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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100화 (100/251)

100화― 위여조로(危如朝露)(2)

“네놈은 누구기에 여기에 나타난 것이지? 그리고 날 데려가겠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우금은 검성이 눈앞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소리가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너의 계획은 내가 나타난 시점에서 실패한 것이 아닌가? 이자들이 다 깨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본 건가?”

검성은 쓰러져 있는 모두를 가리키며 이야기했고 그의 말에 우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그렇게 둘 성싶으냐?”

“나름의 실력이 있는 자라고 들었는데 너와 나의 실력 차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냐?”

검성은 우금을 바라보며 답답한 듯 이야기했다.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우금은 내력을 끌어 올리며 검성을 노려보았다. 빈틈을 보이면 언제라도 손을 쓰려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상대에게는 빈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지? 이렇게 강자가…….’

검성의 정체를 알지는 못했지만 보통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과 그가 뱉어 내는 광오한 말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우금으로서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순순히 인정하기 힘든가 보군.”

파밧―

“헛…….”

파방―

검성이 말을 마치자마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우금의 목을 낚아채려 했고, 우금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뒤로 물러나며 일장을 내질렀다.

쩌엉―

검성은 우금이 내지른 일장에 손을 내질러 맞부딪쳤고 굉음이 회의장을 울렸다.

“제법…… 으윽…….”

우금은 자신의 손과 검성의 손이 맞닿은 상태로 입을 떼었으나 순간 극렬한 고통으로 인해 인상을 구겼다. 엄청난 내력이 맞닿은 손으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꽈드득―

“흐…… 억…….”

우금의 팔이 마치 구겨지듯이 비틀어지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주저앉았다.

파방―

“크헉…….”

검성의 손이 우금의 손에서 떨어지자, 우금은 그대로 땅에 널브러졌다. 그러곤 이미 근육이 뒤틀어지고 뼈가 분질러진 자신의 팔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이제 내 말을 듣고 따라가겠느냐?”

검성은 주저앉은 우금을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이미 상대는 전의를 잃은 상태였기에 더 손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검성은 손을 맞닿은 순간 만상오행공의 차력(借力)을 이용하여 우금의 내력을 흡수해 팔을 망가뜨린 것이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우금은 이미 쓸 수 없게 된 자신의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검성에게 울분을 토해 내듯 물었다. 자신을 이렇게 어린아이 취급할 정도의 강자는 생각나지 않았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내가 묻는 답을 하지 않다니…….”

검성은 우금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우금은 축 늘어져 버린 팔을 부여잡은 채 뒷걸음질 쳤다. 마치 맹수를 앞에 둔 토끼인 양…….

“이런…….”

쐐액―

우금은 자신의 행동에 자괴감을 느끼고는 살아남은 왼팔을 이용해 내력을 끌어 올려 내질렀다. 단순한 수도(手刀)였지만, 우금의 모든 힘이 실린 한 수였기에 날카로웠다.

하지만.

콰앙―

“크헉…….”

수도를 내질렀던 우금은 그대로 한쪽 벽에 처박히며 그대로 쓰러졌다.

검성은 우금이 내지른 수도를 쳐올리고는 그대로 가슴에 일장을 박아 넣었고, 그 힘에 우금은 그대로 벽에 처박힌 것이었다.

“어리석군. 이미 힘의 차이를 느꼈을 텐데 덤비려 들다니…… 권력욕이 있는 놈이라더니 포기하기 싫은 마음이 큰 것이냐?”

검성은 바닥을 기는 우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검성은 우금을 향해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그가 다가올수록 우금은 겁에 질려 갔다.

그를 향해 다가가던 검성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우금은 검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멈추어 좋으면서도 놀라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내 알 수가 있었다.

우금의 앞에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볼품없는 노인의 모습을 했지만, 악명이 자자한 노마두인 환영신마(幻影神魔)였다.

“환노…… 당신이 어떻게……?”

우금은 입가에 피를 닦아 내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환영신마에게 물었다. 이미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부끄러웠으나, 환영신마가 나타난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네가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하여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녀석의 정체가 궁금하여 나오게 되었지.”

환영신마는 검성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듯 보았고, 검성은 환영신마를 알아보고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저 마두가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인가? 가영과 합공했을 때 죽었으리라 생각했건만…….’

검성은 환영신마를 무림에서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었기에 그가 이렇게 자신의 앞에 있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림행을 다니던 때, 환영신마의 악명이 높아지자, 그 당시 혈기가 넘기천 검성과 도후 역시 환영신마를 쫓았었다.

도주하던 환영신마는 결국 검성과 도후에게 뒤를 잡혀 그들의 합공에 죽음을 맞이했다. 가슴에 직접 칼을 박아 넣었던 검성은 그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환영신마가 자신의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뭔가 꽤 큰 조직이 무림의 일에 관여하고 있군…… 초 형 쪽인가? 아니면…… 또 다른……?’

검성은 환영신마와 우금이 어느 쪽의 세력일지 궁금해졌다. 도후는 아닐 것이었고, 신투 아니면 사패 그리고 마교 또 사파까지…… 떠오르는 세력들이 너무 많았다.

‘무림이 위기긴 위기군…….’

검성은 다시 환영신마와 우금을 보았다. 검성은 검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쉬워졌다.

