 검성의 말에 놀라며 되물었다.

“일전에 남궁세가의 가주님에게 약속한 것도 있고 사부님과 전대 남궁세가의 가주님과 친했다고 하니, 그냥 지켜본다면 제가 사부님에게 혼날 것 같군요.”

검성은 살짝 너스레를 떨며 말했고, 그 모습에 약선은 미소를 보였다. 약선은 이미 검성이 남궁세가의 위기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주신다면야…… 저희로서는 좋지만 저희 가주님에게 약속한 것이 있으십니까?”

안명은 예상치 못한 일에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해져 왔다. 검성과 남궁세가의 전대가주였던 비월검공의 친분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이렇게 검성의 제자가 나서는 것은 예상외였다.

“일전에 사부님이 비월검공에게 맡겨 두었던 검을 찾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남궁인 어르신을 거기서 뵈었고요. 검을 아주 잘 보관해 주셔서 제가 나중에 남궁세가에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꽤 빨리 은혜를 갚을 일이 생겼네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듣지 못해 몰랐습니다.”

안명은 살짝 남궁인이 원망스러웠다. 진즉에 검성의 제자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궁인도 그 당시 검성의 약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에 그 약속으로 남궁세가가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네요. 필요하다면 서문세가에도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죠.”

“정말이십니까?”

약선의 말에 자신이 들은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안명이 되물었다. 약선이 나서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텐데 서문세가까지 동참한다면 큰 힘이 될 게 분명했다.

의외의 성과를 얻게 된 안명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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