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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05화 (105/251)

105화― 신투의 흔적

“정파 무림은 그 당시에 이미 오절의 명성을 등에 업고 할 짓 못할 짓을 많이 했었죠. 모두 아시지 않습니까?”

“…….”

현월자의 말에 모두 답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모두 그 당시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지만, 정파가 오절의 힘을 이용해 사파를 억압한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검성께서 무당에 계실 때 장문인과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정파라고 선한 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파라고 다 악하지는 않았다고. 차라리 정파라는 자들이 뒤에서 더욱 악독하였다고요.”

“음…… 검성께서 무림을 떠난 이유도 그 때문이라면 돌아오시지 않겠군요.”

남궁인은 현월자의 말에 침통하게 이야기했다. 남궁인도 자신의 아버지에게 검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기에 현월자의 말에 조금은 이해를 했다.

“어차피 오절의 은원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검성은 정사의 격돌보다는 복수를 위해 움직일 것이 분명할 듯하지 않겠습니까?”

현월자는 말을 하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그의 말에 소천개도 고개를 끄덕였다.

‘검성은 분명히 모든 사실을 소문이 퍼지기 전에 알고 있었을 거야.’

소천개는 이제야 왜 검성의 제자가 도후와 신투에 대한 정보를 물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이미 검성은 모든 것을 알고 그들을 찾고 있었다. 복수가 그 목적일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검성은 분명 정사의 문제나 사패가 무림을 침공하는 것 또한 관여할 생각이 없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말은 꺼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 말을 아낀 채 침묵을 지킬 때, 모용석이 나서서 이야기했다.

“제가 한번 자리를 마련해 보죠. 어차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니까요.”

모용석의 말에 결국 소천개가 나섰고, 그의 말에 모용석이 반색했다.

“저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모용가주까지 말입니까?”

모용석은 검성을 만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제자인 임진후를 만나는 것에 관심이 있었기에 소천개에게 간절하게 바라보며 부탁했고, 소천개는 결국 거부하지 못했다.

“그럼, 일단 제가 임 소협의 의중을 알아본 후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죠. 괜히 그쪽의 허락 없이 모용가주를 데려가기엔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모용석은 소천개의 허락에 살짝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아들인 모용연을 통해 검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만나고 싶었다. 하여 소천개를 통해 만날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검성이 서안을 이미 떠난 상황이라 모용석은 검성을 만나지 못하였다.

* * *

검성은 서안에서 벗어나 산을 넘고 있었다. 따라다니던 은정연도 떼어 내어 오랜만에 홀로 여유 있게 무림을 주유하고 있었다.

백아를 타고 이동할까 고민도 했었지만 딱히 급하게 움직일 일도 아닌지라 무림을 직접 도는 것을 선택하여 말도 타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검성은 하산하던 도중 발걸음을 멈추었고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따라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검성이 살짝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하자, 큰 나무 뒤에서 천통자가 머리를 긁으며 나타났다.

“알고 계셨습니까?”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검성의 표정이 조금은 사나워지자 천통자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거 너무 갑자기 박대하시니 서럽군요.”

천통자는 검성의 눈치를 보며 우는소리를 했다. 이미 검성이 그렇게 서안에서 떠나고 비천에 보고한 후 재빠르게 검성의 뒤를 따라붙은 것이었다.

“박대하게 한 것은 너희들이지. 어쭙잖은 거래를 하려고 한 것은 너희가 아니더냐?”

검성이 차갑게 이야기하자 천통자도 난감한 듯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다 보니 검성의 도움을 청하려다가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천통자는 검성에게 일찌감치 사과하며 그의 마음을 풀어 주려 했고, 천통자의 말에 검성도 조금은 표정이 풀렸다.

“검성께 다시는 이런 무례를 범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천통자는 다시 한번 사과를 하며 예를 취했고, 그제야 검성도 화를 풀었다. 어차피 검성도 천통자나 비천에서 따라올 것을 예상하였기에 백아로 이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검성도 아직은 비천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기에 비천과 빨리 푸는 것이 좋았다.

“이전부터 궁금했던 점인데 하나 물어봐도 되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말해 드리죠.”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조금 의외였지만 바로 답했다.

“비천은 왜 굳이 정파 무림의 평화를 유지하려 힘쓰는 것이지?”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검성이 물은 부분은 비천의 비밀이기에 말해 줄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말해 줄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나도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검성은 천통자가 곤란해하자 말했다. 비천은 언제인지도 모르는 때부터 존재하며 무림의 균형을 위해 움직여 왔다.

무림의 꽤 굵직한 사건 때마다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마교나 사패의 세력이 움직이는 것을 늘 누구보다 빠르게 무림에 알려 주었다.

“말씀드리죠. 검성께서 아신다고 어차피 소문을 내실 것도 아니고요.”

천통자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

“굳이 무리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좋아.”

검성의 말에 천통자는 살짝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큰마음 먹고 말해 주려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자 약간은 심통이 난 것이었다.

“말하지 말까요?”

“뭐, 굳이 말하겠다면 듣기야 하겠지만 말이야.”

검성의 행동에 천통자는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결국은 입을 열었다. 말해 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우내삼존(宇內三尊)이라고 아십니까?”

천통자의 물음에 검성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표정을 감추었다. 하지만 천통자는 이미 그 표정을 확인하였다.

검성이 놀란 이유는 우내삼존의 한 명이 자신이 잘 아는 인물이라서였다.

“우내삼존은 삼백여 년도 전에 무림을 평정한 세 명의 절대자를 부르는 칭호였죠. 천안존자(天眼尊者), 화령도후(花翎刀后), 비뢰검제(飛雷劍帝) 이 세 명을 말이죠.”