정천검을 보여진다면 정체가 드러날 것이 분명하여 가져오지 않았는데 환영신마를 검 없이 상대하는 것은 검성이라도 부담이 되었다.

환영신마의 존재가 검성에게 압박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혼자 당해 내지 못하고 도후와 합공을 해서 겨우 상대했던 대마두였다.

그때와 달리 많은 성취를 이룬 검성이었지만, 환영신마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설마 나를 알아본 것인가?”

환영신마는 복면을 쓴 검성이 자신을 알아본 듯한 모습을 보이자 놀랍다는 듯 표정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환영신마는 이미 무림에서 죽은 인물이었다.

“자네 정체가 점점 궁금해지는데?”

“저자를 죽여야…… 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자, 우금이 몸을 일으키며 환영신마에게 말했다.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게…… 무슨……?”

우금의 말에 환영신마는 돌아보며 그를 한심한 듯 보며 말했다.

“저자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저자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단 말이다. 저자의 실력은 나에게 절대 하수가 아니다. 쉽게 죽일 수도 잡을 수도 없다는 말이지.”

“그런……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무림에 있다는 말이요?”

환영신마의 말에 우금은 놀라 물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환영신마는 현 무림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었다.

오절이 젊었을 적이라고는 하지만, 검성과 도후가 겨우 상대했던 마두였고 그때 비해서도 현재 실력은 더욱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가 복면인을 두고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현재 무림에 내 상대가 될 자는 흑월도존 외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자를 보니 놀랍긴 하구나. 정체도 궁금하고 말이야.”

환영신마는 검성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에서 샘솟는 호승심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여기서 한번 붙어 보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하군. 난 이자를 데리고 떠날까 하는데 괜찮겠나?”

“그게 무슨……? 저자를 이대로 두고……?”

환영신마의 말에 놀라 우금이 소리쳤으나 환영신마의 눈빛에 주눅이 들어 말을 멈추어야 했다.

“어떠한가?”

환영신마는 검성을 향해 다시 물었다.

“저자를 데리고 그냥 떠나겠다는 말이요?”

검성도 환영신마의 말이 믿기지 않았기에 물었다.

“그러네. 어차피 자네와 여기서 싸움을 벌인다면 저들이 다 깨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계획은 실패한 거야. 차라리 저들을 모두 죽였다면 일이 수월해졌을 텐데 말이지.”

환영신마의 말처럼 회의장 내 정파 수뇌부는 전부 약에 취해 잠이 든 상황이었다. 소란이 길어진다면 깨어날 것이 분명했다.

우금은 그들이 잠든 사이 제압하여 자기 뜻대로 일을 진행시키려 했지만, 검성의 난입으로 이미 실패했다.

“어차피 일이 틀어졌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지.”

환영신마의 말에 우금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이미 계획은 실패했다. 저들이 깨어난다면 무림맹 내 자신의 입지도 지킬 수가 없었다. 환영신마의 말처럼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였다.

“난 어차피 이들을 지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니 그쪽이 물러나겠다면 막지 않겠습니다.”

검성도 굳이 환영신마와 여기서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그와 싸우게 된다면 실력을 숨기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 싸움을 통해 얻을 것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럼, 자네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우린 떠나겠네.”

환영신마는 벽에 기댄 채 검성에 의해 못 쓰게 되어 버린 팔을 늘어뜨리며 상황을 지켜보던 우금을 잡았다.

“나중에 볼 일이 있겠지? 그때는 정말로 그대의 실력을 보도록 하겠네.”

파밧―

환영신마와 우금은 말과 함께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다. 검성은 그들이 사라지자 생각에 빠졌다.

“환영신마가 살아 있다니…… 도대체 누가 그를 부리고 있는 것인가?”

검성은 환영신마가 단순 하수인임을 알 수가 있었고, 그런 노마두를 단지 하수인으로 부리는 곳이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무림이 꽤 위험한 지경에 빠질 듯하군……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검성은 살짝 고민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제는 상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복수가 먼저였다.

“이제 어떻게 한다?”

검성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대로 두기에도 무림맹 안이라 이들이 위험할 수 있었다. 우금이 이미 무림맹을 빠져나간 듯하나, 그렇다고 해도 안심은 할 수가 없었다.

“누구를 깨울까?”

검성은 이 많은 이들 중 몇 명을 깨워 상황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한 명에게만 말한다면 다수가 안 믿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세 명을 깨우기로 결정했다.

검성은 결정한 듯 회의장을 가로질러 세 명의 등에 차례로 기를 흘려 보냈고, 그들은 천천히 눈을 뜨고 깨어났다.

깨어난 이들은 무당의 현월자(玄月子), 개방의 무영개(無影丐), 그리고 모용세가의 모용석 세 사람이었다.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정신을 차린 동시에 다른 이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에 놀랐고, 복면을 쓴 사내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벌떡 일어나 경계를 했다.

“누구요? 모두가 쓰러진 것은 당신의 짓인가?”

모용석은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어 뽑아 들며 물었다.

“난 그쪽들을 깨운 것뿐이니 무기를 거두시죠.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까요.”

검성은 복면을 벗어 던지며 말했고, 그 모습을 본 세 사람은 얼굴을 알아보고는 경계를 거두었다. 이미 유명인이 되어 버린 검성의 모습을 모두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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