천통자는 우내삼존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천천히 이야기하며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검성이 우내삼존의 이야기에 놀란 이유가 셋 중 누군가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 예상하였다.

‘우내삼존 중 누구를 알기에 검성이 동요한 것이지?’

천통자는 말을 하며 계속 검성의 눈치를 살폈다. 검성의 비뢰검결(飛雷劍訣)은 검성이 동굴에서 얻은 우내삼존 중 비뢰검제의 비급이었다. 검성은 자신이 익힌 무공에 대해 따로 드러내지 않았고 누구의 제자인지도 밝히지 않았기에 검성이 비뢰검제의 비급을 익힌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우내삼존은 자신들이 무림을 떠난 이후 무림을 걱정하여 힘을 모아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그것이 비천의 시초인가?”

“네. 정확하게는 셋이서 뜻을 모으긴 했지만, 천안존자께서 현재의 비천을 만드셨죠. 화령도후와 비뢰검제께서는 천안존자의 뜻에 동참하여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내삼존이 서로 뜻을 모으다 보니 세 사람은 한 가지 불문율을 만드셨습니다.”

“…….”

“무림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비천이 무림에 드러나거나 큰 힘을 이용해 욕심을 낼 수도 있었기에 그것을 통제하는 장치를 해 두셨고, 그것은 지금까지 비천을 드러나지 않도록 해 왔죠.”

“왜 굳이 드러나지 않고 무림의 균형자로서 비천은 머무는 것이지?”

검성은 천통자의 이야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비천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무림에서 정보란 엄청난 힘을 가지죠. 지난 삼백여 년 동안 비천에 쌓인 정보는 전대 고수들의 비급과 그들이 남긴 무기 등 많은 부분이 존재하죠.”

“그렇군. 그럴 수도 있겠어.”

천통자의 말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천의 정보력은 이미 검성이 잘 느끼고 있었다. 그 힘을 드러내서 활용한다면 무림에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통자의 말처럼 지난 세월 동안 비천에 비축되어 있을 무림 기인들의 비급이 존재한다면 비천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검성을 깨울 수 있었던 몽환대법도 비천에서 비급을 회수하는 일환으로 제가 회수하여 익힌 것이었죠. 비천의 사람 중 이전의 신공들 그리고 마공들까지 익힌 자들이 꽤 많습니다.”

“그렇군.”

“네. 하여간 우내삼존의 유지를 이어 그 후에도 비천은 음지에서 무림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그동안 문제도 있긴 했지만요…….”

천통자는 살짝 말을 하다 심각한 표정이 되었지만, 검성은 딱히 파고들어 묻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나를 다시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굳이 날 찾아올 필요가 없었을 텐데?”

“왜 또 갑자기 차갑게 그러십니까? 검성의 복수를 위해 저희가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아직 유효한 것이냐?”

“물론이죠. 약속했던 부분이니 지켜 드려야죠.”

천통자는 가슴을 탕탕 치며 마치 인심 쓰듯이 이야기했고, 그 모습에 검성은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천통자도 검성이 비천의 제의를 거절한 후 비천회에 보고하여 많은 지시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바람에 검성을 쫓아온 것이 늦어졌다.

검성을 정파의 싸움에 끌어들이는 것은 실패했지만 결국 검성이 하는 복수는 비천에게 나쁠 것이 없었기에 마지막까지 돕기로 한 것이었다.

현재 검성과 약선을 제외한 오절들은 무림에 위협이 되는 존재였기에 비천은 신투만이라도 검성이 제거하도록 돕기로 했다.

도후의 경우엔 사실상 그들의 뜻이 갈린 이후, 되레 신투와 권왕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 주었었기에 비천 역시 그녀를 크게 위협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신투는 달랐다. 오절 간 일어난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신투였다. 과연 그 노물이 오랫동안 무림에 나타나지 않고 어떤 일을 해 왔을지 비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천회는 신투가 현재 사파와 사패의 세력만큼 위협적이라고 판단해 검성의 복수를 돕겠다고 천통자를 다시 보낸 것이었다.

검성도 이미 비천회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고, 어차피 서로 목적이 일치하니 비천회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검성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신투 쪽의 벽령이라는 자를 저희가 따라붙었다고 했었지 않습니까.”

“신투가 숨어 있는 곳은 찾았는가?”

검성은 신투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바뀌며 물었다.

“아…… 찾은 것은 아니고 따라붙기는 했는데 벽령이라는 자를 결국 놓쳤습니다.”

천통자의 이야기에 검성은 급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천통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벽령이라는 자를 놓친 곳이 꽤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어디였기에?”

“북평입니다.”

“북평이 왜 흥미롭다는 것이지?”

검성은 살짝 천통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아…… 검성께서는 오래 잠드셔서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몽골을 몰아낸 왕은 몽골인들의 성이 있었던 대도를 완전히 부수고 폐허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현 황제인 영락제께서 북평으로 천도(遷都)를 선언하셔서 현재 북평에는 대규모 황궁 건설이 진행 중이지요.”

“그런 일이 있었나?”

검성은 이윤후를 통해서도 나라가 바뀌었음을 듣기는 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천통자의 말도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었다.

“그가 북평에서 사라진 것이 무슨 일이라는 거지?”

“현재 북평은 황궁의 건설을 위한 인부들과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곳입니다. 딱히 세력이 머물기에 좋지 않은 곳이죠. 그런데 벽령이라는 자가 그런 북평에 들어간 후 사라졌습니다. 이상하지요.”

“설마……?”

검성은 천통자가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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